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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권] 잘 지내나요, 내 인생

 

 

 

 

 

 

 

 

 

「붙들 수 없는 것들이 자꾸만 늘어 가는 당신에게 묻습니다.
“잘 지내나요, 내 인생?”」

 

저자 : 최갑수

출판사 : 나무수

출판일 : 2010년 11월

 

■ 당신은 당신 생에서 간절하게 돌아가고 싶은 하루를 가지고 있는지. 만약 가지고 있다면 당신은 지금까지 잘 살아온 것이다. -프롤로그

 

■ '파이팅' 같은 건 하지말자. 그런 거 안했어도 우린 지금까지 열심히 달려왔잖아. 최선을 다하지도 말자. 그것도 하루 이틀이다. 매일매일 죽을 힘을 다해 달리려니까 다리에 쥐난다. 지치려고 그런다. 조금은 적당히 조금은 대충대충 좀 걸어보는 건 어떨까. 걸으며 주위도 돌아보고 그러자. -#06

 

■ 창밖으로 스치는 풍경을 보고 수첩에 메모를 하고 음악을 듣고 책을 읽고 낯선 곳에서 잠을 자고 두고 온 사람에게 엽서를 쓰고 밤하늘을 바라보며 나를 지켜주는 별자리를 찾아보기도 하고 그러다 사랑에 빠지기도 하고……. 생을 향한 나의 고단한 로맨스. 인생은 어쩌면 이게 전부일 수도 있다고. -#16

 

■ 당신은 봄 앞에서, 봄이 오는 것을 반가워하는 사람이 아니라 봄이 가는 것을 아쉬워하는 사람. 꽃 앞에서, 꽃이 피는 것을 두근거려 하는 사람이 아니라, 지는 것을 애타 하는 사람. 그래서 언제나 아픈 사람. -#20

 

■ 우리가 여행을 감행하기 위해 거창하고 명확한 명분을 만들 이유는 없다. 여행이란 하루키가 말했듯, 그 남자 혹은 그 여자가 가방을 들고 표를 사서 어디로든 가는 것이고, 타인을 납득시켜야 할 명확한 목적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사랑은 어쩌면 여행을 닮았다.  나는 당신을 사랑하는 명확한 목적과 이유를 모른다. 단지 당신이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다. -#23

 

■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 만조의 물결처럼 부드러운 사랑의 이미지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우리의 기대와는 달리 사랑은 어렵고 힘겹고 눈물겹고, 때로는 구차하고, 때로는 비겁하다는 사실을. 사랑이 이러한 이유는 사랑이라는 말 속에 이별이라는 말이 녹아있기 때문임을. -#23

 

■ 이제는 당신의 어깨를 어루만지던 그날을 손을 잡았던 그날을 그리워하지 않겠다. 눈이 쌓인 나뭇가지가 가볍게 떨고 있는 것을 바라보며 나는 사랑이 어찌할 수 없는 일 이라는 걸 알아 버렸다. 오늘이 지나면 나는 더 외로워질 것이고, 발바닥에 유리를 꽂고 걷는 것처럼 아프지만 다시 살아갈 것이고, 그 아픔이 오히려 나를 살아가게 할 것이다. 허물어진 사랑은 허물어진 대로, 그대로 두겠다. 그것 또한 어쩌면 보기 좋을 것이니. 나를 떠난 당신은 돌아오지 마라. 나에게서 먼먼 그곳에서 부디 안녕해라. -#29

 

■ 시간은, 추억은, 세월은 분명 연속적인 것이 아닌 것 같아. 우리는 시간의, 세월의 부분을 건너뛰며 살고 있지. 우리는 선 위를 걷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점 위에 우두커니 서 있어. 그리고 어느 순간 다른 점으로 훌쩍 건너가지. 마치 징검다리를 건너듯. 그랬던 것 같아. 되돌아보니, 모든 것이 그랬어. -#34

 

■ 우리가 진정으로 두려워해야 하는 건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게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40

 

■ 문을 열고 나서는 순간, 여행자는 처음 보는 생의 풍경을 문득 마주하게 될 것이다. 겁먹지도 말고 망설이지도 마라. 그 풍경은 당신을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당신은 단지 설레기만 하면 된다. -#50

 

■ 살아가는 동안 우리가 여행했던 그 길들을 다시 지나갈 수 있을까. 그날의 아득하던 구름과 빗방울이 내려앉던 바다와 햇빛이 쏟아지던 어느 여름날의 창가. 그리고 우리 이마 위에서 빛나던 무수한 별자리들……. 우리가 기억하는 찬란한 그 순간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시간은 반드시 1초에 1초씩. 1시간에 1시간씩. 하루에 하루씩 앞으로 나아가지만 아, 우리가 지나왔던 음악 같은 장면들. 우리 생의 한 줌을 우리가 지나왔던 길과 시간 위에 조금씩 뿌려놓고 있는 것. 여행은 혹은 삶은……. -#62

 

 

리뷰

 

정말 오랜만에 또 마음에 드는 책 한 권을 만났다.

이병률 시인의 <끌림>이나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라는 책들과 비슷한 느낌을 가진

사진이 실린 여행에세이인데 요즘은 출국준비로 조금 바빠져서 글씨로 꽉 찬 책들보다

바쁜 일상 속에 마음의 여유를 느껴가며 편하게 볼 수 있는 이런 책들이 더 마음에 와닿는다.

몇 글자 없는 페이지들도 한 장씩 넘기는 시간이 오래 걸릴만큼 사진들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감성적인 문구들보다 가끔은 이렇게 사진 한 장에서 느껴지는 감동이 더 마음에 잘 전해질 때가 있다.

하나하나 너무나 멋지고 아름답고 따뜻한 사진들인데도 그 속에서 왠지모를 슬픔이 묻어나는 것 같다.

어쨌든 책을 좋아하고 여행을 좋아하고 사진을 좋아하는 내게 이보다 더 좋은 선물이 있을 수 있을까. :)

너무 좋아서 다 읽은 뒤 그대로 책장에 꽂아두기가 아쉬워 몇 번이나 반복하며 읽었는데도

펼치는 그 순간순간마다 글과 사진 속에서 전해져오는 느낌이 매번 달랐던 것 같다.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직접 사진을 찍고 글을 쓰는 저자는 프리랜서 여행작가이다.

이 작가의 책이 처음이라 잘은 모르지만 이 한 권의 책만 가지고도 그의 삶이 눈에 보인다.

아메리카노 한 잔을 시켜놓고 하루 여섯 시간을 앉아 있어도 눈치를 주지 않는 단골카페와

계란 프라이 하나를 슬쩍 얹어 주는 단골 밥집이 있고, 책장에는 아직 읽지 않은 책이 가득 쌓여 있어

그것만으로 자신의 삶에 만족하고 행복함을 느낄 줄 아는 그런 소박한 모습들이 참 좋아보였다.

기분이 우울하거나 이 세상이 약간 지루하다고 느껴질 땐 카메라를 들고 천천히 산책을 해보라고,

그러면 당신이 발을 디디고 있는 이곳이 당신이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아름답다는 것을 알게 될 거라고,

어쩜 이렇게도 작가의 한 마디 한 마디가 모두 내게 하는 말 같던지, 몇 달 전 새로운 카메라를 사 놓고도

제대로 테스트 사진도 찍어보지 못했는데 당장이라도 카메라를 매고 밖으로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보니 몇 년 전만해도 계절마다 피는 꽃이며, 하늘, 나무, 예쁜 간판들 그리고 정겨운 골목의 모습까지

그렇게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카메라 속에 풍경을 담고 '와, 이렇게 예쁠 수가 있나' 하며 감탄하던 때가 많았는데

언젠가부터 그런 시간들이 줄어서 아쉬움이 남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부터라도 그 아쉬움은 채워가면 되니까. :)

 

정말 이 책은 제목 그대로 내가 잘 살아가고 있는 건지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기회를 만들어준다.

무엇보다도 여행에 관한 좋은 글귀들이 많아서 참 시기적절하게 내게 큰 용기와 힘을 가져다 준 것도 사실이다.

출국날짜가 하루하루씩 가까워오는 지금, 두려움이나 걱정 대신에 내 마음이 희망과 설레임으로 꽉 찰 수 있도록

내 계획들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기도 했고, 캐나다에서 내가 이루고싶은 목표를 향해 열심히 공부도 해야겠지만,

동시에 그 시간들이 결국 내 자신을 스스로 더 많이 사랑할 수 있는 그런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게됐다. :)

나를 포함해서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이라면, 에필로그에서 작가의 바램대로, 여행을 향한 의지가 생길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여행은 우리가 지금까지 경험하던 시간과는 전혀 다른 시간의 흐름에 몸을 맡기는 일이다.

그 시간 속에 슬며에 심장을 올려놓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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