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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만남, 그리고 첫사랑

이 글은 김광진의 편지와 함께 읽으면 감동이 두배가 된다는...

 

 

풀꽃

                    나태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이 글을 마음으로 읽기까지 2년 반의 시간이 필요했다. 사랑이란 것은 상대가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이 아니다. 단지, 그 사람의 미소를 오랜시간 보고싶은 마음이였다. 어렸던 그때는 이 사실을 몰랐다. 쾌락은 공허함만 남기지만 상처는 성숙을 남긴다던가?

 

우리는 cc 였다. 아름다운 교정 덕에 꽃보다 남자의 촬영지로 유명한 대구의 K대. 아름다운 캠퍼스와 달리 우리의 이별은 아름답지 않았지만, 우리의 첫만남 만큼은 아름다웠다. 그때 당시 나는 1학년 1학기를 끝낸, 아직은 풋풋함이 어깨 끝자락에 걸쳐있을 신입생이였다.

 

내 나이 24살, 늦은 나이에 공부를 시작해서 검정고시를 치고 수능을 봐서 대학에 왔다. 과는 영문학과, 여자들이 바글바글거리는 그런 과였다. 그러나 나는 20살 동기들과 당연히 어울릴 수 없었다. 어리디 어리게 보이는 동기들이 여자로 보이지도 않았다. 그전까지 난 남들과 다르게 살아오다보니 여자경험도 없었고, 흔히 말해 쑥맥이였다. 그렇게 1학년 여름방학까지 보내고 2학기 개강시점에 친구들이 덕담을 해줬다.

"원래 수강 정정기간에는 학교가는게 아니야" 

그렇게 2학기 개강 첫주를 고추들과 재미나게 보내고, 개강 둘째 주가 시작할 때 쯤, 21학점을 신청한 것이 욕심이였단 것을 알고 한 과목을 수강포기하기로 결심했다. 자랑을 조금 하면 1학기때 4.3 을 받어 2학기에 신청할 수 있는 최대학점이 많았다.

 

영어회화심화 와 영문강독 중에 무얼 포기할지 고민했다.

'아무래도 독해쪽이 자신있으니까 회화는 고학년때 점수따야겠다.'

그렇게 영문강독쪽으로 마음이 기울었고, 영어회화심화 수업은 한번도 들어가지 않았다.

 

"어이씨, 지각이다."

수강 포기기간이 다가오는 어느날 부랴부랴 학교를 갔다. 그런데 막상 도착해서 시간표를 보니 요일을 착각해서 학교를 2시간이나 일찍 온 것이다.

'아..할 것도 없는데, 영어회화심화수업이나 들어올까?'

그 수업은 이미 시작한지 15분 정도가 지난 시점이였다. 하지만 난 뻔뻔하니까 문을 열고 얼굴을 들이밀었다. 잘생기고 키가 큰 모델같은 양키가 내게 이 수업학생이냐고 물었고, 난 내 이름을 댔다. 그러더니 교실 안쪽에 여자 셋이서 오손도손 있는 그룹을 가르켰다.

"DK, sit there."

'shit..걍 열람실이나 갈껄..'

 

출석부 상에만 존재해야 할 내게 이미 회화클래스 짝이 있었다. 2인 1조로 회화수업을 진행하기에 내 상대방만 지금까지 짝 없이 수업을 받았었다. 그 서러웠던 시간을 보냈던 아이가 내게 물었다.

"왜 이제 오세요? 앞으로 결석하거나 지각하지마세요. 짝없이 얼마나 서러웠는데"

"아...저 근데 다른 짝 찾아보셔야 할 것 같아요. 제가 이 수업은 수강포기할려고 하거든요."

"왜요? 그럼 전 어떻게 해요..꼭 들으세요!!!"

 

신기했다. 사실 내가 생긴게 차갑고 칙칙해 고추들조차 내게 말을 잘 못건다. 그런데 이 여자아이는 참 적극적이고 편하게 말을 건내주었다. 그래서일까? 급하게 수강포기 대상이 영문강독으로 바껴버렸다.

 

그렇게 우리는 전화번호를 주고 받았고 어색하지만 인사하는 사이가 되버렸다.

 

덜컹덜컹, 취이이익

"이번 역은 용산, 용산."

털썩

"어?? 안녕하세요? 학교가세요?"

"어? 용산 사세요?"

"네 ㅎㅎ"

...

...

...

"몇학년이세요?"

"아..저는 일학년이에요..ㅎ 고등학교를 안다니고 딴 일하다가..ㅎㅎ 그쪽은요?"

"저는 4학년 일학기에요."

"아..네..그럼 나이는?"

"스물 둘이요. 빠른 89에요"

 "(지랄 조선 나이는 스물 셋이구만) 아..내가 오빠네..신기하다 같은 지하철, 같은 칸, 바로 옆 자리"

"그렇네요ㅎㅎ 영암관수업이세요? 같이가요."

"응..아 네"

 

그렇게 우리는 뜻하지않게 마주칠 기회가 많았다. 다음 수업을 기다리기위해 벤치에 앉아있으면, 그녀가 또 앉아있고, 학교 가는 길에 만나서 같이 가고, 그렇게 우리는 묘함을 느꼈다.

그녀는 참 친근했다. 내 말에 잘웃어주었고, 활발하고 적극적이며, 웃음이 참 이뻣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녀의 웃음이 머리에서 심장쪽으로 내려왔다.

 

"아 햄, 제가 지금 일어나서..쪼매 늦을거같은데예"

"(니놈 쪼매는 많이 길던데) 그래..꺼져라"

동생놈이 약속을 펑크냈고, 옆에 있던 그녀가 보였다.

"나 오늘 시간 많은데 같이 보낼래?"

"에이 내가 땜빵이에요?"

"아니지, 영화보여줄께."

"음..좋아요" 

 

우리는 같이 영화를 보고 즐겁게 밥도 먹었고 그 아이를 보내줄 시간이 온거다.

"오늘, 덕분에 고마웠어."

"저도 영화 고마웠어요."

이대로 그녀를 보내기가 너무 아쉬웠다. 그러나 우린 아무 사이도 아니다. 난 그녀를 지하철 역까지밖에 데려다 줄 수 없었다. 그게 너무나 아쉬웠고 집에 와서도 그녀가 생각났다.

 

당시 나의 취미는 싸이클과 힙합이였다. 물론 지금도 그렇치만 

어느날 그녀가 물었다.

"오빠 맨날, 귀에 헤드셋끼고 머 들어요?"

"Hip Hop!!!"

"오~진짜요? 난 Mc Sniper 좋아하는데"

"진짜?!??!!? 나도!!!!!"

"에이 거짓말~ 나한테 잘보일려고 너무 티낸다."

"(정색 그리고 침묵)........"

 

mp를 보여줬다. 그 안에 가득차 있는 Mc Sniper의 노래목록을 보여주었다.

그 이후 우리는 대화거리가 늘었다. 어느 곡이 좋더라, 이 노래는 라임과 플로우가 예술이다.

그녀가 좋았다. 어느순간 확실해졌다.

 

"내가 이번 주말에 너 일하는 곳까지 자전거 타고갈께"

"에이. 너무 멀어요. 오빠 동네는 용산인데 나 일하는 곳은 영대에요."

"영대? 진짜 나 대구대까지도 자전거타고 잘가는데?"

"진짜요? 오 한번 놀러와봐요."

 

대구에 2호선은 대구를 동서로 가르는 호선이다. 용산은 2호선의 좌측 끝편이고 영남대는 2호선의 종착역을 지나 3정거장 정도를 더 지나야 있다. 거리를 따지면 25km 정도였다. 나에겐 그 거린 짦은 거리였다.(낙동강 종주자, 로드싸이클 쪽이라 한시간반이면 가는 거리) 그러나 그녀가 보고싶은 마음에 그 짧은 거리가 어찌나 멀게 느껴지던지 있는 힘껏 패달링을 하면서 그녀를 보기위해 영대까지 갔다.

 

나는 그 이후에 그녀가 보고싶으면 영대까지 패달링을 했고, 그녀는 수고했다며 음료수도 사주고 날 보며 웃어줬다. 단지 그 웃음을 보기위해 영대까지 패달링했다. 그때의 기분은 아직도 생생하다. 그리고 그녀에게 고백했다.

 

"나 너 좋아한다. 한번 만나보자."

 

그녀가 어렵게 말을 꺼냈다. 전에 만나던 남자가 있었다고, 아직 정리가 안되었다고.

 

"..그래? 그렇구나 그럼 생각한번해봐."

 

그리고 그녀에게 시간을 주고 싶었으나, 내 마음이 급했다. 그래서 다음날 바로,

 

"미안한데 내가 급하다. 내가 그 사람 잊게 해줄게. 정말 잘할께 한번만 믿고 만나봐라. 아니다 싶으면 그때 말해도 안 늦다."

 "오빠..나 만날려면 담배부터 끊어야되는데.."

"응!!!"

 

사실 난 담배를 굉장히 일찍부터 폈다.

번외로 한마디하자면, 청소년 여러분, 처음에는 멋으로 피지만 나중에는 끊지못해서 핍니다. 제가 지금까지 살면서 놀았던거 후회한 적은 없지만 담배 배운거는 정말 뼈저리게 후회합니다.  

 

각설하고, 그녀에게 그러겠노라 하고 승낙했다.

그리고 그녀에게 하림의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를 컬러링으로 전해줬다.

 

그렇게 우리의 만남이 시작되었다.

 

 

그 이후 2년 4개월이 지난 지금, 난 이제 졸업반이 되었고 나름의 목표가 생겨 열심히 살고 있으며, 그녀는 4학년을 마치고 서울로 직장을 잡았고, 장거리 연애도 해보았다. 그리고 길었던 이별도 겪었으며 짧은 재회도 겪었다. 지금 우리는 마침표도 쉼표도 아닌 상태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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