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빚 1억 넘게 만들어오신 어머니

죽겠습니다 |2012.11.14 19:25
조회 6,571 |추천 8
안녕하세요. 판에 자주 오는 20대 여성입니다.이 이야기는 저희 부모님 이야기입니다.저희 아버지가 지금 50대이신데 참다참다어디 조언이라도 구해보라시기에 올린 글입니다.다른 곳에 퍼가거나 하시는 것은 자제부탁드립니다.

방탈일지도 모르겠지만..하도 전부 다 얽힌 이야기인데다가여기에서 가장 현명하신 답을 주실 것 같아 올리게 되었습니다.불편하신 분들께는 정말..정말 죄송합니다.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해야될 지 모르겠습니다.몇 년간 곪아온 이야기고 그게 이제서야 터졌기 때문에..일단 제가 생각나는 곳에서부터 이야기를 하겠습니다.먼저 저희 집은 부모님, 저, 여동생 하나, 남동생 하나의 다섯 식구입니다.

제가 어릴 적 저희 부모님께서는, 제 입장에서 솔직히 어린 면이 많으신 분들이셨습니다.책임보다는 자유를 찾고 싶으신 분들..
제가 초등학교 1학년 무렵에 아버지께서 사기를 당하시고저희는 쫓기다시피 아주 작은 단칸방으로 이사했습니다.바퀴벌레며 지네며 벌레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돌아다니는 그런 집이었지요.아파트에서 잘 지내시다가 갑자기 그런 곳으로 가버리시는 바람에,저희 부모님께서도 굉장히 힘드셨으리라 생각합니다.아버지께서는 S사에서 퇴직 후 퇴직금으로 그 빚을 갚으셨고어머니께서도 일자리를 찾으셨지요.말씀은 해주시지 않으셨지만 노래방 같은 곳에서 일 하신 거..저는 다 알고 있었습니다.참 많이 다투셨습니다.아버지께서는 술 드시고 길거리에서 행패부리시는 바람에 경찰도 오고어머니께서는 저희 친할머니와 대판 싸우시고 아직도 보지 않으십니다.친할머니께서 찾아오셔서는, 집안 꼴이 이게 뭐냐 하면서 난리치실 때저희 이모랑 같이 할머니 머리채 잡고 서로 다투시며 내쫓으시던거 선명하게 기억합니다.
그 외에도 잡다한 일들이 많았지만 꿋꿋하게 지냈습니다.두 분 다 맞벌이 하시느라 밤마다 집을 비우시니바퀴벌레가 나와도 제가 맏딸이라 괜찮은 척 잡고동생들 돌보고.. 그런 식으로 4년을 보냈습니다.
그러다 제가 초등학교 4학년 때,상황이 나아졌는지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갔죠.그 때는 참 좋았습니다.정말..돌이켜보면 그나마 그 때가 집안이 가장 화목할 때였죠.
문제는 제가 중학교 들어서면서 일어났습니다.네..흔히 말하는 불법 도박, 바다이야기..두 분이 거기에 빠지셨거든요.시작은 어머니께서 하셨습니다.일하는 곳에서.. 한 번 갔다가 재미 들리신 모양이셨죠.아버지도 어머니 따라 가셨다가 흠뻑 빠지셨습니다.
저는 그 때 심각성을 몰랐습니다.저래도 금방 빠져나오시겠지..가실 때마다 저더러 동생들 돌보라며 만원씩 주시니저랑 동생들은 좋다고 맛있는 거 먹고 PC방 가고..참 한심스럽기 그지 없습니다.
오래가지 않아 문제는 터졌습니다.돈이 없으면 도박을 그만하면 될 것을..하긴 그랬다면 진작에 도박을 안하셨겠죠..기어이 빚을 내서 도박하시다가, 제가 중학교 2학년 때 어머니께서 집을 나가셨습니다.저는 눈물도 안 났습니다.집에 돌아왔는데 가족들 다 울고, 동생들이 어머니 찾는데저는 거기서도 담담하게 있는데..'아 올 것이 왔구나' 싶더라구요.몇 번 경찰도 오가고 그 속에서 '전혀 모른다' 할 때도 저는 담담했습니다.어쩌면.. 진짜 부모님 말씀대로 제가 매정하고 부모 은혜도 모르는 년이라 그랬나봅니다.근데 지금 이 글을 쓰는데 왜 이리 눈물이 나는지..
그 중학교 2 학년 때부터 저는 엄마가 되었습니다.저녁 6시면 꼬박꼬박 집에 와서 밥 차리고, 동생들 돌보고.스무살이 된 제가 대학다닌다고 애써 집을 뒤로하고 서울로 올라올 때까지 그랬었죠.고등학교 1학년 때 들어갔던 동아리도 귀가 시간이 늦다는 이유로 그만둬야 했습니다.제 용돈 아껴가며 한달에 동아리비 이 만원씩도 내고 꿋꿋히 배웠는데그거 그만두면서 펑펑 울었습니다.
그거 보시고는 아버지께서 그러시더라구요..너같은 거 괜히 낳았다고..은혜도 모르고 그런 것을 괜히 낳았다고..그 때 정말 간절하게 자살하려 그랬습니다.남동생만 아니었더라면..전 이미 죽은 사람이었겠죠.
차라리 집안이 다 그러면 말이라도 안하죠..여동생은 월 100만원씩 쏟아부으며 태권도 다녔고, 나중에는 갑자기 때려치우더니월 70만원씩 학원비 들여가며 요리배우고, 조리고도 갔습니다.저는 6시 이후에 집에 들어온 역사가 없는데 얘는 밤 10시까지 잘도 놀러다닙니다.친구들이랑 놀 돈이 없다고 부모님한테 달라고 떼도 쓰죠.그러면서도 자기가 둘째라서 가장 사랑 못 받는다고 큰소리 치고 다닙니다.사고 싶은게 있으면 어떻게든 사고야 맙니다.10만원 넘는 폴라로이드도 결국 5번 정도 쓰더니 내버려두고그 다음엔 디카를 조르더니 기어이 사더군요..어쩌면 제 동생인데 저렇게 못된 애일까..싶을 정도입니다.
이 집안에서 제 편은 남동생 뿐입니다.누나 이렇게 힘들어서 어쩌냐고 펑펑 우는 것도 남동생 뿐이고한번씩 집에 내려갈 때마다 제가 좋아하는 국밥 사다놓을까 좋아하는 것도남동생 뿐입니다.
그렇게 살다가 한번은 제가 너무 화가 나서'나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동생들 다 돌보고 밥도 하고 집에 있었다.  근데 애들은 벌써 고등학생이다. 혼자서 집에도 못 있고 밥도 못 해먹나? 여동생 쟤는 요리 배우는 애다. 근데 꼭 내가 6시만 되면 칼같이 집에 들어와야 되나?'
이랬더니 네가 있는데 궂이 애들이 왜 불편해야 하냐더군요..너 하나만 신경쓰면 되는 일을.. 왜 궂이 그러냐구요..그래서 왜 맨날 나한테만 화내냐고 그랬더니니가 제일 대가리(위에 있는 애)니까 너한테만 화내면 니가 애들 알아서 하면 되잖아..라더군요. 그래서 그 다음부터는 아예 포기했습니다.고등학교 졸업만 하면 바로 집을 나갈거라고.집에 아무 지원 안 받고 대학 안 가더라도 꼭 집을 나갈거라고.그렇게 악을 쓰며 버텼습니다.
어머니도 연락 되십니다.중학교 3학년 때 연락 오셨죠.간간히 찾아오는 경찰에게는 연락도 안오고 전혀 모른다고 딱 잡아뗐지만연락은 꾸준히 하고 주말에 놀러가고 그랬습니다.주말에 놀자는 친구들한테는 매일같이 거짓말했죠.엄마 건강이 나빠서 친정에 계신다..이렇게 속 털어놓고 이야기하는 게 진짜 처음입니다.
그러다가 저는 스무살이 되어 대학에 합격하고 기어이 서울로 올라왔습니다.가족 다 버리고 가는 년이라고 욕을 먹어도진짜 하나뿐인 가족인 남동생을 울고 그래도이 누나 더는 못 살겠다고, 너는 남자애라고 친할머니도 좋아하시는데이 누나는 정말 더는 못살겠다고 기어이 집을 나왔습니다.정말 못된 년이었습니다. 술 마시면 전화해서 버리고 와서 미안하다고 울고..그래도 집에 돌아가지 않고 살았습니다. 
대학비용이나 생활비는 부모님께서 다 대주셨습니다.어떻게든 맞춰주셔서 정말 감사히 생각합니다.알바는 하겠다고 말씀도 드려봤는데,그럴 바에야 방학에 와서 집안일이나 하라시더군요.그래도 생활비라도 벌겠다고 알바를 시작했더니저녁 8시만 되면 핸드폰이 바리바리 울립니다.너 아직도 알바 안 끝났냐구요..그래서 결국 그만뒀다고 거짓말 했습니다.그리고 몰래 다니면서 꼬박꼬박 돈 저금하고 있구요..
위에서 말씀드렸다시피, 어머니께서는 빚을 지시고 도망다니십니다.그러다가 한 곳에 정착하셔서 일하시구요.도망다니시는 신분에..하실 일이 뭐가 있으셨겠어요.네..노래방가시고 그러시더라구요..저는 너무나 죄송했습니다. 한 여성으로써, 한 가정의 어머니로써.. 희생하시니까 그게 너무나 죄송했습니다.어머니께서 뭐 사주신다고 하면 한사코 거절하고언제나 감사하고 죄송한 마음으로 살았습니다.그래서 내가 집에서는 엄마로써 하는 것도 다 어머니를 위한 거다..이러고 살았습니다.
계속 경상도에서만 살다가 서울 올라와서 처음 겨울을 맞았을 때,제게 두꺼운 옷이 하나도 없었다면 믿으시겠어요?여동생은 아디다스 바람막이, 파카, 필라 패딩남동생은 노스페이스 47만원짜리 노스페이스 패딩그런거 입고 다닐때 저는 패딩 하나 없어서 제 용돈으로 2만 오천원짜리 싸구려 야상 입고 다녔습니다.동기들이 안 춥냐고 따뜻하게 입고 다니라 그래도 안 춥다고 애써 웃으면서 그렇게 다녔습니다.저 옷 많습니다. 어머니께서 이거 예쁘다 저거 예쁘다 사셨다가 본인 못 입으시는 것들이요..그 마저도 사이즈가 안 맞아서 안 입고 버리고 그러죠..또 겨울이 돌아와서 걱정인 제가 여동생더러 넌지시 너 안 입는 겨울옷 달라니까단박에 인상 찌푸리며 싫다네요. 벌써 이년째 꺼내지도 않는 옷도 있으면서아빠는 애 짜증나게 하지 말라 그러고.. 저번주에 내려가서 그렇게 맘만 상하고 돌아왔습니다.하도 이러다보니 이젠 가슴이 시리지도 않습니다.

이야기가 너무 빙 돌아온 것 같네요.그래도 말씀 드려야 할 것 같아서요..
문제는 어제 온 전화입니다.알바 중이라 전화를 못 받았더니 난리가 났습니다.집에서 무슨 일이 난지도 모르고, 매정한 년. 다시 집으로 들어오라는 둥..긴 장문의 문자를 드리고 나서야 아버지께서 전화를 받으셨습니다.
어머니께서 그 도망가신 거기서 또 빚을 자그마치 1억을 만드셨다네요..그래요..제 대학 비용 두 번 대주신거 천만원..제 생활비 이러저러해서넉넉잡아 천삼백만원..나머지 돈은 다 어딜 간걸까요..어머니 집 나가신 뒤로 도박이고 다 끊고 일만 하시던 아버지께서 한숨만 쉬시더군요.네 엄마 어떡해 해야 될 지 모르겠다고..사람들이 고소한다고 난리치는데 차라리 그렇게 감옥에 들어가시면어머니의 그 낭비벽이 고쳐지지 않을까 하시네요..이런 큰 문제는 저를 의지하셔서 늘 이런저런 조언을 해드리는데이번에는 아무런 말씀도 못 드렸습니다.머릿속이 하얘지고 저..정말...못된 년이지만 남동생만 데리고 외국으로 나갈 생각을 했어요.어떻게든 여권 만들어서 남동생 데리고 저금 통장 들고 어디든지 가버리게요..부모님께서는 두 분 다 신용불량자니까 못 따라오시겠지..그런 못된 생각 했습니다.
아버지께서는 파산신고 알아본다고 하시고 전화 끊으셨네요.그게 고작 몇 시간 전 이야기입니다.저는 오늘 학교도 알바도 다 때려치우고 멍하니 집에만 있었습니다.그냥 모든 게 허무하더라고요..내가 왜 이렇게 아등바등 살고 있나..누구 하나 알아주는 사람도 없는데..싶고요.
저희 부모님 저 매우 사랑하는 거 알고 있어요.그 어려운 상황에서 아버지는 너 혼자 여행 다녀오면 눈이 트일 거라면서저 일본 여행도 혼자 보내주셨어요. 중학교 3학년때요.저 모든 일정 혼자 짜서 일본도 감사히 다녀왔습니다.
저 지금 하는 컴퓨터도 어머니께서 사주신 거에요.애들 다 노스페이스 바막 이런 거 사주실 때, 제가 한사코 거절하니 마음이 안 좋으시다고깜짝 선물로 사주셨습니다.
정말 두 분의 사랑을 모르는 건 아니에요..하지만 정말...정말 가끔씩 가족이고 뭐고 아무것도 없었으면 좋겠습니다.차라리 아무것도 없었더라면..합니다.이제껏 부모님이 벌어오신 돈으로 등 따시고, 배부른 생활 해놓고 정말 나쁜 년인거 압니다..하지만 이젠 정말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어요.어머니 아프시다는데 아무렇지도 않은 제가 무섭고아버지가 전화하실 때마다 귀찮다 여기는 제 자신이 질립니다.
저 혼자서 티 안내고 참는 거 하나만큼은 자신 있습니다.세상에서 가장 친하다는 친구들도 제 사연 아는 사람 한 사람도 없습니다.제가 고열이 나서 쓰러질 때까지 제가 아픈 줄 아무도 모릅니다.맹장이 터졌을 때조차 저 혼자 입원수속 하고 다 해서 수술한 접니다.그런데...정말 다 포기하고 싶어지네요...
나도 누군가한테 위로받고 싶고 목청이 터져라 울고 싶습니다.원래 이런 의도로 쓰려던 글이 아닌데..쓰면 쓸수록 제 이야기가 되네요..
이젠 정말..가족을 미워하고 싶지 않습니다.
정말 어머니를..감옥에 가시도록 해야 할까요..?그렇게 해서 바뀌어 오시면..괜찮아지겠죠?

지금 제가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 글이 엉망일지도 모릅니다.현명한 조언..부탁드리겠습니다..
추천수8
반대수1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