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너무 뜬금없이 들었던 이별통보는 눈물도 안나올 정도로 날 멍하게 만들더라
나는 그냥 평소랑 똑같이 그렇게 싸우다가 화해하고 또 웃으면서 넘어갈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였던 거야 꿈에도 생각 못했어 오빠입에서 헤어지자고 얘기가 나올줄은
오빠가 차분하게 헤어지자고 얘기하는데 그 짧은 순간에 되게 많은 생각이 들더라
차라리 감정적으로 격분해서 헤어지자고 말한거였으면 홧김에 그럴수도 있겠구나 생각 들었겠는데
오빠 목소리는 너무 차분했었어,그래서 더 무서웠고 왜?라고 물어 볼 수도 잡을 수도 없겠더라
목소리에서 정말 지쳤다는 듯이 그렇게 말하는것 같았거든
그래도 조금 티는 내주지 그랬어 전혀 그런낌새 없었잖아 헤어졌었던 당일날도 우리 평소처럼 연락잘하고
여행계획도 얘기하고 그랬었잖아
그래서 아직도 멍해,실감이 안 난다
그리고 너무 허무해 1년을 넘게 만났는데 전화 한통으로 다 끝났다는 거
우리 헤어졌다가 사겼다가 많이 했는데 이번에는 진짜 인 것 같애 느낌이
오빠 입에서 헤어지자고 얘기 들은게 아마 처음이지?그래서 그런것 같기도 하다
항상 나랑 사귈 떄 오빠가 그랬었잖아 오빠는 여자처럼 확인받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어서
헤어지자고 했을때 여자친구가 한 번쯤은 잡아줬으면 좋을것 같다고
내가 알았다고 두번 세번 네번 잡아준다고 장난으로 얘기했는데
막상 상황이 그렇게 되니까 아무 말도 안 나오더라
이유도 안 묻고 헤어지자 소리듣고 알았어 하고 끊은 내가 더 매정해 보일수 있겠지만
진짜 그 전화 끊고 나서 친구랑 전화하는데 펑펑 울었다
아..솔직히 진짜 오늘도 실감이 안나는데
커플요금제는 어떻게 해지하고
오빠가 빼빼로데이때 준 빼빼로 아직까지 남아있는데 그건 어떡하냐
커플링이랑 편지는 다 어떻게 정리하냐
오빠가 저번 겨울에 사준 장갑 요번 겨울에 끼고다니려고 꺼내놨는데
다시 넣어둬야겠지?
티 하나도 안 내고 어떻게 그렇게 갑작스럽게 헤어지자고 일방적으로 말할 수 있는지
되게 섭섭하다 그래도 같이 사겼던 정이란게 있는데 이렇게 하는건 아니잖아
오빠 술 좋아하잖아 그래서 술 많이 먹잖아 그래서 일주일에 2번만 먹었으면 좋겠다라고 하는 말이 오빠한테 스트레스 줄 지 몰랐어
그냥 나는 좋아하니까 여자친구니까 걱정되니까 그렇게 말한거였는데..
항상 싸울때 나 기분 안나쁘게 하려고 이쁘게 말해준 것도 고마웠고
항상 나 응원해주고 곁에 있어준거 너무 고마워
이제야 안건데 기념일때 이벤트 받고 선물받고 하는거,맨날 사랑한다고 얘기 듣는거 그게 사랑받는게 아니라 한결같이 내 옆에 있어주는 것 그것만으로도 사랑받는 거 였었는데
내가 어려서 잘 몰랐었나보다
나이차이도 적게 나는것도 아닌데 내 기분 맞춰준다고 애교도 부려주고 나 띄워주고 한 것도 고마워
그리고 내 변덕 맞춰준 것도 고마워
거의 1년반 내 옆에 있어주면서 잊지못할 추억 만들어 준 것도 고맙고
생애 처음 받아보는 커플링도 고마웠고 그냥 다 고마워
내 성격이 낯가림도 심하고 말수도 적어서 오빠 주변 사람들한테 싹싹하게 못 한거,못 친해진거 미안해
오빠가 오빠 지인들한테 잘했으면 좋겠다고 했잖아
미안해
이번 겨울 진짜 춥다던데 오빠가 없어서 더 추울 것 같다
감기 조심하고 밥 거르지말고 술 적당히 마시고 담배도 많이 피지말고 건강 좀 생각하고
돈 있다고 친구들한테 막 뭐 사주지말고 오빠 쓸돈도 좀 남겨놓고 친구들한테 쓰고..
어떻게 정리해야될지 도저히 감이 안잡힌다..
되게 고마웠어 오빠 잘 지내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