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맛있게 드셨나요?
금요일이네요 아오 씐나![]()
출처 : 웃대
쏴아아 -
싸늘한 산들바람이 목을 휘어 감았다.
주변을 맴도는 한기가 피부를 스치면서 신경을 곤두세웠다.
발 밑을 웃도는 햇빛이 뉘엿뉘엿 사라질 즈음, 계속 누워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손으로 바닥을 더듬더듬 짚으며 몸을 억지로 일으켜 세웠다.
그 순간, 꽉 다물어진 입이 자연스레 열렸다.
“끄아악!! …… 컼, 커억”
온 몸을 쇠몽둥이로 맞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목구멍에서 뜨거운 것이 마구 솟구쳤다.
종아리 뼈에 금이 간 듯 찌릿찌릿했다. 두 다리로 온전히 서 있기가 힘들었다.
순식간에 앞으로 고꾸라졌다.
“으아악!!!”
달리는 자전거에서 넘어지거나 종이에 손이 베이고,
책상에 머리를 부딪히는 것과는 급 자체가 달랐다.
여태껏 살면서 느껴보지 못 했던 고통이란 참으로 가혹했고, 인정사정 없었다.
그렇게 엎드려서 기절하려는 찰나, 내 얼굴 앞으로 희끄무레한 것이 보였다.
자세히 보니 친구 성민이의 머리통이었다.
기겁을 하며 몸을 일으켜 세웠다.
이상하게도 전혀 아프지 않았다.
핸드폰 플래시를 켜 놓고 주위를 비추자, 곧바로 설명이 되는 광경이 시야에 잡혔다.
산산조각 나서 불에 타고 있는 고속버스,
깨진 창문 위로 엎어져 있는 사람들,
바닥을 이루는 붉은 호수.
그리고 내가 서 있는 곳은 해발 832m, 대관령 어느 도로 옆 낭떠러지.
생존자는 나 뿐이었다.
“…어”
“성민이??”
“…어”
“너 살아 있었어??”
“…어”
“너 때문에 내가 얼마나 속상했는지 알아??”
“…어”
“너 지금 어디야!!”
“…어”
“어딜 같이 가자는 거야”
“ㅈ…어”
“성민아??”
“죽어”
“헉!!”
덮고 있던 이불을 내팽개쳤다. 매일같이 겪는 악몽이었지만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
고장 난 수도꼭지를 타고 온 몸에서 땀이 마구 흘러 나왔다.
시계를 보니 오전 3시를 갓 넘겼다. 진정되지 않는 가슴을 억누르기 위해 시원한 물이 필요했다.
냉장고 안의 물통을 집어 내용물을 단숨에 들이켜봐도, 상쾌해 지기는커녕 등골이 서늘해졌다.
TV위에 있는 액자가 반짝였다.
그 것은 입대하기 전에 성민이와 추억여행을 갔을 때 찍은 사진이었다.
액자를 들고 한참을 바라보았다.
사진 속 활짝 웃고 있는 두 남자는 우스꽝스러운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사고가 난지 어언 2달이 지났지만,
그 끔찍했던 현장은 지우개 따위로 지울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리저리 튕겨나가진 사람들,
산산조각이 난 버스,
풀밭을 붉게 물들인 선홍색 피.
그리고 성민이의 얼굴.
‘그래, 내가 많이 원망스럽겠지’
순간, 사진 속 평온했던 성민이의 얼굴이 순식간에 바뀌었다.
머리에선 피가 쉴새 없이 흘렀고, 입술은 너무나도 창백해 보였다.
성민이의 눈동자가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이내 시선이 마주쳤다.
굳어져가는 다리를 필사적으로 조종하며 뒷걸음질 쳤다.
순수한 공포심이었거나, 순수한 죄책감이었거나.
얼른 이불을 덮고 잠을 청하려고 하는데, 어렴풋이 목소리가 들려왔다.
“죽어”
따르르르릉 –
고요한 아침의 정적을 벨소리가 단숨에 깨버리는 것도 모자라,
방 안에 있던 나의 고막을 쩌렁쩌렁 울렸다.
전날 밤에 일어난 일로 심신이 지쳐있던 나는, 전혀 느끼지 못 하고 숙면에 빠져 있었다.
따르르르릉 –
정확히 15번 더 울린 뒤에야 겨우 눈을 떴다.
아직 덜 깬 상태로 핸드폰을 쥐고 발신자를 보자 잠이 확 달아났다.
허겁지겁 통화버튼을 눌렀다.
건너편에서 중후하고 무거운 목소리가 들렸다.
“아 예 사장님”
“자네 지금 괜찮아?”
“네? 아 네. 괜찮습니다.”
“다 들었어. 큰 사고 났다며? 몸은 다 나았나?”
“거의 다 나았습니다.”
“자네 못 보는 줄 알았어. 진짜 다행이야.”
“걱정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 그래. 오늘은 일도 별로 없으니깐 집에서 푹 쉬어”
“네? 아 그래도 되는지….”
“내가 사장이잖아. 푸하하…”
“정말 감사합니다…”
“그래, 같이 갔던 친구는 괜찮고?”
괴로워서 더 이상 말을 이어갈 수 없었다.
“야! 너 진짜 너무한 거 아니냐?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가 있어? 응?”
바닥엔 소주병과 맥주 캔이 주인을 잃고 나뒹굴었다.
도저히 녀석에게서 도망칠 방법이 없었다.
술이 거나하게 들어간 뒤에야, 그 녀석 앞에서 당당해질 수 있었다.
“너 죽은 거 제일 슬펐던 사람이 누군지 아냐?
너네 가족도 아니고 바로 나였어 임마! 근데 왜 자꾸 꿈에서 나를 괴롭히고,
현실에서도 나를 괴롭히는데? 뭐? 죽어?
너 그게 나한테 할 소리냐? 그래! 나 죽을 거다.
사실 너 얘기만 나오면 진짜 죽을 것 같았어.
혼자 살아남은 내가 미안하고, 그래! 죄책감 든다 임마!
지금도 어디서 나를 지켜보고 있겠지.
죽기 직전의 모습으로 말이야. 하지만, 이제 더 이상 무섭지 않아”
난간 위로 올라갔다.
등 뒤에서 나를 밀어내는 바람이 내 뜻을 재촉하는 것 같았다.
혼자 떠나가버린 친구가 원망스러웠고, 혼자 살아남은 내가 원망스러웠다.
밤마다 나타나는 친구가 무서웠고, 어느 새 친구를 미워하게 된 내 자신도 무서웠다.
더 이상 공포 같은 삶을 지체할 수 없었다.
나는 결국 뛰어내렸다.
저 멀리서 친구의 형상이 보이는 듯 했다.
왜? 왜지?
너는 왜 그런 슬픈 눈을 하고 있는 거야…
“아… 죽고 싶다”
“김성민 너 이새끼 죽고 싶다는 말 입에 붙었네”
“아, 미안.”
“너 죽고 싶다고 할 때마다, 내가 차라리 죽으라고 할 거야.”
“헐… 이건 너무한 거 아니냐?”
“끝까지 들어봐. 그러면 오기가 생겨서, 너 까짓 말에 안 죽을 거라고 마음을 먹겠지?
그럼 안 죽는 거야.”
“오~ 새끼 멋있다? 알았어. 너도 죽고 싶다고 말 할 때마다, [죽어] 라고 말 할거야.”
“맘대로 해라. 난 아직 죽고 싶은 마음 없으니깐. 저녁이나 먹으러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