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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친구가 결혼을 거부합니다.....

함께걷는길 |2013.07.26 04:12
조회 10,022 |추천 16

저희는 지방 교대에서 cc로 만나

11년째 만나고 있는 커플입니다...

 

현재 같은 지역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하고 있고

둘 다 자리를 잡은지라 (저는 6년차, 여친은 8년차) 

주변에서도 재촉하고 저도 결혼을 어느정도 생각하고 있었는데

 

문제는 여자친구가 결혼을 전혀 원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사실.. 연애 초기 때부터 여자친구는 종종 그랬습니다

자기는 평생 혼자 살고 싶다고요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더라도 가까이 살면서 그냥 연애하듯 살고 싶다고...

왜냐고 물어봤더니 자기는 누군가와 함께 사는게 너무 스트레스가 심하대요

어렸을 때 화목한 가정에서 자랐음에도 불구하고

자기는 가족들과 함께 있는 것이 답답해서 방에만 늘 쳐박혀 지냈다고

그래서 늘 독립을 꿈꿔왔다고 합니다....

 

사귀기 전 겉보기엔 잘 웃고 수업시간에 동기들이랑 농담도 많이 하길래 저도 잘 몰랐는데

연인이 되고 만나면 만날수록 참 내성적이고 혼자 있는걸 너무 좋아하는 애라는걸 느꼈어요

외로움을... 혼자 집 꾸미고, 혼자 청소하고, 혼자 밥 해먹고 그런 것들을 좋아합니다...... 

처음엔 많이 외로운 아이구나...내가 보듬어 줘야지 하며 불쌍해했는데

전혀 그럴 필요가 없었던 것이였습니다 ㅎㅎ ...

 

여자친구가 사실 타지 출신이라 성적이 조금 못 미쳐서 우리 지역 교대로 온 거고

그러니 학생 때부터 자취한지도 지금 12년 가까이 되었는데

외로움이고 뭐고 혼자 아주 잘 먹고 잘 살고 있어서;;

제가 행복한 가정에 대해 어필하며 꼬드기고

심지어 우리 나이도 있는데 2세를 위해 서둘러야 하지 않겠냐....라고 하면

자기는 자기가 가르치는 아이들이 자기 자식이래요 ㅎㅎ....

아이를 낳을 생각도 여전히 없는 것 같아요

(이것도 저랑 연애 시작할 때부터 미리 얘기해 준거고

저 역시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혹시나 마음이 바뀔 줄 알았는데 확고합니다)

 

그러면서 제게 하는 말은 

저보고 평범하게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싶거든 헤어지자고...

절 너무나 사랑하지만 자기가 유일하게 전혀 양보할 수 없는 것이라네요
(얘가 저 군대도 기다려주고, 집안이 어려워 복학하고 밥 사먹을 돈도 없을 때

자기 용돈 쪼개서 제 통장에 넣어주고 그랬습니다..)  

본인이 제 미래까지 자기가 잡아먹을수는 없다고요

그러면 저는 절대 못 그런다고 하고... 이 레파토리를 몇 번 반복했네요

 

여자친구는 확실히 못박아 말합니다

자기는 좋은 선생님으로 살면서 아내로서 엄마로서의 역할까지 해내지는 못할 것 같다고..

그저 독신으로 지내며 직업의 본분을 다하며 살아가고 싶다고 합니다...

 

실제로 같은 일을 하는 제가 봐도 정말 본받을 것들이 많은, 좋은 선생님입니다

저에게 매일 자기 반 아가들 너무 착하고 예쁘다고 같이 찍은 사진 보여주면서 자랑하고.....

아이들이 워낙 잘 뛰어놀다보니 어디 다치지는 않을까 늘 걱정하고 조심시키고

집안 환경 어려운 아이들은 티 안나게 더 신경써주려고 노력하고

아이가 혹시나 구토를 한다거나 바지에 실례를 하더라도 아무렇지도 않게 직접 씻겨주고

퇴근해서 집와서도 애들 재미있게 공부하게 하면서 뭐 하나라도 더 주고 싶어서

퀴즈도 만들고 작은 선물(초콜릿 같은 것) 이런거 사서 하나하나 포장하는거 좋아하는 

아이를 정말 사랑하는 여자입니다... 아이들 때문에 웃고 우는 여자입니다 

가끔 이 여자가 내 아이의 엄마가 된다면 정말 좋을텐데...

이런 상상을 하면서 혼자 흐뭇해 하기도 합니다

 

물론 이 모든 욕심보다 여자친구를 사랑하는 마음이 더 크기에 절대 헤어질 일은 없을겁니다......

아이 역시.... 반드시 있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우리 반 아이들에게 많은 것들을 가르쳐주며 보람되게 살고 있으니까요 

다만 저 역시 인간으로서 자연스레 가정을 꾸리고 싶은 욕심이 불쑥불쑥 드는 것입니다...

 

여자친구는 늘 지금이 좋다고 합니다

저와 십 년을 넘게 함께하는 동안 늘 행복했고 평생 저를 사랑할 자신이 있지만,

같이 살면서 내성적이고 폐쇄적인 자신에게 벗어나고 싶어하는 생활이 되어버리는건 무섭다고

그저 스무 살 때처럼 지금처럼 풋풋한 연인이고 싶다 합니다

 

제 친구들은 이제 결혼을 했거나 앞두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번에 모임에 나온 고등학교 친구 녀석들에게 말했더니

제 여자친구를 참 이상하고 이기적인 여자로 몰고 갑니다......

교무실에서도 다른 나이 좀 계신 여교사분들과 얘기하다보면

딱 봐도 자기 인생 그냥 혼자 즐기고 싶은거네~ 이러면서 철없는 여자 취급하시고요....

 

 

 

궁극적으로 여러분들께 여쭙고 싶은 것은.... 두 가지 입니다

 

먼저 우리나라 정서에서 저와 제 여자친구가 연인으로서 평생 살아가는 것이 많이 힘들지요...?

제 개인적으로 결혼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제 여자친구를 위해 결혼 하지 않고 연인관계를 지속하는 것으로 마음을 굳혔습니다 

저희는 긴 연애를 하면서도 한 번도 헤어진 적이 없었기에 믿음도 크고

저와 그녀 중 둘 중 더 사랑한 사람은 언제나 저였기에

그저 내성적인... 제 여자친구가 살아가는 방식을 존중해주고 싶습니다

허나, 다른 사람들은 그걸 많이 왜곡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 같습니다

저는 욕먹어도 괜찮은데 여자친구를 욕하는 걸 못 견디겠습니다

저희가 어떻게 처신하면 좋을지요.....?

 

두번째로, 여자친구가 저보고 정 마음이 놓이지 않으면

본인도 이게 솔직히 이상한건 알고 있지만,

단지 혼인신고만 하고 가까이에서 (같은 오피스텔 동에서

엘리베이터나 복도를 통하여 5분 안에 왔다갔다 할 수 있는 정도)

따로 살자고 합니다... 매일 매일 오가기만 하구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뭐 그런 부부가 있을 수 있냐고 미쳤다고 하실지 몰라도...

저는 이 제안이 좋습니다... 이렇게 지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아니.. 이게 그래도 가장 우리 둘에게 행복할 것 같아요.....

최소한 제가 이 여자의 가족이 되어줄 수 있잖아요

아플 때 가까이 있어줄 수 있고.... 밤길도 같이 들어올 수 있고....

혹시나 멍청하게 무슨 사기를 당해도 제가 법적으로 남편이 되니 같이 버텨줄 수 있지요....

애 성격이 워낙 조용한 것을 좋아하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사는 것을 힘들어 하지만

그래도 다른 사람들이 오해하고 공감을 잘 못해주니 얼마나 쓸쓸하겠습니까...

그래서 이미 가족같은 저에게 의지하는 부분도 많아요...

제가 떠날까 맘 한켠에서 늘 두려워하는 자신이 이기적이라고 자책하기도 하고...

그러고보니 저 역시 결혼을 참 많이도 보챘네요

 

그런데 이렇게 되면

식을 안 올리는 것도 가십거리가 될까봐 두렵고 (교사집단이 워낙 보수적인지라...)

법적으로 부부인데 주소가 다르면 또 뭐냐고 할까 무섭고............

아니면 주소는 그냥 한 집으로 몰아 쓸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 부분만 잘 넘기면 정말 너무나도 행복할 것 같은데....

양가 부모님들께서는 나름 쿨한 분들이셔서

저희 부모님은 알아서 잘 살라는 주의라 별로 신경 안 쓰시고

여자친구 부모님은 혼인신고라도 한다고 하시면 매우 반기실 분위기라 합니다

(얘가 어렸을 때부터 결혼 안한다고 해서 어머님, 아버님께서 이미 단념하고 계시거든요 ㅎㅎ..)

 

 

톡톡 여러분들....

정신 없는 글을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저희가 부닥칠 현실이 어떨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진심어린 조언 부탁드립니다 

 

 

 

 

 

추천수16
반대수10
베플진정|2013.07.26 14:01
이런사람들도 있고 저런사람들도 있는거지 결혼 안한고 싶다고 해서 그게 이기적인 시선으로 보는거 자체가 좀 안타깝네요. 내 원하는삶이 란게 다 다르고 사랑하는 방식도 다른거 뿐이고 남한테 피해주는건 아니면 무슨 상관들이래요. 님이나 여자친구나 어느정도 서로에 대한 생각을 맞추고 그렇게 했을때 행복하거면 그걸로 된거죠 남들 시선 생각에 대해 너무 신경쓰지 마세요. 근데 어차피 따로 생활하실거면 구지 혼인신고는 할 필요가 있을까 싶네요.
베플이런|2013.07.26 15:57
그맘이 영원할거라고는 믿지마셈.여자쪽이 아니라 남자쪽 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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