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를 넘고 풀숲을 헤치며 물길을 가르는 계곡 트레킹
폭염의 도시, 대구를 벗어나 왕피천의 흐르는 물살을 보는 첫 느낌은 가히 환상적이었습니다.
마치 물 만난 물고기라도 된 듯 제 몸을 왕피천에 얼른 내리꽂고 싶은 욕구가 불끈불끈 솟아올랐습니다.
왕피천의 전경은 정말 놀라웠습니다. C-:
울창한 숲과 기암괴석을 사이로 흐르는 청아한 왕피천은 너무나 아름다웠습니다.
와아와아~ 놀라운 원시의 비경 앞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습니다.
물이 너무나 맑아 깊은 물 속까지 훤히 들여다보이기에 멀리 피라미가 노는 모습을 보다가
가까이 물속에 비친 제 모습을 보았습니다.
혹여나 왕피천이 제 마음의 모든 것까지 비춰서 고해성사라도 해야 할지 바짝 졸아있었습니다.
본격적으로 계곡 트레킹을 시작해 볼까요? C-:
계곡을 따라 난 길을 걷습니다.
바위를 잡거나 폴짝폴짝 뛰어야 했고 울창한 풀숲을 양손으로 걷어야 했습니다.
때로는 급류에 내 몸을 완전히 맡긴 채 떠내려가는 재미, 더위에 지쳤을 때 장난기가 발동한 승냥이 같은 무리들이 사지를 붙잡아 물에 빠지고 빠뜨리는 재미있는 체험까지 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게 계곡 트레킹의 매력 아닐까요? C-:
계곡은 하류로 갈수록 폭이 넓어지고 깊어집니다. 어느새 발이 땅에 닿지 않습니다.
주위에는 샛길이 없습니다. 구명조끼, 튜브도 없는데 물에 젖은 무거운 배낭을 멘 체 어떻게 해야 되나?
이 상황에선 발을 동동 구른다는 표현이 적중할 정도로 고민됩니다.
배낭에 몸을 의지한 채로 물살을 따라 도하합니다. C-:
주위 사람들이 일제히 배낭을 벗습니다. 헉! 신기하게도 배낭이 물에 둥둥 뜨네요.
저는 그저 그 상황을 바라만 보고 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겁도 없이 그 배낭을 가슴에 안고 헤엄을 칩니다!
정말로 신기한 것은 전신을 물에 뜬 배낭에 의지하였는데도 배낭이 물에 가라앉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배낭 안에 있는 물침투방지용 비닐봉지의 내의 공기와 밀폐용기 내부의 공기
그리고 배낭의 기본적인 방수처리로 인한 공기 갇힘으로 배낭이 뜨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발이 땅에 닿지 않는 긴장감 속 배낭 하나만을 의지한 채 물살을 따라 도하하는 과정!
마치 한 마리의 오리가 된 것처럼. 정말 여름의 뜨거움이 가실 정도로 스릴 넘쳤습니다.
# 왕피천 계곡 트레킹의 하이라이트! 용소 도하
폭넓게 흐르는 계곡물이 거대한 바위에 갇히면서 갑자기 폭이 좁아집니다.
물 흘러가는 소리가 거친 남자의 숨소리를 연상시키는 듯 정말로 장난이 아닙니다!
쏴아아~~~~ 많은 유량의 물이 바위에 일제히 부딪혀 깨지면서 온통 흰색 거품을 드러냅니다.
이곳이 왕피천 계곡의 명소, 용소입니다. 예전에 이곳에서 용이 승천했다는 데 완전 뻥이지요.
그러나 시커멓게 짙은 물 색깔은 수심이 족히 5m는 넘어 보입니다.
거대한 물소리, 서슬 퍼런 물 색깔에 ‘에라 모르겠다.’ 자포자기 심정으로 물에 뛰어듭니다.
왕피천 계곡 트레킹의 하이라이트! 용소를 도하합니다 C-:
용소에 사는 용이 입을 쫙 벌려서 저를 집어삼킬 기세입니다.
먼저 용소에 건너가신 분께서 설치해놓은 자일(로프)을 붙잡고 몸을 당겨가면서 용소를 건넜습니다.
# 왕피천은 흐른다.
용소를 넘어 드디어 왕피천을 따라 걷는 계곡 길이 끝나고 산길로 접어들었습니다.
소나무가 우거진 숲길 사이로 힘차게 굽이쳐 흐르는 왕피천이 보입니다.
이미륵의 소설 ‘압록강은 흐른다’가 구한말의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하는 사회상을 서술한 것이라면
그것을 제가 리메이크하여 “왕피천은 흐른다”의 제목으로 글을 써볼까요?
내용은 전혀 다르게. 음, 세월이 흘러도 왕피천은 문명의 침입을 거부하고
오로지 푸른 숲과 맑은 물을 간직한다는 내용으로 말이지요.
# 계곡 트레킹 준비법
마지막으로 계곡 트레킹 준비법을 말씀드리겠습니다.
트레킹은 계곡을 도하하여야 하므로 몸과 장비가 물에 젖기 때문에 물품의 방수처리 및
물가 안전사고를 가장 염두에 두고 준비하여야 합니다.
다음은 제가 생각하기에 필수 트레킹 준비물품 및 고려사항입니다.
1. 여러 장의 비닐 봉투 :
배낭 속 내용물을 여러 겹의 비닐 봉투에 넣고 비닐을 돌돌 말거나 고무줄로 꽁꽁 묶어
내용물이 물에 젖지 않도록 합니다.
2. 밀폐 플라스틱 또는 유리용기 :
방수처리의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음식물 및 필요한 귀중품은 반드시 밀폐용기에 담아 보관합니다.
3. 배낭 : 도하시 필수입니다. 이유는 이미 아시겠죠?
4. 카메라 : 방수 카메라 또는 방수커버를 반드시 지참합니다.
5. 구급약 : 도하시 또는 계곡의 바위를 넘을 때 상해를 입을 수 있습니다.
6. 구명조끼 또는 튜브
7. 등산로프(자일, 슬링) : 인원이 많을 시 도하용으로 필요합니다.
8. 신발 : 물속에서 신을 수 있는 등산화, 샌들
9. 핸드폰과 전자제품, 갈아입을 여벌옷은 반드시 차에 두고 내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