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바보의 여정
공원 풀숲에 자리를 잡고, 열심히 물감을 칠하는 수채화쟁이들을 본다.
내가 어렸을때 나도 사생대회에서 수채화를 그려 은상을 받은 기억이 있다.
그냥 내 눈에 들어온 나무며 주변을 흉내낸것 뿐인데, 상받을 감이라니..
좀 난 못그렸는데, 억지로 준것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도 그럴것이,
나를 포함해 사생대회 참가인원은 6명 남짓이었고, 한 학교에서 2~3명은 나오는 게임
게임이라고 할것도 없다.
수채화속에 낙엽하나를 본다.
떨어진 놈은 거무스름하고, 아직 매달려 있는 놈은 울긋불긋하고,
어디서 튀어나왔는지, 다람쥐도 한마리 보이고, 내눈엔 눈씻고 찾아봐도
다람쥐는 없는데, 이 수채화에는 있다. 이 화가는 보이지 않는 것도 보이나?
그런걸 따질필요는 없지만, 어쨌든 다람쥐가 낙엽근처에 어울리는것은 사실..
도토리도 없는데, 도토리도 하나 들고 있고.
아이가 가지고 있는 그림은 다람쥐와 도토리를 보고 싶어하는 거겠지.
바보는 말이 없다.
그저 어딘가에서 낙엽을 꺼내고, 그것으로 수채화를 그린다.
나무가 채워지면, 어디서 튀어나왔는지, 도토리를 든 다람쥐도 등장한다.
혹시나 저기에 자기를 그려넣는 경우도 있으면, 반드시 다람쥐는
아이를 따른다. 방긋 웃고 있거나, 도토리를 맛있게 먹고 있는 그림.
바보는 센치하다.
어디서 본것도 들은것도 없는데, 낭만이란게 어디서 그리 튀어 나오는지.
정처없이 떠돌아 다니다가, 그저 주어모아본것 뿐인데, 가을이 되고, 하늘이 된다.
그 가을속에는 내 자신도 녹아있는데, 자신의 정체성을 가을에서 찾으면,
아! 나의 삶속에도 가을이란게 있었구나 한다...그래서 바보는 센치한가 보다.
어디로 가는지, 그리고 어디에서 왔는지. 낙엽은 말해주지 않는다.
그저 내가 지금 존재하노라고, 타오르고 있으면, 주저리 주저리
농담도 섞어가며 떠들고 있지. 대답도 안해주고, 혼자 얌얌 바람도 잡숫고,
때로는 마실간다고 봇짐하나 들고, 어디론가 정처없이 떠다닌다.
가을이 가는곳이 그렇게 정처없이 떠나는 길은 아닌데.. 마중오는 놈은
매섭고 혹독한 놈이란게 현실이다.
살이 얼고, 깊게 패인 자신의 상처난 몸을 보고 있으면,
가을이 떠나온 길이 참 잔인한 여정이라는것을 안다. 알고 덤볐지만,
그래서 봇짐하나 들고 온거지만, 이것저것 싸짊어지고 왔다면, 다 도중에 얼어버리고
터져서 못먹고 버리고 난리도 아니었을터.....
그냥 혹시나 나 죽거든, 내가 누군지나 알수 있게 해줘하는 마음이랄까...
사는데 짐이 왠말이냐고 묻는 녀석, 그 이름하여 낙엽.
멍청한 녀석에는 반드시 개가 한마리 따라다닌다. 개도 녀석을 우습게 아는게지.
아니 개주제에 사람하고 같이 놀려해. 웃기는 짬뽕. 그냥 같이 놀면 재밌는거야.
개 입장에서는. 그리고 녀석 입장에서는 그냥 같이 노는거야. 그런데 사람들은
손가락질 하지. 개한마리 끌고 다니면, 녀석은 멍청하다는 낙인이 찍히고 마는거야.
참 우스운 일이지만.
왜 개를 끌고 다니면, 바보가 되는걸까? 이유를 알고 싶다면, 개의 꼬리를 한번봐!
개는 꼬리가 말렸는데, 항상 흔들흔들 해. 꼬리를 보면 이녀석 지금 생각을 읽을수
있어. 그런데 바보가 끌고 다니는개들은 하나같이 꼬리가 살랑살랑거려.
그냥 놀고 있는거지. 그런데 개가 그것을 가르쳐. 나 지금 무지 기분이 좋아.
그래 그럼 나랑 같이 놀자. 떠나자. 개의 말을 알아듣는것에 사람들은 붕괴되는거지.
저게 사람이냐. 그래서 바보라고 놀림받고, 멍청하다고 손가락질 하는거야.
바보의 사랑은 매우 직설적이다. 돌려말하는 법이 없다.
일단. 가고보자는 식이다. 그래서 모아니면 도다.
사랑을 할때도 무척 인내심이 부족하다. 사랑이란 자고로 인내심과 끈기가 필요한데,
바보는 그걸 못참고, 일을 저지르고 만다.
만약 내 이야기를 하는것처럼 들린다면, 그건 그래도 바보와는 다른 분류의 인물이다.
바보는 그것조차 알기 힘들다.
바보가 멍청하거나, 독특해서가 아니라는걸 아나?
바보는 매우 영리하고, 교묘하다. 섬세함에 부족함이 없고, 매우 거친 공격성도 지녔다.
만능이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이들에게 필요한것은 '자기합리화'라는 명목이다.
자신이 한 행동은 정당한 행동이고, 그 행동에 대해 반문의 의지가 없는 상황이므로,
자신의 모습을 거울로 비추어 보더라도 알아챌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그래서, '어! 날 말하는거 아냐.'라고 인지하는 사람이......
진짜 바보다.
넌 속았다.
그래서 진정한 바보는 사기꾼으로 전직하거나, 야바위꾼이 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