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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의 직업때문에 결혼을 반대하세요.

쓰다 |2013.08.29 19:39
조회 40,341 |추천 94

안녕하세요. 퇴근하려고 책상을 정리하다가 갑갑한 마음에 글 한 번 끄적여봅니다.

저는 현재 31살이고, 1년 가까이 만나고 있는 분이 있습니다.

나이가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결혼까지 가도 나쁘지 않을 그런 사람을 서로 찾았고,

1년 가까이 만나다보니 이 사람이면 괜찮다 싶어 본격적으로 결혼 이야기가 나오게 되었습니다.

 

저희 집안이나 상대편 집안이나 둘 다 어느정도 여유가 있는 집안들이고, 양친 모두 살아계시며

가정 화목해서 집안에 대한 문제도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게 제 착오였나봐요.

 

환갑이 다 되신 저희 아빠가 아직도 현업에서 일하고 계시고, 엄마는 집에 계시니

남자분 쪽 집에서는 저희 엄마가 전업주부이신 줄 아셨나봐요.

저희 엄마는 30년간 은행에서 일하신 커리어우먼입니다.

30년을 일하셨으니 직급도 매우 높으셨죠.. 퇴직하시기 전에는 아빠보다 연봉도 훨씬 높으셨구요.

 

엄마 나이도 환갑이 되어가시지만 30년을 출퇴근하셨기 때문에, 또 체질적으로도

약간 마른 체형(길쭉길쭉하니 마네킹 몸매세요... 전 아빠 피ㅠㅠ) 이셔서 옷발이 잘 받으세요.

본인이 항상 관리를 하신 것도 있으시구요.

퇴직하신 이후에도 어쩌면 본인 스스로 우울증이라던가 갱년기 등에 빠지게 될까봐 부지런히 살려고 노력하신 부분도 있으세요.

 

 

3주 전쯤에 처음으로 남자친구가 저희 부모님을 뵈었어요.

20대때 3년 가까이 사귄 남자친구가 딱 한 번, 그것도 우연히 길에서 엄마아빠랑 마주쳤을 뿐

저는 남자친구를 집으로 데려온 적도 없고, 제가 남자친구네 집에 가본 적도 없거든요.

이 사람이랑 이제 자연스럽게 결혼까지 가겠구나 하는 생각에 처음으로 밖에서 엄마아빠랑 식사하는 자리를 만들었고, 그 날은 분위기 좋게 잘 끝났어요.

 

굳이 묻지도 않은 말은 미주알고주알 하는 성격이 아니라 저도 딱히 말하지 않았고,

사실 나이가 있기 때문에 언제 누구와 결혼까지 하게 될 지 몰라

저 자신을 제외한 집안의 배경이라던가 친척이라던가 그런 얘기는 일부러 안 했었어요.

제가 좀 보수적이라 여자는 함부로 그런 얘기 하는건 아니라고 생각해서..

 

 

그런데 남자친구가 식사자리 이후에 엄마가 원래 주부가 아니셨냐고 하길래

우리 엄마 은행 다니시다가 퇴직하셨다고 말을 했어요.

남자친구는 어쩐지 집에만 계시던 분 느낌이 아니라고, 좀 뭐랄까 고급스러운? 느낌이라고 그냥 아- 그렇구나- 했구요.

 

 

그런데 그 이후에 남자친구가 좀 저랑 거리를 두는 것 같기도 하고,

결혼과 관련되서 이제 제가 남자친구 부모님을 만나야 할 차례라 그런 얘기가 나오면 좀 데면데면하게 말하기도 하고 해서 날잡고 물어보았더니

남자친구 어머님 되시는 분이 저희 엄마 직업을 듣고는 결혼을 반대했다고 합니다

은행원이 얼마나 깐깐한 줄 아냐, 그런 집에 장가가면 잘해야 본전이라면서..

그냥 세상물정에 너무 밝지 않고 편안하게 우리 사위 우리 사위 해주는 그런 집에 갔으면 좋겠다고.

 

저희 엄마가 푸근푸근하니 인심좋은 동네 아줌마같은 인상도 아니고

오히려 안경끼고 야리야리하게 생기셔서 뭐 날카롭게 보일 수도 있다고 생각은 합니다만

절대로 인상이 나쁘다거나 신경질적으로 보이는 이미지는 아니거든요. 오히려 진짜 이쁜데..

 

 

 

저는 제 엄마니까 당연히 좀 억울하기도 하고 제 입장에서만 생각하게 되네요.

달리 생각하면 30년 직장생활 하셨으니 아빠 엄마 둘 다 국민연금 받으시며 편안하게 사실 수 있는데,

여자 직업 혹은 친정엄마 직업이 은행원이라는 게 그렇게 흠잡힐 일인가..

나도 상대편 집안 입장이라면 반대했을까? 하고..

 

참 답답하기도 하고 생각이 많네요.

당연히 부모님께는 말씀드리지 않았구요,

저 낳아주신 부모님인데 제 부모님 싫다는 사람과 더이상 시간끌 필요는 없을거라 생각해서 조만간 정리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막말로 제가 제 부모님 싫다고 해서 부모를 바꿀 수도 없는 거고,

제 부모님이 잘나면 잘났지 한번도 부끄럽거나 창피하다고 생각해 본 적도 없거든요.

 

그저 조금 남들의 생각이 알고 싶어져 이렇게 끄적여봅니다..

객관적으로 다른 분들도 그런 생각들을 하고 계시는가 하고...

비난하거나 그러는 게 아니라 생전 처음 겪어보는 일로 살짝 멘붕이 와서, 새로운 시각을 가져야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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