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그대로 인터넷에서 거식증테스트 같은 걸 해봤는데
27점 이상이면 심각한 수준이라며 상담을 받으라는데 38점이 나왔네요.
한번도 제가 거식증일거라는 생각은 안해봤지만 최근들어 먹는 걸로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 걱정이 됐거든요.
저는 키 172에 현재 59kg 입니다.
3년 전 68kg 까지 나갔었어요. 그러다 아버지 권유도 있었고 다이어트도 해야겠다 싶어서 헬스장을 처음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그 때는 운동하는 족족 몸이 변하는 게 느껴지더라구요. 신이 나서 운동했고 3개월동안 약 4kg정도 뺐습니다.
그 때 당시는 운동은 전혀 처음이라 체계적으로 한 건 아니고
유산소 30분~ 1시간 / 웨이트 30분 정도 였어요. 귀찮으면 유산소만 하고 웨이트는 뛰어넘고..
식이요법은 뭐.. 밥만 좀 줄이는 정도. 여튼...
그러다 취업을 했고 일하면서 의도치않게 폭풍 감량을 했습니다.
일이 너무 힘들었거든요. 너무너무너무너~~허어무 바빠서 정말 하루에 한 끼 먹고 살았습니다.
먹을 시간이 없거나 끼니 놓치다보니 그냥 거르기 일쑤..
스트레스를 받다보니 입맛이 없어 먹는 둥 마는 둥 먹어도 토하기 일쑤..
그 때는 정말 먹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엄마가 화내며 먹으라고 하셔도 정말 안 먹어지더라구요. 열심히 씹어도 안 삼켜지고..
그러다보니 어느새 54kg까지 빠졌습니다.
그 쯤 되니 정말 문제가 생기더라구요. 운동해서 뺀 게 아니다보니 몸에 힘도 없고.
하루종일 걸어다니면서 일을 해야 했는데,
걷다가 다리에 힘이 빠져 넘어질 뻔 하기도 하고 없던 빈혈도 생기고...
친구들이 꼭 시체 걸어다니는 것 같다고 할 정도로 몸에 힘이 없었어요.
스트레스로 인해 정신적 피로도 겹쳐 결국 일을 그만 뒀습니다.
일 안하고 쉰 지 벌써 반년...(취업은 역시 어렵네요ㅠㅠ)
하루종일 돌아다니는 일을 하다 쉬니까 살이 붙네요 역시.
그런데 아무래도 활동량이 급격히 줄어들다 보니 살도 금방 찌더라구요.
58kg정도 됐을 때까지만 해도 좀 붙나보다 했는데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
문제는 60kg을 찍으면서부터였어요.
저녁을 먹고 나면 계속해서 속이 미식거리면서 트름이 나오더니 급기야 구토를 하게 되더라구요.
먹은 걸 모조리 와르르 쏟아내는 정도는 아닌데 이게 한 두번이 아니었어요.
솔직히 객관적으로 봤을 때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키가 있다보니 뭐.. 평범한 정도는 되지 않을까 싶어요.
하지만 한번 확 빠졌다가 다시 찌기시작하니까 이러다가 다시 68kg 이었던 시절로 돌아가게 될까봐, 그게 두려운 것 같아요. 예전에도 보통 60 초반대였다가 50후반으로 뺐다가 또 다시 돌아가는 그런 사이클의 반복이었거든요. 어려서부터 항상 키도 크고 통통한 편이다 보니... 그래서 이러다 금방 찌고 만다는 두려움이 엄청 커요.
그 이유는
68kg이었던 당시 뭐, 다른 이유도 있었겠지만 무엇보다 제 모습에 자신이 없어서 누군가 나를 보는 게 너무 신경이 쓰였어요. 그래서 밖에 나가지 않고 칩거.. 은둔형 외톨이로 일년을 보냈습니다. 밖에 나가도 사람들이 거의 나다니지 않는 밤 12시에서 새벽2시 사이에 잠깐 공기 쐬러 나가는 정도... 게다가 오랫만에 외출이 하고 싶어 화장도 하고 옷도 예쁘게 입고 구두까지 신어놓고 집 앞에서 유리창에 비치는 제 모습을 보고 다시 되돌아온 경험이라던지 현관문 앞에서 나갈까말까 고민하다 결국 그냥 다시 추리닝으로 갈아입고 화장지우고 게임이나 하는 ... 그런 폐인 생활을 했거든요. 그 때는 정말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라 그냥 살아지는 기분이었습니다. 우울증이 생기더라구요. 사는 게 더 이상 의미가 없어졌었어요.
아버지 권유로 운동하고 살 빠지면서부터 확실히 변화를 느꼈습니다. 운동으로 인해 스트레스도 풀리는 걸 느끼고 트레이드밀에서 달리면서 "그래, 할 수 있어." 라는 주문을 외우다보니 마음도 밝아지더라구요.
그리고 무엇보다 외모에서 오는 자신감으로 밖에도 다니고 사람들도 만나면서 웃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정말 .. 우울증을 운동으로 극복했다고 생각해요.
그러다보니 56kg일 때의 기분은 너무너무 행복했습니다.
그 때의 기분, 그 때의 자신감이 좋은거죠.
그런데 쉬면서 일단 60kg을 한번 찍고 나니까 그 때부터 확 스트레스가 오더라구요.
다시 딱 3kg만 빼서 57 만들자고 운동하고 주의해도 3달째 59kg에서 변화가 없습니다.
그나마 셀프테스트에서 심각한 점수를 보고 요즘은 좀 나아진 것 같은데
먹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졌어요.
원래는 먹는 걸 엄청 좋아합니다. 요리도 좋아하고 맛있는 걸 먹는 행복감도 좋아하고.
그러다보니 요즘 신경성 대식증 - 폭식하고 토하는- 이 생길까봐 걱정이에요.
남친도 먹을 때는 정말 제가 정신없이 먹는 것 같다고 하더라구요. 어쩜 저렇게 많이 먹을 수가 있나 싶을 정도로... 그런데 밤에 전화해보면 여지없이 토했다고 하니 걱정이다, 하더라구요.
먹을 걸 조절하고 싶은데 그것도 안되네요. 의지박약이라는 죄책감도 들고..
먹고나서 설거지 하려는 순간 죄책감이 솟아올라요. 이걸 왜 먹었을까, 하면서...
그리고 그 죄책감이 포만감과 만나면 구역질이 올라옵니다.
그리고 건강망쳐서 일 그만뒀다는 것 때문인지 부모님들이 저만 보면 자꾸 뭘 먹으라고 하세요.
특히 아버지는 제가 점심에 밥 말고 다른 걸로 때우거나 안 먹으면 난리가 납니다.
한번은 밥 먹은 척 하고 몰래 숨겨놓은 적도 있었고.. 도시락으로 만들어서 몰래 남친 준 적도 있네요..
그래서 부모님과 함께 끼니 먹을 때는 정말 먹기 싫어도 억지로 먹게 되요.
그러다보니 주로 부모님과 함께 먹는 저녁 후에는 정말 소화가 잘 안됩니다.
칼로리컷 같은 걸로 조절하고 싶은데 저희 부모님은 건강보조제도 비타민과 오메가3 외에는 별로 탐탁치 않아하시는데다가 다이어트 한다하면 난리난리 법석이라 그런 걸 사들일 엄두도 안나네요...
아침은 꼭 먹어야 하는 주의라서 아침은 먹습니다.
그리고 점심을 먹고나면 그래, 운동을 하자. 그럼 돼. 라는 생각으로 헬스장으로 향하죠.
사이클링 30분하고 웨이트 50분 트레이드밀 40분 (걷기와 뛰기를 섞어서) 요가나 스트레칭 30분에 집에와서도 덤벨운동이나 스쿼트 등 홈트레이닝을 합니다. 활동량을 늘려야겠다는 생각에서요.
그런데 그렇게 해도 변화가 없는 몸무게를 볼 때마다 스트레스입니다.
그래서 몸무게를 재지 말자! 라고 생각해도 하루종일 궁금해서 견디질 못해요.
어느새 아침에 눈뜨면 제일 먼저 체중을 재는 게 버릇이 되어 있더라구요.
그리고 그 순간의 수치에 따라 하루의 기분이 결정이 됩니다.
남친이 날씬하다, 이쁘다 해주면 기분이 좋았다가도 다이어트와 관련된 얘기만 나오면 급 빈정상한다던지.. 하루에도 기분이 몇번씩 왔다갔다 하고.
이제는 이게 정신적인 문제라는 생각까지 드네요.
거식증 환자들처럼 먹을 걸 거부하고 먹었다하면 토하고 하는 중증환자는 아니지만.. 초기증상이 아닐까 싶어 무서워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