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항상 웃는 얼굴이고 연애때부터 결혼 후 지금까지 화내는 걸 본 적이 없었는데
그저께 남편 퇴근 후 집에서 남편이 처음으로 화내고 저를 때리려고 했습니다.
물론 팔 올리는 시늉만 하고 터치도 안 했지만요
사실 남편이 약간 통통하고 귀엽게 생긴 30대 중반 아저씨인데 탈모증세가 심해요
연애 때도 대머리였고 남편은 그게 엄청난 컴플렉스였는데
저는 그게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고 오히려 맑은 날이나 불빛에 반짝반짝 빛나는
남편의 머리가 재미 있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어떨 땐 대머리 위에 땀이 송글송글 맺히는 거 보면 엄청 신기하기도 하고 그래요ㅋㅋ
그런데 일요일 저녁에 남편이 소파에서 자고 있는데 갑자기 장난기가 발동해서
네임펜으로 남편의 정수리 훤한 부분에 스마일 표시를 그렸어요
있잖아요..초승달 모양으로 구부린 선을 위 두개, 아래 하나 반대로 간단하게 표시한 거요..
그걸 그려 놓았는데 다음 날 아침에 저는 그린 걸 저도 깜빡하고 남편은 제가 그린 것도 모르고
그냥 출근했어요..안 보였나 봐요..
남편이 그러는데 지하철에 앉아 있는데 젊은 여자들이 자기 보고 웃고 그래서
수염을 안 깎았나 하고 만져 보니까 수염은 깎았고 콧털이 나왔나 하고
화장실 가서 콧털 확인했는데 멀쩡하고 그래서 그냥 왜 그런가 하고 사무실 도착했다고 하네요.
그리고 점심시간 때 부서장님이 남편 보고 왜 그리 웃고 다니냐?라고 뜬금 없이 물어 보시길래
남편은 아 네 제가 원래 좀 웃는 얼굴 아닙니까?허허허 그랬더니
부장님이 '정수리가 빛나게 웃고 있다. 밥 먹고 가 닦아라..'그래서 같이 있던 직원들이 다 웃고
남편이 뭔 소리인지 모르고 같이 웃고 있으니까 여직원이 스마트폰으로
사진 찍어 보여 줘서 알게 됐다고 해요
(글을 쓰고 있는데 갑자기 남편이 불쌍해지네요..)
화장실 가서 물티슈로 지워도 안 지워지고 그래서 부장님 서랍에 있던 등산모자 빌려 쓰고
퇴근했는데 온다고 전화도 안하고 등산모자 쓴 남자가 갑자기 현관문을 훽하고 열고 들어 와서
얼마나 깜짝 놀랐는지 몰라요
들어오자마자 다짜고짜 고래고래 소리 지르고 해서 자고 있던 두살배기 아들이 깨고 울고..
여직원들 메니큐어 지우는 아세톤으로 지우면 되는 거지 뭘 그리 화를 내냐고 했더니
회사에 아세톤이 어딨냐 여직원한테 있어도 그거 지운다고 아세톤 빌려 달라고 하면
꼴이 얼마나 더 우스워지냐..뭐 그러면서 화를 막 내는데 솔직히 너무 미안하긴 했어요
잘 못한 건 아는데 그 정도까지 남편한테 망신이 될 줄은 몰랐었거든요
제가 생각이 짧았고 갑자기 정신나간 여자처럼 그런 장난을 하다니 참 그렇네요..
남편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