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답답한 마음에 이렇게라도 안하면 속이 터질 꺼 같아서 씁니다.
제가 어렸을 때 부모님은 이혼하시고 저랑 제동생은 아빠와 함께 자랐어요.
그러다가 제가 고등학생 때 아빠는 재혼을 하셨고 엄마(이젠 엄마가 넘 편하네요)도
남매를 키우셨기에 저희 집은 하루아침에 대가족이 되었지요.
자라온 환경이 달랐기 때문에 몇 년 동안은 많이 고생했어요
아마도 저보단 엄마가 마음고생이 더 심했겠죠
그래도 저한테 엄마가 생겨서 너무 좋았어요
집밥이라는 게 이런거였구나 인스턴트 음식을 더 이상 안 먹을 수 있게 되었고
엄마한테 설거지는 이렇게 해야 깔끔한거다 방청소는 이렇게 해야 된다
이런 요리는 이렇게 만들면 된다 등등
정말 많은 걸 배웠네요
지금도 어디 몸이 조금만 아프면 엄마한테 물어보게 돼요
몸이 조금이라도 아픈 거 같으면 저랑 동생이랑 엄마한테 쪼르르 달려가서 아프다고 징징거리고
그럼 엄만 으이구 하시면서 이약 저약 챙겨주시고
정말 의지를 많이 했는데..
그렇게 5년을 좀 넘게 엄마의 품에서 많은 걸 배우고 좋았는데
다시 두 분이서 이혼을 하신다고 하네요
곧 엄마가 이 집에서 짐을 빼고 고향으로 가서 사신다고 하네요
무섭습니다.
이젠 엄마를 못 본 다는 생각에...이렇게 착한 엄마인데..
우리 아빠한테 구박만 받고..내가 좀 더 잘해드릴껄
엄마한테 난 엄마가 이혼해도 꾸준히 연락할꺼라고 그랬지만
아마 많이 볼 수는 없겠죠
이젠 이 넓은 집에 엄마랑 남매의 짐을 다 빼면 썰렁해지겠죠
실감이 안나고 이젠 제가 엄마노릇을 해서 아빠와 동생을 챙겨야하는데
잘 할 수 있을지 걱정돼요
이젠 밥도 내가 차려야하고 반찬도 내가 만들고 김치는 다 먹어가는데
이젠 어디서 사야하나 김장을 해야하나 공과금도 이젠 내가 내야하고
동생 늦게 들어오는지 감시도 해야하고 아빠가 늦게 들어오면 술안주도
만들어줘야되고 곧 이사도 가야되는데 준비해야 할 서류는 왜 이렇게 많고
전화해서 옮겨야 된다고 말할 곳은 왜 이렇게 많고 이젠 이사가도 내가 앞장서서
물건들을 정리하고 얘기하고 살림 채우고..
엄마의 빈자리를 제가 다 해야 될 생각을 하니 그것도 너무 무섭네요
제가 아빠가 재혼하기 전에도 집안일은 거의다 했어요
초등학생 때부터 아빠는 회사일 때문에 바빳고 동생은 그 당시
유치원 다니느라 도와 줄 수 없었기 떄문에 혼자 빨래하고 설거지하고 방청소하고..
어렸을 때 부터 집안일은 내가 해야겠구나 라는 책임감이 있어서
이젠 엄마가 안 계시면 엄마가 했던 일들을 제가 다 해야겠구나 하는
왠지 모를 큰 책임감이 생기네요..
사실 자신없어요
난 엄마가 내 옆에 평생 있을 줄 알았는데
진짜 좀 더 잘해드리고 외할머니 외할아버지도 많이 찾아뵙고
외가친척들한테도 좀 더 친근하게 대할껄..
요새는 컴퓨터 하다가도 갑자기 눈물이 나고 샤워하다가도 눈물이 나고
지금도 계속 눈물이 나네요
너무 답답해서 친한 친구한테 부모님 이혼하신다고 너무 힘들다고 했더니
위로해주면서 왜 너한테만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안타깝다며 위로해주는데..
그러게요
저도 그게 너무 궁금해요
저도 정말 가정적인 집안에서 오순도순 살고 싶은데
왜 저는 안되는걸까요. 행복한 일이 앞으로 생길 수는 있을지
마음같아선 울고불며 엄마를 붙잡고 싶어요
제발 가지 말라고 내 옆에 있어달라고..내가 좀 더 잘하겠다고..
그런데 지금까지 아빠 때문에 많이 힘들어했던 엄마를 생각하면
그러면 안되겠죠..왜 울 아빠는 이렇게 착한 엄마한테 못되게만 구는지
엄마가 만만했던 건지..아빠만 잘하면 온 식구가 행복할 수 있었는데..
엄마가 너무 불쌍하고 아빠가 너무 밉네요
너무너무 불쌍하고 너무너무 미워요
그래도 이렇게 글이라도 쓰니
아주 조금은 나아지는 거 같네요
그래도 제가 잘 이끌고 살아가야겠죠.
벌써부터 보고싶네요 울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