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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나가지마시오 87화

메시아 |2013.07.03 15:53
조회 586 |추천 3

밖에나가지마시오 76화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http://pann.nate.com/talk/318421259

밖에나가지마시오 86화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http://pann.nate.com/talk/318636985

 

 

출처 - 웃대 삶이무의미함 님 -

 

 

..퉁퉁.

희미하지만 분명 소리가 들린다. 퉁퉁퉁.

“허억!”

바닥에 주저 앉은 상태로 정신을 잃었던 것 같다. 은혜는 여전히 시체처럼 바닥에 누워있다. 퉁퉁퉁. 문 쪽에서 나는 소리다.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한다. 드디어 온건가. 냄새를 맡고서 온건가. 바닥에 굴러다니는 파이프를 강하게 움켜 쥔다.

“..있나?”

작지만 분명히 들리는 소리. 사람 목소리였다. 혹시? 반가운 마음에 문을 열고 싶었지만 몸이 멈칫거린다. 아까의 일로 몸에서 거부반응이 일어나는 것이다. 우두머리? 또 우두머리의 짓인가? 다시 문쪽으로 귀를 갖다 댄다. 소곤거리는 소리. 다른 누군가가 있는 것 같다. 우두머리끼리 붙어다니는 경우도 있나?

“은혜야!”

이 목소리는? 잊을 수 없는.. 아저씨의 목소리다. 단박에 문을 연다. 그리고 눈에 들어온 것은 아저씨와 남자였다. 아아, 순간 힘이 빠진다. 간신히 서있던 힘마저 빠져버린다.

“진성군!”

아저씨는 내 몸을 가장 먼저 부축해주며 안으로 들어왔다. 남자는 다시 문을 굳게 닫고서 나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은혜에게 다가간다. 무릎을 꿇고 은혜의 손을 조심스레 잡은 남자의 표정이 약간 일그러져 있었다.

“죄송해요..”

아까의 일이 생각나서 그저 죄송하다는 말 밖에 할 수가 없었다. 울컥하고 뭔가가 치밀어 오른다. 순간 눈가가 뜨거워진다. 은혜가 저렇게 된건.. 모두..

“아니야. 괜찮아. 이제 괜찮아.”

아저씨는 두터운 손으로 나를 몇 분이고 다독여주었다. 따스한 체온이 느껴진다. 이를 악물고 울음을 삼켜낸다. 지금 고통스러워하고 있는건 내가 아니라 은혜다. 약한 모습을 보여선 안된다. 우선 은혜를 안전하게 지켜내야 한다.

“은혜는?”

아저씨의 물음에 남자는 고개를 저었다.

“힘들다. 이제 일어나지 못할 것이다.”


“..그런가.”


“사실은.. 괴물 녀석에게 쫓기다 당했어요.”


“..그렇군.”

아저씨는 조심스럽게 은혜에게 다가갔다. 남자와 마찬가지로 무릎을 꿇고 다른 손으로 은혜의 이마를 조심스럽게 어루만진다. 뭐라고 말해야 할까. 은혜는 역시 일어나지 못하는 것일까.

“진성군.”


“네.”


“잘했어. 정말 잘해냈어.”

나를 바라보는 아저씨의 두 눈이 슬픔으로 가득 잠겨 있다. 괜찮을리가 없다. 아저씨는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차마 그 눈을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다. 이럴땐 어떡해야 하지? 이럴땐..

“날이 밝으면 이동하지. 모두 기다리고 있으니.”


“..우리는 어떻게 찾으셨어요?”


“남자 덕분에 찾을 수 있었네. 피곤할테니 쉬도록 해.”


“....”

아저씨와 남자는 은혜를 바라보기만 할 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손을 못쓸 정도로 망가져버린 것인가. 이제 은혜는 정말.. 그 때. 은혜의 몸이 떨리며 경련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으, 은혜야!”

순간 눈이 껌껌해진다. 저절로 몸이 은혜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부르르르. 바닥에 사지가 부딪히며 나는 소리가 한 없이 낯설다. 제발.. 제발.

“꽉 잡아.”

침착한 아저씨의 목소리. 그리고 그것을 이행하는 남자. 부들거리며 경련을 일으키는 은혜.

“진성군. 어서 다리를 잡아.”


“네, 네.”

상황에 맞지 않는 아저씨의 목소리에 이것저것 따질 것이 없다. 위아래로 크게 흔들리는 은혜의 다리를 강하게 움켜 잡는다. 제발.. 은혜야 제발. 간신히 사지가 진정이 되자 아저씨는 단검을 꺼내 은혜의 입 쪽으로 가져간다.

“자, 잠깐만요.”

말릴세도 없었다. 아저씨는 거침 없이 자신의 손아귀 가운데를 단검으로 길게 그었다. 주루룩. 붉은 색의 피가 빠르게 흘러내려 은혜의 입안에 고이기 시작한다. 적당히 은혜의 턱을 들어주며 피를 넘겨주는 아저씨. 대체.. 이게 무슨 일이지?

“아저씨?”


“지금은 아무것도 묻지 말고 은혜가 움직이지 못하게 도와주게.”


“....”

그럴 수 밖에 없었다. 나보다는 아저씨가 하는 일이 더 은혜에게는 이로울 것이다. 아니, 그게 맞다. 아저씨는 절대 은혜에게 해가 되는 일을 하지는 않으니까. 주루룩. 붉은 피를 끊임 없이 은혜의 입에 넣어주고 있다. 과연 저 방법이 은혜에게 효과가 있을까. 아니지. 아니야. 분명 괜찮아질거야.

“후..”

오분정도가 지났을까. 아저씨 손에서는 더 이상의 피가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은혜의 경련도 서서히 멎어 곧 천천히 숨을 쉴 수 있게 되었다. 부욱. 아저씨는 입고 있는 셔츠 아랫단을 길게 찢어 손을 둘둘 말고서 은혜 옆에 앉았다. 그리고 나를 보며 손짓했다.

“진성군.”


“네.”


“자네들에게는 미처 말하지 못한 것이 있어.”


“....”

아저씨는 많이 망설이는 듯 했다.

“괜찮아요. 우린 다 이해할 수 있어요. 설령 말씀하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내 말에 아저씨는 은혜와 남자를 번갈아 보더니 내 손을 잡았다.

“사실 난 은혜와 같은 체질이야.”


“..네?”


“내 몸은 백신을 받아들일 수 있는 몸이란 말일세.”

그 말은 즉.. 샘플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다는 말인가? 천명, 만명 중에 한명 나올까 하는 그 희귀한 체질이 바로? 그럼 아저씨도 은혜와 같은 중요한 사람이라는 뜻?

“예전.. 은혜에게 샘플을 주입했을 때 그 죄책감을 이기지 못하고 남은 샘플을 내 몸에 넣은 적이 있었지.”
“....”


“그 결과 오일동안 의식을 잃었지만 내 몸은 그 샘플을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라는 것을 입증할 수 있게 되었어. 물론 나만 알고 있는 사실이지. 피가 붉은 이유는 샘플을 소량만 투입했기 때문이야. 아마 정상적인 샘플 수치량을 내 몸에 주입한다면 은혜와 같은 ‘백신’이 될거야.”


“아저씨..”


아저씨는 은혜 왼편에 묵묵히 앉아 있는 남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끝까지 비밀로 하고 싶었어. 나도 참.. 이기적인 인간이지. 헌데 저 남자는 내 몸에 흐르고 있는 것을 알고 있더군.”

남자는 말 없이 은혜를 바라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행히 입이 심하게 무거운 편이어서 이 사실을 떠벌리고 다니진 않았지. 그게 남자의 성격이니까.”


“..그럼. 은혜는 이제 괜찮나요?”

내 말에 아저씨는 숨을 크게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모르겠어. 어디까지나 응급 처치라고 생각해. 이게 은혜에게 맞다면 조금이지만 도움은 되겠지.”

아저씨는 묵묵히 은혜의 손등을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아저씨가 그런 사람이었다니.. 은혜만큼 중요한 인물이었다니.. 그런데도 아저씨는 우리와 은혜를 위해 목숨 하나 아끼지 않았다. 처음 우리에게 무전기를 건넬 때도 기현이를 함께 구하러 가줄 때도.. 아저씨는 늘 우리와 함께 였었다.

“....”

배신감? 아니다. 그런게 아니다. 단지 아저씨가 조금 다르게 보일 뿐. 아저씨는 그대로 아저씨다. 어찌 되었건 우리에게는 소중한 가족의 일원이니까. 그래. 생사를 같이 해오며 웃으며 슬퍼하던 아저씨는 가족이나 다름없다.

“고맙습니다. 솔직히 말씀해주셔서..”


“....”

아저씨는 옅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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