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기억에 남는 인상적인 첫 만남이 있다.
내게도 물론 예외는 아니다.
그렇지만 다른 사람들이 첫 만남의 상황을 정확히 기억함에 반해
나는 언제, 그녀를 만났는지는 기억 나지 않았다.
그 날이 무슨 날이었는지, 즐거운 날이었는지 그저 그런 날이었는지,
무슨 계절이었는지, 어느 시간대였는지 기억 나지 않았다.
그저 어렴풋한 기억의 한 조각만 남아 있을 뿐이었다.
달콤한 냄새.
맨 처음 내 의식을 깨워 향하게 하고,
호기심을 자극하고, 흥미를 끌게 했던 건 그녀의 냄새였다.
지나가다 맡아본 적도 있는 것 같은... 아니 난생 처음 맡아본 듯한
아니 처음인지 아닌지 따위는 중요하지 않은 나를 그 자리에 꼼짝않게 사로잡은 그 향기.
내 코와 의식 깊숙히 들어오게 만들어 나를 흥분하게 한 그 향기. 눈을 떼지 못하게 한 그 향기.
멈칫, 멈칫 그녀의 주의를 서성이면서
괜시리 가까이 서 있으면 이상한 오해를 받을까봐
못본 체 지나가기를 한 번.
"여보세요? 어, 뭐라고? 아~ 그리로 다시 오라고?"
오지도 않은 전화기를 붙잡고 쇼를 하며 왔던 거리를
다시 돌아가기를 한 번.
"응? 뭐? 다시 오라고? 나 참, 귀찮게 하네~"
한 번 더 가까이 냄새를 맡고 그녀를 자세히 보기 위해
지나가기를 두 번.
"에이, 안되겠다. 그냥 집에 가야겠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결심을 굳히기 위해 돌아가기를 두 번.
역시나 주위를 서성이는 나를 보는 주변인의 시선이
좋지는 않았다. 가뜩이나 장사도 안되는데, 저 미친놈은 뭐지?하는 듯한 시선.
그래도 흥미에 반해 쉽사리 용기는 들지 않았다.
사실 향기로만 따지면 그녀는 내 취향일것임이 분명했다.
코를 자극 하는 달콤한 향기가 내가 좋아하는 빵의 냄새와 비슷했기 때문이다.
참고로 나는 엄청난 빵돌이었다. 그런 내가 그 향기를 쉽게 지나칠수 있을리 없었다.
그 향기는 너무도 깊게 내 의식속으로 들어왔다.
한번 보고 두번 보았음에도 눈을 뗄수 없었다. 마치 시선이 박힌 듯한 느낌이었다.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천원짜리 몇장이 나왔다.
본디, 쓸데 없는데에 돈을 쓰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나로써는
한 편으로는 호기심이 일었지만 한 편으로는 그저 지나치고 싶었다.
먹을 데에 돈을 쓰는 것만큼 쓸데 없는 것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 저걸 사 먹어봤자 남는 건 지방이랑 허무 뿐이다.
그냥 지나치자, 그냥 지나치자...'
쓰다보니 기억이 났다.
그때 나는 살 물건이 있었다.
서점을 가기 위해 지나던 길목에서 그녀를 발견한 것이었다.
'목적을 잊으면 안되지.. 그냥 책사러 가자.'
결국 주인 아저씨께 말 한번 못 붙인 채
책을 사러 가기 위해 지폐를 쥔 손을 주머니에 다시 찔러넣는데
"..!!!"
손가락 마디에 닿는 시원한 느낌.
차고 딱딱한 그 돌덩이같은 느낌은 내게 희열을 선사했다.
그렇다. 주머니에 동전이 들어 있었던 것이다 !
지폐를 주머니 한쪽에 놓고 동전을 꺼내보니 오백원짜리 하나와
백원짜리 세개가 있었다.
올레 !
(※위 글은 간접 광고가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건 신이 내린 계시임이 분명했다. 운명임이 틀림 없었다.
신을 믿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정말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그 동전들을 확인한 나는 곧장 눈 앞의 트럭으로 향했다.
흥분과 기대로 심장이 뛰어오르고 얼굴에 환희가 피어올랐다.
그녀의 달콤한 향기가 바로 코 앞에 있었다.
"아저씨 ! 계.. 계란빵 하나만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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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가 제 사랑 계란빵과의 만남입니다.
(겨울철 제가 가장 좋아하는 간식은 계란빵입니다♥)
다음은 생애 첫 그녀의 시식 후기 입니다.
재미도 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신. 요즘 저희 동네에 계란빵을 장사하는 트럭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동네에 반대운동이라도 해야할지.....
동네에 계란빵 트럭이 사라지면 전 어디로 사먹으러가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