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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남편과 백수아내

백수아내 |2013.08.21 01:43
조회 17,921 |추천 33

2010년. 결혼을 약속했다.

워낙 오랜 기간 연애하면서.

몸이 많이 약했던 나에게 그는 말했다.

오빠가 돈 벌테니까 넌 집에서 쉬어.

 

친정은 경기도 남양주시.

시댁은 서울 노원구.

하지만.

남편 직장은 아산.

 

그럼 신접살림은 아산쪽에 차리자.

신랑 따라 난 직장 그만 두고.

결혼 두달전 천안에 전세집 구했다.

 

지방은 전세가 싸다.

오래된 빌라 4500에 계약.

2천은 내가 모아두었던 돈.

2500은 신혼부부대출.

신랑 집도 가난하고.

공무원 한다고 했다 망해서 모아놓은 돈 제로.

내가 모은 돈으로 결혼하는거.

난 괜찮았다.

어차피 살면서 오빠가 벌거니까 난 괜찮아.

 

결혼 한달전.

신랑 직장 때려쳤다.

 

이유가 머야.

....

그냥 믿어달라는 말..

이라도 하면 좋겠지만.

그냥 회사가 별로란다. 못 다니겠단다.

고작 1년 조금 넘게 다닌 회사.

그만 뒀다.

그럼.

우린 왜 천안에 집을 구했을까.

연고도 없는 곳에.

단지 신랑 직장 때문에 간건데.

 

결혼할때까지.

신랑은 무직.

그래도 난.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다행히 신혼여행 갔다 온 후에 바로 면접 보고 취직.

이번엔 아예 천안에 구했다.

휴. 그래 다행이다.

나 역시 신행 후 2주만에 취직.

계약직이긴 했다만.

 

신랑 회사일 잘하고.

공로도 인정받아 연봉 급상승.

아.. 참 다행이다.

 

그러던 어느날.

지인 소개로 한 회사 면접본 신랑.

아니.. 원래 연봉보다 1100을 더 준단다.

사실.. 원래 연봉이 정말 적긴 했다만.

맙소사. 붙었다.

다니던 회사 때려치고.

이직 전까지 2주 브레이크.

 

2주 잘 쉬고 출근.

근데.

다니기 싫단다.

회사가.

맘에 안 든단다. 이상하단다. 그만 두는 사람이 많단다.

일단 나한테 말한다.

회사가 이상해.

...

하긴.

결혼 전에도 맘대로 퇴직했던 사람.

이제 와서 말해 뭐하리.

 

오빠 맘 편한대로 해도 돼.

나야.. 오빠가 거기 다니면 좋지.

맘에 안 들면. 다니면서 다른 곳 알아보면 안될까.

내 의견은.

그냥 의견일 뿐이다.

듣기만 할 뿐이다.

반영하지 않는다.

 

바로.

그만 뒀다. 담날 아침 문자 하나 달랑 보내는 걸 봤다.

 

그냥.

오빠 한번 믿어줘.

라는 말이라도 했으면.

 

마침 나도 이번달이면 계약 만료.

일의 특성상 계약 기간을 늘릴 수 없다. 무기계약직도 불가. 정규직 전환 자체가 안 되는 일.

 

거 참 시기도 지랄같다.

 

백수 생활 두달째 남편.

지난주에 면접 봤다.

오란다. 낼부터.

연봉은 지인이 소개시켜 준 곳보다 800이나 적지만.

완전 좋았다.

근데.

얘는. 또 안 간단다.

가기 싫단다.

아니. 근데 면접은 왜 봤냐.

 

또.

없다.

믿어달란 말.

미안하단 말.

없다.

 

이번달 말이면 계약 끝나는 나.

두달째 자진퇴사와 입사거부로 놀고 있는 남편.

 

 

난 아이를 원하지 않는다.

사실. 건강쪽으로 말못할 사정이 있다.

돈도 많이 들어서 싫다.

누가 뭐래도 상관 없다.

건강이 안 좋아도. 돈이 많으면 낳는다.

그냥 쪼들리며 사는게 싫다.

있는 돈으로 애도 사주고 나도 사야지.

애만 사주는 거 싫다.

그래. 나 철없다.

그래도 남편이 지인 소개 회사로 이직한다고 할때.

심각하게 고려했다.

허나.

신은 내가 아이 낳는 것을 원하지 않는건지.

남편을 자진백수로 만드셨다.

아 그래.

자각해라. 넌 돈을 벌어야한다.

애낳고 놀 생각 마라.

 

 

 

남편은 서른넷이다.

직장경력은 4년.

한창 벌 나이에.

집에서 하루종일 코난과 짱구, 김전일을 보고 있다.

아. 야구도 본다.

 

 

책임감.

신중함.

있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 싶다.

 

면접 본 회사 출근 안 하겠다고 전화하는 남편 보면서.

그래도 우리둘을 위해서 다녀보면 어떻겠냐는 나의 말을 그저 듣기만 하는 남편 보면서.

할말을. 잃었다.

 

난 이미 계약만료가 정해져있었기에.

담달부터 자격증을 따기 위해 실습을 하기로 되어있다.

실습이 끝나면.

바로 구직을 할 생각이다. 아니. 해야만 한다.

 

그래도 둘다 벌땐 합쳐서 한달에 360 벌었다.

우리 일상생활은 이 예산에 맞춰져있다.

내년 5월에는 전세계약만료라 이사 가야한다. 돈 모으고 있다.

남편이 그만 둔 회사 퇴직금은 아직 들어오지도 않았다.

그만 둔지 두달인데 안 들어온다.

여튼. 이제 한두달 정도밖에 못 버틴다.

 

남편은 또 면접 보겠지.

또 안 간다고 하겠지.

담엔 또 뭐가 맘에 안 들지.

이젠 면역이 됐다.

 

 

연애할때도.

첨엔 공무원 준비.

떨어지고.

보험회사 들어가더니.

일년 내내 한달에 백만원도 못 벌고.

어쩔땐 마이너스라 돈을 낸적도 있다.

보험회사 시스템이야 잘 모르겠다만. 여튼 그렇다.

직장 구할때 나만 믿으라는 사람 철썩같이 믿고.

두번이나 당했다.

내가 곁에서 그런 사람 믿지 말라고.

그렇게 말해줬는데.

 

결혼 직전 그만 뒀던 예의 그 첫 직장.

첫 직장에서 월급이 140.

내가 2006년에 첫 직장에서 받던 월급이다.

난. 그래도 결혼했다. 이 사람과.

돈이 전부는 아니니까.

내가 모아둔게 있으니까.

그래도 이 사람이.

책임감을 갖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자기보다 나를 생각해 줄것이라 생각했다.

틀렸다.

이 사람은.

아직도 사회를 잘 모르고.

자신을 너무 믿고.

나에 대한 책임감이 부족하다.

 

요새 개나 소나 4년제 나왔다.

우린 둘다 서울 소재 4년제 나왔다.

아니 그게 무슨 대수냐.

나는 신촌 S대.

이 사람은 in 서울 국립대.

이 사람은 그걸.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 같다.

석사 박사가 발에 치이는 이 세상에서.

 

하긴 난 20대때.

졸업하고 1년 백수생활하면서.

밑바닥까지 떨어져보며.

내가 얼마나 별볼일 없는 사람인지에 대해.

뼈저리게 느끼고.

그저 받아주기만 해도 감사하단 생각을 하는 인간.

그걸 겪지 못해서 그런가.

 

물론 아내가.

남편을 믿어줘야 하지만.

남자가 원래.

자신만만해야 하지만.

세상을 좀 알고 살면 안되나.

 

잠 안 와서 끄적이다보니.

커서가 졸라 작네.

 

 

 

남편은.

참 잘 잔다. 부럽다.

나도 자고싶다.....

추천수33
반대수13
베플민댕이부인|2013.08.22 09:12
이혼사유 충분히 됩니다, 위자료받고 헤어지세요. 애기 없으시다면서요, 계속 그렇게 쪼달리게 평생 사실건가요? 사람본성 ... 고친다고 고쳐지지 않습니다, 보니까 습관같은데,, 저희 아빠가 그랫거든요, 조금만 트러블 생기면 돌연 관두고, 또 다니다가 관두고.. 3년이상 버티는걸 못봤네요.. 아마 이혼하자고 하면 발목 붙잡을겁니다 잘하겟다고 나 취직했다고. 믿지마세요.. 사람 천성, 어디 안갑니다, 후회없는 선택하시길 바래요. -------------------------------------- 소식에 NEW가 떠서 들어와보니 베플;;; 전 딴건몰라도 폭력문제, 책임감 문제로는 이혼이 정답이라고 생각됩니다. 댓글에 해결책을 제시하라고 하셨는데 그럼 님이 다른 좋은해결책을 내보시지 그러세요?? 그리고 글도 제대로 안읽고 베플만보고 반감사시는분도 참 어이없군요, 위에 올라가서 제대로 글을보세요.
베플최강치|2013.08.22 09:19
저는 건설회사에서 일하고있습니다. 제겐 여우같은 마누라와 토끼같은 곧 돌인 딸아이가있죠... 매번힘든일이 찾아와 몸이고단하고 머리아프고 하는일이 생길때마다 저또한 사직 생각을하고 이직을 생각합니다. 그때마다 드는생각은 "어차피 다른데가봐야 다시적응해야하고 다시 머리아플테고"라는생각을 가지고 핸드폰에 해맑게 웃고잇는 와이프와 아이를 보면 이회사에 오래붙어있어 못해도 이사는 해먹어야겟다 "참자,참자,참자" 생각을 가지고 살고잇습니다. 이런말 하기는 모하지만... 남편분 정말 책임감 없습니다. 제생각은 그렇습니다. "남자는!!! 자기여자를 지켜줄수있어야합니다"
베플너구리|2013.08.21 11:10
회사가 맘에 안드는게 아니예요. 그냥 피곤한겁니다. 견디지 못하는거죠. 님 결정하시길.. 님이 그 남자 먹여 살려야 됩니다. 그럴 자신 있으면 이대로 가시길.. 내 이말은 절대 거짓이 아니라고 보장합니다. 님이 그 남자를 먹여 살릴 운명입니다. 운명을 바꾸시는건 님의 선택입니다. <-- 절대 진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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