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걸었다.
‘그냥’이란 부사는 괜히 센척, 쿨한 척하는 것 같아서 유치하다. 나도 안다.
그래서 지금 사십 분째 가만히 앉아서 ‘그냥’ 말고 다른 그럴싸한 이유를 생각 중이다.
그때 난 도대체 왜 걷기로 작정했던 걸까?
내 이름은 이재헌.
또 다른 나의 이름은 Producer 겸 Rapper G-MASTA 이다.
“OMG! 당신이 바로 처용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G-MASTA?”
이런 반응은 기대도 안 한다. 당신이 군대에 다녀 온 남자라면 내 이름을 들었을 때,
군용 음료 맛스타를 떠올렸겠지.
‘오렌지, 복숭아보단 역시 사과 맛이 최고지. 누군 딸기 맛도 먹어봤다는데,
정말 딸기 맛이 있나?‘ 같은 생각을 하고 있겠지. 겪어봐서 안다. 늘 그런 식이다.
내가 날 소개했을 때, 내 음악에 대해 묻는 사람은 거의 없다.
군용 음료 맛스타가 G-Masta보다 천배는 더 유명하다.
G-Masta라는 이름을 가진 나는 때때로 캔음료 맛스타가 부럽다.
밖에선 내 소개를 자세하게하는 편이 아니다. 싸이는 강남스타일, 강남스타일은 싸이.
이렇게 범국민적인 히트곡이없는 음악가의 비애다. “신처용가 아세요?” 했는데,
“글쎄? 그게 뭔데요? 처용가는 알아요.”하면 나만 초라해진다.
그것보다 더 무서운 건 그자리에서 내 음악을 검색해서 듣는 거다.
내 노랫말은 19금이 대부분이다.
초면인 사람이 내 앞에 마주 앉아 내 노래를 검색해서 듣는다면 그건 참사다.
(지금 바로 검색해서 들어보면 제 말 뜻 이해할 겁니다.)
이렇다 보니 괜히 어설프게 내 소개를 했다간 수습할 일만 엄청나게 생긴다.
때문에 밖에선 이래저래 내소개를 자세히 않는 편이다.
첫인상부터 구차해지느니 그냥 침묵이 낫다.
“ 음악해요 ”.
이러고 마는 게 대부분이다. 하지만 오늘은 마주 앉은 것도 아니고,
말이 아니라 글인 만큼 좀 구차해 보인다 해도
나에 대한 이야기를 제대로 해보고 싶다.
난 중학생 때부터 13년째 한눈팔지 않고 음악이란 외길로만 걸어왔다.
음악을 사랑했고 음악을 할수 있어 행복했다. 흔한 뮤지션들의 멘트처럼
나역시 음악이 전부였다.
음악은 자신에게 빠진 소년 이재헌의 치기어린 열정을 사랑으로 받아줬다.
덕분에 우린 13년이란 시간을 함께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소년은 이제 청년이됐다.
사랑을 놀이로 할 수 있던때는 다 보내고 만 것이다.
물론, 사랑놀이를 계속 이어갈 수도 있었을 것이다. 히트곡이 있었다면ㅋ
좋은 장비와 공간도 마련하고, 좀 더 사랑놀이를 풍성하게 만들 수도 있었을 것이다.
내가 말 하고 싶은 것들을 참을 필요도 없고, 누가 듣든 말든 관계없이
내가 원하는 방식의 사랑을고수할 수도 있었을 거다. 돈이 있었다면...
사람들이 부를땐 나가지않을 핑계를 대거나. 전화를 피했다.
소년 같은 마음은 나가서 놀고 싶었지만 청년의 체면이 날 붙잡았다.
그래서 소년과 청년은 둘이서 방에만 처박혀있었다.
나와 내 사이가 틀어지자 세상과는 자연스레 멀어졌고
소년과 청년의 말싸움은 끊이질 않았다.
“네가 여태 음악에 매달린 결과가 뭐야? 유명해졌어? 돈을 벌었어?
당장 친구들이 부르는데 나갈 차비도 없는 내 꼴이 다 누구 탓이야?”
청년 이재헌이 소년 이재헌을원망했다.
“원하는 음악만 할 수 있으면 된다더니, 이제 맘이 변했냐?
이제 배고파도 행복하지가 않아? 언제는 안 가난했어? 왜 갑자기 난리야?”
소년 이재헌이 청년 이재헌을비난했다.
누구 말이 옳은 말인지 알수가 없었다. 난 둘의 언쟁이 듣기 싫어 귀를 막았다.
이불을 머리끝까지 올리고 컴컴한 방구석에 처박혀 잠만 잤다.
정말 음악이 내 청춘을 망친것일까? 뭐가 잘못 된 것일까? 알면 돌이킬 수 있을까?
내가 나를 비난하고 등져버리자세상 전체가 날 비난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쓸모없는 놈, 음악 한다고 깝치더니 아주 꼴좋다.”
어디론가 도망치고 싶었다. 현실이 악몽이였기에 잠에서 깨기 싫었다.
다른 음악들도 듣기 싫었다. 그냥 모든 게 원망스럽고 귀찮았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가 틀린것 같지 않았다. 잘 못 됐다면 세상이 잘 못 된 것 같았다.
난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한것뿐이고 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했다.
그런데 내 청춘이 부도가 나다니, 이건 예상치 못한 댓가였고 억울했다.
모든 의욕이 사라지면서 찌질한 내 꼴에 자꾸만 화가 났다.
아무 생각 없이 계속 잠이나자고 싶었다.
내일? 그건 그저 막막한 이 방구석에 누워서 이런 날들을 반복하는 것에 불과했다.
날 찾는 친구나 후배도 끊어지다시피 한 지 오래였고 아무런 희망이 없었다.
‘사람들이 이래서 자살을 하는거구나.’
내가 자살하는 사람들에게 공감하고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소름이 돋았다.
죽을 정도로 독한 마음이면 그 마음으로 어떻게든 살 생각을 했어야지라고
말하면서 혀를 끌끌 차던 내 지난날의 모습이 떠올랐다.
우울증을 겪다가 죽은 사람들이 그것 봐라 그땐 잘난 척 하더니 너도 별 수 없지? 라고
날 비웃는 것 같았다. 그때였다. 이불 속에 웅크리고 있던 내게
누군가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들었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내 입에서 제일 먼저 튀어나온 건 욕설!
“아, 이런 병신새끼 진짜 뭐하냐? 허우대도 멀쩡한데 나가서 뭐라도 해!”
차비 없으면 걸으면 되고, 오라는 곳 없으면 오지 말라는 곳 빼고 아무데나 가면 된다.
우선 이 방구석에서 벗어나고보자. 음악이고, 인생이고 여기 처박혀 생각해봤자
답 안 나온다. 여기 있다간 꼼짝없이 죽는다. 일단 여기서 벗어나고 보자.
그리고., 결국 서른이 되던 2012년 새해의 첫날,
난 커다란 방구석에 다름없던 내 삶의 문턱 너머로 첫발을내딛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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