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일요일 밤 예능 프로 하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아무래도 ‘런닝맨’을 빼놓을 수는 없겠다. 방송 초창기 시절 때만 해도 국민MC 유재석이 나와 큰 관심을 끌었지만, 이내 똑같은 패턴과 아쉬운 멤버 조합으로 시청률 10%를 넘기지 못하고 종영의 위기까지 갔었다. 하지만 그 위기를 극복해내고 100회까지 오면서 수많은 유행어와 넘치는 웃음을 우리에게 선사했다. 이렇게 일요일 밤 예능 최고의 자리까지 오를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 있을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런닝맨’에서 신흥 대세로 떠오른 이광수란 존재를 빼놓을 수는 없겠다.
다른 예능 프로를 보면 각각의 멤버들마다 캐릭터가 있어서 흔들리지 않고 웃음을 이끌어 낼 수 있었다. ‘무한도전’같은 경우 ‘미존 개오 정형돈’, ‘사기꾼 노홍철’, ‘거성 박명수’ 등처럼 캐릭터가 확고하게 잡혀있다. 다른 여타 프로그램을 보아도 각자에게 캐릭터가 있고 그 캐릭터에 따라 자신에게 맞는 역할을 한다. 이처럼 캐릭터는 그 예능 프로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고 재미를 선사한다. 하지만 ‘런닝맨’ 같은 경우는 방송 1회 때만 해도 사람들에게 인지도가 낮고 캐릭터가 없었던 멤버들이 많이 출연해서 예능으로서 자리 잡기가 힘들었었다. 그러다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게임을 하면서 비춰지는 모습을 통해 서로에게 별명을 지어주고 캐릭터를 부여하게 되었다.
이 중에서도 이광수의 캐릭터는 확고하게 잡혀 있다고 말 할 수 있다. ‘런닝맨’의 멤버들을 떠올리면 각각의 별명이 먼저 떠오르는데 이광수의 기린과 배신 이미지는 독보적이다. 존재감 없고, 키만 크고, 힘도 약한 어수룩한 캐릭터였지만 현재는 배신과 모사의 달인이 되어 있다. 빅뱅 편에서 적에게 잡히자 하하의 위치를 알려주면 살려주겠다는 말에 1초도 안되어 배신하는 모습만 봐도 배신이 거의 습관이 된 게 아닌가 싶을 정도이다. 원래 이런 배신 이미지는 하하가 있었지만 이제는 이광수가 하하 보다도 한 수 위를 보여주고 있다. ‘런닝맨’이란 프로는 아이들에게 인기가 높은데 촬영차 어느 지역을 돌아다니면 옛날에는 유재석이라는 이름이 많이 튀어 나왔지만 그 못지않게 아이들에게서 이광수를 보면 배신이라는 말이 튀어나올 정도이다.
이광수는 다른 멤버들과의 개그 콤비로서도 최고이다. 유재석과 같이 다닐 때면 좀 어리바리한 캐릭터로 시청자에게 웃음을 유발한다. 지석진과 다닐 때면 1분마다 한 번씩 구호를 외치면서 오늘은 이겨보겠다는 굳은 의지를 다지지만 어김없이 아웃 1,2 순위를 다투면서 탈락한다. 김종국과의 콤비는 기린과 호랑이라는 이미지로 굳게 잡혀있다. 무서운 형이지만 은근히 호흡이 잘 맞아서 ‘런닝맨’내의 최강 개그콤비로도 꼽힌다. 이런 개그 콤비는 잘못하면 지루해질 수 있는 추격전에 깨알 같은 재미를 선사한다.
이광수의 배신 DNA는 게임 흐름의 흥미진진함을 더해준다. 같은 팀이었다가도 단독 우승을 위해서 어김없이 배신을 하고 게스트로 나온 미인 배우도 서슴없이 배신 할 수 있는 건 이광수밖에 없을 것이다. 박태환, 손연재 선수 편을 봐도 그렇게 살려달라고 빌어서 겨우겨우 목숨을 부지했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서 이광수에게 아웃당하는 박태환 선수를 보면 웃음밖에 나오지 않는다. 그 다음 날 게임에서도 이광수의 모사에 의해 또 다시 아웃되는 걸 보면 대단하게 느껴진다. ‘런닝맨’ 멤버들이 같이 손잡고 다니더라도 언제나 등을 조심해야 하는 존재가 이광수인 것이다.
배신 캐릭터는 자칫 잘못하면 시청자들에게 비호감 캐릭터로 남을 수 있다. 하지만 키만 큰 멀대 이미지에 김종국 같은 강자 앞에서 맞기만 하고, 매번 감옥에 혼자 있는 모습을 볼 때면 누구나 불쌍한 느낌이 들기 마련이다. 거기에 더해서 빌빌 기어 다니기만 하지 않고 동맹과 배신, 또 동맹과 배신을 반복해 우여곡절 끝에 우승하는 걸 보면 배신을 통해서라도 이기고 싶어 하는 마음이 호감 캐릭터로 바꿔준다. 어떻게 보면 이광수의 캐릭터에 시청자가 동질감을 느껴 우승하길 바라는데 실제 우승을 하게 되면 마치 내가 우승한 것처럼 기뻐하게 되는 것이다.
최근에는 착한남자와 같은 드라마와 예능, 거기에다 영화까지 여러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이광수는 비록 배신이라는 썩 좋지 않은 캐릭터이지만 오히려 비호감 캐릭터를 호감 캐릭터로 바꾸는데 성공하며 신흥 예능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구석에서 허수아비처럼 말없이 서 있기만 했었지만 이제는 ‘런닝맨’ 내에서도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