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결혼한지 곧 만으로 3년이 다되어 갑니다. 지금 첫째는 1년 7개월, 둘째는 6개월 젖먹이구요. 이런 글 여기 적는다고 욕하지 말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 정말 현재 힘들거든요.저 캐나다 밴쿠버 삽니다. 한국에서 중3 때 부모님과 이민 온 후 여기서 고등교육을 모두 받고 현재는 여기서 초등학교 교사입니다. 아내랑은 2008년 3월에 네이트 뉴스에 댓글 달다가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제가 다는 모든 댓글은 제 미니홈피 연결할 수 있게 합니다. 제가 한 말에는 책임을 진다는 생각으로. 제가 단 댓글을 보고 그 당시 생판 모르던 한국에 살던 현재의 제 아내가 저에게 쪽지를 보내왔습니다. 생각이 너무 같다고 인사를 드린다고... 저도 반갑다고 인사를 드리고 쪽지가 몇번 오고 갔습니다. 긴 얘기 줄여서 그 쪽지를 통해 서로 연락을 끊지 않게 되고 일촌을 맺게 되고 서로 방명록에 오고 가면서 글을 남기다가 메신저 주소 교환해서 실시간으로 얘기하다가 발전해서 음성채팅, 화상채팅까지 가게 되고 저희는 메신저 상으로 소통하면서 사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해 여름 방학 때 저는 아내를 처음 만나보기 위해 한국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만났고 서로 아주 좋았습니다. 현재 제 장모님 되시는 아내의 어머님은 그 당시 저희 관계를 심하게 반대하셨습니다. 딸을 먼 타국 땅으로 시집 보내게 되는 걸 싫어하셔서. 지금은 저를 아들처럼 사랑해 주시지만 처음 사귀고 첫 1년 반 동안은 정말 반대가 말할 수 없었습니다. 저희 부모님도 반대를 하셨었지만 제가 열심히 설득을 시켰고요. 여차여차 해서 2010년 2월에 결혼하게 되었습니다. 아내는 한국에서 초등 교사였고 저는 캐나다에서 교사고. 연애 때 결혼하면 캐나다에 와서 같이 사는 걸로 얘기를 했고 아내에게 캐나다에 대해 많이 얘기를 해줬었습니다. 아내는 한국에서 자기 학교에서 일어나는 동료 선생님들이나 학교 아이들이나 자기 가족에 대해 힘든 얘기를 해줬습니다. 저는 주로 캐나다의 (제 주변의)좋은 점에 대해서 얘기했고 아내는 주로 한국의 (아내 주변의) 안좋은 점을 주로 얘기했습니다. 아내가 2009년 봄방학을 틈타 제가 사는 곳으로 방문을 했었는데 그 때 이 곳이 맘에 들었다고 합니다.
어쨋튼 결혼을 하느라 저는 근무하던 학교를 사직하고 한국으로 왔습니다. 결혼하고 한국에서 원어민 교사로 초등학교에서 반년 근무하고는 아내를 데리고 캐나다로 이사를 왔습니다. (아내는 동반휴직을 쓰고 나왔습니다.) 그게 원래부터 얘기했던 바였구요. 그리고 교사로 재취직이 다행히 금방 되었습니다. (캐나다는 교사가 한국처럼 교육청에서 발령내 주는 게 아니고 공기업에 취직하듯이 처음엔 교육청 인사과에서 면접보고 그 다음 교장 선생님과 면접보고 나서 취직하는 겁니다.) 아내는 캐나다 와서 얼마 안되어 첫째를 임신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밴쿠버 날씨가 여름을 제외하면 우중충한 날씨가 많습니다. 위도가 높아서 겨울엔 해도 빨리지고 흐린 날과 비오는 날이 많습니다. 제가 학교에 가르치러 가면 아내는 어두운 제 방에서 발도 안열고 불도 안키고 그냥 어두운 채로 있었답니다. 당시에는 별로 신경 안썼습니다. 여기 비 오는 날이 많다고 결혼하기 전부터 귀가 따갑도록 얘기 많이 해줬고 아내도 당시에는 자기는 비오는 날을 좋아한다고 했습니다. 시간이 한참 지나고 나서야 아내가 어두운 방에서 불도 안키고 혼자 있었던 게 우울증 현상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아내는 교대 다닐 때 영어교육 전공이었고 교대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습니다. 자기 주변에서는 가장 잘 나가는 교사였고 영어도 자기를 따라올 사람이 근처에 없었다고 합니다. 캐나다 와서 영어도 문제 없다고 빨리 배울 거라고 호언장담 했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캐나다 오니 생각보다 영어가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되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캐나다에서는 타국에서 교대 나온 것도 인정해서 토플 성적만 어느 정도 되면 캐나다 교사 자격증을 그냥 내 줍니다. 처음에 오자마자 조금 공부를 하고는 토플을 쳤습니다. 캐나다 교사 자격증에 필요한 점수보다 대략 15점 정도 부족하게 나오더군요. 한국에서는 자기 나이 또래 중에 승진점수도 가장 높고 교대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석사도 좋은 논문 쓰고 잘 졸업해서 한껏 기가 살았던 아내가 난생 처음 쳐보는 토플 점수에 기가 죽었습니다. 교육청 가서 캐나다 고등학교 과정을 야간으로 들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어서 가서 시험을 쳤더니 10학년 영어 수업 (고1에 해당)을 들으면 되겠다고 결과가 나왔습니다. 또 자존심이 상했습니다. 자기는 12학년 영어 수업 (고3) 들을 생각하고 가서 시험을 쳤었거든요. 야간 수업은 포기하고 첫째 임신 중에도 영어 학원도 열심히 다녔고 혼자 공부도 열심히 했습니다. 하지만 결코 영어는 쉽지 않은 존재입니다. 저도 그 영어 공부하느라 죽을 고생을 하고 여러 날 울면서 학창 시절을 견뎠는데 성인이 되어서 온 아내가 영어를 처음에 너무 만만하게 본 겁니다. 아내는 영어 시험 성적을 잘 받아서 캐나다 교사 자격증을 따는 게 목표입니다. 그런데 그 목표가 절대 쉽지 않다는 걸 절감하면서 아내가 좌절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첫째가 제작년 6월에 태어났습니다.
어쨋거나 몇 달 아이 잘 기르며 지내다가 10월부터 아내 정신이 이상해 지는 걸 감지했습니다. 아내가 혼잣말을 하기도 하고 (소리 없이 립싱크로) 랜덤하게 울기도 울었습니다. 이유는 말해주지 않고 물을 때마다 "그냥~ 별거 아냐"라고만 대답하더군요. 11월 말 경에 아내가 잠도 잘 못자고 혼잣말 정도가 심각해 져서 저는 아내를 그냥 강제로 차에 싣고는 응급실로 데리고 왔습니다. 정신과 의사 선생님을 만났고 정신병(psychosis)이 있으니 약을 처방해 주겠다고 그러면서 약국 가서 그 약을 사먹으라더군요. 아내가 수유 중이라 약 먹는 걸 싫어했는데 어쨋거나 잘 설득하고 달래서 약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약을 먹기 시작한지 며칠 안되서 아내는 둘째를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는 약을 스스로 당장 끊더군요. 의사가 임신해도 태아에겐 영향을 주지 않으니 계속 먹으라고 하고 첫째는 당장 수유를 중단하라고 그러덥니다. 아내가 고집이 세서 자기 생각엔 임신 중에 정신과 약을 먹는 다는 게 납득이 안가지더라구요. 아무리 의사가 괜찮다고 해도. 결국 여차저차 해서 먹기 시작하고 상태가 좋아졌습니다. 병원에서는 사회복지사도 저희 집으로 매주 두세번씩 보내줘서 아내의 상태를 점검하게 해줬습니다. 그리고 아내가 상태가 한창 좋아졌습니다. 저희 가족은 (저희 부모님) 아마 산후 증후군+우울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둘째를 작년 7월에 낳았는데 또 몇달 괜찮다가 제작년처럼 11월이 되니 다시 같은 증상이 일어나기 시작하더군요. 혼잣말이 다시 시작 되었고 이번에는 우는 대신 시도 때도 없이 웃기 시작했습니다. 왜 웃냐고 물어보면 그냥 재미있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그 재미있는 생각이 뭐냐고 물어보면 "그냥~ 별거 아냐"라고만 말하다가 몇 번 얘기를 해줬는데 전혀 웃을만한 내용은 아니었습니다. 어쨋거나... 며칠 전에 다시 정신과 의사를 만나봤습니다. 그 동안 중단했던 그 정신병 약을 다시 먹기 시작하라더군요. 수유에 안좋기 때문에 약을 아주 조금만 먹으라고 하셨습니다. (첫째 낳고 나서 먹던 것의 절반 분량만) 그리고 저는 아내가 약을 먹는 걸 매일 상기 시켜주고 확인합니다. 그런데 약을 먹어도 양이 적어서 그런지 아직도 혼잣말을 계속하네요. 웃기도 웃고... 혼잣말만 하고 생활에 지장이 없으면 별 걱정 하지 않습니다만 이제는 생활에 지장이 생기는 듯 합니다. 자기 스스로는 심각한지 절대 모릅니다. 제가 말을 해도 혼잣말 하느라 못듣는 경우가 늘어납니다. 머리속에서 끊임없이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전개 된다고 합니다. 자기는 원래 그렇게 평생 살았다고 합니다. 사실 그렇지 않았습니다. 아이가 사고를 내려고 해도 자기 세계에서 혼잣말 하고 생각이 끊임없이 전개되기 때문에 현실에 대해 감이 없습니다. 저랑 대화를 해도 금방 잊어버리고 물건도 금방금방 잘 잃어버립니다. 짜증도 늘었고 영어에 대해 스트레스 때문에 희망이 많이 잃어버린 것 같습니다. 분명히 아내는 처음 여기 왔을 때보다 영어가 많이 많이 늘었는데 스스로는 제자리 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다가 몇 일 전에 교육청에 혹시나 하고 시험 치러 갔더니 이젠 영어 12학년 수업 들어도 된다고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 때 희망을 발견하더군요. 사실 처음엔 동반휴직 놓고 캐나다에 왔지만 아이가 태어나고는 육아 휴직으로 돌려놓은 상태거든요. 육아 휴직 중에는 어떤 공부나 직장을 다니면 안된다고 해서 아내가 12학년 영어 야간 수업을 들을 자격은 주어졌어도 듣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내는 한국이 절대로 그립지 않다고 합니다. 그저 직장 생활이 그립다고만 합니다.
글을 쓰고 나니 제가 지금 힘든 상태가 그리 실감스럽게 써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저 아내 사랑하지만 정신병이 걸린 아내랑 사는 게 정말 쉽지가 않네요. 아내는 혼잣말만 안하고 정신이 멀쩡할 때는 정말 좋은 아내입니다. 그런데 요즘들어 정신이 멀쩡하지 않게 되면서 대화도 안통하고 저에게 짜증도 많이 내고 하는 게 저에게는 힘드네요. 저와 비슷한 처지를 경험하신 분이 얼마나 되겠냐마는 위로를 받고 싶어서 글을 씁니다. 가능하면 악플은 자제해 주세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