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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갈 시간이다.

철짱구 |2013.08.17 18:16
조회 576 |추천 7

안녕하세요, 네이트판에 처음 글 써봅니다.

네이트 아이디를 동생과 함께 쓰는데 동생이 판매니아고 그중에서도 엽호판이 제일 재미있다고 하더라구요. 몇주째 열심히 봤는데 저랑 비슷한 경험 하신분들도 보이고 진짜 무서운 글 보고 잠도 못자고 그랬네요. 여긴 대단하신 분들 많은것 같아요. 다 사실인진 모르겠지만 ...

저는 귀신을 본 적은 없는것 같아요. 그저 이상하다 싶은 경험을 한적은 있고 꿈과 가위 전문이죠.

물론 제게도 귀신 본다는 친구들도 있고 이것 저것 들은건 많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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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2월 아니면 3월이었을거에요. 저는 당시 캐나다의 토론토에서 살고 있었어요. 유학생 이었는데 가세가 좀 기울어져서 학교를 더이상 다니지 못하고 동생만 계속 공부를 하고 있었죠.

비록 학교는 더이상 다니지 못했지만 비자만료기간도 좀 남아있었기에 동생과 함께 그곳에서 조금 더 지낼 수 있었습니다.

 

언제부터였는지는 확실히 모르겠지만 그런꿈을 한두번 꾼게 아니라는건 스스로도 인식하고 있었어요. 그러나 별로 신경 쓰진 않았죠.

무슨꿈이었냐면 .....

제가 초등학교 6학년때 부모님이 이혼하셨어요. 그 이후로 3년정도는 아버지와 교류가 있었지만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턴 전화연락도 없었어요. 새여자와 산다는 얘기, 그여자와의 사이에서 생긴 자식이 벌써 몇살이라는 얘기 등등  간간이 들리는 소식들은 있었지만 저는 그냥 아버지가 더이상 엄마를 찾아와서 우릴 힘들게 하지 않기만을 바랬죠.

18살때 지하철역에서 아버지를 마주쳤지만 아버지는 절 못알아보시더군요. 그래서 저도 그냥 뒤돌아섰죠.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좋은게 거의 없어요. 굳이 아는척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도 자식을 못알아보다니 ... 씁쓸하긴 했습니다.

시간은 흘러 저와 동생은 유학을 갔고 엄마는 한국에서 열심히 생활하고 ... 그렇게 세월은 흘렀습니다. 그리고 토론토에서 살고 있을때, 어느날부터 그꿈을 꾸기 시작했어요.

아버지가 꿈에 나옵니다. 아버지는 양복을 단정하게 입는일이 거의 없었어요. 양복을 입으셔도 넥타이까지 단정하게 갖춰서 입으신 적은 ... 제기억엔 없습니다. 그런데 꿈에 보이는 아버지는 늘 양복을 단정히 입으셨어요. 그리고 항상 저를 부르십니다.

"~아, 이젠 갈 시간이다."

언제나 이말을 하십니다.

전 별로 신경 쓰지 않았어요. 그러거나 말거나 ... 저도 나름대로 바쁘고 신경 쓸게 많았기 때문에 꿈을 꿔도 그냥 그냥 ...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좀 의아하더라구요. 왜 아버지는 항상 같은 양복, 같은 넥타이, 같은 몸동작. 같은말만 하실까? 아버지가 혹시 아픈가 ... 혹시  집에 찾아가서 또 엄마에게 돈 내놓으라고 괴롭히는건 아닐까? 엄마는 혼자 계신데 ... 아무도 엄말 지켜주지 못하는데 ...

그생각이 들자 전 시간같은건 확인할 틈도 없이 엄마에게 국제전화를 했습니다.

 

나 -엄마, 자다 전화 받았지? 미안.

엄마-아니. 티비 보고 있었는데 ... 뭔일 있어?

나- 아니 뭐 ... 그냥 엄마생각 나서 ... 근데 나 요즘 이상한 꿈 많이 꾼다. 아부지가 꿈에 나와서 ...(어쩌고 저쩌고 ~~~꿈얘기)

잠시 정적.

나- 엄마? 엄마?

엄마-야... 내가 너 신경 쓸까봐 말 안한게 있는데 ... 아빠 돌아가셨다.

또 잠시 정적.

나- 언제?

엄마 - 나도 언젠진 확실히 모르는데 ... 자동응답기 (그땐 자동응답기 사용하는 집 많았습니다)

          에 니아빠 친구가 녹음해놨더라구. 근데 나도 지방에 가있느라 몇달동안 집에 없었잖아.

          그래서 최근에야 알았지.

나- 그때라도 말 좀 해주지 그랬어?

엄마 - 요즘 너 힘든데 ... 한국 오면 얘기해주려고 했지. 어쨌든 그래도 니가 큰자식이라 니꿈에

          보였나보다. (훌쩍이는 소리로 보아 좀 흐느끼신듯)

 

전화를 끊고 몇분동안은 그냥 가만히 있었어요. 슬프진 않았어요. 그냥 기분이 이상했어요.

아니, 슬펐어요.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데도 슬프지 않다는 사실이 더 슬펐네요.

눈물이 흐르기 시작한건 그날밤이 다 되어서 친한 친구와 통화하면서였습니다.

뒤늦게 깨달은건 꿈속의 아버지는 늘 검정색 양복에 검정색 넥타이 차림이셨다는 거.

 

그후에도 꿈에 아버지가 보이는 일이 종종 있었어요. 어느날은 미안하다고도 하셨고 어느날은 친할머니와 함께 제손을 붙잡기도 하셨고 ... 아버지를 비롯해서 돌아가신 집안어른들이 꿈에 보일땐

뭔가 조심하라는 의미같아서 나름대로는 행동할때 주의를 기울이곤 했죠.

 

올해 초, 또 아버지가 절더러 미안하다면서 친할머니도 함께 나오셨는데 ... 저와 함께 밥을 먹었어요.  돌아가신 조상님들과 겸상하는 꿈은 안좋은 꿈이라면서요? 그래도 별로 신경 안썼어요.

그런꿈 수십번도 더 꿨으니까요 ...

며칠 후, 저는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 그때 그 상황을 되돌이켜보면 , 그리고 차에서 기어나와서 처참하게 찌그러진 차체를 본 순간을 돌이켜보면 저와 운전을 했던 친구는 크게 다치던지 아님 운명을 달리 하지 않은게 신기할 정도에요. 저는 손가락 하나 안다치고 타박상만 입었고요 친구는 귀연골이 찢어져서 꼬매기만 했어요. 다들 차를 보더니 천만다행이라고 조상님들이 살린거라고 했죠. 특히나 조수석에 앉아있던 제가 멀쩡한게 놀랍다고 ... 운전했던 친구의 누나가 차를 보고 오더니  절더러 정말 괜찮은거 맞냐고 ...후덜덜대더라고요.

뭐 온몸이 얻어맞은거처럼 욱씬대긴 했죠. 멍도 들고... 그게 한달쯤 가긴 했지만 그게 다였어요.

그리고 약 이주일 후? 저는 검찰로부터 온 통지서를 하나 받았습니다.

망자가 된 ... 의 상속인이므로 부친의 빚을 갚아야 한다는 내용이었죠.

 

지금 생각하면 큰일도 아닌일인데 그순간엔 진짜 엉엉 울었어요.

16살 이후론 아버지를 본적도 없고 목소리도 듣지 못했으며 그이후론 1원 한푼 받은게 없는데 내가 왜 갚냐면서 ..... 통지서를 주러온 분이 상속포기 하는거 있으니까 내일 당장이라도 신청하라면서 달래주셨지만 다리가 후덜덜덜 떨리더군요.

집에 들어와서 차분하게 내용들을 보니 연대보증 이었고 액수는 일억정도.

다음날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서 가정법원과 동사무소를 마구 뛰어다니면서 상속한정승인신청을 했습니다.

여러분들도 알아두세요. 상속포기는 망자가 돌아가신 3개월안으로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자동승인한 것으로 되는거에요.

엄마가 아버지의 사망소식을 알게된것도 이미 3개월후였지만 어쨌든 설마 설마 빚까지 있겠어 하는 심정으로 신경을 안쓰신 것도 문제였죠. 그러나 산사람 죽으란 법은 없습니다. 저같은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므로 나름의 구제방법이 있더군요. 뒤늦게라도 상속한정승인 이라는 것을 신청하면 빚을 내려받아도 자신이 상속 받은 범위안에서만 갚으면 되는겁니다. 물론 저는 일원도 받지 않았으므로 갚지 않아도 되는거구요.  상속한정승인신청을 한게 1월 말인데 6월이 되어서야 겨우 신청이 받아들여졌다는 통지서를 받았습니다.

 

아무래도 아버지는 자신의 죽음을 저에게 알리고도 싶으셨고 빚을 남겨준것이 미안하셨나봐요.

결국엔 일이 잘 해결되긴 했지만 그때 그순간은 상당히 힘들었어요 ㅜ.ㅜ

 

* 새여자와의 사이에서 낳은 자식은 없나? 왜 나한테만? 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서류정리를 해보니

법적인 자식은 저 하나뿐이더군요. 그여자분과는 그냥 동거하신 거였고 그분과의 자식은 당연히 호적에 올리지도 않으신거죠.

아부지, 정말 너무하십니다 ㅎㅎㅎ ㅜㅜ

아참, 동생은 새아버지 사이에서 생긴 녀석이구요그래서 나이차이도 많이 나요. 새아버지도 세상에 안계십니다. 술이 웬수죠 웬수.

친아버지도 술, 새아버지도 술, 그래서 어머니는 술을 아주 저주하세요. 

 

 

 

 

 

 

추천수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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