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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한 백혈병환자의 라디오

조백혈병 |2012.11.04 18:03
조회 8,820 |추천 36

안녕하세요?

 

낙엽을 주으려고 산에 갔을 때는 예쁜 낙엽이 하나도 없었는데

어느새 산은 붉고 노랗고 그렇네요. 가을이라서 센치해진 조센치

오랜만에 등장했습니다. 딴청

 

저 최근에 라디오에 다녀왔어요 두근거리는 마음에 사진도

찍지 않았지만 라디오에 다녀왔습니다. 방송은 부담스럽지만

라디오는 덜 부담스러울 것 같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하고

그래서 라디오 섭외 연락이 왔을 때 별 생각없이 승낙햇었네요 실망

 

오후 5시까지 오라는 이야기를 듣고도 괜히 혼자 방방떠가지고

2시에 라디오 근처에 도착

어디로 가야 하나 생각하는데 마땅히 갈 곳이 없더라구요

근처에 명동이 있고 앞에 적십자사가 있었는데 적십자 견학을

언젠가 한 번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괜히 들어가서

긴장이 배가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쿨하게 포기 ㅋ

그래서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면서 여긴 어디

나는 누구 하면서 고민하고 있는데 생각해보니

남산 올라가던 길이더라구요. 방송하기 전에 남산이나 올라갔다올까.

그래 하얗게 불태우고 방송에 들어서는거야. 라는 생각을 하다가

귀찮아서 포기ㅋ 음흉

 

숭의여대가 있길래 캠퍼스구경할까 싶었는데

들어가면 야생동물보호센터에서 출동할까봐

포기 괜히 일찍와서 점심도 못 먹어서 근처

도시락집에서 참치주먹밥을 먹었어요.

나는 그냥 참치와 밥을 비벼서 둥그렇게

만들어주는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참치마요주먹밥

식이요법중이라 마요네즈 피하고 있었는데

진작에 말 좀 해주시지라고 나는 소심하니까

속으로 구시렁거리면서 다 먹음 만족

음식 버리면 천벌받는데요. 그러니까 지방도 못 버리지 실망

 

국방부 시간은 거꾸로 가도 간다고 했던가

진짜 평상시처럼 있어도 시간은 가더라구요

그래요 평상시처럼 아무 것도 안함ㅋ

방송국 근처인건 확실한데

방송국이 어디있는지 알 수가 없음

그러다 방송국이 눈 앞에 뙇!

 

 

 

카메라를 들고 다녔는데 뭔가 그런게 있더라구요

방송국에 가는 기분이 찌루 수술 때문에 수술장에 들어가는

기분이랄까. 그러니까 난 종양도 아니고 그런데

수술장에서 뭔가 혹 하나라도 떼어놓고 와야 할 듯한

그런 느낌 그런 느낌인데 어떻게 사진을 찍겠음 

그래서 사진 두 장 밖에 없음 퉤

 

그래도 수술하고 나면 좀 시원은 개풀 아프겠지..

 

아! 나는 방송국을 치루수술하는 기분으로 들어가는 사람이다!

아! 그렇다 나는 치루수술하러 방송국 들어가는 사람이다!?통곡

 

 

방송국 앞에 들어가니까 경비아저씨와 그 옆에

저렇게 입구가 보이더라구요 방송작가님에게

도착했다고 연락을 드리고 먹이를 기다리는

하이에나처럼 저 앞을 서성거렸음. 사실 먹이를

기다리는 하이에나보다 응가 참느라 울상인

아이의 표정이었을 듯냉랭

 

경비아저씨는 나를 의식하지 않으셨지만

나는 경비아저씨를 의식했음. 마치 내가

이 곳은 지키고 경비아저씨가 수상한 사람이라는 듯

휴대폰으로 시간을 보면 볼수록 피가 말리더라구요

역시 사람이 하지 말아야 할 짓이 있는데 나는

참 하지 말아야 할 짓을 많이 하는구나 싶었음 딴청

 

방송작가님이 작업을 마무리 하시고 내려오시는데

내려오시자마자 로비에 있는 카페에서 뭐 하나

드시겠냐고 물어보셧음. 먹으면 왠지 부왘하고

뿌릴 것 같아서 괜찮다고 하면서 그 분을 따라

작가실에 들어갔는데 방송 전이라 그러신지 열심히

작업하시느라 바쁘시더라구요. 진행자 분은

잠시 담배피러 나가신 것 같고 나는 가방에서

가져온 책을 읽는 척 하며 방송작가분들이 하는 일들을

유심히 봤음. 그러면서 속으로 나는 왜 이 곳에 있는가

크루시오! 크루시오! 했음 아 이건 지금 생각해보니

공격마법... 어쩐지... 아브라카다브라..가 왜 기억이 안 난거니..

하쿠나 마타타라도... 통곡 

와 방송국에서 자기 스스로 자기 공격하는 마법 부린 사람이다!

조자폭

 

처음에 전화섭외가 왔을 때

제가 섭외 된 부분은 생방송이 아니라 녹음 방송이라

한국어만 할줄 알면 무리가 없을거라고 걱정말라고 했는데

생각해보니 나는 한국어도 잘 못하던 것을 까먹고 있었음 으으

 

라디오 부스에 들어가니까 진행자 분이

헤드폰을 먼저 끼시길래 눈치 백단인 나는 헤드폰을

끼는건지 안 낀건지 알 수 없는 애매한 위치에

머리에 올려놓음 끼는게 아니면 바로 뺄 수 있게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니까 처음 외국가서

모든게 낯설지만 따라하려고 어거주춤 폼 잡는 모습

마치 헤드폰과의 만남은 처음 거치대(폴대)를 만난 기분

 

여하튼 헤드폰을 끼고 있으니까 우와 제 목소리와

진행자의 목소리가 라디오에서 듣는 것처럼 바뀌더군요

뭔가 멋있었음 쉐쉐 마이크 시험중 쉐쉐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그건 지금 생각하니까 그런거고

그 때는 귀가 붉어지고 붉은 기운이 볼을 점령하고

나중엔 코까지 점령해서 호빵맨이 됨

내가 내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니 목소리가 부끄러워!

 

여하튼 이야기들을 하는데 단답형의 대답은

주의해주시라고 이야기를 들었던 터라

어떤 이야기들을 할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내 입은 머리보다 빠름 빠름 빠름 도대체 뭔 말을

했는지 알 수가 없더라구요 마치 수술 마취가 끝난 후에도

아 수술 언제 시작하지 하는 기분으로

방송국에 나왔는데 역시 마취가 풀리니까

치루 수술도 수술이라고 아팠음. 폐인

 

방송이 끝나니까 이제 뭘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구요

그래서 벙찌고 있는데 기념사진을 찍자고 하셔서

기념사진을 찍고 그게 끝 모두 쿨하시더라구요

나는 혼자 작가실에 가서 가방을 챙기고 나왔음

나오면서 지금 당장 이불이 있으면 이불 속에 들어가

태권도 선수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히며

걸었음. 걸으면서 두근거리는 심장

나의 심장은 춤꾼이지 팝핀심장 쳇

 

 

투병기도 그렇고 뭔가 재밌는 일이니까 한건데

방송은 재밌긴 하지만 나의 심장은 팝핀의 황제

두근거리더라구요. 역시 나는 방송체질이 아님

그래도 방송이 끝나고 혼자 명동을 걸어다니면서

아프다는 게 뭔지 더 생각해보게 되었음. 한숨

 

http://www.tbs.seoul.kr/fm/seu_today/sub_07.jsp?act=LIST

(10/19일 4부)

 

저도 녹음하고 한 번도 안 들었는데

들으면 이불에 구멍이 날까봐 어떻게 할 수가 없겠더라구요

이 곳에 제 목소리가 들어있다고 하는데 망함. 망했음. 파안

 

해도 후회 안해도 후회면 해서 후회하는 게

좋다고 누군가 그랬던 기억이 있어요. 그래도

안했으면 기록은 남지.. 않았겠지... 여하튼

그게 중요한게 아니라 주변에도 건강검진을 하면

혹시나 몰랐던 병을 알게 될까봐 두려워서

안하시는 분들이 많더라구요 특히 우리네 부모님들

건강검진이 병을 생기게 하는 게 아니라

있던 병을 알려주는건데 그게 더 나빠지지 않게

하는 방식인데.

 

투병기를 쓰면서 그 일년 동안 아 이런사람도 있구나

하셨던 몇 분은 자신도 투병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이야기를 하시더라구요.

어느 분은 1기로 어느 분은 4기로

병은 항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요즘 느끼는 게 환자의 의무는 건강해지는 것도 있지만

만약의 사태를 위해 주변 보호자들의 죄책감이나

그 마음도 덜어줘야 한다는 것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구요. 내가 병원에 입원 해 있을 때부터

말은 걸어보지 못했지만 친하다고 생각했던 어느 형

그 떄도 죽을 고비를 몇 번이나 넘겼고 몇 번이나

견뎌내고 이겨내서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일주일 전에 갔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게 환자의 의무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끝까지 싸운 형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형이 헤드폰을 끼며 시크하게 음악을

듣고 있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네요. 여하튼 그래요.

자신의 몸을 걱정하고 검사하는 건 자신만의 행복이 아니라

주변인에게도 중요한 거라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건강검진들 꼭 받아주시길 !

 

 

 

 

 

 

추천수36
반대수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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