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시아버지 생신이셨습니다.
작년에 땀 뻘뻘흘리면서 이십명분도 넘게 음식 준비했던거 생각나서 올해는 제가 먼저 선수를 쳤어요.
형님한테 먼저 전화해 올해는 음식점에서 하자 저희가 계산하겠다 말했고,
시어머니한테도 전화해서 올해는 너무 덥다. 시원한 음식점 룸 예약해놓고 점심 대접하자.
말씀드렸습니다. 시어머니 은근 집에서 음식하기를 바라시는데 그냥 눈치없는척 모른척 했습니다.
저번주에 음식점 예약할라고 형님한테 주변에 밥먹기 괜찮은 룸있는 식당 어디있냐고 조언을 구하니
그냥 집에서 하기로 했어, 어머니가 그렇게 하는거 바라셔서. 하시네요.
더운데 집에서 음식준비(전부터 시작해 진짜 명절수준으로 하십니다..)할생각하니 짜증부터 나더라구요..
누구는 눈치없어서 어머니 그렇게 하기 바라시는거 모르나요, 그냥 모른척 하는거지요.
주말에 내려 가려는데 아이가 배탈이 나 동네병원 응급실 갔다가, 집에가도 되고 입원 해도 된다길래
입원한다 그러고 아이 핑계되면서 남편만 내려보냈네요. 저 분명 한소리 들었을겁니다.
진짜 착한며느리병이라도 걸린건지 한두번이 아닙니다.
대표적인거 말씀드리면, 시부모님 농사 지으시다가, 아들 둘 다 결혼 시켜놓고 농사 그만 두시고
그냥 배추 고추 콩, 이정도만 심으셨어요.
이정도라고 해봤자, 세집 먹고 남은거는 팔 정도니 어마어마 했습니다. 남편 주말마다 내려가 일 도와드리느라 진짜 동남아 사람처럼 타고.
그러다가 시아버지 허리 수술하시고, 두분다 은근 농사 계속 짓고 싶어하시는데
시아주버님이랑 남편이랑 하지 말라고 계속 말리고 시부모님 안하시겠다고 했습니다.
시부모님 다 계속하고 싶어 하셨는데, 건강도 안좋아지시고 아들둘이 무서우시니 그냥 형님한테 우는소리 하신 모양입니다.
그랬더니 형님 그럼 제가 더 도와드릴테니 토마토나 이렇게 따먹을거만 간단히 심으시라고..거기서 초를 치고 있네요.
평생 농사 지으시던분들 토마토로 만족하시나요. 처음에는 토마토만 했다가 다시 원상복귀.
진짜 가끔 제가 다 답답합니다.
티비도 디지털 전환되면서 바꾸지 않으면 더이상 안나온다고 했었잖아요.
저는 유선나오니까 방송 끊길일 없으실거라고 말씀드리고 형님 시아주버님 다있는데서 유선나오니까 상관없다고 말씀드렸어요.
그랬는데 덜컥 티비사서 시댁에 보내드렸다고 반값만 달라고 전화가 왔네요.
진짜 속터져 죽을뻔 했습니다. 저희집 티비 안바꿨는데도 지금도 잘만 나옵니다.
가끔 남편이 왜그러냐하고 전화하면 시아주버님도 형님이 오지랖 떠는거라고 짜증내실정도입니다.
제가 이기적인건지 시부모님들 가끔 우는소리 하시는데 그걸 어떻게 다 받아드리나요..친정 부모님한테도 그렇게는 못합니다.
대충 할만큼은 하고, 좀 힘든거는 힘들다고 말합니다. (잘되는 냉장고 불편하니 바꾸고 싶다, 뭐 바꾸고 싶다)하시는데 저는 그냥 한귀로 듣고 흘립니다.
진짜 고장나 못쓰는거는 바꿔드리지만요.
근데 형님은 전적으로 다 하시니, 시부모님 저희한테는 안하시고 형님한테만 부탁하십니다.
그럼 일단 형님은 일을 벌리시죠. 그리고 수습은 같이 하자고 하니 정말 돌아 버리겠는거죠.
남편한테도 형님 따라 하다가는 우리 집 다 거덜난다. 나는 못한다 말은 하는데.
자꾸 일을 만드니, 눈치껏 빠져나가는 저는 진짜 더 나쁜 며느리가 되고, 남편하고도 가끔 이유없이 뻘쭘해지고 그러네요.
남편도 팔은 안으로 굽고, 본인 부모님이니 다 해드리고 싶을거니, 가끔 이건 아니다 싶으면서도 약해지는 모양이고.
매번 이래서 안된다, 그건 아직 쓸만하다 말하는 제가 예쁘지만은 않을겁니다.
진짜 미치겠네요. 형님 하는거 같이 수습하자니 살림이 거덜날거 같고, 안하고 핑계만 되자니 남편이랑 자꾸 어색해지는 기분이 들고 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