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지 달달할 것만같은 이야기 1편
민들레
|2013.08.10 00:26
조회 1,097 |추천 0
어제 일이었다.
"우리 헤어져. 오빠는 내가 콩 싫어하는 것도 몰라."
?
하도 사달라 사달라 안 사주면 너는 내 남자친구가 아니다 지나가는 남자다 얼른 사 내라
잔소리를 하길래
스파게티를 사줬다.
"우리 사귄지 이제 이백일이 넘었는데 내가 '콩' 싫어하는 줄도 모르고. 실망이다."
그런데 그 스파게티에 콩이 있었나 보다.
"됐어. 연락하지 마. 찾아오지도 마."
....? 나가버렸다.
헐?
무슨 일인거지.
어떻게 해야하는 지 몰라서 일단 남은 스파게티는 내가 다 먹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연락도 하지 말고 찾아오지도 말랬는데 그럼 어쩌라는 말이지.
아 맞다 헤어지자고 그랬나?
헤어진건가?
내가 뭘 잘못했지?
"7만 5000원입니다."
일하는 점원이 생긋 웃어줬다.
"저기요."
"네?"
"이 스파게티 이름이 뭡니까"
"이건 해물스파게티구요, 이건 치즈빈스파게티..."
치즈빈.
빈.
콩.
"왜 그러세요..?"
"아닙니다"
내 나이 스물 아홉에
첫키스는 무슨
첫연애부터 글러 먹은 것 같다.
물어보고 시킬 걸.
나는 일단 집 앞에 찾아갔다.
그리고 전화를 했다.
"내가 연락하지 말랬지." 뚜둑--
또 걸었다.
"뭐!!!"
"미안."
"뭐? 미안? 그게 지금 미안하다는 말투야? 오빠 왜 그래 요즘? 여자 생겼어?"
".......미안. 빈이 콩인줄 몰랐다. 잠깐 내려와봐."
열한시가 넘어서 아파트는 어두웠고 인적은 드물었다.
놀이터에 있는 그네 말고는 앉아서 기다릴만한 곳도 없었다.
잠깐 내려오라고 한 지가 삼십분이 지났지만
오지 않는다.
.
.
.
한여름 무더위가 계속되는 팔 월.
장마가 끝났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비가 오기 시작했다.
서둘러 106동 현관문을 열고 들어갔다.
소나기인가?
"오빠."
미슬이 목소리였다.
뒤돌아봤다.
"자."
?
"가서 술이랑 안주 사와요. 이건 내가 제일 아끼는 우산이야. ....또 콩 사오기만 해봐라."
미슬이는 슈퍼에 가서 소주를 사오라며 우산을 내밀었고, 자기는 곧 집에 들어갔다.
우산이 낡았다.
오래도록 썼는지 LOVE YOU의 Y가 지워져 있었다.
갑자기 더 미안해졌다.
더 잘해줘야지.
그나저나 열 두시가 다 되어서 소주를 사오라니.
같이 마시겠다는 건가?
이 시간에?
나는 슈퍼에서 술, 안주를 사고 우산도 하나 샀다.
흐뭇해졌다.
밖으로 나가보니 비는 그새 그쳤다.
소나기가 맞았나 보다.
"이건 뭐야?"
"우산. 새로 하나 샀어. 니가 쓰던 우산, 많이 낡았더라. 이제 이거 써."
식탁에 사온 걸 올려놓았다.
"참, 가지가지 한다. 내가 언제 우산 사오랬어요?"
"뭐야. 또 내가 잘못했어?"
"그럼 잘했어? 나는 삼단 우산 안 쓴단말야."
"미안."
"또 미안하대. 내가 말을 말아야지. ...우산 쓴 거 맞어? 다 젖었네. 가서 씻기나 해요."
처음 미슬이 집에 온 거였는데.
화장실이 참 깨끗했다.
언제나 자기는 욕조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투덜댔는데.
그래 샤워부스가 좀 불편하긴 하지.
비가 다시 오는 건지 비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대충 손발을 씻고 나왔다.
?
뭐지 이건.
"미슬아."
......?
"차미슬."
설마 자는 건가?
식탁에 엎드려서 자고 있는 듯 했다.
어쩌라는 거지.
이대로 돌아가야하는건지
깰 때까지 기다려야하는건지
시계를 봤다.
1시.
나는 쇼파에 앉았다.
고뇌하고 또 고뇌했다.
아.
어쩌지.
.
.
.
.
그렇게 오늘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더 중요한 건 미슬이가 없다.
이 집에 사람은 나 혼자뿐이었다.
나 혼자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