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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다짐] 한겨울에봄을준비하다.[나무]에서 배우는 삶의지혜!

삼하고도이 |2013.01.02 13:30
조회 3,268 |추천 1

 

2012년도 끝이나고, 새해가 밝았습니다

‘종결’의 의미가 있어서인지, 12월에는 누구나 한 번쯤 사색에 빠지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인디언들은 이런 12월을 “침묵하는 달”, “무소유의 달”이란 철학적인 명칭으로 멋지게 표현했죠.

 

그러나 대체로 지나간 해에 대한 아쉬움과, 새로운 해에 대한 희망과 기대로

몸과 마음이 차분하기보다는 분주하게 마련이지요.

해가 바뀌기 전에 얼굴 한 번 보자는 명분으로 각종 송년회를 다니다 보면

“성찰의 12월”이 “술에 취한 달”로 기억되기 십상입니다.

 

올해는 그 동안 제가 좋아했던 느티나무를 찾아갔습니다.

느티나무는 철저한 침묵으로 한겨울을 인내하고 봄을 준비하면서 수백 년을 오롯이 견뎌냈죠. 

그 시간의 무게를 느끼며 저의 한 해를 돌아보는 계기로 삼기로 했습니다.

 

계절에 관계없이 큰 나무 아래 서면 마음이 편해지는데, 송구영신의 이 한 겨울,

큰 나무의 침묵과 무소유를 온전히 느끼고 싶었습니다.

 

 영주 순흥면 느티나무

- 천연기념물 274호

- 수령: 450년 추정

- 둘레: 제 팔로 6.5아름

- 동제: 매년 정월대보름 제단석 있음. (저는 여기에 막걸리를 드리고 함께 대작했습니다.)

 

느티나무에 대한 추억

이 나무는 부석사 가는 길에 있기에 1년에 적어도 서너 번은 만나는 나무입니다. 

부석사 가는 길에 꼭 들러 보다가, 어느 순간 이 나무를 보기 위해 부석사를 간 적도 있으니

이미 깊은 정이 들었나 봅니다.

느티나무 바로 앞에 마을회관이 있으니, 겨울이 아닐 때에는 나무 아래가 어르신들의 쉼터요,

놀이 공원임이 분명하겠지요.

 

어느 봄날 주말, 아내와 부석사 다녀 오는 길에 조금은 출출하여 막걸리와 떡을 사서

이 나무 아래 좀 쉬어가기로 합니다.

80이 넘은 할머니 한 분께서 나무 아래 평상에 앉아 계시길래 아내가 떡을 한 봉지 드렸지요.

 

할머니는 무척 감사해 하시며, 사연 많은 자식 얘기를 옛날 이야기 하듯이 들려 주시며

“그저 젊은 사람들이 참으면서 행복하게 살라”고 기원해 주십니다.

그리고 지나가는 어르신 누구나 불러 맞은 편에 앉아 있는 저희를 가리키며

“저 양반들이 주신 것”이라며 떡을 맛나게 나누어 드십니다.

 

그 후론 나무에 갈 때마다 본점에 들러 기지떡과 인절미를 여유 있게 사서

어르신들께 드리게 되었습니다. 

기지떡, 인절미를 샀던 ‘순흥기지떡’이란 곳은 유명한 떡집답게 정말 맛있어 한번 맛 본 이후,

부석사 가는 길에 꼭 들르는 필수 코스가 되었지요.

 

가만히 안아봅니다.

 

그러던 어느 가을 주말, 그 날도 오후 늦게 떡과 막걸리를 들고 나무를 찾아 갔지요.

평상에 앉아 계신 낯익은 할머니 두 분께 떡을 드리고 앉아 있다가,

아내가 무심코 나무 옆에 있는 빗자루를 들고 낙엽을 조금 쓸고 있었지요.

어디선가 나타난 할아버지께서 “원래 낙엽 쓸기 체험 학습비를 받아야 하는데

젊은 양반들은 떡을 주었으니 공짜로 많이 해도 된다”고 하시며 웃으십니다.

큰 나무 아래에서 어르신의 유머에 행복한 가을 하루였습니다.

 

한 겨울에 찾아간 느티나무 아래에는 하얀 눈만 쌓여 있고, “아무도 찾지 않는 추운 겨울”을 홀로,

맨 가지로 버티고 있는 나무는 침묵과 무소유, 그 자체였습니다. 

제단석에도 눈만 쌓여 있어 그냥 한 번 안아 봅니다. 저 나무의 봄, 여름, 가을의 모습을 떠 올리니,

지나온 저의 한 해살이가 파노라마처럼 함께 머릿속을 헤집습니다.

 

큰 나무가 하는 말에 가만히 귀 기울여 봅니다. 지난 한 해 아쉬움과 보람,

모두가 온전히 나의 책임이라는 것을, 마음 수양을 더 할 것을,

낮은 곳의 안타까움을 볼 것을 넌지시 일러 줍니다.

 

지금은 맨 가지에 눈마저 많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황량함에도 저 기둥 안에서는

생명의 고동이 치고 있을 터. 큰 나무는 그렇게 또 새 봄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나무에서 배운다

나무는 발음만으로도 기분 좋은 단어입니다.

나무를 소재로 한 글이나 책은 동서고금을 통틀어 보아도 그 양이나 질에서

다른 어떤 소재보다도 월등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나무는 그만큼 누구나 쉽게 접하면서 배울 점이 많다는 의미 아닐까요?

 

한 해를 마무리 하면서 그 동안 마음을 넓혀 주었던 순흥면 느티나무를 만나고 와서

지난 인연을 돌이켜 보았습니다.

겨울이라 만나지 못한 느티나무 동네 사시는 어르신들, 이 나무처럼 모두 건강히 겨울 나시고

내년에도 만나기를 기원해 봅니다. 

 

주위에 마음에 드는 나무 있으면 철 따라 변하는 나무를 보면서 삶의 위로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나무는 분명히 무언가 말해 줄 것입니다.

 

새해 가족들 모두 몸 튼튼 마음 건강하시길 빕니다.

자전거타고 돌산도일주 여행 도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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