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볼지도 모를 당신에게 남기는 글.
당신은 아낌 없이 주는것의 좋은점이 뭔지 아나.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말야.
미련이 없다는것 아닐까 한다.
지금 나 당신의 빈 집에서 나오는 길이야.
어제까지만 해도,
우리는 함께 웃고, 밥도 먹고.
함께 병원도 가며 서로를 걱정했지.
병원에서 나온 점심 즈음.
당신은 나에게 말했지.
'곧 발렌타인 데이니까.
내가 준비할게 있거든.
설휴가인데 집도 안다녀왔잖아.
다녀와 오늘.'
나는 싫다며 그렇게 때썼지만,
당신은 택시를 타고 정말 혼자 가버렸다.
내가 얼마나 싫다고 안된다고 한지 당신도 알꺼야.
택시 타고 당신이 내게 바로 보냈던 문자에
'그렇게 바라보면 미안하잖아.'
라는 말을 보낸걸 보면 말이다.
그 뒤로 나는 몇 시간이고 걷고 걸어서 당신 집 앞에 닿았다.
그리고 찾아온 어두워진 하늘.
그와 함께 내가 바라본 당신의 방도 어두웠다.
정말 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장식했지.
나는 기다렸다.
핸드폰도 두드렸다.
당신에게,
'나쁘다 여보님.'
'연락 한번 안주니.'
그렇게 보낸 문자는 확인조차 안하길래.
전화를 했다.
받지 않는다.
다시 전화를 했다.
받지 않는다.
다시 전화를 했다.
그리고 들려오는 음성.
'전원이 꺼져있......'
하..
건물 안으로 들어가 당신 집의 번호키를 눌렀다.
분명히 엊그제 늦은 밤.
당신이 소화가 안된다며 아파할때.
내가 밖에 나가서 소화제를 사오며 누른 번호와 똑같이 눌렀다.
틀리다.
번호키가 바뀌었다.
다시, 다시.
몇 번이고 시도를 해도 맞지 않는다.
우리의 기념일.
당신의 생일.
나의 생일.
모두 다 틀리다.
당신의 손을 처음 잡던 날.
겉잡을 수 없는 불안감에.
내게 기대어 당신이 듣던 심장 소리보다 더 크게 내 심장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바로 건물 벽을 보았다.
내가 할 수 있을까 싶은 높이였지만,
나는 간간히 뉴스에 떠도는 빈집털이범과 같이 가스배관을 따라 당신의 창가에 다달았다.
다행히도 열려있었고, 나는 창문속으로 들어갔다.
베란다문을 열고 들어선 당신의 방안에는 온기란 없었다.
차디차게 식은 방안의 공기는 내 불안을 현실로 만들었지.
당신 책상 위에 적힌 전화번호가 보였다.
전화를 해보았다.
웬 남자가 받는다.
당신이 하는 리듬게임에서 알았다던 그 남자더구나.
나는 그 남자에게 내 여자에게 연락 온것 없냐고 말했고,
그 남자는 몇 시간 전에 전화가 왔었다고 했다.
그렇게 그 남자와 나는 서로 좋게좋게 당신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우습게 들리겠지만,
그 남자는.
나와 대화가 오가며,
당신이 어디에 있는지.
당신이 누구를 만나는지.
당신이 무엇을 하고있는지.
내가 모르는것들을 말해주더구나.
또,
우리가 헤어졌다는 말을 당신에게 들었다는 말도 해주었다.
비참했다.
너무나도 내가 비참했다.
다른 남자에게 내 옆사람의 행방을 듣는 내 자신이 너무나도 못나보였다.
마음이 정말 아팠다.
마음이 무너져 내린다는것이 어떤 느낌인지 똑똑히 기억할 만큼.
마음이 너무 아팠다.
전화를 끊고,
당신에게 다시 전화를 했지만,
여전히 전화기는 꺼져있었다.
그렇게 밤새 전화를 했다.
아침까지.
어제의 우리가 떨어졌던 점심 즈음.
당신에게 걸었던 전화에서는 수화음이 들렸다.
어쩜 그리도 그깟 수화음이 날뛰던 내 심장을 내 마음을 안정시키던지.
하지만 당신은 받지 않았다.
한 시간 가량, 통화를 시도했다.
그리고 온 문자는.
우리의 끝을 말한다.
너무나도 간결하게.
언어와 문자로 말하고 쓰기에는 너무나도 많고 잦게 일어났던,
과거의 우리 사이에 있었던 일과 똑같다.
내게 숨기고, 나를 속이면서,
다른 이성을 만나 밤새 술마시고 놀던 과거의 당신과 행동이 똑같다.
그때는 울고 불고 애원했지만.
이제는 이건 아니다 싶었다.
나는 나를 당신에게 맞춰갔다.
사람들이 욕하는 당신의 과거?
사랑하는데 뭔들 용서못하겠나.
나는 당신과 만나며 많이 배우고,
또 변했다.
오직 당신 한 사람에게 맞춰서 말이다.
하지만,
당신은 변함이 없다.
그렇다면,
내가 또 다시 변하겠다.
이제는 당신이 아닌,
나를 나 자신을 위해서 말이다.
나의 착각 일 수 도있지만,
당신을 사랑한만큼,
당신을 곁에 둔 시간만큼은.
나에게 주어진것들을 통해,
내가 당신에게 해 줄 수 있는 모든것들을.
모두 다 해줬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말이다.
미래의 당신에게는 아직도 해줄게 많이 남아 있지만.
그래서,
후회가 되겠지만,
후회하고 있지만.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한 가지는.
내게는 당신을 향한 미련이 남지않았다.
두 번 다시는 당신과 같은 사랑은 없다는걸 잘 안다.
그렇게 내 주변의 사람들의 사랑을 보고 배운것이 있기에.
그래서 힘들어도 노력하고,
아파도 웃어보인것 같다.
당신과 나의 사랑을 아는 다른 이들이 나에게 많이 말했다.
미친놈.
멍청한놈.
정신나간놈.
그런 소리를 들으며 나는 생각했다.
'사랑하니까.'
그래,
사랑하면 정말 남들은 이해 할 수 없는 짓들을 하게 되더라.
당신도 잘 알고있을꺼다.
직접 두 눈으로 본 몇 안되는 사람이니까.
당신을 향한 나의 행동이 미친거라 단순히 치부하는 이들은,
진실된 사랑을 해본 사람들일까 싶다.
하...
뚭.
당신에게는 나보다 더 좋은 사람이 기다리고 있을꺼다.
내가 언제나 말했듯.
당신은 너무나도 이쁘고, 사랑스러우니까.
혹시라도 당신이 나로인해 조금이라도 힘들었다면.
진심으로 사과한다.
미안하다. 많이.
나는 솔직히 날아 본 적이 없다.
땅에 뿌리를 내리고 지내는 것의 안정감이 너무도 좋았기에.
그와 반대로.
당신은 아직 조금 더 날고 싶은거겠지.
그렇다면, 내가 당신을 이제 그만 놓아 주겠다.
사랑을 핑계로 말이다.
내가 다시 내 안에 당신을 가두며,
힘들게 하면,
사랑이 아닌 집착이 될 것을 알기에,
난 후회하면서 당신을 보낸다.
이제 당신을 사랑했던 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