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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을 걷다 Day5 라라소냐 ~ 뿌엔떼 라 레이나 (2011.12.30)

진형록 |2013.01.20 16:21
조회 84 |추천 1
라라소냐의 알베르게엔 난방시설이 없어서 다른 곳보다도 아침이 심히 추웠다. 그래서인지 모두 일찍 일어났다. 어제 하루 종일 먹은 거라곤, 빵한조각, 커피한잔, 과자랑 초콜릿, 라면스프 죽이 전부이기 때문에, 모두들 아침부터 상당히 배가 고팠다. 문제는... 먹을게 없다. 우리가 가진거라곤 바게트 4분의 1조각, 대연이형 아버님이 한국에서 가져오신 즉석 호떡뿐이다. 그나마 거기에 발라먹을 잼이라도 있었으니...얼른 점심먹을 마을까지 가는 수밖엔 별 방도가 없다.


그나마 저 빵들이라도 있어서 오전에 걸을 힘이 조금이라도 생긴다.


오늘도 비가온다. 아주 씐나 미치겠다. 출발한후 3일 내내 비가 온다. 배낭커버를 씌우고 갈준비를 마치고 등산화를 신고 끈을 조여맸다....맸다...맸다..맸는데....헐렁하다...끈이....끊어졌다. Ha.......hahahahahaha 앞으로 30일을 더 걸어야 되는데 신발끈이 끊어졌다..특히 이 지역은 산길이 많이 자칫 발목이 꺾일 수도 있는데 나의 신발끈께서....끊어지셨다...



신발끈을 세게 조여매다 보니 저 철로 된부분이 끈이 닳아 끊어지게 된것이다. 등산용품을 파는 가게를 찾으려면 대도시로 가야하는데 다행히 오늘 대도시를 한곳 지나기 때문에 일단은 끊어진 끈을 그런데도 묶은체로 출발을 한다.


하루정도는 비맞으면서 걷는게 추억일지 모르지만, 그게 연속이되면 슬슬 짜증이 밀려오기 시작한다. 5명이 서로 침묵을 지킨체 빗 소리만 들으면서 묵묵히 걸을뿐



역시 출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는 5명의 속도가 얼추 비슷하다. 출발한지 1시간 쯤후 잠시 배낭을 내려놓고 휴식을 취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또 다시 대연이형과 아버님은 뒤처지고 나랑 태수형 그리고 혜정이누나 셋이서 앞으로 나가게 된다. 아침에 먹은게 없다보니 배가 심하게 고팠다. 그렇다 보니 주위 풍경을 감탄할 여유는 이미 사라진지 오래. 저 눈앞에 보이는 마을이 우리가 오늘 만날 대도시이기만을 바란다.


낮이 되자 슬슬 비가 그치기 시작하고 드디어. 카미노 길위에서 만나는 첫번째 대도시 빠쁠로냐에 도착했다. 2000년의 역사를 지닌 웅장한 성벽으로 둘러쌓인 도시다. 빰쁠로냐 대학도 있으니 도시 규모는 알만하다.


 

빰쁠로냐의 시청. 여름에는 축제도 열리는 그런 도시지만, 겨울인데다가 비도오다 보니, 그리 시끌벅적한 편은 아니었다. 카미노의 대부분은 시골길이다. 시골길에서는 차들을 보기 힘들 뿐더러, 교통질서란게 없기 때문에 그냥 주위를 살피고 걸으면된다. 하지만 대도시는 사정이 다르다. 엄연히 횡당보도와 교통질서란게 존재한다. 시골길에 익숙해진 순례자들은 이런 대도시에서 교통질서를 무시해버리기 일수다. 뭐 내가 그랬다는 건 아니다.;;


영화 The Way를 보면, 주인공이 빰쁠로냐에서 어린돼지 바베큐를 먹는 모습이 나온다. 영화속 맛집에서 자기도 밥을 먹고 싶은건 모든 여행자들의 공통 심리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자기가 원하는 식당을 쉽게 찾을 만큼 만만한 크기의 도시가 아니다. 결국 배가 고플데로 고파진 우리는 그 식당을 찾는 것을 포기하고 그냥 아무데나 들어가기로 했다. 


 


정말 간만에! 제대로된 식사를 했다. 얼마만에 먹는 고기와 야채인지, 서로 얘기할 틈도 없다. 그저 자기앞에 놓인 접시를 비우는 일에 충실할뿐. 


커피까지 한잔 싹 비운후에 대연이형네를 여기서 기다릴까...하다가 어차피 이 큰 도시 어딘지도 모르는 식당에서 기다리는 것이 무의미할듯 싶어서 빰쁠로냐에 온김에 빰쁠로냐 대학엘 가보기로 했다. 카미노 중간중간에 있는 대학들은 도장을 소지하고 있기 때문에 순례자 여권에 도장을 하나 더 추가할 수 있는 기회다. 


 

역시 대도시는 대도시다. 순례자와 카미노를 상징하는 가리비가 바닥에 그려져 있다.


빨쁠로냐 대학에서 도장을 찍고 나왔는데 낯익은 사람이 대학 계단에 앉아 있는게 보였다.


 


대연이형이였다. 아버님은 가게에서 먹을 것들 좀 사서 형과 이곳에서 만나기로 하셨단다. 어차피 오늘의 목적지가 같기 때문에 그곳에서 보기로 하고 우리 셋은 먼저 떠났다. 다음마을까지는 그리 멀지 않았기 때문에 최대한 여유를 부리며 천천히 가기로 했다. 문제는...여유를 부린다고 다 부렸는데도 너무 일찍 목적지에 도착해버렸다. 다행히도 알베르게는 열려있었다. 하지만 아직 낮이었다. 조금만 속도를 낸다면 다음 마을까지 도달할 수도 있는 시간이었다. 이 알베르게 주인 할머니...어떻게서든 우리가 그곳에서 묵게 하시려고 다음 마을 알베르게가 열었는지 안열었는지 모르신다며 겁을 주신다. 그치만, 태수형과 혜정이누나 둘다 할머니 말씀에 별로 귀기울이질 않는다. 한가지 망설여 지는 이유가 있다면 다음마을로 가기위해서는 '페르돈 고개'를 넘어야한다. 해발 750m짜리 언덕이긴 하지만, 오르는 구간이 급경사기 때문에 쉽지 않은 코스다. 그래도 알베르게에서 남은 시간을 떼우기 보다는 언덕을 넘기로 결정했다. 


이렇게 또 우린 대연이형과 아버님과 예고치 못한 작별을 하고 말았다. 부디 아버님이 끝까지 무사히 완주하시길 바란다. 한국인들의 특징이라면 특징이랄 것이, 나이에 따른 위계질서가 존재한다. 40세의 외국인 순례자와는 거리낌 없는 친구가 될 수 있지만, 40세의 한국인과는 그럴 수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대연이형의 아버님은 59세셨다. 그렇다 보니 5명의 한국인 가운데서 가장 윗분이시고 그만큼 책임감을 느끼시기도 한다. 그런 분과 이렇게 예고 없이 떨어지게 되는건 썩 좋은 일은 아니었다. 


 

언덕을 본격적으로 오르기전에 목부더 축인다. 특히 급경사인 언덕을 오르면 상당히 땀이 많이 나기 때문에 물은 미리 많이 마셔두는게 좋다. 나도 물을 마시고.


 

태수형도 물을 마시고.


페르돈 고개의 입구에서 모두 화이팅을 외치고 언덕을 오르기 시작한다. 혜정이누나는 오르막 길에 상당히 약하기 때문에 태수형과 내가 앞서나간다.


 

저 멀리 페르돈 언덕위의 풍력발전기들이 보인다. 언제 저걸 넘을지 막막한 일이지만, 저길 넘어야 잠을 잘 수 있다. 언덕의 초반부는 길이 잘되있어서 그저 산보나 하는 기분으로 오를 수 있다. 문제는 중반 부터다. 어제오늘 연속으로 비가 내려서인지 땅이 그냥 진흙밭이다.이 진흙들에 발을 딛으면 신발에 진흙들이 붙어 올라오기 때문에 발이 상당히 무거워진다. 그래서 몇 발자국 걷고 진흙털어내고 다시 몇발자국 걷기를 반복한다.


 

드디어 고지가 눈에 보인다. 멀리서 봤을 때는 멋있는 풍력발전기지만, 가까지 가면 그 소음이 엄청나다. 처음 출발할때는 올마나 높을지 몰라서 긴장하고 오늘 언덕이지만, 막상 오르고보니 기대 이하다. 


 

페르돈 언덕에 올라오면, 철로 된 구조물들이 보인다. 카미노를 대표하는 구조물들중 하나다. 혜정이누나도 정상에 올라와서 3명다 사진찍기에 한참 빠진 후에 이제 슬슬 내려갈 때가 됫음을 인지한다. 


 

해가 지기 시작한 것이다. 


 

저 멀리 우리의 목적지가 보인다. 밥 짓는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보기에는 가까워 보이지만 저 마을에 도착하는데만 1시간이 넘게 걸렸다. 언덕을 오르느라 그래도 피곤했나본지, 얼른 알베르게에 들어가고 씻고 싶었다. 알베르게를 찾긴 찾았는데... 닫았다...굳게 닫았다. 게다가 이 마을, 모텔도 없다. 고로 이 마을에서 우리가 잘 곳이라곤 없.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좀 있으면 해가 완전히 질테고 그렇게 되면 이 시골길에선 거의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페르돈 언덕을 다시 넘어서 되돌아갈 수는 없으니. 방법은 하나뿐. 최대한 빨리 다음 마을로 가야한다. 이럴때를 대비해 순례자들은 헤드랜턴을 준비해오긴 하지만, 실제로 쓰게 될 줄은 몰랐다.


 

해가 거의 다 졌다. 이제와서 사진으로 보면 예쁜 마을이지만. 정말 우리에게 어떠한 것도 내어 주지 않은 마을이다. 해가 완전히 지자, 정말 랜턴 불빛 말곤 의지할게 아무것도 없다. 세명이서 함께 걸었으니 망정이지, 혼자 걸었다면...그닥 생각해보기 싫다. 해가 떠있을때는 안내판 역할을 하는 노란 화살표들이 그리도 잘보이더니, 해가 지자 화살표 찾기가 쉽지가 않다. 자칫 화살표하나를 잃어버렸다간 끝장이기에 모두들 화살표 찾는데 신경이 곤두 서있다. 


점심을 그렇게 많이 먹어 놓고는 또 배가 고파졌다. 그럴만도 한것이 오늘 상당히 많이 걸었다. 


 

다행히 중간에 작은 마을이 나와서 그곳 가게에 가서 또르띠아(감자요리)를 바게트에 넣어 먹었다. 작은 마을이다 보니 알베르게는 없었다. 가게를 나선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드디어 알베르게가 두 곳이나 있는 뿌엔떼 라 레이나에 도착했다. 일단 마을을 무사히 찾아 온것만으로도 기쁜 일이다. 그런데 마을 입구에 있는 알베르게가...닫혀있다. 온갖 불안감이 엄습해온다. 더 이상 걷는건 육체적으로 무리다. 얼른 나머지 한 알베르게를 찾아야했다. 거의 마을의 끝까지 다다랐을때 드디어 알베르게를 찾았다. 열려있었고, 우린 환호성을 질렀다. 


알베르게는 시끌 벅적했다. 멕시코에서 온 바티. 미국에서온 교포 크리스티나. 스페인 아줌마 카르멘, 스페인 연인인 쥬디와 라온, 그리고 침대에서 벌써 자고있는 이탈리안 부부. 해가 다 진 컴컴한 시간에 들어오는 우리 세명을 보고 모두들 놀란 눈치였다. 우리가 라라소냐에서부터 걸어왔다는 걸 듣고는 더더욱 놀랐다. 사실 우린 이날 근 45km 보통 순례자들의 이틀 코스를 걸어온 것이었다. 설명할 시간도 없이 우선 씻고 쉬기 바빳다. 


원해서 했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카미노 3일만에 야간순례를 했다. 부디 내일 몸에 아무런 지장이 없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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