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어느날갑자기(유일한님)
제가읽었던 이야기들중 재미나게 본 이야기입니다.
스크롤 압박이 있어요..^^
..그건 사진의 오른쪽 귀퉁이에서 발견한 거야.
아까도 말했듯이, 그 사진 속 시체의 고개는 사진기 반대쪽으로 돌아가 있어서 시체의 얼굴을 볼 수가 없었거든.
그런데, 사진을 확대하다 자세히 보니, 시체의 고개가 돌아간 쪽에 희미하게나마 작은 거울이 일부 보이는 거야.
혹시나 하고, 그 부분을 확대해 봤어.
원래 10배 정도로 확대되어있던 사진을 더 확대하니, 아무리 화질을 보정하더라도, 흐릿하고 거칠게 보이는 거야.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그 거울에 뭔가 비치는 것이 있다는거야.
언뜻 보면 무엇인지 알 수 없었지만, 자세히 보니 사람의 얼굴처럼 보였어.
전혀 그 형체는 알아볼 수 없었지만, 사람의 얼굴인 것이 확실해 보였어.
시체의 얼굴일 수도 있는 거야.
어쩌면 이 사진을 찍은 미친 놈의 얼굴이나, 살인자의 얼굴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갑자기 소름이 쫙 끼쳤어.
사진만 취급하던 내가 진짜 살인에 관련되기 시작하는 것이 실감났어.
사람이 죽고, 사람일 죽이는 그 끔찍한 일에..
몇번을 확대하고, 보정작업을 했지만, 내가 가진 컴퓨터와 소프트웨어로써는 더 이상 선명해지지 않았어.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했지.
한승이 형이 떠오르더라..
일한이 너도 알지, 우리 영화제 했을 때 도와줬던 그 사진광 형..한승이 형이라면, 그 사진을 좀더 정확히 확대해서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거든..."
인석이가 한승이 형 얘기를 꺼내니까, 갑자기 그 끔찍했던 스티커 사진이 생각났다.
은미와 여러명의 생명을 앗아갔던 그 원혼의 스티커 사진이....
한승이 형과는 그 사건 이유로 가끔 연락을 했다. 그 사건으로 한승이 형도 그런 사진에 대해 좀더 공부를 했다는 얘기만 들었는데..
한승이 형은 우리 영화제 준비하다가 만난 사람인데, 사진 공부하기 위해 유학까지 갔다온 사람으로 사진 작가로 일하고 있었다.
한승이 형은 예술적인 사진을 잘 찍을 뿐만 아니라, 사진에 대한 기술적 지식이 전문가 이상이어서 그 스티커 사진건 때 많은 나도 그 스티커 사진때 많은 도움을 받았었다.
그런데 인석이도 한승이 형에게 도움을 청한 것 같았다.
인석이는 목이 마른지 나은 맥주를 단숨에 들이키고 얘기를 계속했다.
인석이는 뭔가 불안한지, 주위를 두리번 거리는 것이 마음에 좀 걸렸지만, 얘기는 계속되었다.
"한승이 형에게 도움을 청할 생각을 하고, 그 사진들을 지우지 않기로 결심했어.
좀 위험한 일이지만, 여기서 모든 것을 없앤다면 이 모든 의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을 포기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았거든...
그렇게 하기로 결심을 하고 창밖을 보니 어느새 동이 트고 있었어. 벌써 새벽 5시가 넘어있었어.
거의 밤을 꼬박 샌 격이었어.
시간이 그렇게 지나간 것을 보니, 갑자기 피로가 몰려오더라.
태어나서 그렇게 피곤하고, 긴 밤은 처음이었어.
혹시 누군가가 들어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방문을 꼭꼭 잠가놓고, 침대에 쓰러지듯 누웠어.
얼마나 피곤했는지, 정말 눕자마자 잠이 든 것 같아..
한 5시간 정도 잤을 거야, 아니, 악몽에 시달렸다는 것이 맞지..
내가 이제까지 봐왔던 온갓 잔혹사진들이 꿈속에서 나를 괴롭혔고, 내 주변에 나타나던 그 여자는 계속해서 나를 쫓아왔어.
결국은 내가 침대에 묶여 그 여자에게 온 몸이 잘려나가는 장면에서 비명을 지르며 잠에서 깨어난 거야.
너무 끔찍했던 악몽이어서, 머리만 아프고 잠을 제대로 잔 것 같지는 않았어.
하지만, 이 일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앉아만 있을 수 없었어.
몸을 일으켜, 한승이 형에게 전화를 걸었어.
다행히 한승이 형은 어디 나가지 않고 스튜디오에 있더라.
급한 일이라고 좀 도와달라고 하니, 선선하게 그 사진을 가지고 오라고 하더라.
한승이 형의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를 들으니 좀 마음이 놓이더라.
사진과 사진 파일을 담은 zip Drvie를 챙겨 나갔어.
저쪽 복도 끝에는 아직도 조사할 것이 남았는지, 경찰들이 왔다갔다 하더라고..
그 방쪽을 보니, 어젯밤 그 끔찍했던 살인 현장이 떠 올랐어.
나도 모르게 두려움으로 몸이 부르르 떨리더라..
엘리베이터를 혼자 타니, 갑자기 어디선가 그 여자가 튀어나올 것 같은 생각마저 들더라.
대낮에 그런 생각을 하고 무서워하는 내 모습을 보니, 한심한 생각이 들더라.
복도를 나서다 보니, 경비실 쪽에서 뭔가 다투는 듯한 소리가 들렸어.
걸음을 멈추고 무슨 소린가 하고 경비실을 들여다 보니, 어젯밤 나를 찾아온 그 형사가, 나와 같이 시체를 발견한 경비 아저씨를 조사하고 있는 것 같았어.
그 경비 아저씨는 심하게 기분이 상했는지, 언성을 높이고 말다툼 하듯이 형사에게 대들었어.
'나는 정말 아무 것도 모른다니까요! 아무도 왔다갔다한 사람이 없고, 받은 것도 준 것도 없어요!
당신도 알잖아! 왜 나를 그렇게 안 믿는 거야!
그런 식으로 나를 의심한다면, 나도 당신을 의심할거야!
어떻게 보면, 당신이나 나나 똑같은 입장이잖아! 안그래?'
형사는 어제 나를 대할때와 전혀 딴판인 흥분된 모습으로 그 경비 어저씨에게 소리를 치더라.
'그런식으로 무성의하게 대답하지 말라니까요!여기서 진상을 밝혀내지 않으면, 다음 희생자는 당신이 될 수도 있소, 그러니 아는 것 있으면, 모두 얘기하라니까요!'
경비 아저씨의 얼굴에는 좀 겁이 난 것 같은 표정이 스쳤지만, 지지않으려는 기색으로 더욱 소리를 쳤어.
'뭐라고? 다음이 내 차례라고? 지금 협박하는 거요! 만약 내가 그렇게 된 다면, 당신도 온전할 수 없을꺼야! 형사면 다야!'
둘이 싸우는 얘기를 들어봤자, 아무런 소용없을 것 같아 현관을 나섰어.
두 사람은 서로 소리를 치는 통에, 내가 지나가는 것을 못 봤어.
그 형사의 그런 태도를 보니, 좀 안심이 되었어.
좀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나만 의심받는 것 같지 않았어.
한승이 형을 향해 가는데, 갑자기 그 형사의 행동에서 이해할 수 없는 점이 떠올랐어.
어젯밤 만약 내방에서 그 사진을 그 형사가 가져갔다면, 나에 대해 왜 아무런 조치를 안 하는 것이 좀 이상하게 생각되었어.
그 형사에게는 그 사진이 별 의미가 없어 보이는지, 아니면 그 사진을 가져간 사람이 그 형사가 아니었는지..
아무 것도 답을 생각해 낼 수가 없었어.
단지 내가 확신할 수 있는 것은, 내가 가진 이 사진이 이 모든 의문에 대한 답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었어.
한승이 형은 오랜만에 찾아간 나를 반갑게 맞아줬어.
내 얼굴을 보고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을 알아챈 한승이 형은 내가 자리에 앉기가 무섭게 내 주변에 일어난 일에 대해 물어 보았어.
나는 그 여자를 보게된 일부터 시작해서 모든 것을 얘기해 주었어.
나를 정신병자로 취급할 지도 모른다는 애초의 걱정과는 달리 한승이 형은 진지한 표정으로 내 얘기를 끝까지 들어주었어.
내 얘기가 끝나자, 한승이 형은 담배를 하나 꺼내 물며 일한이 니 얘기를 꺼내더라..
'휴... 전에 일한이도 그런 사진을 들고와 내게 부탁을 하더니...
그때도 결국 아무 것도 밝혀내지 못했는데...
정말 세상에는 그런 불가사이한 일들이 많나봐..
그런데, 인석이 네가 그런 일을 할줄은 몰랐다.
내가 네게 이런 충고를 할 입장이 되는 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런 사진들을 팔고 사고 하는 것으로 돈을 벌겠다는 것은 정말 위험한 생각이다.
사진은 신문이나 자료를 위해서 있는 그대로를 찍어내는 기능도 있지만, 사물을 좀더 아름답고, 의미를 부여해서 찍는 예술적 기능도 있는 거야.
그런데 네가 취급했던 사진들은 사진이 가진 기능을 인간의 어두운 본성과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악용하는 일이다.
휴... 내가 찍는 사진이 항상 아름답고 훌륭한 사진이라고 자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인간의 아름다운 점을 부곽시키려 노력한다.
대부분의 사진이 다 그렇지..
여하튼 일이 거기까지 갔다고 하니, 내가 도와줄 수 있는 일은 도와줄게..
대신 나와 약속은 하자..
앞으로는 더 이상 그런 사진을 취급하는 일들은 절대로 안 한다고.
인간의 말초적 감각을 자극해서 잔혹성을 일깨우는 그런 사진들은 이 세상에서 없어져야 돼..
그런 사진들은 흔한 포르노 사진들 보다 훨씬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진들이거든...
휴...여하튼 그 문제의 사진 좀 보자..'
한승이 형의 말에 부끄러움으로 얼굴이 화끈거려지는 것이 느껴졌어.
나는 가져온 그 문제의 사진들과 파일을 한승이 형에게 내밀었어.
한승이 형은 아무런 말을 안하고, 사진을 살펴봤어.
그러더니, 심각한 표정으로 내게 말했어.
'이 사진들은 정밀 조사를 해 봐야 알겠지만, 그냥 보기에는 조작된 사진 같지는 않아.
무슨 얘기인지 알아? 어떤 미친 놈이 진짜 이런 끔찍한 장면을 그대로 사진으로 찍었다는 거야..
어떤 악마 같은 놈이...'
나는 한승이 형에게 내가 발견했던 부위를 확대해서 좀더 깨끗하게 보여달라고 했어.
작업실로 나를 데려간 한승이 형은, 그 사진을 모니터로 보고 확대해 봤어.
내 컴퓨터로 본 것 보다는 휠씬 선명하고 또렷하게 볼 수는 있었어.
거울에 비친 것은 사람의 얼굴이 확실해 졌어.
하지만, 어떤 얼굴이 비춰졌는지는 여전히 잘 알수가 없었어.
한승이 형은 한참을 컴퓨터를 조작하며, 몇 시간 동안 이리저리 검사해 보더니 얘기해 주더라.
'이 사진은 네 말대로 일반 카메라로 찍은 사진이라, 그 얼굴을 알아볼 정도로 선명하게 보기 위해서는 하루 정도가 걸릴 것 같아..
그리고 내 나름대로 좀 조사해 볼 것도 있고 해서..내가 최선을 다해 빨리 알아볼 테니, 내일 다시 올래.
그때까지는 내가 확실한 사실을 밝혀줄테니...'
한승이 형은 마치 자기일인 것처럼 그 사진을 분석해주기로 했어.
한번에 사실을 알 수없어 좀 아쉬었지만, 너무 고맙더라.
사진의 분석이 끝나는 대로 연락해 주기로 하고, 한승이 형 스튜디오를 나섰어.
한승이 형은 작업실을 나서는 고뇌에 찬 모습으로 내게 이렇게 말했어.
'나도 처음에는 이런 사진들을 취급하기 싫었어. 그리고 믿지도 않았지.
하지만, 일한이가 예전에 가져다 준 스티커 사진이 내 사진에 대한 믿음을 송두리째 바꾸어 버렸어.
사진은 결코 인간의 눈으로 보는 것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냐. 때로는 저 건너편의 무언가를 보여주지..
그것이 암흑의 것인지, 광명의 것인지는 모르지만....'
한승이 형의 그 말은 내게 뭔가 찜찜함을 남겨 줬어.
하지만, 한승이 형이 뭔가 진실을 밝혀 주리라 믿고 거기를 나섰어.
거리는 어느새 어둠에 쌓여 있었어.
시계를 보니, 밤 9시가 다 되었어.
오피스텔로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이런 저런 생각을 했어.
한가지 확실한 것은 이 일이 마무리 된 후에는 절대로 그런 사진을 취급하지 않기로 결심한 거야..
니네들에게도 얘기하는데, 그 동안 나는 돈에 눈이 어두워 무엇이 옳고 무엇이 옳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헷갈렸던 것이었어.
그 놈의 돈이 뭔지...휴....
오피스텔에 혼자 일찍 들어가기 실어, 근처 포장마차에서 저녁겸 술을 한잔 걸치고 오피스텔에 도착하니 밤 12시가 넘었더라.
피곤한 몸에 술을 마셔서 그런지, 소주 한병도 안 마셨는지 몸이 알딸딸하고 좀 취기가 돌더라.
경비실 안은 불이 켜져 있었지만, 경비 아저씨는 잠시 자리를 비웠는지 아무도 없었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어디선가 '퍽!퍽!' 하는 소리가 조그맣게 들리는 거야.
지하실에서 들리는 것 같기도 하고, 엘리 베이터 안에서 들리는 것 같기도 하고, 잘 감을 잡을 수 없었어.
사실 어떤 소리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뭔가가 내려쳐지는 소리였어. 괜히 겁이 나더라.
엘리베이터가 오자 얼른 올라탔어.
문이 닫히니 그 소리는 들리지 않더라.
하지만, 혼자 엘리베이터 오르니 또 그 여자 얼굴이 떠 오르더라.
엘리베이터 어디선가 나를 지켜보는 것 같아 무서웠어.
너희들이 보면 비웃을지도 모르지만, 겁이 난 나는 엘리베이터 벽에 등을 붙이고 빨리 엘리베이터가 올라가기만을 빌었어.
한층, 한층 올라갈때마다, 지난번처럼 문이 열리고 그 여자가 그 무시무시한 모습으로 내 앞에 서 있을 것 같아 겁이 났어.
하지만, 그 날은 다행히 아무 일도 없더라..
아무일없이 올라온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나는 잽싸게 엘리베이터를 나섰어.
복도에서 서서, 저쪽 살인이 났던 방을 보니 이제 더 이상 조사할 것은 없는지 아무도 없고 불도 꺼진채 였어.
보이는 것은 출입금지를 나타내는 테잎뿐이었어.
그것을 보니 등골이 오싹해지더라.
도망치듯이 복도 반대편에 있는 내 방쪽으로 뛰어갔어.
어두운 복도 구석에서 누군가가 내 뒷덜미를 낚아챌 것 같았어.
복도 주위를 돌아보며, 떨리는 손으로 방 열쇠를 들었어.
그런데, 이게 왠일이니..
분명히 낮에 잠그고 나간 방문이 스르르 열리는 거야.
그 순간 얼마나 겁이 나던지...
움직일 수가 없더라..
심장 박동이 갑자기 빨라지는 것이 느껴졌어. 쉼 호흡을 하고 문을 열었어.
방안은 칠흙같은 어둠에 쌓여 있었어.
혹시 뭔가가 튀어나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주먹에 힘이 가더라.
식은 땀이 흘렀어.
벽을 더듬어, 방안 전등을 켰어.
방안이 밝아지는 순간, 나는 너무 놀랐어.
누군가가 방안을 엉망으로 만들어놓 것이야. 도둑이 들어왔는지 책상이며, 옷장이며 할 것없이 다 꺼내져 있고, 온 방안이 뒤집어져 있는 거야.
불길한 예감이 들어, 책상을 보니 컴퓨터가 통채로 없어졌어.
그리고 그 문제의 사진들이 한 장도 남지 않고 없어진 거야.
내가 이제까지 모아왔던 잔혹 사진과 자료들이 모두 없어졌어. 더욱 이상한 것은 그 이외에 없어진 것은 없는 것이었어.
없어진 것들이 그런 사진들이었으니, 경찰에도 신고할 수 없었어.
혹시 경비 아저씨가 누가 왔다갔다 한 것을 알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인터폰으로 경비실에 연락했어.
그런데 자리에 없는지 한참을 신호가 갔는데도 대답이 없는 거야.
나는 초조한 마음으로 인터폰을 들고 있었어.
갑자기 '딸깍'하는 소리와 함께 인터폰을 받는 거야.
나는 다급한 목소리로 경비 아저씨에게 내 방에 누가 들어왔었다고 얘기했어.
그런데 이상하게도 인터폰 저편에서는 아무런 대답이 없는 거야.
단지 '시..식 시..식..'하는 귀에 거슬리는 낮은 신음소리만 들리는거야.
나는 계속해서 경비 아저씨를 불렀어.
역시 아무런 대답이 없었어.
불길한 예감이 엄습했어. 그때였어.
인터폰을 통해 찢어질듯한 처절한 단말마의 비명소리가 들리는거야.
얼마나 끔찍한 소리였는지, 소리만으로 그 비명의 주인공이 당하는 참혹한 고통이 눈에 보이는 것 같았어.
그 소리를 듣는 순간, 나는 너무 충격을 받아 움직일 수가 없었어.
그리고는 저편의 인터폰은 누군가의 손에 의해 끊어졌어.
나는 본능적으로 복도로 뛰어갔어. 공포와 두려움이 뒤섞인 감정은 내 이성을 거의 마비시켜 버렸어.
단숨에 엘리베이터 앞까지 뛰어갔어.
숨을 몰아쉬며 엘리베이터 버튼를 눌렀어.
1층에 있던 엘리베이터는 고장이 났는지, 버튼을 눌렀는데 움직일 생각을 안 했어.
잠시 망설이다가, 계단으로 뛰어 내어가려고 하는 순간이었어.
기다렸다는 듯이, 한참을 1층에 서 있던 엘리베이터가 올라오기 시작했어.
그런데... 그런데 말야..
지금 그때를 생각해 봐도 참 이상해...
올라오는 엘리베이터를 보니, 그 엘리베이터를 꼭 기다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
뭔가에 홀린 것처럼 그 다급한 상황에 멍하는 올라오는 엘리베이터 층수만 보고 서 있던 거야.
발이 바닥에 박힌 것처럼 움직일 수가 없더라...
엘리베이터는 5층, 6층, 7층.. 천천히 올라왔어.
이윽고 '땡'하는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는 9층에 올라왔어.
그리고... 문이 스르륵 열렸어.
엘리베이터가 열리자, 나는 내 앞에 벌려진 모습을 보고 온몸이 얼어붙는 듯한 충격을 받았어.
내 앞에 열린 엘리베이터에는 경비 아저씨가 천장에 거꾸로 매달린 채로, 두 팔과 한다리가 잘려나간 채로 피를 뿜으며 대롱대롱 매달려 있던 거야.
경비아저씨는 바로 내가 이전에 KillYou에게 받은 사진과 똑같은 모습으로 처참히 짓이겨나간 것이였어....
...그 경비 아저씨의 시체는 그 사진속에서 걸어나온 것처럼 너무 똑같았어.
단지 다른 것은 엘리베이터에 매달려 있다는 것이었지.
그런데 이상한 것은 처음 봤을때는 심장이 얼어붙는 듯한 충격을 느꼈지만, 금새 침착해지더라.
물론 두려움도 느껴졌지만, 뭔가 이상야릇한 감정이 느껴졌어.
뭐랄까... 항상 사진으로 보던 것은 실제로 보니 더 좋은 느낌 있잖아?
비유가 적당한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그 때는 생각한 것보다 여유있게 대처한 것 같아.
하지만, 다음 순간 두려움보다 불안함이 느껴졌어.
이번에도 내가 시체를 발견했으니, 까닥하면 가장 유력한 살인범으로 몰릴 것 같았어.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다급해지기 시작했어.
엘리베이터는 고장이 났는지, 문이 닫히지도 않고 움직일 생각도 않했어.
우선 난장판이 되어 있는 내 방으로 돌아와, 경찰에 신고했어.
방안에 발디딜 틈도 없었지만, 뭐 하나 잘못 만졌다간 나중에 더 의심을 받을 것 같아 가만히 앉아서 담배를 꺼냈어.
나도 모르게 담배를 든 손이 떨리더라..
무서워서 그런 것이 아니었어.
내게 돌아올 의심이 두려웠던 것이었지...그때였어.
나 혼자 있는 방안에서 누군가가 나를 지켜보는 듯한 시선이 느껴졌어.
서늘하고 기분 나쁜... 어떻게 생각하면 그 느낌에는 익숙함도 포함되어 있어.
지난번에도 느꼈던... 바로 그 여자가 내 주변에 나타났을 때, 느껴왔던 그 등골이 오싹한 느낌이었지..
자동적으로 시선은 방안을 돌아, 창밖을 향했어.
머리끝이 쭈볏거리고, 손에 든 담배를 놓쳤어.
창밖에는 그 여자가 무시무시한 표정을 하고 나를 노려보고 있었어.
내가 더욱 무서웠던 것은, 그 여자가 머리 머리위부터 발끝까지 새빨간 피를 뒤집어 쓰고 있는 모습이었어.
소름이 끼치는 그 여자의 모습에 나는 움직일 수도, 시선을 뗄 수도 없었어.
그 증오와 살기에 가득찬 눈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았어.
어떻게 해서라도, 이방에서 뛰쳐나가고 싶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어. 정말 미칠 것 같더라...
얼마동안 그 여자를 보고 있는지 기억이 나질 않아.
내가 기억할 수 있는 것은 복도에서 발자국소리가 들려오는 순간, 어느새 그 여자의 모습은 창 밖에서 사라졌고, 나 역시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된 것이지..
복도의 웅성거리는 소리와 발자국 소리들이 들려오자, 나는 몸을 일으켜 복도쪽으로 나섰어.
뭔가에 홀린 듯한 느낌은 지울 수 없지만, 내게 급한 것은 나를 위협하는 귀신보다는 살인 누명을 벗어야 하는 것이었어.
복도로 나가보니, 경찰들이 모여서 엘리베이터에 매달려 있는 시체의 사진을 찍고 부산을 떨면서 조사하고 있었어.
천천히 다가가면서, 내가 신고한 사람이라고 밝히자 경찰들이 다가와 쉴새없이 질문을 해대기 시작했어.
나는 내가 보고 들었던 것을 그대로 얘기했어.
물론 창밖에서 그 여자를 본 얘기는 빼고...
그런데, 경찰의 질문에 답하면 답할수록, 나를 보는 경찰들의 눈빛이 심상치 않다는 것이 느껴졌어.
내 말을 믿지 못한다는 눈치였어. 나도 모르게 필사적으로 되어, 내가 목격한 상황을 설명했지만, 경찰들은 노골적으로 나에 대한 의심을 드러냈어.
나중에는 화가 나더라...
결국에는 그렇게 나를 의심한다면 증거를 가지고 와서 나를 잡아가라고 소리를 지르고 내방으로 돌아왔어.
내가 그렇게 흥분한 모습을 보이자, 나를 심문하는 경찰들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이었어.
방엔 들어와, 불안함을 억누르고 잠시 생각해봤어.
최대한 내 편한 쪽으로 생각한다 하더라도, 경찰 입장에서는 당연히 내가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보이는 거야.
한가지 물증만 발견된다면, 나는 꼼짝없이 잔인한 이 연쇄살인의 범인으로 몰리게 될 판이었어. 그러다 보니, 어질러진 방안이 눈에 띄었어.
그 사진이 없어진 것이 생각나자, 그 불안감은 두려움으로 변했어.
누군가가 가져간 거라면, 내가 살인 사건과 똑같은 사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안다는 거였어.
그런데, 도대체 누가 방문까지 뜯고 그것을 가져갔는지 감을 잡을 수 없었어.
분명히 보통 도둑이 든 것은 아니었어.
하지만, 그때 나로써는 도무지 풀 수 없는 문제였어.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모든 일이 의문 투성이였어.
그때 내게 남은 희망은 한승이 형이 그 사진을 통해 뭔가를 밝혀주는 것 하나뿐이었어.
저절로 한숨이 다 나오더라..그때였어.
누군가가 문을 세차게 두둘기며, 소리치는 것이 들렸어.
왠만하면 모른척하고, 혼자 있고 싶었어.
하지만, 정말 문을 부서져라 두들기는 거야.
그리고는 '안 나와! 이 살인마 새끼야!!!' 하는 분노에 찬 목소리가 들렸어.
무슨 일인가 하고, 문을 내다보니 어제 왔던 그 형사가 엄청 흥분한 모습으로 문을 부서져라 두들기고 있는 거야.
나는 단지 목격자라는 얘기를 해주기 위해, 문을 열었지.
문을 열자마자, 그 형사는 성난 표정으로 방으로 들어왔어.
그리고는 다짜고짜 내 멱살을 잡고 소리를 치는 거야.
'이 개색기야! 니가 사람을 그렇게 죽인다고 우리가 겁 먹을줄 알아!
우린 니 생각처럼 그렇게 만만하지 않아! 허튼 수작 부리면, 다음 차례는 니가 될꺼야!'
그 형사는 어제의 침착한 모습과는 전혀 딴판인 살기 띤 표정을 한채로 씩씩거렸다.
나는 그 사람이 그렇게 흥분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무슨 얘기하는 거예요? 나는 아무짓도 안 했다니까요!
단지 무능력한 당신들이 못 잡은 그 범인이 갈기갈기 찢어놓은 시체만 발견한 것이라니까요!'
나도 화가 나서 한미디 쏘아 붙었어.
그랬더니 그 형사의 얼굴이 분노로 새하얗게 변하더니 온 몸을 부르르 떠는 거야.
다음 순간 그 형사가 휘두른 주먹에 나는 뒤로 나동그러졌어.
'니가 무슨 일을 해도 내 손아귀를 벋어날 수 없을 거야! 여기서 죽어라! 살인마야!'
그리고는 그 형사가 권총을 꺼내, 쓰러진 나를 향해 겨누는 거야.
얼마나 황당하고 놀랐던지...
다행히 달려온 동료 경찰들이 그 형사를 덮쳐, 총알이 내 머리를 뚫는 비극은 막을 수 있었어.
그 형사는 동료들에 의해 억지로 끌려나가면서도, 계속해서 나를 향해 소리치는 거야.
'다음번에 니가 먼저 사람을 죽이기 전에, 내가 먼저 너를 죽여줄 거야! 반드시!!!'
그 형사가 끌려나가고, 다른 경찰들은 당황한 표정을 한 채 내게 미안하다고 그랬어.
다들 정의감 넘치는 그 형사가 살인마에 대한 맹목적인 분노를 엉뚱한 데 표출한 것일 뿐이라며, 내게 용서를 구했어.
내가 그 형사의 행패를 확대시킬 것이 걱정되는지, 모두들 머리를 숙이며 사과했어.
하지만, 나는 끌려나가면서도 흥분을 감추지 못한 그 형사의 얼굴이 생각났어.
정말 나를 죽일 기세였거든..
그런데 그 형사는 살기와 더불어 뭔가를 두려워하는 듯한 느낌을 주었어.
마치 겁에 질린 자기 모습을 감추기 위해, 더욱 과격한 행동을 하는 것 같은....
괜찮다며, 경찰들을 내 방에서 내보냈어.
방을 나서던 경찰들은 어지러진 내 방안을 의심스러운 눈길로 한번씩 쳐다보며 나갔어.
그런데 방을 나서던 경찰들이 나누던 얘기가 내 귓가에 비수같이 ?혔어
'박형사 지난번에도 이러지 않았어?'
'그러게 말야.. 한 2년 됐지.. 그때도 용의자를 거의 반죽음 만들었지. 그 용의자가 범인으로 판명되었으니 다행이지...휴... 정의감도 지나치면 문제야...'
그 얘기를 듣고나니, 그 형사의 이상한 행동이 약간은 이해가 갔다.
잔혹한 살인을 하는 살인마에 대한 무조건적인 증오와 적개심을 가진 형사라....
하지만, 그 형사의 두려운 표정은 좀 이해가 되지 않았어.
어쩌면, 그 잔혹한 살인을 무서워하는 것일지도 몰랐어.
여하튼 모두가 빠져나가고, 다시 어질러진 방안에 혼자 남게되자 이런저런 생각을 했어.
모든 것이 뒤죽박죽 했지만, 뭔가 실마리가 보이는 것 같기도 했어.
하지만, 그 실마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아직 확신이 가지않았어.
이 방 주변, 아니 내 주변을 맴도는 그 끔찍한 여인의 혼령, KillYou라는 미친놈으로부터 온 기괴한 의뢰와 잔혹한 사진들, 그리고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사진 속의 처참한 살인들...
이 모든 것은 분명히 서로 연관성을 갖고있는 것 같았어.
하지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그 의문을 풀기는커녕 더욱 복잡해지는 거 같았어.
도저히 답을 찾아낼 수 없었어.
나는 이 모든 것에 대한 해답을 한승이 형이 줄 사진 분석 자료에서 찾아내길 바라며, 지친 몸을 이끌고 침대에 누웠어.
침대에 누워서도 그 생각만 하다가 잠이 들었어.
다음날, 요란한 전화벨 소리에 잠이 깼어.
간만에 그 여자의 방해 없이 푹 잠을 잔 기분이었어.
하지만, 잠이 덜 깬 상태에서 어지러진 짐 속에서 간신히 전화를찾아내 수화기를 들었어.
한승이 형이었어. 한승이 형의 심각한 목소리를 듣는 순간, 나는 충격과 함께 잠이 확 깼어.
'인석아, 네가 준 사진을 분석해 봤는데... 이게 네가 원하던 답이였는지 모르겠지만..
나도 내 눈을 믿을 수 없다. 여하튼 만나서 얘기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