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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첫사랑, 내 열여섯 살

홍덕화 |2013.04.20 05:48
조회 763 |추천 7

새학기가 시작되던 첫 날, 유난히 주황빛이 돌았던 교실 그리고 약간은 시끌벅쩍했던 그 분위기를 기억해본다.

그 주황빛 교실 안에는 열여섯살의 우리가 있었지. 단발머리의 나, 그 옆에는 조금 큰 교복을 입은 너.

지금도 나는 그 때를 생각하면 설레임과 두근거림, 비누향같은 풋풋함이 느껴진다.

 

내가 널 보고 첫눈에 반했다고 하면 믿을 수 있니? 그런데 사실이야. 옆자리에 앉은 네 옆모습, 짙은 눈썹, 갈색 눈, 멋있게 생긴 코, 귀여운 여드름, 긴 손가락, 흰 목덜미... 네 모든 것이 통째로 내 가슴에 새겨졌다.

 

네가 축구를 하고 오면 나는 시큼한 땀냄새까지도 사랑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나는 너에게 푹 빠졌었지.

봄이 깊어질 수록 네가 점점 좋아졌어.

창가에서 벚꽃잎 사이로 봄빛이 새어들어오고, 모두들 춘곤증에 빠져 나른나른 졸고있던 수업시간. 깨어있는 사람은 눈을 빛내며 수업을 듣는 너와 춘곤증 대신 너에게 빠져버린 나 뿐이었지.

 

*23#

나는 네 목소리가 듣고싶은 밤이면 가끔 발신자번호표시제한으로 너에게 전화를 하곤 했어.

누구냐고 묻는 네 목소리가 너무 좋아서 혼자 간지러워하며 잠도 못잤던 내 모습이 기억난다.

 

그리고 우리는 서로 좋아하게 됐어.

사실 너와 같이 있던 시간에 우리 거의 한두마디 밖에 안했던거 알지.

너무 두근거려서 숨도 못쉬겠고, 오래 보면 사라질까 두려워 내 옆의 널 곁눈질로 바라보고, 어쩌다

손이라도 스치면 화끈거려 얼굴은 빨갛게 변하고...

우리는 서로를 대할 때 항상 조심스럽게, 여린 빛을 대하듯 성스럽게 행동했었어.

 

그런 우리에게도 이별이 찾아왔다.

 

너와 헤어지던 날, 현관문을 열고 나를 맞는 엄마의 얼굴을 보자마자 나는 펑펑 울었어.

정말로 어린 아이처럼.

 

그렇게 4년이 지나서 어느새 우리가 성인이 되었네.

나는 가끔씩 네가 보고싶을 때 예전에 썼던 핸드폰을 꺼내서 너와 나누었던 문자, 네 목소리, 얼굴...

다시 새겨보고는 했는데, 얼마전 핸드폰을 켜보니 망가졌는지 이제 아무것도 되질 않더라.

나는 그제서야 비로소 너와 내가 끝났다는 걸 실감했어. 참 늦었지.

 

나는 너를 단 한번도 원망한 적이 없다.

네가 나의 첫사랑이 되어주어서 정말로 고마워. 정말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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