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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지못할테지, 하는 은근한 확신으로 글을 쓴다

To mumu |2013.04.19 06:32
조회 1,273 |추천 0
내 삶은 자신감 덩어리였다.드높은 자긍심과, 골수까지 치미는 자기애로 살아왔다.스물 한 해를 여자를 모르고 살아왔어도, 스스로 잘났으므로 동정에 대한 열등감은그저 비웃으며 흘리는 안주거리 하나에 지나지 않았다.
너는 스물 다섯이라 했다. 허벅지를 어루고, 내 휴대폰에 담긴 여자 사진을 보며 장난스레가슴이 좋느냐고 물어 나를 당황시키던 너는 분명히 연상으로서의 은근한 여유를 풍겼다.
여자에게 먼저 다가설때, 나를 망설이게 하는것은 용기가 아니라 언제나 책임감 이었다.그 무거운 각오를 감행케 하고, 나를 이끌었던 것은 은근하게 스스로를 뽐내길 마다치않던 그 아름다움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놀랍도록 마음을 가뿐하게 하는 그 자유분방함 이었을까.

능숙해 보이려 애를 썼다. 누가봐도 서투른 능숙함 이었으므로, 극도의 긴장감을 의연함으로가장한 나를 보며 싱그럽게 웃던 네가 필시 '귀엽다'고 생각했을때, 나는 자존심이 상하면서도네손에 이끌릴수밖에 없었다. 은근히 퉁명스럽게, 그러면서도 사실은 다정하게..친근함을 가장하고 사실은 거리를 두려고 했던 나와는 오히려 정반대였던 너에게, 2주 후에는호주로 떠난다고 이별을 기약하고도 사랑을 가르쳐준 너에게, 사랑만은 주지 않으리라 내심다짐했지만 지금와 생각해보면 마음 어느 한구석의 벽이 허물려 은근히 새어 나가고 있음을 자각치 못했던것은, 그 이질적인 감정에 대한 서투름 때문이리라.

우리는 2주간 너무나도 많은 얘기를 했다. 술은 필요치 않고, 오로지 서로에게 취해서 모든 일상은구겨져 가고, 오로지 너를 만나는 그순간만이, 숨쉬고 있음을 실감케 했다. 나는 그러지 말아야지하면서도 어느샌가 너를 찾았고, 너는부르는 족족이 다가와 나를 껴안아줬다. 
어느날 너는 뭔가 말하길 고민하고 망설이는것 처럼 보였다. 나는 뭐냐고, 껴안고 입맞추며 장난스레재촉했다. 그러고도 너는 '역시 말 안할레' 하며 한참을 애를 태우다가 고백할것이 있다고.스쳐갈 사람이라 생각해 속여온것이 있다고. 말하거든 싫어질까봐 망설여진다고. 종내에는 여전히너를 좋아할거라는 내 약속을 받고서야 너는 우리 사이에 있던 커다란 비밀 하나를 풀어놓았다.29살.. 나는 웃으며 말했다. '너 진짜 동안이구나!' 라고.  알게 모르게 그것은 우리사이의 커다란벽 하나를 허문 사건이 되었다.
그러나 그때까지도 나는 너에대해 의연했다. 그렇게 생각했다. 우리는 암묵적인 합의처럼, 서로의 관계를 확인하지도 않았고, 호칭도 애정보다는 장난끼가 대부분이었다. 서로 다른남자와 다른여자의 얘길 쉽게 꺼냈고 아무런 감정의 손상없이 우리는 언제나 서로의 사상에 대해 허물없이 털어 놓았다. 난 내 지인들에게 널 여자친구라 소개하지도 않았고, 너는 그런 나를 알고도 불평 한마디 없었다.우린 꽤 쿨한 관계였고, 사랑이란 말은 금기처럼 얼어붙어 할수 없는 말이었다.
금기를 먼저깬것은 너였다. '사랑해' 라는 그 한마디를 전혀 무방비 상태에서 허용해버린 나는머리가 어지럽고, 마음이 혼란해지는 와중에도 은근히 차분하게 고개를 드는 따뜻한 감정을 애써외면하고, 다시 냉정으로 나를 포장했다. 나는 당황해서 그저 '응' 하는 대답밖엔 할수 없었다.그러면서도 내심 득의롭게 웃었다. 먼저 그 우스운 감정에 지배당한것은 내가 아니라, 그녀였다고.이긴것은 나라고. 그렇게 나를 부추겨 자신감의 벽을 더 높게 쌓아 올렸다.
너는 이제 나를 종종 '자기야' 라고 불렀다. 애써 고칠 필요는 없었다. 이별은 기약되어 있었고,나는 남은 모든 시간을 너에게 쏟아붓고 행복한 추억 하나를 만들기 위해 노력중이었으니까.은근히 보수적인 내가 무심결에 '반지정도는 괜찮을지도' 하고 흘렸던 말을 듣고 '커플링 할까?'하고 물어오던 너의 제안에 언제나 소극적이었던 것도, 매개가 생겨 내 손에 채워지거든,결국 또 책임이 될까봐 하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언젠가 너는 나의 이런 은근한 퉁명스러움을 깨달은듯, 심술난 표정으로 물어왔다. '넌 내가 정말 좋아?'별다른 망설임 없이 '당연하지' 하고 대답했다. 진심이었다. 내가 허용치 않는것은 마음까지 망가지게할 사랑 이었으니까. 너는 내가 너에게 100 전부를 다 주지 않는것 같다고 말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고물었을때, 100이라면 어쩨서 붙잡지 않느냐고 물었다. 정말 이대로 호주로 가도 괜찮느냐고 물었다. 그래, 생각해 보면 너는 몇번인가, 내게 눈치 주듯이 '아~ 가기 싫다' 라고 푸념하듯 내뱉고는 했다.나는 알고도 애써 외면했는지도 몰랐다.
나는 가빠진 숨을 고르고 애써 변명했다. 네가 원한것인데, 내가 붙잡아 네가 가지 않거든 훗날 평생의 후회가 되지 않겠느냐고. 내가 어떻게 그렇게 중요한 결정에 획을 그을수 있겠느냐고..사실은 그것도 마음을 억누르는 막중한 책임감을 회피하기 위한 변명이었다. 그것을 눈치챈듯 너는 노련하게 나를 몰아 붙였다. 그래도 100을 주거든 붙잡는것이 옳은것 같다고.나는 왈칵 반문했다. 그러는 너는 진실로 나에게 100이었느냐고. 너도 100이 아닌데 나는 어떻게 100이 될수 있겠느냐고. 먼저 100을주고 상처입거든 누가 책임 질수 있겠느냐고. 너는 잠깐 당황한듯 숨을 고르다 이내 물었다. 관계를 잃어 본적이 있느냐고. 상처의 경험이 있는 것이냐고. 그런게 아니라면 어쩨서 그토록 겁을 내는 것이냐고. 나는 말했다. 모르기때문에 누구보다도 겁내는 것이라고. 너는 그런 나를 안았다. 

떠나기 하루전, 우리 관계를 아는 주변사람들은 나를 다독였다. 그러나 나는 아무렇지 않았다. 진정 그랬다. 일이 한가할 쯔음, 너한테 도와달라는 연락이 왔다. 내일 떠나야 하는데 혼자는 차마 다 준비하지 못할것 같다고. 나는 일이 끝나는데로 택시를 타고 부랴부랴 너희집으로 갔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낯선 풍경에 나는 묘한 불안감에 마음이 무거워지는것을 느꼈다. 
몸상태가 썩 좋지 않던 너를 도와 정리하면서, 장난스레 투정부렸다. 내가 도와주지 않으면 못가는게 아니냐고. 그랬으면 좋겠다고. 그때까지만도 장난이었다. 그런데 어딘가 필사적으로 짐을 꾸리며 새로운 땅에 대한 은근한 기대를 품은 너를 보자니, 마음속 깊은곳에서 강렬한 쓸쓸함을 느꼈다. 그순간 너를 보내기 싫던 그마음은 진심이 되었음에도, 몸은 너의 초조를 해소하기 위해 어느때보다도 성싱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우리는 꼬박 새벽을 넘겨 택시를 타고 정류장으로 가서 첫 공항 리무진을 기다렸다. 밖은 추웠고, 여전히 어두웠으며, 더욱이 낯설었으므로, 마음속에 응얼진 그 원인모를 무게감이 점점 더해져 가는것을 느꼈다. 퇴근하고 바로 달려와 꼬박 밤을샌 피로가 그 무게를 더하는것인가 싶었다. 
리무진대신 택시를 다고 공항에 도착했고, 무거운 짐을 끌고 다닐 카트에 너는 장난스레 올라타 내게 운전하기를 요구했다. 나는 웃으면서 그런 너를 싣고 공항 여기저기를 헤집었다. 비행기를 기다리면서. 그러면서 주문처럼 빨리와 빨리 돌아와 네게 외는것을 잊지 않았다. 너는 묘하게 웃을뿐이었다.
지독한 피로가 전신을 억눌렀지만 잠은 오지 않았다. 시간은 느릿하지만 착실하게 흘러갔고, 나는너를 보내야 한다는 사실을 점점 명확히 깨달아 가고 있었다. 결국 너를 부여잡고 '가지 마.' 하고내뱉을수밖엔 없었다. 거짓 감정에 익숙해져서였을까, 진심을 느끼지 못하고, 장난처럼 치부한것은.아니면 역시 현실의 한계에 부딪혀 그래야만 했던 것일까. 너는 결국 떠나갔고, 나는 가능한한 최후까지너를 배웅했다.
혼자남아,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로 득실한 공항의 한 가운데서 나는 가장 여유 넘치는 사람이었다.아무것도 할필요 없고, 어디로도 갈필요 없었다. 누구보다도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공항 철도에 몸을 실었다. 어딘가 쓸쓸하고, 공허했지만, 그이상은 아무것도 없었다. '견딜만 할지도..' 그렇게 생각하며 몸을 옮겼고, 집에 도착해서는 종내에 침대에 나를 내던졌다. 지독한 피로감이 몰려왔고, 그 피로감에 비하면 이별의 여운은 아무것도 아니란듯이 쏟아지는 잠에 정신을 놓쳤다.
일어나면 그곳에선 네가 없는 일상이 시작되리라. 평생의 지극히 한부분인 2주 따위는 아무것도 아닌것처럼 홀가분하게 도려낼수 있으리라. 그러나 배게를 적시는 뜬금없는 눈물 한방울에 나는 당황하면서도, 외면하듯 눈을 감았다. 그래도 몸이 피곤하거든, 잠은 드는 모양이다.
눈을 뜨고도, 그날이었다. 아침에 잠들어 낯에 깨어났다. 주말이었고, 나는 당장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아까 흘렸던 눈물은 꿈인양 말라 있었다. 오로지 배게에 남은 눈물 자욱만이 꿈이 아님을 자각케했다.생전 처음으로 느끼는 이 오묘한 감각들에 나는 방관 하는 제 3자마냥 어처구니 없는 웃음을 흘렸다.관계의 끝이 두려워 시작조차 않았던 내게는 너무도 익숙찮은, 어울리지 않는 감각들이었다.어딘가 나른하고, 의욕없고, 웬일로 식욕까지 없던 그 증상들은 봄의 장난을 닮아 있었지만,뻥 뚫려 무엇이든 통과할마냥 시원해진 가슴으로 통하는 한기는 아직 겨울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결국 몸을 일으켰고. 현실에 등떠밀려 나는 여전히 살아가고 있다. 

지금와 생각해 보면, 너와 있는 매순간은 마음한켠이 너무도 무겁고 불쾌했다. 침이 마르고 숨이 막혔다.책임감 이라고 생각했었다. 그 막중한 책임감에 마음이 눌려 그런것이라고 생각했다.
종내에 와 깨닫는다. 무거운것은 사랑이었고, 불쾌한것은 그것일 인정치 못하는 자존심이었다고.지독히 뜨거워 침이 말랐고, 설렘으로 가슴을 해집어 숨이 막혀온것이라고. 의연을 가장했던 2주간의 너와의 관계동안 내내 그토록이나 억눌렀던 감정들이 조금씩 새어나가 어느새 내 가슴에 있던 모든것들이 너에게로 가 있었다고..100을 논하고 70만 준것처럼 너와 나를 속여 왔지만, 사실은 120을 주고 있었노라고.
이별도 의연하리라 장담하던 그 치기로운 자신감 마저도, 눈물에 짓밟혀 이제는 형체조차 불분명하다.언제쯤에야 짓밟혀진 자신감이 본래의 형체를 찾을까? 처음인 나는 그것마저도 몰라 가슴이 막막하다.보고싶다. 하지만 볼수 없다. 너도 볼수 없을테지. 그래서 쓰는 고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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