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어느날갑자기(유일한님)
제가읽었던 이야기들중 재미나게 본 이야기입니다.
스크롤 압박이 있어요..^^
창밖의여자 마지막화입니다.. ^^
..너무나 무서웠어.
그 여자는 움직임도 없이 원한 서린 눈으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어.
하지만 그 시선으로도 심장이 멈출 것 같은 공포를 느꼈어.
그 섬뜩한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손가락 하나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었어. 단지 바들바들 떨고만 있었어.
천장에 떠 있는 채로 나를 바라보고 있던 그 여자는 천천히 내 쪽으로 내려오는 거야.
나는 의자에서 일어나 도망가야겠다는 생각을 간절히 했지만, 몸이 말을 안 들었어.
아직도 내가 결박에서 묶여있는 것처럼 느껴졌어.
그 여자의 끔찍한 얼굴은 점점 내게로 다가왔고, 나는 정말 미칠 것 같았어.
거의 내 얼굴에 닿을 것만큼 다가왔을 때, 간신히 의자에서 일어날 수 있었어.
나는 미친 듯이 문쪽으로 달려갔어.
하지만 문은 왠일인지 꿈쩍도 안하는 거야. 잠겨있지도 않은데 열리지 않는 거야!
뒤를 돌아보니, 그 여자가 그 형사놈을 갈기갈기 찢어 죽일때와 똑같은 모습으로 서서 나를 노려보고 있는 거야.
그 눈은 다음 차례는 바로 너야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았어.
그 여자 옆에는 온 몸에 난 수십개의 구멍에서 피를 흘리는 형사의 시체가 정말 글자 그대로 참혹하게 서 있었어.
나는 그 여자를 보고 미친 듯이 소리쳤어.
'나는 아니야! 나는 당신 죽음에 아무런 책임이 없단 말야!! 나를 가만놔줘!!!'
정말 나도 미치는 줄 알았어.
목이 터져라 외쳤지만, 그 여자는 미동도 안하고 나에게 똑같은 시선을 보내고 있었어.
그 순간 갑자기, 내 머리 속을 스치고 지나가는 일이 있었어.
그 여자가 처음부터 내 주변을 맴돈 이유가 뭘까...
그리고는 한승이 형에 그 여자가 나온 사진들을 보면서 내게 해주었던 얘기가 생각났어.
'너 왜 심령사진들이라는 것이 생기는 줄 알아?
영혼이나 귀신같은 것은 무슨 매개체에 달라붙는다고 하더라.
사진이 그 대표적인 예이지..
쉽게 말하면, 사진에 찍힌 그 귀신은 그 사진 주변에서 맴도는 거야.
그래서 귀신 사진을 찍은 사람들은 항상 그런 귀신들을 목격하거나, 악마 사진을 찍은 사람들은 해를 입기도 한다고 하잖아.
마치 무서운 얘기를 많이 하는 사람이나, 공포 소설을 쓰는 사람 주변에 귀신이 모여든다는 얘기처럼..
예전에 내 가르치던 교수님 동생이 신부였는데, 그 신부님을 찍은 사진에 악마의 눈동자들이 보였대.
그리고 다음날 이유도 없이 죽었고.. 그런 불가사의한 일들은 정말 알게 모르게 발생하고 있거든...
그런 귀신이나 악귀가 찍힌 사진을 보면, 수집하거나 보관하기 보다는 그냥 태워버리는 것이 최고야.
이런 얘기하는 것은 좀 부끄러운 일이지만, 나도 직업 상 그런사진을 보게 되면 일만 마치고 없애버려.
무섭잖아? 하긴, 일한이가 가져온 그 섬뜩했던 스티커 사진들은 자기 스스로 불타서 없어졌지만...
아마 네가 가져온 그 사진들도 그 여자의 원혼을 끌어들이는 작용을 하는지도 몰라..'
한승이 형의 얘기가 생각남에 동시에, 그 형사놈이 바닥에 내던진 그 여자에 관한 엽기적인 사진들이 눈에 띄었어.
어떻게 하던지간에, 내가 여기서 살아나가기 위해서는 그 사진을 없애야 할 것 같았어.
말도 안되는 생각같지만, 그 때는 정말 절박했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 무시무시한 곳에서 빠져 나오고 싶었거든..
주머니에 손을 넣어 라이터를 꺼냈어.
그리고는 바닥에 떨어진 그 사진들을 들어 불을 붙이려 했어.
그 여자 원혼은 여전히 무시무시한 모습을 한채 천천히 내게 다가왔어.
피 투성이가 되어있는 한 손에는 그 형사를 난도질 한 날카로운 사냥칼이 그 형사의 피를 뚝뚝 떨어트리고 있는 거야.
그 모습을 보니 무서워서 사진들과 라이터를 든 손이 덜덜 떨리는 거야.
손이 너무 심하게 떨려 라이터를 킬 수도 없었어.
몇번을 시도했지만, 라이터는 불꽃만 튈 뿐 불은 켜지지 않았어.
그 악귀는 점점 내게 다가왔고, 당장이라도 나의 목을 딸 기세였어.
나는 그 여자가 다가오는 것을 보면서, 불을 붙이려니 더 안되는 거야.
그 여자는 손 뻗으면 닿을 정도로 다가 왔어.
그 끔찍한 모습을 바로 코앞에서 보니, 차마 무서워서 제대로 볼 수 가 없을 정도였어.
우선 머리에서 발끝까지 새빨간 피가 흐리고 있고, 빨간 피를 뒤집어쓴 그 얼굴에 그 원망이 서린 섬뜩한 눈빛은 정말 똑바로 쳐다보면 안될 것 같이 무시무시했어.
너무 무서워지니까, 그냥 눈을 감게 되더라.
더 이상 그 섬뜩한 모습을 보다간 무서워서 라이터를 못 켤 것 같았어.
눈을 감으니까 내 심장 고동소리가 너무 크게 들리는 거야. 다시 한번 정신을 집중하고 라이터를 켜봤어.
눈을 떠보니 이번에는 불꽃이 솟아올랐어.
불꽃너머로 그 여자 원귀의 모습이 보였어.
떨리는 손으로 사진을 라이터에 갖다댔어.
그 사진들은 순식간에 타오르기 시작했어. 나는 손이 뜨거워지는 것도 모르고 활활 타오르는 사진을 들고 있었어.
그리고는 그 불타는 사진을 바로 앞까지 다가온 그 악귀에게 던졌어.
그런데 이게 왠 일이니.
사진과 함께 그 여자에게 불이 옮겨 붙어 삽시간에 활활타는 거야.
그 여자 원혼의 몸에 기름이라도 발라져 있는 것처럼 불 붙는거야.
나는 그 광경에 충격을 받아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어.
그런데 그 때 내 눈은 불속에서 사그러지는 사진과 함께 서 있는 그 여자의 눈과 마주쳤어.
아마 평생 그 모습은 잊을 수 없을 거야.
불이 활활 타오르는데도 아무런 동요 없이 나를 노려보고 있기만 하는 거야.
그 눈에 한없는 분노와 증오를 담고서...
그리고는 불꽃과 함께 그 여자 모습은 사라졌어.
그렇게 활활 타던 불은 언제 그랬다는 듯이 말끔히 사라졌어. 그 여자도 없어졌고..
나는 자리에 힘없이 주저앉았어.
내 건너편에는 자기 죄값을 받은 듯이 참혹하게 죽어있는 그 형사의 시체만 덩그러니 서 있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모르겠더라.. 그 때는...
내 발치에는 그 여자가 들고 있든 피묻은 사냥칼이 놓여있었어.
나도 모르게 그 칼을 들었어.
한참을 멍하게 그 피묻은 칼을 보고 있었어.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때 나는 그 칼을 보면서 자살을 생각하고 있었던 같아.
그 칼로 내 목을 그어버리고 싶은 충동마저 느끼고..
그 경험이 내게는 견딜 수 없는 충격이었나 봐...
하긴 너희들도 만약 그런 경험을 하게 된다면 어쩔 수 없었을 거야. 정말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내가 목격한 이 사건들을 과연 사람들이나 경찰이 믿어줄까 의문이었어.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 분명했거든.. 사실 나라도 믿지 않을테니...
얼마를 우두커니 앉아 있었는지 기억이 안나..
단지 기억나는 것은 창밖으로 해가 뜨는 것이 보였다는 거야.
밤을 샌 것이지.
햇살이 얼굴에 비치자, 이대로 있어서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리고는 아무 생각없이 방을 나섰어.
그리고 하루종일 길거리를 아무 생각 없이 돌아다녔어. 그런데 돌아다니던 모든 사람들이 무섭게 보이는 거야.
다들 가슴 속 깊은 곳에 그 형사 놈 같은 잔혹하고 악마적인 본성을 숨기고 있는 것 같아 보였어.
나 역시 그들과 똑같아 보였고... 모든 걸 잊고 싶었어. 정말...
그렇게 돌아다니다가 너희들이 떠올랐어.
너희들이라면 내 얘기를 믿어주진 않아도 들어줄 것 같았어.
그래서 너희들에게 만나자고 한거야. 그게 어제 일이야..."
인석이는 얘기를 마치고 목이 마르다는 듯이 맥주를 들이켰다.
나와 성준이는 충격에 멍해있었다. 나는 목쉰 목소리로 인석이에게 물어봤어.
"그럼 넌 어제 이후로 그 일이 어떻게 되었는지 모른다는 거야"
인석이는 모든 것을 체념한 표정을 하며 힘없이 대답했어.
"그래... 어제 아침에 뛰쳐나온 후 뭐가 어떻게 돌아갔는지 아무 것도 몰라. 한승이 형에게는 한번 전화를 해봤지만, 밖에 나갔는지 전화를 안 받더라..."
성준이는 못 믿겠다는 어조로 인석이에게 얘기했다.
"그런데.. 난 좀 못믿겠어. 왜냐하면 그 정도 엽기적인 연쇄 살인사건이 정말 일어났다면, 신문이나 방송에 난리가 났을텐데 거기에 대해선 한 줄도 안 났거든..그거 좀 이상하지 않니?"
성준의 말을 들으니, 나도 좀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진짜 인석이의 말이 모두 사실이라면 사건도 보통 큰 사건이 아닌데, 그렇게 잠잠한 것이었다.
인석이는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거리며 대답했다.
"그래 그것은 나도 이상했어.살인 사건이 발생했을 때부터 생각했는데, 이상하게도 방송이나 신문에 아무 얘기도 없는 거야.
안 그래도 한승이 형도 그 얘기를 하는 거야.
그런데 솔직히 나도 그 이유를 모르겠어.
하지만 확실한 것은 내가 본 것은 정말 사실이라는 거야. 하늘에 대고 맹세할 수 있어."
인석이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우리 사이에는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나는 심정적으로 인석이를 믿고 싶었다. 사실 나도 비슷한 경험을 한 적도 있고, 인석이가 이런 터무니없는 거짓말을 할 놈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황당해서 믿기가 힘들었다.
실제로 그런 참혹한 사진들을 올려놓은 사이트들이 있다는 것을 들었고, 일부 호기심 많은 청소년들이 그런 사이트를 찾아 다닌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런 사진들과 얘기들은 전부 먼나라 얘기처럼 들렸기 때문이었다.
정말 공포영화에서나 나올만한 얘기처럼 들렸다.
성준이는 표정으로 봐서 인석이 말을 안 믿는 것 처럼 보였다.
인석이는 그런 우리 분위기를 눈치챘는지, 체념 조로 얘기했다.
"휴... 너희들도 잘 믿지 않는 구나.. 하긴 나라도 그런 얘기를 들었다면 잘 믿지 않았을 거야.
그래도 고맙다. 너희들에게 다 얘기하고 나니 한결 기분이 나아지는 것 같다."
인석이의 초췌한 얼굴을 보니 안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걱정도 되었다.
"그러면 이제 부터는 어떻게 할 생각이니?
그래도 경찰에 찾아가 니가 목격한 얘기를 해 줘야 할거 아냐.
안 그러다간 정말 살인범으로 몰리겠다.
지금 당장이라도 경찰에 가서 믿든 안 믿든 모든 것을 털어놓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인석이는 내 말을 듣고 땅이 꺼질듯한 한 숨을 내쉬었다.
"네가 경찰이면 이 말을 믿어 주겠니? 사진 속의 귀신이 나와 사람을 죽이고, 형사까지 죽였다는..휴...
그리고 이제 더 이상 내가 경찰을 찾아갈 필요가 없겠다. 저기 나를 데리러 온 것 같네.."
인석이는 문가쪽을 보면서, 담담하게 말했다.
문쪽에는 인석이가 말한 것처럼 형사로 보이는 사람들이 우르르 들어와 우리쪽으로 걸어오는 것이었다.
인석이는 도망칠 생각도 없는지, 그냥 앉아서 맥주를 들이켰다.
그 사람들은 우리 테이블을 둘러쌓더니, 인석이를 보고 말했다.
그 사람들은 무슨 이유인지, 인석이를 두려워하는 것 같았다.
"조인석씨죠? 경찰서에서 나왔습니다. 같이 가시죠. 이유는 아시죠?"
인석이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혈질인 성준은 그 분위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항의조로 경찰에 얘기했다.
"아니 무슨 이유로 이 친구를 연행하는 거죠? 체포영장이라도 가져온 거예요?"
형사중에 한 사람이 성준의 질문에 품에서 뭔가를 꺼내며 차가운 어조로 대답했다.
"여기 체포영장입니다. 조인석 씨는 김철수, 장석원, 박지석의 살인 용의자로 검거되는 것입니다. 자, 수갑을 차시죠."
인석이는 정말 범인인 것처럼 고개를 숙이고 아무말 없이 수갑을 찼다.
그리고는 우리쪽을 돌아보지도 않고 형사들에게 끌려갔다.
나와 성준이는 너무 갑작스럽게 일어난 그 일에 대해 멍하니 보고만 있었다.
술집을 나가기 직전, 인석이는 우리를 돌아다봤다.
인석이의 눈은 모든 것을 포기한 사람의 눈 같았다.
하지만 나는 그때 왠일인지 인석의 무죄를 확신했다.
성준은 성이 안 차는지, 아까 체포영장을 들이대던 그 형사를 잡고 따져 물었다.
"도대체 무슨 증거가 있는 거예요? 저 친구가 살인을 했다는!"
그 형사는 기가 차다는 듯이 우리를 돌아보더니, 싸늘한 어조로 대답해주었다.
"증거가 있냐고요? 이봐요. 당신 친구는 살인현장에 온갖 증거를 남겼소.
마치 내가 범인이니 잡아가시오 하는 것 같았소. 자세한 것은 나중에 법정에서 들어보세요.
아마 사형선고 받을거요. 세상에 사람을 그렇게 죽이다니... 그것도 경찰까지..."
그렇게 말해놓고는 그 형사는 더 이상 상대할 가치도 없다는 듯이 휙 돌아서 멍하니 있는 우리를 남겨두고 술집을 나갔다.
나와 성준이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서로의 얼굴만 바라보고 있었다. 성준이는 내게 물어봤다.
"그 자식, 정말이었을까?"
"나도 솔직히 모르겠다. 하지만 인석이 그 자식이 살인을 저질렀을리가 있냐?"
"그래도.... 그 자식 좀 이상해 보였잖아? 그런 사진들 취급하는 것 봐도..."
성준이는 인석이가 무죄라는 것에 대해 확신이 없는 것 같았다.
나도 겉으로는 인석이가 무죄라도 얘기했지만, 상식적으로 귀신이 그 사람들을 다 죽였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었다.
내가 이 정도니, 경찰이 믿어줄리 없을 것 같았다.
그래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어, 한승이 형에게 전화를 했다.
인석이 얘기를 꺼내자, 한승이 형은 기다렸다는 듯이 내게 충격적인 얘기를 해주었다.
"인석이랑 전화하다가 갑자기 끊긴 이후로 연락이 안되더라.
걱정했는데... 결국은 그렇게 되었구나..
다른 것은 모르겠지만, 인석이가 맡긴 사진들은 진짜였어.
그 여자 모양의 괴기한 현상도 정말로 나타났어.
그리고 인석이에게 얘기해 줄 것이 있었는데...
인석이 부탁대로, 거울에 비친 그 얼굴 주변을 더욱 확대해 봤어. 인석이 추측이 들어맞었어.
수십배 확대하고 선명하게 하니, 거울에 비친 것이 그 시체의 얼굴뿐만 아니라, 다른 것이 나타났어.
바로 그 사진을 찍은 사람의 얼굴이지.카메라에 가려져 전체 얼굴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얼굴의 부분만
으로도 그 사람이 누구인지를 짐작할 수 있겠더라...."
한승이가 얘기해준 범인의 정체는 정말 믿을 수 없었다.
정말 믿기지 않았다.
나는 멍한 채,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한승이 형은 필요하다면 법정에 출두해 증언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한승이 형의 증언이 인석이에게 얼마나 도움일 될지 확신할 수 없었다.
잘못하다가는 인석이가 그런 참혹한 사진에 광적인 흥미를 가진 사람으로 비칠 위험도 있는데다가, 아무리 귀신같은 것이 보인다하더라도 판사가 그것을 조작되지 않는 실제 사진으로 받아들이지도 의문이었다.
도무지 방법이 없어 보였다.
더구나 인석이가 잡혀가는 모습을 보니, 스스로가 무죄를 항변하는 것을 포기한 사람으로 보여 가망은
더욱 없어보였다.
자리에 돌아와 보니, 성준이가 심각한 표정으로 연신 담배를 태워댔다. 그 자식 표정도 밝지 않았다.
"야, 일한아, 난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 자식 좀 이상해? 정말 그런 일이 일어났겠어?
귀신이 사람을 죽이고 다니고... 너 전화하는 동안, 인석이가 했던 얘기들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봤는데... 대충 이렇게 생각해 볼 수 있었어.
우선 범인이 인석이라는 가정을 해보자.
인석이는 그런 사진을 취급하다, 그런 사진에 대해 병적으로 집착하게 되었어. 그러다가 살인을 하게 되었어.
그 대상이 KillYou가 보내왔다고 얘기한 사진 속의 여자야.
그러니깐 애초부터 KillYou라는 놈은 없었던 거야.
인석이 혼자 살인하고 사진을 찍은 것이지. 공범이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그리고, 어떤 이유에선가 그 같은 층에 사는 컴퓨터 프로그래머를 죽였어. 자기가 만든 두 번째 작품이지.
그렇다면 왜 이미 자기가 만든 사진과 똑같은 사진을 찍냐고?
그렇게 이해해보면 돼. 원래 예술가나 뭔가 만드는 사람들은 더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똑같이 생긴 것을 여러번에 걸쳐 만들잖아.
자기 마음에 드는 것이 만들어질 때까지..
인석이 그 놈도 그런 심리상태였다고 생각해보자.
그러다가 경비 아저씨가 인석이에게 뭔가 석연치 않는 점을 발견했을 거야.
인석이 얘기를 들어봐도, 그 경비 아저씨와 같이 시체를 목격했다고 했잖아. 그 뭔가 의심받을 짓이나 물건이 경비 눈에 띄었을거야.
그러다가 그 경비가 경찰에 심문받는 것을 보고, 위기감을 느껴 살해한 거야.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 형사야.
인석이 말에 의하면 그 형사는 글자 그대로 살인범을 극도로 싫어하는 사람이었다고 치자.
그렇다면 그 형사는 유력한 살인 용의자로 생각되는 인석이를 가만 놨두었겠니.
몇대 때리고 윽박질렀겠지.
그러니 그 형사가 자기를 의심한다고 생각한 인석이가 4번째 살인을 저지른 거고...
어때? 이정도면 그럴듯한 추리아니냐?"
나는 성준의 말을 듣고 내심 놀랐다. 솔직히 나도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설마하며 부정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러면, 인석이가 봤다던 그 여자 원귀는 어떻게 된거야?"
"그건... 사람을 그렇게 죽였으니 일말이라도 양심의 가책을 느꼈을 거 아니니? 그 가책에 시달리다 환각증세를 본 것일 수도 있잖아. 아니면, 그 귀신을 목격한 얘기는 진짜일 수도 있고..
그리고 한승이 형의 사진 역시 이렇게 생각하면 답을 찾을 수 있어.
인석이가 그 여자를 죽여놓고 사진을 찍었는데, 거기서 이상한 것을 발견한 거야. 그래서 한승이 형에게 분석을 의뢰한 것일 거야.
생각해봐. 자기가 죽인 사람의 사진에 이상한 것이 보인다면 얼마나 겁이나겠냐? 그걸 알아보려고 맡긴 거 아닐까?"
성준이의 논리는 한편으로는 황당한 것 같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나름대로 타당해 보였다.
나는 성준이와 헤어지면서 한마디 했다.
"나도 솔직히 인석이가 그런 짓을 했는지 확신할 수는 없어. 그래도 친구인데, 한번 알아볼 생각이다.
우리가 모르는 진실에 대해. 만약 인석이가 정말 무죄라면, 내가 진실을 밝히면 자연히 인석이는 풀려날 것 아니니..."
며칠 동안 잡혀가는 인석이 얼굴이 계속 머리속에 감돌아, 아무일도 할 수가 없었다.
인석이는 정식으로 살인범으로 기소되어 법정에 서게 되었다.
나는 혹시나 하고 인석이 변호를 맡은 변호사를 찾아갔다.
유능해 보이는 변호사였지만, 인석이에 대해서는 별로 자신이 없어 보였다.
"저도 간신히 인석씨에게 모든 얘기를 들었습니다. 솔직히 믿을 수 없더군요.
하지만, 변호사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백방으로 알아봤습니다.
우선 한승씨라는 사진 작가에게서 받은 그 사진 속 여자의 신원을 파악해 봤습니다.
간신히 찾아내긴 했지만, 그리 도움은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실종 신고가 되있는 여자 였습니다.
인석씨가 살던 오피스텔 3층에 입주해 있던 김주영이라는 여자였습니다.
소설가라고 하더군요. 2개월전에 실종 신고를 받았지만, 아직 못 찾고 있답니다.
그렇지만, 시체라도 발견되었다면 모르겠지만, 지금 상태에서는 법정에서 아무 것도 증명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아직도 그 여자의 종적을 찾고 있지만, 가망 없습니다.
아, 그 여자 쌍둥이 동생이 있던데, 그 동생 말로는 김주영이라는 여자는 소설 쓴다고 가끔씩 연락도 없고 사라진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실종신고는 해 놨지만, 곧 돌아올 것이라며 걱정도 않하고 있더라고요..
인석씨 말대로 그 지역에는 병원에서 시체가 없어지고, 실종자들이 급증하는 일이 있었지만, 그 사건들이 이 살인사건과 연관있다는 것을 증명할 수도 없습니다.
그리고 증명할 수 있더라도, 잘못하면 인석씨가 그 죄까지 뒤집어 쓸 수도 있을 상황입니다.
그렇다고 인석씨 말만 듣고, 그 지역에 세워진 수십개의 빌딩들을 모조리 부셔서 그 시체들을 찾을 수도 없는거고...
또 아무리 찾아봐도, 그 살해당한 세 명이 서로 모여서 그런 끔찍한 일을 했다는 증거는 찾을 수도 없고요..
힘든 사건이네요...
사진 작가가 보내준 그 사진들을 봤지만, 도저히 믿을 수 없네요.
그냥 사진이면 모를까, 우리가 제시할 수 있는 것은 한승씨가 컴퓨터로 통해 걸러낸 것이라 법정에서 증거로 체택될지 의문이고요...
채택된다 하더라도, 판사가 그 황당한 얘기를 믿어줄리 없습니다.
그러니 한승씨가 밝혀냈다는 범인의 모습 역시 공개했다가는 사건을 악화시키고 무고죄까지 뒤집어 쓸 수 있습니다.
거기다 검찰이 제시할 증거들이 너무 맹백합니다.
살해 현장마다 인석씨의 지문이 발견되었고, 가지고 있던 사진들과 똑같은 모습으로 시체들이 발견되었으니까요...
더욱 결정적인 것은 죽은 박형사의 증언과 박형사를 살해될 때 쓰인 것으로 보이는 흉기인 칼에서 인석씨의 지문이 발견되었습니다.
솔직히 말해 이 사건은 가망이 없습니다.
인석씨가 사형을 면하기 위해서는 살인을 인정하고, 정신감정을 받고 금치산자 판정을 받는 길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 방법은 인석씨 본인이 강력하게 거절하고 있어서요.
친구 분이 한번 설득해 보세요.
사실 제 정신으로 그런 살인은 못하거든요.
잘만하면 정신질환자 판정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방법은 그것밖에 없네요... 죄송합니다.."
변호사의 얘기를 듣고 돌아서는 발걸음을 무거웠다.
나 역시 이제는 인석이에 대한 믿음이 줄어들고 있었다.
면회로 만난 인석이는 모든 것을 체념한 상태였다.
"내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여기서 벗어날 수는 없을 것 같아. 그 여자의 저주를 받은 것 같아.
내가 그런 끔찍한 사진들을 통해 돈을 벌려고 한 것에 대한 천벌이지.
아냐, 어떻게 보면, 나도 그런 사진들을 보고 쾌감을 느꼈는지도 몰라.. 이제 다 정리했어.
어떻게 보면, 별거 안되는 것 같은 잘못이었지만, 그 사진 속의 피해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나 역시 천벌받아 마땅할 놈이지.
상상할 수 없는 고통과 공포속에 죽어간 사람들의 사진들을 보고 즐거워했으니...죄값을 받아야지..
하지만, 일한아 나는 안 죽였어...."
인석이를 면회하고 돌아오던 길 내내 인석이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보았다.
변호사 말대로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인석이는 영락없는 잔인한 살인자였다.
힘없이 집에 들어오다가, 길거리에 날라 다니는 신문지들이 눈에 띄었다.
그때 갑자기 잊어버리고 있던 사실이 생각났다.
이 사건이 언론에 알려지지 않은 이유, 인석이 말에 의하면 그 형사에 의해 '그 분'이라고 불리던 인물, 그리고 한승이 형이 사진을 통해 범인이라고 한 사람...
그 사람이 진짜 범인이라면, 그 사람만이 인석이를 구해낼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사람이 범인이라는 것을 밝해낼 방법은 하나도 없었다.
그리고 쉽게 다가갈 수도 없는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집에 돌아와서도 그 사람을 통해 인석이의 결백을 증명할 방법을 생각해 봤다.
밤늦게까지 한참을 생각해 보는데, 생각없이 틀어본 TV에서 정말 충격적인 뉴스가 들렸다.
"....오늘 오후 서울시 **동에 신축건물이 집중호우로 붕괴되면서 수십 구의 시체가 발견되어 경찰이 수사에 나섰습니다.
경찰에 의하면 발견된 시체들이 모두 형체를 알아 볼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홰손 되어 있는 것으로 봐서 살해된 후 유기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시체들과 함께 잔혹한 살인 장면을 찍은 사진들을 모아둔 World Most Scary Pictures이라는 잡지가 발견되어 더욱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그 시체들이 바로 인석이가 얘기했던 그 놈들이 유기했다던 희생자들 같았다.
하지만 나는 TV에서 보여준 그 잡지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 잡지는 내가 인석이 이사를 도와줄 때 그 집에서 우연히 본 그 잡지였던 것이다.
나는 혼란에 빠졌다. 그럼 진짜 인석이가....
하지만 곧이어 나온 긴급하게 방송된 뉴스 속보는 나에게 더욱 큰 충격을 주었다.
"...오늘 밤 현직 경찰청장이 시체로 발견되었습니다.
최두석 경찰청장은 오늘 밤 자택에서 상체와 하체가 잘려나간 채 시체로 발견되었습니다.
소식통에 따르면, 경찰청장의 시체는 손에 잔혹한 살해 장면을 찍은 사진을 든 채로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바로 그 경찰청장이 인석이의 결백을 밝혀줄지도 모르는 제 4의 범인이었다.
한승이 형이 발견한 것도 경찰청장의 얼굴이었고, 그 사건들이 언론에 보도되지 않은 것도 그 때문인 것 같았다.
그런데 그 경찰청장이 살해당한 것이다.
이제 인석이를 사형에서 구해줄 방법은 이 세상에 남지 않은 것 같았다.
그리고 내게는 풀 수 없는 또 하나의 의문이 남게 되었다.
경찰청장을 또 그런 식으로 죽인 범인은 과연 누구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