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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무서운 이야기 19

그라시아스 |2013.04.12 14:07
조회 2,589 |추천 6

출처 - 웃대 (못된야옹)님 -

 

 

 

 

 

 

 

 

 

 

 

 

 

 

 

 

 

10부. 회상②















어둠이 지배한 세계, 아니 세계라고 할만큼 방대하진 않으니 적당한 공간이라고 함이 적합할듯 하다.
그 공간 안에서 서로 마주보고 있는 두사람.
각각 남자와 여자란 성별의 차이외에도 우정 혹은 사랑과 같은 친분관계로 이루어진듯 제법 끈끈해 보이는 두사람이 서있다.
그러나 말을 하지 못하는것인지 두사람은 서로 눈빛만 주고받을뿐 목소리는 커녕 한치의 미동도 없다. 그냥 마주보고만 있을뿐..
얼마나 지났을까? 여자의 몸에서 붉은빛의 액체가 조금씩 흐르는 듯 하더니 이내 여자의 몸을 통째로 삼켜버렸고, 여자가 있던 자리에는 그 액체만이 있을뿐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 붉은빛의 액체는 안에서 사람으로 보이는 붉은색 작은 아이를 뱉어냈고 마치 인형같은 조그만한 그 붉은색 아이는 아이스크림이 녹아내리듯 서서히 녹기 시작했다.
어느샌가 그 광경을 지켜보고있는 남자의 눈에서 검은색 액체가 흘러내리더니 이내 남자의 몸을 모두 덮어버리며 어둠과 동화되어갔다.




"으아아아아아!!"



선우는 책상에 엎드려 있다말고 소리를 지르며 잠에서 깨어났다.
자기소개서를 한창 작성하던 도중 깜빡 잠이들었던 선우는 뒤숭숭한 꿈때문인지 찝찝한 기분을 감출수 없었다.
책상위에 핸드폰을 들어 새벽 12시 50분을 확인하자 그 찝찝한 기분은 더욱 짙어질수밖에 없었다.



"답장이 없을리가 없는데.. 배터리가 나갔나..?"


지연에게 문자를 보낸건 10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던걸로 기억한다. 그럼 두시간이 넘도록 답이없다는 이야긴데.. 문자가 안갔나? 괜시리 걱정이된 그는 단축번호 1번을 꾸욱 눌렀고,
수화기 너머로 익숙한 그녀의 컬러링 배경음이 울려퍼졌다.


'쌀미~쌀미 싸싸싸싸싸쌀~미 내게 밥해준다고 다시한번~말해봐앙~'


요새 한창 대세로 떠오른 국민 여동생들인 왓더걸즈의 '쌀미(米)'의 한소절이 지나 또한소절이.. 그렇게 아무리 듣고있어도 지연은 전화를 받지않았다.

전화를 끊고 지연이네 집에 한번 가볼까도 생각해봤지만 부모님과 같이살고있는 자연이였기에 시간이 시간인지라 포기하기로 했고, 찝찝한 기분은 순전히 꿈때문이라는 결론에 도달한 선우는
진동으로 해놓고 너무피곤해서 그냥 잠들었겠어니... 애써 긍정적인 마인드로 스스로 최면을 걸었다.

무엇보다 그녀와 행복한 미래를 위해선 취업부터 하는게 급선무였으니..










날을 새다시피 하며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등을 재검토하던 선우는 어느덧 날이밝아옴을 느끼곤 잠을 깨기위해 담배한개피와 라이터를 갖고 베란다로 나왔다.
익숙한 손놀림으로 불을붙여 한모금을 깊게 들이쉬고는 행복한 미소를 짓는 그였다.


"이맛에 담배를 못끊는다니까.. 지연이 몰래 피는것도 참 오랜만이군.."


맞다. 그리고보니 정말 그녀는 별일없는건가..? 애써 부정하던 찝찝한 기운이 다시한번 온몸을 훑고 지나갔고, 순간적으로 싸늘한 기운에 몸을 부르르떤 선우는 핸드폰을 꺼내 통화를 시도하려했다.


"지금 시간이 6시가 넘었으니 일어날준비 하고있겠지? 어디보자.."



단축번호 1번을 누르려 하는순간,



'알고있어요~ 바라보는~~ 슬픔의~~ 그 길을~~'


갑자기 요란하게 울리는 벨소리에 놀라 발신자도 확인하지 못하고 얼떨결에 바로 통화버튼을 눌러버렸다.



"여..여보세요?"



"안녕하십니까 다행히 깨어계셨군요, 박선우씨 되십니까?"



"아.. 예 그렇습니다만.. 어디시죠?"


선우는 정신을 놓고있다 거의다 타들어가게 생긴 담배꽁초가 아까워 서둘러 입에 갖다데고 한모금 들이키려 했으나.. 수화기 너머의 목소리에 의해 꽁초를 떨어뜨리고 말았다.




"김지연양이 살해당했습니다. 피해자의 핸드폰 발신내역중 가장 최근기록을 보고 연락드리는 겁니다만...."



그 뒷이야기는 귀에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

























'허억.. 허억..'



'허억..허억..'



얼마나 달리고 또 달렸을까.. 방금전 내게 전화를 건 사람은 본인이 경찰이라고.. 지연이 피해자이며.. 죽었다는.. 별 해괴망측한 이야기를 지껄여뎄다.
세상에 어제 저녁에까지 문자하던 지연이가 죽었덴다 큭큭.. 장난전화도 이런 악질적인 장난전화는 사양하겠다며 전화를 끊음과 동시에 집을 뛰쳐나왔다.
이미 취업이고 면접이고 나발이고 머릿속에서 지워진지는 오래였다.. 한낱 악질장난전화 하나때문에.. 그말은 바꿔말하면 장난전화가 장난이아닌거 아니냐고? 내가 말했지! 절대로 사양한다고.


지연이네 집에 도착하자마자 미친듯이 초인종을 누르는 나를 본다면 아마 십중팔구 미친또라이로 보이겠지? 신발도 신지않고 맨발로 팬티바람으로 뛰쳐나왔으니 말이야.


'딩동 딩동 딩동 딩동 딩동 딩동 딩동'



미친듯이 울려데는 초인종소리에 주변에 지나가던 사람들은 시끄러운지 귀를 틀어막고 얼굴을 찌푸린다. 도데체 뭐가시끄러운지 난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아 답답해 죽겠고만..


대문이 열리며 익숙한 얼굴이 나를 맞아준다. 어서오라고.. 사랑한다고..









"지연아!!!!!!!!!!!!!!!!!!!!!!"

















'헉..'



꿈이었다.



"아.. 꿈이었구나 역시 그렇지.. 지나치게 생동감넘치는 꿈이었네.. 그나저나 면접보러 가야되는데 서류가 어디있더라..?"


무심결에 주변에 시선이 갔고 혼자가 아니라는걸 인지하는데는 그리 오랜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선우군 정신이 좀 들어..?"


동글동글한 얼굴에 이목구비가 뚜렷한 아주머니가 날 보고있다. 아.. 지연이 어머니구나.. 지연이 어머니가 왜..?
이곳은 병실인듯했다. 팔에 링거주사가 꽃혀있고 환자복을 입고있는 난 슬며시 이불을 걷어 발을 살펴보았다. 발에는 붕대가 감겨져있었고 그순간 아련한 통증이 느껴지는듯 착각에 빠져들었다.
내가 발에 왜 붕대를 감았지..? 왜 병원에있는거지? 지연이 어머니는 또 무슨일로...



'꾸..꿈이..아니..었다는 .. 건가..'



"..어떻게..된건가요..?




"초인종 소리가 마구 울려데길래 누가 장난치나 싶어서 혼줄을 내주려고 나가봤는데. 선우군이지 뭐야.. 근데 갑자기 픽 쓰러져서는.. 발은 온통 피투성이에다.. 얼마나 놀랐다구"




지연이 어머니의 말대로.. 정말 꿈이 아니었다. 모든게.. 이럴순 없다 이럴수는...




"근데 이른아침에 무슨일로 찾아온거야? 우리 지연이랑 같이있는거 아니었니? 얘가 어딜가면 연락은 꼭 하고 가는얜데.."





'지이이잉'


'지이이이잉'



지연이 어머니는 말을 하다말고 주머니에서 울리는 진동소리에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호랑이도 제말하면 온다더니 지연이한테 바로 전화가 오는구나~ 어~ 그래 지연아"




"지연이한테요??"




선우는 다시 한줄기 가는 실을 잡고 메달리는 심정으로 내심 정말 지연이기를 바랬다. 지금까지 있었던일은 모두 꿈이 맞다고 꿈을꾸고 긴잠에서 지금 깬것이라고 애써 부정하며 마른침을 삼키는 그였다.
그러나 이내 들려온 지연어머니의 통화 목소리에 여지없이 무너저버리는 현실이었다.







"누구시죠? 우리 지연이한테 무슨일이......."




지연어머니는 안색이 새파랗게 질려갔고, 통화를 끝냈을때는 몸의 중심을 잃고 쓰러지고 있었다. 그는 부리나케 자리에서 일어나 그런 그녀를 부축했고, 지연어머니는 떨리는 음성으로 더듬더듬 말을 하기시작했다.





"서..선우야.. 지연이가 죽었다는구나.. 우리딸 지연이가... 뭔가.. 착오가 있는거겠지..? 선우야.. 말좀 해봐 선우야..!!!"




"죄송해요 어머니.."




도저히 믿을수 없다는 떨리는 눈동자로 오열하는 지연어머니를 안아드리는것 외엔 그가 할수있는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리고 이내 그의 눈에서 투명한 눈물 한줄기가 볼을 타고 흐르고 있었다. 정말 꿈에서 깬것 처럼..





'지연아.. '





















마치 저승사자가 금방이라도 뛰어나올법한 으스스한 한기에 그곳에 있는사람들은 몸을 부르르 떨고있었다.
공간을 비추는 푸르스름한 빛 때문인지 을씨년스러움은 배가되고 있었고, 그곳이 영안실이라는걸 감안한다면 어쩌면 당연한 환경이었으리라..





제복을 차려입은 한 사내가 누워있는 시신 한구에 덮어놓았던 천을 벗기며 물었다.



"김지연양 맞습니까?"




"........"





지연의 어머니는 딸의 주검을 멍하니 바라보기만 할뿐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고, 사내는 그 모습이 답답했는지 선우에게 재차 물어보았다.



"네... 맞습니다..."



사내는 흡족한듯 입가의 한건했다는 듯한 미소를 머금고 말을 이어가려 했으나 갑자기 소리치는 지연어머니에 의해 어색한 헛기침만 할뿐 아무말도 하지못했다.




"선우야 그게 무슨말이니? 우리 지연이가 맞다니!! 저건 지연이가 아냐 너까지 왜그러는거야 선우야!! 흐흐흑..."



"어머니... 흐흑.."



지연어머니는 선우를 세차게 흔들며 오열하기 시작했고 그런 그는 아무말도 할수가 없었다. 마치 자신이 죽인것같은 죄책감에..
'취업이니 뭐니 그까짓게 무슨대수라고 지연이를 죽게만든거냐 박선우 니가 예전처럼 붙어다니기만 했어도 이런일은 없었을거 아냐 이 미친새끼야'
스스로 자책하며 눈물을 흘리던 그는 이내 정신을 잃고 쓰러진 지연어머니로 인해 현실로 돌아올수 있었다.




"어머니!!! 의사 선생님 어떻게좀!!!"



서둘러 영안실을 빠져나와 정신을 잃은 지연어머니를 병실에 눕혀드리고 나서야 선우는 다시 지연을 제대로 볼수 있었다.
마치 금방이라도 눈을 뜨고 깨어날것만 같은데.. 죽은거라니.. 머릿속에 처음 그녀와 사귀게된 날부터의 기억이 정신없이 슬라이드쇼가 진행되고 있었지만 갑자기 들려온
사내의 말에 더이상 쇼는 이어지지 않았다.




"아까 어머니께서 쓰러지시는 바람에 미쳐하지 못한말이 있습니다만.."



제복입은 사내의 말에 선우는 생각을 멈추고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김영준씨랑 친구분 되시죠?"




"네.. 그렇습니다만.. 영준이한테도 무슨일이 생긴겁니까?!!"




"아직 전해지지 않았나보네.. 저기.. 그러니까 김영준씨는.. 김지연양 살해혐의로 현장에서 체포되었습니다."



이세상에 어떠한 크기의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어도 이런 기분은 아닐것 같다.



"지금 뭐라고...하셨.."




"아 그리고 의사 소견으로는 김지연양은 임신초기였다고 합니다."




".........."



차라리 기절이라도 하고싶었다. 이런 말도안되는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망뿐이다. 영준이가 왜? 지연이가 임신초기라니.. 그래서 부쩍 내게 할말있다고 만나자고 한거였던거...
...크크큭....지금 도데체 이양반이 뭐라고 하는지 도통 알수가 없다. 빨리 이곳을 빠져나가고싶다. 다리가 안움직인다. 온몸이 부들부들 떨린다. 돌아버릴것같은..





"범인은 김지연양을 차에서 성폭행한후 유산으로 인한 과다출혈에 놀라 죽은걸로 판단 시신을 유기하려 서둘러 외곽지역으로 차를 몰았으나, 차에서 흘러 떨어진 혈은자국을 수상히 여긴
한 시민에 의해서 체포할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출혈이 너무심해 김지연양은 이미 숨을 거둔지 오래였고..



"그만!!!!!!!!!!!!!!!!!!!"



순간적으로 고함을 쳐버린 선우에 의해서 사내는 말을 이어갈수 없었고, 얼마후 나지막히 중얼거리는 선우의 목소리를 들을수 있었다.





"그래서 김영준 그 강아지 어딨습니까?"




"일단 진정좀 하시고,.."



"그 신발새끼 어디있냐고!!!!!!!!!!!!!"



이미 이성을 잃고 멱살을 틀어잡고 광기서린 눈빛으로 소리치는 선우에 의해 사내는 주츰 당황하는 기색이역력했다.



"강남서 유치장에... 아직 조사할것도 많.."



사내의 말은 더 들을 필요없다는듯 선우는 빛의속도로 영안실을 빠져나갔고, 사내는 그런 그가 떠난 자리를 물끄러미 바라볼뿐 아무말도 할수 없었다.





















"이름"



"......."




"나이"



"정말 전 죽이지 않았어요.. 억울하다고요!! 그년이 혼자 죽어버린거라구요!!"



형사의 질문에 대답하다 말고 영준은 넋이 반쯤 나가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듯 쾡한 얼굴로 소리치고 있었다.



"이런식으로 나오면 너한테만 불리한거 몰라 이새끼야!?"


형사의 압박에도 아랑곳 하지않고 제 할말만 하는 그의 손엔 수갑이 채워져있었고, 옷에는 온통 피로보이는 혈은자국이 덕지덕지 묻어 괴기스러움을 자아냈다.



"니가 강제로 성폭행 했잖아 이새끼야 어디서 오리발이야! 피해자한테서 니 정액으로 확인되는 DNA가 검출되었어 새꺄!"



"글쎄 성폭행이 아니라 그년이 원해서 맺은 관계라고 몇번을 말하냐고!!!"







"..김영준"




갑자기 뒤에서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린 영준은 순간적으러 눈에서 불빛이 번쩍이는듯 하더니 의자에서 굴러떨어지며 나뒹굴었다.




'퍼억'



의자들이 넘어지며 요란한 소리를 자아냈고, 서 내부에 있던 모든이의 시선은 한곳으로 향했고 그곳엔 분노로 번뜩이는 눈빛의 박선우가 있었다.
수갑이 채워진탓에 일어나지도 못하도 버둥데는 영준에게 다가간 그는 가차없이 얼굴을 발로 짓이기며 밟아데기 시작했고, 어느새 정신을 차린 경찰들은 그런 선우를 뜯어말리기 바빴다.



"이 신발 좃같은새끼야 니가 어떻게 지연이한테 그럴수가 있어 앙? 이 개만도 못한 자식아!!"



"이게 누구야 그 잘난 선우아니냐 킥킥킥 지연이 그년 별로 볼것도 없두만 새끼~ 빠져가지고 키키킥"



"뭐 이 신발새끼야!? 놔!! 놓으라고!! 저새끼 갈기갈기 찢어 죽여버리겠어!!! 놓으라고 신발!!!!!"



"형사님 저런새끼는 콩밥 먹여야 하는거 아닙니까? 무고한 시민을 폭행까지 했는데.."





영준은 마치 선우더러 들으라는듯 비아냥데기 시작했고, 이에 광분한 선우는 미친듯이 안간힘을 썼지만 경찰들의 손에 의해 그에게 다다갈수 없었다.




"크아아아아아아!!! 놓으란말야 신발!!!!!!!!!! 저런새끼는 죽여버려야 된다고!!!!!"



"이봐 진정좀 하라고 나가서 애기하세 나가서!!"






경찰들은 선우를 강제로 끌고 밖으로 나갔고 그런 그를 보는 영준의 입가엔 소름끼치는 미소만이 걸려있었다.


















"진정이 좀 되나?"




어느새 따뜻한 자판기 커피를뽑아 건내며 형사가 입을 열었다.
커피를 한참동안 건내받기는 커녕 무관심한 선우에 의해 그는 좀 민망했는지 잔을 의자에 욜려놓았고, 그런 그를 보며
방금보다는 어느정도 진정이 되었는지 선우는 나지막히 입을 열었다





"형사님 지연이는 제게 전부였어요.. 그런 제 전부였던 그녀는 싸늘한 주검이 되어버렸는데 그렇게만든 장본인인 저놈은 어째서 살아있어야 되는거죠?"



"........"



"저새끼는 기껏해야 실수라는것을 핑계로 끽해야 감옥에서 5~10년 썩다 다시 나오겠죠.. 어쩌면 그보다 짧을수도 있겠네요.. 저자식 아버지가 요새 한창잘나가는 국회의원이거든요..
그럼 저는 어떻게 살아가야되죠?"



"지금으로써는 뭐라 해줄말이 없네.. 그냥 법의 심판을 지켜보는것 밖엔..."



"법이 대체뭔가요? 돈만있으면 사람도 죽일수있는게 법인가요?"



"세상엔 보이는게 전부가 아니라네.. 지금 당장은 멀쩡해보여도 악행을 저지른 인간들은 언젠간 반드시 천벌을 받게되지"



"그렇게 믿고 싶으신 거겠죠"



"........그럼 한가지만 물어보겠네"



"...그러세요"



"그렇게라도 믿지 않고서 살아갈 자신이 있는가?"



사내의 눈은 어느새 촉촉하게 젖어있었고, 마치 과거를 회상하는양 눈빛은 깊어져만 갔다. 마치 이런일을 경험이라도 해본 사람처럼..
그러나 선우는 그렇게 살아갈수 없었다. 아니 싫었다. 자신이 뭘 잘못했길래 그래야 하는지 이해조차 하기싫었다.




"전 그런일따위 만들지 않을겁니다. 두고보시죠 제가 어떻게 하는지"

선우는 차갑에 한마디만 쏘아붙인뒤 자리를 떠났고, 그런 그의 눈빛을 본 사내는 고개를 저으며 애처로운 표정만이 남아있었다.


마치 엣날의 자신을 보는것처럼...



'여보.... 어쩌면 그때 나도 저랬어야 옳은거였나... "






그렇게 선우의 모습은 점점 그에게서 멀어져만 갔다....
























선우는 어느새 으슥한 산속을 걷고 있었다.

사방이 온통 나무들로만 가득한데다 달빛하나에 의존한채 걸어야했기에 거의 걸음은 더디기만 했다.
얼마나 걸었을까? 자신이 생각하기에 적당한 장소를 찾았는지 그는 들고있던 삽으로 땅을 파내기 시작했다.



"난 절대 이렇게 가만히 있지않겠어. 그 개자식을 반드시 죽이고만다."


살기어린 눈망울이 달빛과 어우러져 번뜩이는 빛을 자아냈고, 누가봤으면 그자리에서 오줌이라도 저릴듯한 살기마저 느껴지는 그였다.
어느만큼 파내려가자 힘이 살짝 부치는지 삽을 옆에 꽃아놓고 담배 한개피에 불을 붙인 그는 뒤에서 들려온 어떠한 이질적인 음성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



"뭔가 도움이 필요할듯 하구나.."




그곳에는 한 여인이 서있었는데, 무당의 무복으로 보이는 옷에 언뜻봐도 허리까지 내려오는 칠흑같은 긴생머리는 산속이라는 배경과 어둠만이 존재하는 밤이라는 시간에 조화롭게 어우러져 오금이 저릴만한 공포감을 창조해주었다.
피부는 밀가루라도 뒤집어 쓴것인지 지나치게 희었고, 눈은 검은동자밖에 없는지 온통 검은색을 띄었다. 화려한 색상의 무복만 입지않고 있었다면, 흑과 백의 조합을 이룬 그모습은 영락없는 처녀귀신의 그것이였다.




"누.. 누구냐"


방금전까지만해도 이성을 잃을법한 분노에 휩싸였던 그였지만 그 여인의 등장에 분노는 잊은듯, 정신마저 말똥말똥 해지는 공포심에 말까지 더듬거렸다. 선우의 물음에 그 정체불명의 여인은
인자한 미소를 짓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네가 원하는일을 들어줄수 있는 존재라고 해두마"



"내가 원하는게 뭔데?"



"큭큭.. 지금 그걸위해 땅을 파고 있던거 아니었나?"




여인의 말에 뭔가 감이 잡힌다는듯한 표정의 선우는 나지막히 반문했다.






"내가 원하는일을 해준다라.. 그럼 그에따른 댓가는..뭐지?"






"별로 어려운건 아니야.. 차차 알게될게다"





차차 알게 될거란 그 여인의 입가에 어렴풋이 미소가 번지고 있는걸로 보인건 나만의 착각이었을까..?





그리고 덩달아 나의 입가에도 그 여인과 같은 느낌의 미소가 번져가고 있음을..








그땐 알지 못했다.

















11부에 계속...

추천수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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