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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서 백야축제날 만나 내 삶을 바꾼 그 남자.

빠리지엔느 |2013.03.15 14:44
조회 2,858 |추천 40

제목이 오글거리네요.. 제 닉넴도..ㅋㅋ

그런데 살면서 한 번 쯤은 그런 운명 같은 만남이 찾아오더라구요…

그 여행, 그 날, 그 순간이 아니었다면 저는 프랑스에 살 인연은 전혀 없던 불어 알파벳도

모르던 사람이었거든요.

 

입사 후 1년 반 동안 휴가도 없고 남친도 없이통곡 소처럼 묵묵히 일만 했는데, 어느 날

일상이 참 답답하게 느껴지더라구요. 인생의 의미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고…

생각도 정리하고 기분전환 할 겸, 휴가를 (9박 10일) 다녀오기로 결심했어요.

팀원들 휴가가 다 끝난 10월에 가기로 했죠.

프랑스와 스위스로 여행지를 결정 후 계획을 꼼꼼히 짜기는……. 무슨슬픔 출발 전 날

2시까지 야근하고 비행기 놓칠까봐 밤새고 출발했네요.

그래도 틈틈이 검색해서 하고 싶은 리스트는 뽑았어요..

 

프랑스 파리- 퐁피두 센터, 오르세 미술관, 루브르 미술관, 몽마르트, 벼룩시장 가기.

                라 뉘 블랑쉬, 마카롱 먹기, 아멜리에 까페에서 크렘 부휠레 먹기

스위스 체르마트- 패러글라이딩 타기, 퐁듀 먹기

 

근데 저 중에 가고는 싶은데 뭔지 어디서 하는지 잘 모르겠는게 있더라구요.

바로 라 뉘 블랑쉬(La nuit blanche)…한글로는 백야축제. 밤새도록 하는 문화축제이고

마침 딱 10월 첫째주 토요일에 하는 거라 일정도 잘 맞고 해서 가고는 싶은데

당시 행사가 생긴 지 얼마 안 되서 한글로는 아무리 검색해도 정보가 없더라구요.

암튼 숙소에서 물어보기로 마음을 먹고 비행기에서 일정을 정리하고, 기내식 먹고 자고,

먹고 자고를 반복하니 어느덧

파리 도착~!!!

 

상상한 것 보다는 덜 예쁜 파리의 모습(특히 도착 후 딱, 인천공항이 넘 화려해서 비교됨)에

실망할 뻔 했으나 베이커리에서 맛난 빵을 먹고 나니 금새 파리가 좋아졌어요.ㅋㅋ

첫째 날은 의욕과는 달리 시차 때문에 잠으로 보내고 몽마르트와 아멜리에 까페만 비몽사몽

으로 다녀왔어요, 피곤하지만 크렘 브휠레는 그 와중에도 맛있었어요.

정말 프랑스 디저트 최고~!케익

 

둘째 날도 간신히 일어나서 아침을 먹으며 숙소 사람들에게 의문의 라 뉘 블랑쉬에 대해

물었는데 아무도 모르더라구요. 그 날 저녁이어서, 못 갈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고 아쉽지만

우선 퐁피두 센터에 가기로 했어요.

퐁피두 센터 구경을 마치고, 샌드위치를 사서 앉아서 먹을 곳을 탐색했어요. 퐁피두 센터

뒤쪽에 분수대 테두리가 벤치처럼 생겨서 앉을 수 있겠더군요.

먹기 전에 문득 인증샷을 찍고 싶어서 사진 한 장 부탁하려고, 주위를 둘러보니,

분수대에 앉아 신문 읽는 아시아 남자 한 명, 지나가던 프랑스인 커플이 있더라구요.

프랑스인 커플에게 사진 찍어달라고 V를 하고 인증샷을 남겼죠.

인증샷은 제 얼굴을 공개할 수 없기에... 퐁피두 센터 사진입니다. (출처:www.tumblr.com)

 

인증샷도 남겼겠다, 이젠 먹기만 하면 되겠다 하고 분수대에 앉았는데…..

분수대가 물에 젖어있는 거에요..

반사적으로 앗~! 소리를 크게 내고 말았어요, 엉덩이는 잔뜩 젖었구요..

그리고 그 앉아있던 아시아 남자가…절 보고 상냥하게 손수건을 건내며

“마드모아젤, 닦으세요..” 라고 하는 건 제 망상이고….

 

엄청, 엄청 크게 웃는 거에요. 당황

 

민망하기도 하고 괜히 얄미웠는데… 하필 그 남자 옆 자리만 안 젖어 있고 다 물이

튀어 있는 거에요.

거기서 다른 데로 가서 먹을 수도 있었지만, 그러면 더 없어 보일 것 같아서 점퍼로

엉덩이에 물을 털어내고, 그냥 태연한 척 옆으로 가서 샌드위치를 먹었어요.

그 아시아 남자는 마르고 키가 큰 편이었고, 동남아 느낌의 구릿빛 피부, 흑발에 큰 눈,

큰 입술… 국적이 도저히 짐작이 안 되더라구요. 동남아 혼혈 같은 느낌?

아무튼 신경 끄고 샌드위치에 집중하려는데 근데 이 사람이…계속 크크크.. 이렇게 웃음을

못 참고 계속 작게 웃는 거에요… 그래서

 

나- "이제 좀 그만 웃으면 안 될까, 플리즈?찌릿 "

그- "쏘리 여행왔니? 너 어느 나라 사람이야?"

나- "코리아, 싸우스 코리아(북한사람이냐고 묻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선수쳐요,ㅎ)"

그- "아임 차이니즈"

나- 읭놀람? 하는 표정 (중국인ㅁ처럼 전혀 안 생겨서 당황)

그- "나 중국 남방 사람이라서 이렇게 생긴 거고, 중국사람 맞아.ㅋㅋ"

 

제가 중국에서 산 적이 있어서 급친근감이 들더라구요. 한국 사람을 만난 것 만은 못하겠지만,

그래도 프랑스에서 중국인을 만나니(나중에 알고 보니 엄청 많았음ㅋㅋㅋ) 신기하고

반가웠어요.

 

그 때부터는 중국어로 이야기를 했고, 그도 자기가 길에서 만난 한국 여자사람이 중국어를

한다는 것에 신기해 하며, 짧지만 재밌게 이야기를 했네요.

그리고 인사를 하고 떠나려는 찰나…

그가 들고 있던 잡지에 써 있는 단어, LA NUIT BLANCHE, 라 뉘 블랑쉬!

기억하시나요? 위에서 언급한, 가고 싶었는데 검색해도 정보가 안 나왔다던 그 문화 축제에요!

그래서 정보를 물어보려고 다시 앉았죠.

 

어디서 하는 건지, 구체적으로 무슨 행사인지 아냐고 물었더니, 파리의 각종 문화 유적지에

현대 예술가들이 예술작품을 설치해놓았고, 밤새도록 무료 개방이고, 메트로도 밤새 무료래요.

그래서 각종? 문화 유적지?가 어딘지 물었더니.. 자기도 안 그래도 친구랑 가려고 했다고 같이

가자고 하는 거에요. 어차피 길도 모르니 딱히 거절할 이유도 없어서 그러자고 했죠.

잠깐 기다리라고 자기 차(车)가져온다더니 자전거(自行车) 끌고오는 전세계 자전거 오우너들이

모두 칠 줄 알지만 참는 드립을 치더라구요… 신선치 못한 드립에 재미는 별로 없었지만,

그래도 예의상 웃어줬어요..하하하 짱

 

이 때 통성명도 했는데… 가명으로 타오라고 부를게요..

타오의 애마, 자전거를 끌고 가까운 곳에 있는 작은 성당부터 갔어요. 성당 안에 레이져

포인터 같은 걸로 이미지를 투사해 놨더라구요. 주로 천사의 이미지들..

예술의 세계는 심오해서 제가 다 이해할 순 없었지만, 흥미롭게 보고 나왔어요.

노틀담 성당으로 발걸음을 옮겼어요. 그런데 줄이 어마어마 하더군요. 무료고 축제고 하니까…

어두워질수록 줄이 길어지더라구요. 줄서는 동안, 할 일은 없고 이야기를 계속했죠.

 

타오는 프랑스에 산 지 9년이 되었다고 하고, 가족들은 모두 중국에 있다네요.

그럼 가끔씩 보냐고 별 생각 없이 물었는데, 가족들 못 본지도 9년이 되었다고 하더라구요.

더 물어보기가 미안해지더라구요.... 노틀담 성당에서 뭘 봤는지는 기억이 안 나고,

타오의 쓸쓸함을 감추고 웃던 얼굴만 기억이 나네요....

 

그리고는 시청 앞으로 가니 대형 스크린에 독립영화를 틀어놨더군요.

특수 효과로 3배속 정도로 빠르게 지나가는 사람들 속에 주인공은 하루 종일 정지되어있는

그런 내용이었는데, 현대인의 고독을 주제로 한 듯 한…

그런데 그 때 저와 타오가 서있고, 행인들이 빠르게 지나가는 모습이 영화랑 겹치면서

파리 시청 광장에서 수많은 행인에 둘러쌓인 이방인인 내가 갑작스레 고독해졌고,

괜시리 타오의 고독감도 느껴졌어요..

그런 효과를 노리고 영화를 그 곳에 설치한 건지 모르지만, 전 그런 기분을 받았어요...

 

멜랑꼴리해지려는 기분도 잠시, 길거리 음악 공연이 시작되었어요..

사람들이 신나게 흔들며 밀어대고 사람이 많아져서 거의 타오를 잃어버릴 지경이더군요.

타오가 옷 소매를 내밀었어요. 잡으라고…ㅋㅋㅋㅋ

공자의 나라에서 태어난 그는 남녀의 유별함을 알기에.. 손 대신 옷 소매를 내어주네요.

옷 소매를 꼭 붙들고 공연을 구경했어요.

뮤지션들은 브라질 사람들 같은데 리듬감이 너무 좋아서 듣기만 해도 신이 나더라구요.

더 있다가는 제가 쌈바춤을 출 것만 같아서 다른 데로 가자고 했어요.

 

이번엔 공원에 가기로 했어요. 그런데 가는 길에 꼬마들이 하*다즈 아이스크림을

너무 맛있게 먹고 있더라구요..

근데 제가 너무 먹고 싶다는 포스를 풍기며 봤나봐요.

타오가 먹고 싶냐고 묻더라고요, 아니야 가게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데 괜찮다고 사양했더니,

타오가 손가락으로 길 건너편에 있는 하*다즈를 가리키며 사온다고 달리는 거에요.

저는 “그럼 딸기맛~!”을 외쳤죠.ㅋㅋ

 

양손에 하겐다즈 아이스크림을 들고 해맑게 웃으며 달려오는 그의 미소가 순간

어찌나 상큼하게 느껴지던지..크림윙크크림 순간 제 심장은 두준두준설리설리..ㅎ

(별 일도 아닌데, 그 때 몇 년 동안 연애를 안해서 면역이 약해져 있었어요..ㅋㅋ)

그 날 먹은 하*다즈 딸기맛 아이스크림은 유독 더 달콤하게 느껴졌어요.

 

공원에 들어가니, 가운데 큰 디스코볼 같은 것을 설치해놓은 것 빼곤 특별한 게 없어서

잠시 벤치에 앉았어요.

이렇게 글로 쓰니 금방이지만, 사실 몇 시간 동안 한 번도 안 쉬고 걸은 거라 다리 아팠거든요.

그리고 공원에서….

 

2탄을 원하시는 분들이 있으면 계속 쓸게요.

 

그나저나 10편씩 시리즈 쓰시는 분들 대단하네요.. 이거 쓰는데 서너시간 걸렸네요.

이제는 어느덧 옛날 일이 되어버려서 기억을 더듬으며 쓰다보니…

이렇게 썼는데 추천 하나도 없으면 어쩌지 슬픔

 

추천수40
반대수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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