그 반짝이는 동그란 유리가 있는 검은 상자는 뭔가요?
혹시 그건 먹을 건가요? 찰칵찰칵 소리가 나네요.
당신은 나에게 호의적인 사람인가요?
날 부르고 있는 건가요? 내 소개를 할까요? 그러죠.
내 이름은 몇 가지가 있지만 제일 많이 불리는 이름은 나비입니다.
어제 하늘로 간 내 여동생의 이름도 나비였지만요.
어떤 사람들은 나를 나비나 야옹이라고 부르지만 부르진 않고
그저 지나가거나 돌을 던지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뭔가를 먹었던 건 사흘 정도 된 것 같은데
그래도 마지막으로 먹었던 그 참치 통조림은 정말 맛있었어요.
그 누나는 가끔 우리에게 먹을 걸 주지만 언제 오는지는 잘 모릅니다.
요즘은 날도 더워서 목이 많이 마른데 며칠전 왔던 소나기가 고여있는 걸 마셨던 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먹이를 구하러 나갔던 엄마가 돌아오지 않은 건 벌써 한 달도 넘었습니다.
큰 길에 나갔다가 차에 치인 것 같아요.
엄마가 살아있었을 때는 옆 동네 큰 고양이들이 와서
위협하고 싸움을 걸어도 엄마 때문에 든든했는데
나도 이제는 언제 이 골목을 떠나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엄마는 다른 고양이들과 싸울때 마다
많이 다치긴 했지만 우리를 잘 지켜줬는데
이제 태어난지 4개월밖에 되지않은 내가 혼자 잘 해나갈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한번은 우리가 아주 어렸을 때 엄마는
사람들이 설치한 포획틀에 잡혔다가 동네 형이
풀어줘서 겨우 도망쳐온 적도 있어요.
먹을 것도 없고 위험한 것 투성이인데 엄마가 없으니까 정말 막막하네요.
동생은 배도 고프고 몸도 아파서 꼼짝도 못하고
누워있다가 어제 죽었습니다.
난 계속 동생을 핥아줬는데 동생은 움직이지 않았어요.
나도 배가 너무 고파서 금방 쓰러질 것 같지만
뭐라도 한 번 찾아보려고 나왔습니다.
풀밭과 아파트 뒷 쪽의 공터를 돌아다니며
이것저것 줏어먹어 봤지만 왠지 먹으면 안 될걸 먹은 것 같아요,
물론 아무런 맛도 없었고요.
한 번은 어떤 벌레를 잡아본 적이 있는데
맛은 별로였지만 먹을만 했었거든요.
내가 바라는 건 그렇게 많지 않지만 그렇다고
바라는대로 살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아요.
엄마랑 동생이랑 안전한 곳에서 살면서
가끔 맛있는 것 좀 먹으면서 살고 싶은데 먹을 것도 없고
엄마랑 동생도 내 곁에 없네요.
내 생각에 나도 1년을 넘기기 쉬울 것 같지는 않습니다.
훨씬 더 많은 고양이들이 나보다도 더 어린 나이에 죽는데
그래도 오래 버틴 것 같아요.
배도 고프지만 이젠 몸도 정상이 아닌 것 같네요.
내 동생이 간 것처럼 나도 그렇게 될 것 같은데 그 전에 옆 동네 큰 고양이들에게 당하거 나 아파트 경비원 아저씨,
아니면 누군가에게 잡혀서 죽을 것 같기도 해요.
내가 어떻게 죽든 많이 괴롭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죽기 전에 맛있는 것 몇 번만 더 먹어봐도 좋을 것 같네요.
우리에게 참치 통조림 주던 그 누나는 안오나
기다려 볼 참인데 그리 희망적이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세상이라는 곳이 어떤 곳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에게 그렇게 좋은 곳이 아니었던 건 분명한 것 같습니다.
세상에는 행복한 고양이들도 있겠죠?
나도 태어나서 하루이틀은 행복했던 것 같아요.
엄마랑 동생이랑 맛있는 것 먹고나서 서로 핥아주면서
잠들었던 그 며칠 밤 생각하면 내 인생도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았던 것 같아요.
내일은 그 누나가 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