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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3년. 그 사람을 잊지 못하겠습니다.

eeyorey |2013.07.27 16:26
조회 347 |추천 0

안녕하세요, 서울 사는 25살 남자입니다.

그동안 판 눈팅만 쭈욱 하다가 답답한 마음에 용기내어 글을 써봅니다.

친구에게도 털어놓아 보고, 스스로도 수없이.. 수백 수천번 생각하고

마음을 다잡으려 노력해 보았으나 오늘도 또 그 사람의 꿈을 꾸었습니다.

꿈이라는 게, 참 야속한게 바라고 또 바라던 일이 일어나는 것처럼

사람을 붕 띄워놓고서는.. 그게 깨는 순간 하염없는 허무함이 밀려옵니다.

침대에 한동안 누워서 멀뚱멀뚱 천장만 보고 있었습니다.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 그 옛날 내가 그 사람에게 했던 행동에 대한 후회감,

그 사람에 대한 그리움.. 그 많은 감정이 동시에 머릿속에서 뒤죽박죽이 되었습니다.

답답합니다.

 

이야기는 저의 스무 살, 대학 신입생 시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모든 게 새롭고 설렜던 그 때, 그 사람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웃는 모습이 참 예쁘고, 지켜주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새학기 입학 한달 반 만에 제 마음을 솔직히 이야기 하고, 그렇게 그녀와 추억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참 좋은 시간들이었습니다. 많은 걸 함께하고, 많은 것들을 쌓아나가며

제가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 느낄 수 있었던 시간들이었습니다.

그렇게 1년 반이 지났습니다.

그리고 저는 대한민국 남자 누구나가 그러하듯, 09년 여름에 군에 입대하게 되었습니다.

군인이 되기 전, 그 사람과 많은 약속들을 하였습니다.

지금은 그 약속들을 굉장히 후회하고 있습니다. 그 약속에 사로잡혀 그 사람을 구속하고 힘들게 했으니까요.

 

저는 절대 그러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저 역시도 못난 남자친구가 되어버리고 말았답니다.

사사건건 그 사람을 옭아 매려 했고, 다른 남자가 있는 자리에 가는 것은 절대 안된다고 말하며

그 사람의 학교생활을 아예 망가뜨리고자 하였습니다.

"넌 나만 봐야 해"라는 의미의 언행, 행동 등을 일삼으며 그 사람을 힘들게만 했습니다.

모두 그 당시에는 당연한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시간이 지난 지금에야, 그것이 너무나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았고, 그 생각만 하면 부끄러워 얼굴도 들지 못하겠습니다.

시간이 지난 후에야 제 행동들을 돌아보게 되고, 니가 뭔데.. 라는 질문을 하루에도 수십번 씩 스스로에게 하며 괴로워 했었습니다.

그렇게 제 잘못에서 비롯된 감정소모가 반복되고, 얼굴을 마주보지 않고 단지 수화기 너머로만

싸우고, 빌고, 화해하고를 반복했습니다.

그 사람은 제가 화내는 게 싫어서 거짓말을 했습니다.

그렇다고 그 사람이 어떤 나쁜 행동을, 지탄받을 만한 행동을 했던 게 전혀 아닙니다.

그저 평범한 대학생으로서 당연히 할 수 있는 일들을, 그 사람은 단지 저를 사랑한다는 이유 만으로 눈치보고, 숨기며 했어야 했던 것입니다.

그 사람은 그 상태의 관계를 무려 1년 동안이나 참아 주었습니다.

그렇게 행동했던 저를 다시 받아주며, 정말 1년이라는 시간동안이나 저를 사랑해 주었습니다.

이것 역시 전역하고 사회에 다시 나와보니 깨닫게 되었습니다.

제가 그 안에서 그리 화내고, 의심하고, 욕했던 그 모든 것들이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는걸..

나 역시도 똑같이 그렇게 평범하게 생활하고 있다는 걸요.

그렇게 10년 여름, 그 사람은 저를 떠났습니다.

다시 말해 제가 그 사람을 떠나게 만들었습니다. 그만큼 질리게 하고, 매일 매일 가슴이 답답할 정도로 저는 사랑이 아닌 집착을 했습니다.

 

그 이후, 남은 군생활 1년은 참 힘들게 보냈었습니다.

휴가를 나와서 그 사람에게 찾아가 보기도 하고, 정신이 나간 상태로 그 사람 집 앞에서 밤을 새 보기도 했습니다.

처음으로 친구를 부여잡고 펑펑 울었던 기억도 납니다.

그것들도 그 사람을 얼마나 질리고 지치게 만들었던 행동이었을까요. 부끄럽습니다.

처음 몇 달간을 그렇게 미친 사람처럼 보내고 나서, 그래도 일단 전역할 때까지는

어떻게든 살아야 하지 않겠냐라는 생각에 스스로 많은 변화를 해보려 노력했습니다.

처음 그 사람에게 들었던 원망, 거짓말들에 대한 배신감 대신

제 잘못과 거짓말을 하게 만들었던 제 행동들을 돌아보고자 했습니다.

몇 달 간 휴가 때 사가지고 들어간 레포트용지에 그 사람에게 하루하루 편지를 썼습니다.

보내지 못했고, 보낼 생각 없는 편지였지만, 그 편지들에 제가 어떤 부분을 잘못했고,

어떤 부분을 이해할 수 없었고, 지금 나는 어떠하다.. 라는 내용을 하루하루 적어 나갔습니다.

그렇게 하루도 빼놓지 않고 그 사람을 생각하며, 훈련을 받고, 분대장 임무를 수행하고,

그래도 나름 기억에 남고, 부끄럽지 않은 군생활을 하려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전역. 전역 후 그동안 쭉 써왔던 편지들.. 레포트 용지 두권 분량의 그 편지들과,

작은 선물을 가지고 그 사람의 집에 찾아가, 경비실에 맡기고 저는 돌아왔습니다.

전역했다는 홀가분함보다는, 전역했는데도 그 사람과 웃을 수 없다는 게 가슴이 많이 아팠습니다.

 

그리고 나서 다시 사회에서의 삶이 시작되었습니다. 

무작정 복학하여 학교를 다니며, 입대 전 했었던 동아리 활동을 하고, 공부를 하였습니다.

그 사람에 대한 생각을 하는 것은 더 큰 죄를 짓는 거다 라는 생각을 하며

그 사람을 잊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러던 중.. 학교에서 그 사람을 보게 되었습니다.

수업에 늦어 달려가던 도중, 도서관에서 나오는 그 사람을 멀리서 보게 되었습니다.

과장이 섞인 것도 아니고, 일부러 오글거리게 표현할 생각도 없습니다.

저는 정말 숨이 멎는줄 알았습니다.

수업이고 뭐고, 다른 모든 생각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머릿속이 온통 하얘지는 느낌이었습니다.

달려갔습니다. 그 사람에게 가서, 이름을 부르고, 그리고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 사람은 저를 돌아보고, 당황한 듯 응.. 이라는 말만 한 채 한동안 서 있었습니다.

그 침묵을 견디지 못하고 저는.. 마침 다음날이 그 사람의 생일이었던 터라

생일 축하한다는 말만 한 채 돌아섰습니다. 그때의 기분은.. 모르겠습니다. 

아무것도 하고싶지 않은 기분, 아시는 분들은 아실지 모르겠습니다.

 

운이 좋아 그 사람과 이주일정도 후 밥을 먹게 되었습니다.

그저 형식적인 자기 생활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밥을 먹고,

차를 마시며 저는 다시.. 라는 제 마음을 표현해보려 했었습니다.

돌아오는 대답은, 제가 불편하다라는 것이었습니다.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실소를 머금는 그 사람의 얼굴을 보며 저는 미안하다는 말 밖에 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 나 정말 싫어하지. 라는 생각이 다시 떠올라 그저 부끄러웠습니다. 

그래서 그 날, 저는 그냥 그렇게 보고 싶었던 얼굴..

한두시간이라도 봤으니 됐다는 생각만 하며 집으로 왔습니다.

 

제가 생각할 때 그 사람은, 저에게 질렸고, 제가 무서울 것이고, 싫을 겁니다.

지금은 시간이 많이 지나서 그게 조금 희석되었을 지는 몰라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 상태와 그 사람에 대한 제 마음을 아는 친구들은, 저에 대한 위로랍시며

그 사람에게도 책임이 있다, 세상에 여자는 많다, 여자는 여자로 잊는 거다 등등의

말들을 전역 전부터 해 주었습니다.

그때도 지금도, 저는 절대 동의할 수 없는 말이고, 이해되는 말도 아닙니다.

하지만 단 한가지, 그 사람을 잊어야 한다. 라는 말에는 동의했습니다.

어떻게든 그 사람을 생각하지 않고, 내 잘못은 내 잘못대로 묻고, 내 할일은 해야한다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도 그렇습니다. 잊고 싶고, 생각하지 않고 싶은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그게 되지 않습니다. 잊고 싶은 것도 사실이지만, 보고 싶은 것도 사실입니다.

 

몇 년 동안이나 이어지는 그 사람 생각에.. 지치고 지쳐 다른 사람을 만나보기도 했습니다.

다른 사람을 만날 때는, 상대방에게 늘 충실하고 내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을 늘 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저를 욕하셔도 저는 아무 할 말이 없습니다.

제 안에서, 만나고 있는 사람과 그 사람을 비교하고 있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무의식 중에 그 사람의 행동이 떠오르고, 비교하여 다른 면이 있으면 그것에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답답했습니다. 그런 상태에서 다른 사람을 계속 만나는 것은 상대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 생각하여,

저는 그런 제 자신을 발견할 때마다 만나던 사람에게 그만 만나자는 말을 했습니다.

쓰레기 같죠? 저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단지 새로운 사람에 대한 기대감 만으로 만나는 것을 시작했던 제가 부끄러웠습니다.

그랬던 사람들에 대한 미안함도, 더 이상 느끼고 싶지 않은 감정입니다.

더는 같은 짓을 반복하지 않고 싶습니다. 그러면 안되겠죠.

 

이번 여름이 지나면, 벌써 헤어진 지 3년이 됩니다.

곧 3년을 채우는 이 시점에서도 저는, 오늘 그 사람의 꿈을 꾸었습니다.

그 이후로 연락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지만, 그 사람을 한 번도 생각하지 않은 날이 없습니다.

제가 이상한 걸까요. 저는 그러하다 생각하고 있지만..

그렇다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이런 마음들을 다잡을 수 있을까요.

그 사람은 지금 저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생각이나 할까요.

저는 지금 제가..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습니다.

제 나름대로 스스로 더 멋진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여 나름의 성과도 올리고 살아가고 있지만,

마음 속의 죄책감과 그리움이 저를 괴롭힙니다.

보고 싶습니다. 다시 만나자 말 하고 싶습니다. 제가 잘 하겠다 말 하고,

예전의 제가 어떤 부분이 잘못 되었었는지를 되짚고, 행동으로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래도 되는 것일까요..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힘들었고, 그걸 참으며 저를 사랑해줬던 사람에게,

지금은 스스로의 삶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에게 다시 그렇게 하는 게 맞는 건지도 모르겠고,

그렇다고 이렇게 그냥 참고, 그 사람이 생각나는 채로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이

맞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긴 글 이죠..? 쓰다보니 제 마음속에 있던 많은 이야기들을 풀어놓게 되었습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이 계시다면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못난 놈의 썰풀기였다 생각하셔도 상관 없습니다.

댓글로 저를 꾸짖어 주셔도 좋고.. 앞으로의 조언을 해주셔도 좋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저와 같은 실수를, 저와 같은 잘못을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모든 갈등은.. 한발짝 물러나서 보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이라 생각합니다.

다들 예쁜 사랑 하시기를 바랍니다.

그 사람에게 다시 말 하고 싶습니다. 미안하고, 정말 좋아한다고.

추천수0
반대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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