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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모님께 하고픈 말

여고생 |2013.07.11 23:24
조회 80 |추천 0

제가 1년 전에 쓴 글이네요. 지금도 아버지랑 싸우고 왔어요.

정말 부모님이랑은 영원히 친해지지 못할 것 같아요...

 

아빠, 내가 아빠한테 뭔가 말하려고 할 때마다 눈물이 나오고 위축되는 거 느껴?

나는 나 스스로 내가 누구 앞에서 말하는 게 싫고 큰소리 내는 거 무서워하는 애라고는 생각하지 않아.


그런데 아빠 앞에만 서면 눈물이 나고, 뭔가 울컥하고 심장이 벌렁벌렁하면서 막 무서워.

왜 그럴까? 아빠는 평소에 딸이 아빠를 어려워해서 서글프다는 생각 안 해봤어?

드라마 보면은 가끔 부모님이 자녀의 뺨 때리는 장면이 나오곤 하잖아.

나는 그런 장면이 나올 때마다 아빠는 그거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하고 의문을 가져.


나는 자동반사적으로 아빠한테 맞았던 기억이 나. 아빠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하면 뭐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평소에도 문득 떠오를 만큼 그건 나에게 정말 큰 충격이었어.

이제 와서 아빠를 비난 할 생각은 없지만 어쩌면 그 때 아빠의 손찌검은 영영 아빠에 대한 내 믿음을 파괴한 행위였을지도 몰라.

아빠가 정말로 무지막지하게 때리지도 않았는데 내가 막 자지러지면서 탈진할 만큼 울었던 것은 기억나? 엄살이라고 생각해서 더 괘씸했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결코 어떠한 육체적 고통 때문에 울은 건 아니었어.


말 그대로 멘탈붕괴였어, 아빠. 다른 아이들도 그 정도는 맞지 않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지만 아이들과 얘기해보면 보통 아버지에게 맞아봤다고 얘기하는 아이들 아버지의 직업은 대부분 그냥 회사원이셔.

하지만 아빠는 아니잖아. 아빠는 나름대로 지식인이잖아. 적어도 그런 자부심 정도는 있지 않아?

왜 옛날 얘기를 이제 와서 꺼내냐고 비난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질질 끌 정도로 나는 상처 입었고 아빠는 그것을 이해해줘야만 해.

이렇게 컸음에도 나는 아빠가 무서워서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이렇게 글로 쓰고 있어.


아빠, 나는 아빠가 나를 이해해줬으면 좋겠어. 나는 부모가 되어 보지 않아서 아빠와 엄마의 입장 같은 건 잘 몰라.

하지만, 아빠. 나도 아직은 어린애라고 생각해. 아무리 내가 또래 아이들에 비해 성숙한 사고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나는 철부지 고등학생이야.

영화에도 관심이 많고, 옷에도 관심이 많고, 이성에도 관심이 많아. 그런 나이에 직사각형 방에 틀어 앉아 하루 종일 코 박고 공부만 해야 한다는 것은 너무도 가혹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이제 겨우 15년을 살아온 나에 비해 아빠는 나만한 시절도 겪어 봤고 반 백 년은 살아봤잖아. 아빠의 어린 시절에는 7남매와 부족한 형편으로 열심히 공부했다고 해서 나에게도 그런 생활만을 강요하지는 말아줘.

시대는 변했어, 아빠. 나는 언니 하나밖에 없고, 내 주위에는 많은 문화들이 펼쳐져 있고 그런 것에 반응하지 않을 정도로 나의 호기심이 바닥나지는 않았어.


저번에 ‘불편해도 괜찮아’라는 책을 참 감명 깊게 읽었어. 인권에 관련된 책인데 그 1단원이 청소년 인권에 관한 이야기야.

거기에 ‘지랄 총량의 법칙’이라는 게 나와. 이야기 하자면 모든 인간에게는 일생 쓰고죽어야 하는 ‘지랄’의 총량이 정해져 있다는 거야. 어떤 사람은 그 정해진 양을 사춘기에 다 써버리고, 어떤 사람은 나중에 늦바람이 나서 그 양을 소비하기도 하는데, 어쨌거나 죽기 전까지는 반드시 그 양을 다 쓰게 되어 있다는 이야기야. 너무 공감이 되었어.


아빠보다 20살은 넘게 어린 딸이 이런 이야기를 아빠한테 하면서 이렇게 이야기하는 게 괘씸하고 어이없게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이건 부탁이야, 아빠.

언니랑 내가 아빠나 엄마와 대화하다가도 답답하다는 표정을 지어도 아빠와 엄마는 왜 답답해하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이고 혹은 말하는 본새를 보라며 화를 내는 생활이 반복되고 있지.

내가 느끼기에 아빠와 엄마는 우리를 우리의 시선으로 보려는 노력 같은 건 하지 않는 것 같아.

내가 며칠 전에 큰 맘을 먹고 엄마한테 슬럼프인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어. 도무지 열정이 생기지를 않는다고. 해야 한다는 것을 아는데도 전혀 연필이 잡히지가 않는다고.

그런데 엄마의 답은 ‘그럼 안 되지,’ ‘열심히 해야지,’ ‘공부를 해야지,’였어. 내 고민이 해결되었을 것 같아? 전혀. 오히려 왜 우리 엄마는 내 고민을 이해하지 못하는 걸까? 라는 자괴감에 빠지기만 했지.


장난이 아니라, 아빠. 나 정말 살기 싫다는 생각까지 했어. 사실 겁이 많아서 그럴 일은 없겠지만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 자체가 큰일이잖아.

나의 이런 생각에 ‘먹을 것, 자는 것, 어느 것 하나 부족하지 않게 공급했는데 뭐가 부족해서? 괘씸한 것!’ 이라고 생각할게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왜 이런 생각을 자꾸 갖는지에 대해 엄마아빠가 생각하고 고민하고 위로해 봐야 하는 것 아니야?


내가 이렇게 줄줄 나열하면 또 나는 어느 것도 하지 않으면서 원하기만 한다고 할 수

도 있지만 아까 말했듯이 나는 아직 철부지 어린애야. 아니면 어른과 어린이 중간의 반허공에서 어느 곳에도 소속되지 못한 채 방황하는 애처로운 청소년일지도 모르지. 그리고 내가 엄마아빠와 싸울 때마다 하는 말인데 칭찬을 해주면 어디가 아파? 내가 중학교 때 처음으로 논술대회에 나가서 성적표를 받아온 적이 있었어. 거기에는 백분율로 전국 11등이라고 적혀 있었고 나는 엄마 아빠의 칭찬을 기대하고 성적표를 보여드렸어. 그런데 엄마는 별 관심 없다는 듯이 아빠한테 건넸고 아빠는 ‘이게 잘한 건가?’하고 비꼬듯이 말하는 거야.


나는 시험을 못 봐도 발걸음이 무겁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시험을 잘 봐도 발걸음이 천

근만근이야. 이런 점수 받아봤자 칭찬 못 받을게 뻔하거든. 제일 나은 게  ‘잘했네, 다음에는 더 잘할 수 있을 거야. 공부 좀 열심히 해.’

물론 내가 너무 과장해서 기억할 수도 있지. 하지만 내가 이렇게 생각한다는 것이 나의 잘못이야?


논술 선생님이랑 1:1면담할 때, 내가 이런 말을 했었어. “선생님, 저 논술 별로 안 늘어나는 것 같고, 잘 못 하는 것 같아요. 저희 어머니도 저보고 제가 무슨 논술을 잘하냐고 그러시더라고요. (엄마 분명히 이런 말 했어. 또 안 그랬다고 하지 마.)” 그러니까 논술 선생님이 어이없다는 듯이 웃으시면서 “수업시간에는 너 혼자 있는 게 아니니까 이런 말을 많이 못하지만 너 글 잘 써. 너 지금 굉장히 잘 해나가고 있고 너 같은 애도 드물어”.


내가 자꾸 남들 앞에서 자기 비하를 하면서도 은근히 자기 자랑을 하는 재수없는 애가 된 건 아마도 칭찬 결핍이라고 생각해, 아빠. 충분히 하고 있다고 생각하더라도 많이 좀 해줘. 받아도 받아도 부족한 게 애정, 칭찬이야.


나는 어떤 사람에게 칭찬을 받으면 그 사람을 실망시키기가 싫어서 더 열심히 하게 되는 심리가 있더라고. 엄마랑 아빠는 언니와 내가 부모님보다는 선생님 말을 더 믿는다고 서운해 하지만 엄마와 아빠에게 가면 채찍만 날아오지만 선생님에게 가면 당근과 채찍 둘 다 있잖아.

엄마와 아빠와 이야기하면 고함과 눈물, 억울함으로 끝나지만 선생님과 이야기하면 눈물과 희망으로 마무리되잖아. 아빠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딸과 아빠의 관계가 되고 싶다면 아빠의 생각과 태도도 변해야 하고 나도 고쳐야 할 점이 있다고 생각해.

그리고 아빠, 내 나이 때는 뭐든 것이 서러울 나이잖아. 열정과 적극성을 가지고 모든 일에 뛰어드는 고등학생 따위는 정말 극소수거나 영화, 드라마 속 이야기라고!

엄마아빠의 딸은 그 정도로 내공을 쌓지는 못했답니다.ㅎㅎ 아빠나 엄마가 이 글을 읽을 지는 모르겠지만 속은 편하네.


아, ‘불편해도 괜찮아’의 1단원은 꼭 읽어 봤으면 좋겠어. 이 작가도 부모의 입장에서 진심을 담아 쓴 글이라고 생각되니까 말이야. 그리고 그 중에 공감되는 글을 끝으로……안녕히 주무셔요~지금 새벽 1시 반ㅠㅠ 또 아빠가 나 이상한 거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줬으면 좋겠다. ㅎㅎ

                                                                                 

“…착각할 수 있는 나이에는 착각을 하면 됩니다. 그 착각에 너무 깊이 빠져서 헤어나오지 못한다면? 헤어나올 때까지 힘든 시간을 보내면 됩니다. 그러다가 인생이 늦어진다면? 늦어지면 됩니다. 10대나 20대에는 인생이 남들보다 3~4년 늦어지면 큰일나는 것처럼 생각하지만, 지나고 보면 몇 년 빠르고 늦는다고 해서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습니다. 그리고 사람은 시기마다 겪어야 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우리 딸만은 그런 과정을 생략하기를 바라는 것은 이상한 욕심입니다. 청소년기에 그런 미망의 시기를 보내지 않고는 성숙이 있을 수 없으니까요.

 제 관점이 이렇게 바뀌자 딸과의 관계도 변했습니다. 딸과의 관계가 변하자 딸도 변했습니다.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 를 보고 나서 저는 이제 정말로 ‘따리 공부를 안 하거나 못 해도 상관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람은 영혼을 가진 묘한 존재여서 굳이 말하지 않아도 마음으로 전달되는 메시지가 있습니다. 말로는 ‘공부 못해도 된다’면서 생각은 반대였을 때, 아이는 귀신같이 저의 속마음을 알아차렸습니다. 제가 진짜로 마음을 고쳐먹자 딸에게 아무 말 하지 않아도 따른 저의 변화를 읽어냈습니다. 네 멋대로 하라고 하니 자꾸 아빠의 의견을 묻기 시작했습니다. 일단 제가 딸아이의 공부에 대해 복잡한 기대를 버리자 딸의 ‘지랄’도 놀랄 만한 속도로 안정을 찾아갔습니다. 물론 딸에게는 앞으로 더 써야 할 ‘지랄’의 양이 엄청나게 남아 있을 거고, 부녀간의 충돌도 계속되겠지요. 그러나 일단 공부만 화제에서 사라져도 가정은 놀랍게 달라집니다.”

 -'불편해도 괜찮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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