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인가 토요일이었을겁니다.
가만 생각해보니 금요일인 것 같습니다.
뭐 재미있는 일이 없을까 생각하며
집에서 무의미한 시간을 뜯어 먹고 있었습니다.
약속이 있는 것도 아니고 딱히 하고 싶은 것도 없어서
이렇게 주말이 지나가는구나하고 생각하던차에
친구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같이 치맥을 먹자는 친구...ㅎㅎ
잘 아는 곳이 있다며 논현역 근처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친구를 만나 버스를 타고 이동합니다.
반포치킨
옛스러움이 묻어나는 간판
'경양식'이라는 단어는 참 오랜만에 보네요ㅎㅎ
일본 관광객들에게도 인기가 많은지 일본어도 써놓았습니다.
실내에 들어서니 선풍기며 벽이며 한눈에 봐도
연배가 꽤 있어보이는 것들 투성이입니다.
메뉴가 다양하지만 치맥을 먹으러 온 것이니
마늘통닭을 주문합니다.
마늘소스통닭
일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매체에 실렸나봅니다.
그 옆에는 '반포치킨'이 언급된 시를 액자에 걸어 놓았습니다.
황동규 시인의 대설(大雪)날
맥주 한병도 주문합니다.
저는 국산맥주는 카스를 선호해요.
국산 맥주 가려 먹는 스타일은 아니었는데 작년부터인가
차이가 느껴지더군요...
천장에 붙어있는 선풍기, 달력
일관적인 분위기를 빚어내는 작지만 큰 요소들입니다ㅎㅎ
일부로 이렇게 꾸민 것이 아니라 본 모습이어야만 느껴지는 분위기.
맛과 전통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라고 봅니다.
마늘통닭 한마리 등장!
한마리가 7조각입니다.
조각의 개숙가 적다고 닭이 큰 것은 아니니
양이 많은 편은 아닙니다.
남자 혼자 충분히 먹을 수 있는 양입니다.
마늘이 제대로인 것이 눈에 보이시죠?
이 정도는 되야 치킨, 통닭 앞에 '마늘'이라는 단어를 붙일 수 있는겁니다.
그릇도 참 옛스럽습니다.
할머니댁에 가면 있을 법한...꽃문양이 들어간 플라스틱 접시ㅎㅎ
본격적으로 먹기 전에 우리 다같이 눈으로 한번 먹고 들어갑시다.
아 눈부르다~
마늘이 살아있습니다.
다진 마늘이 이렇게 매력적인지 저는 오늘 처음 알았습니다.
저에게 '마늘'이라함은 삼겹살 먹을 때
불판에 같이 올려서 한쪽면만 제대로 타버려서 못 먹고 버리는 것이었는데
마늘을 다져서 치킨에 올리면 이렇게 되는군요...
잘 익었습니다.
익히는건 뭐 걱정할 필요가 없겠죠ㅎㅎ
포크로 찍었습니다.
아니군요...치킨이 포크를 물었습니다.
이처럼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은 종이 한장 차이인 것 같습니다.
치킨을 먹으면서 이렇게 한 수 배웠습니다.
위에 먹었던 치킨은 흔히 '퍽퍽살'이라고 불리는 부위죠...
이번에는 부드러운 살입니다.
치킨 모든 부위가 이러한 살로 이루어져있으면 정말 좋겠는데
그건 제 욕심이겠죠?
두명이서 한, 두조각씩 먹으니 반도 안남았습니다.
이거 한마리를 더 시켜야 되나?...
맥주도 한모금씩 마시면서 담소를 나눕니다.
사람 좋아하고 술 좋아하고...
우리는 또 이런거 좋아합니다.
술을 많이 마시지는 않습니다.
술을 많이 마시게 되면 술이 수단이 되어버립니다.
술은 목적도 아니고 그렇다고 수단이 되어서도 안됩니다.
술은 즐기는 것입니다.
치맥은 즐기기에 가장 좋은 조합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것이지요.
닭다리입니다.
닭다리가 크지 않은거 보니 확실히 큰 닭은 아닌 것입니다.
이렇게 한입 베어물고 손으로 집어서 한 컷!
Finish
정말 깨끗하게 먹었습니다.
치킨을 먹으면서 공간의 분위기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눈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습니다.
마늘향이 강한 편은 아니라 마늘을 싫어하는 분이 아니시라면
고유의 맛과 더불어 치킨과의 시너지를 느낄 수 있을거라고 봅니다.
요즘에는 파닭이나 닭강정이라고 해서 달거나 짠맛의 자극적인 양념을
아낌없이 뿌려주고 발라주고 그러는데 그런 맛과는 확연히 다른 맛입니다.
양념치킨이나 데리야끼 소스에 익숙한 입맛에 잠시 휴식을 부여하는 것이 어떠하신지요?
대설날
-故 김현에게
황동규
겨울하고도 흐린 날
눈도 제대로 내리지 않고
눈송이 몇 공중에 날려놓고 바람만 불다 말다 하는 날
이 식은 지구 껍질에 미열이나마 심을 것은
그래도 버섯 구름이 아니라
알맞게 거냉한 술 한 잔 이라면
오늘 양평으로 네 잠들어 있는 곳에 가
찬 소주 대신
가슴에 품고 온 인간 체온의 청주 한 잔 땅에 붓노니
그 땅이 네 무덤이건
우리 자주 들린 '반포 치킨'이건
그냥 지나쳐버린 어슬어슬 산천이건
작정한 듯 검푸른 하늘
바람이 눈송이 하나 무덤위에 띄워 놓고
술 방금 받는 부은 위처럼 한번 부르르 몸을 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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