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지난 주에 퇴근을 앞두고 글을 하나 올렸었던 사람입니다.
그때 글 올리고 퇴근하면서 휴대폰으로 확인을 했었는데 댓글이 많이 달려있진 않았거든요.
제가 금요일부터 연수들어가고 하느라 정신이 다른데 팔려서 며칠 후에 확인을 해봤는데
댓글들이 많이 달려있길래 깜짝 놀랐고, 정말 하나하나 정성들여 다 읽어보았습니다.
다시 한번 깊은 감사드리고, 글 올리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몇몇 분이 오해하시는 분들이 계실까봐 말씀드리는데,
그 글을 쓸 당시에 이미 저는 그 남자분과 헤어질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글에도 썼다시피 잘났든 못났든 내 부모님이고,
내 부모가 법을 어겼다거나 손가락질 받을 짓을 하신 게 아니기에 저는 당당했고,
결혼이라는 것은 한 집안과 집안이 만나는 일인데 상대쪽 집안에서 저희 집안을 마음에 안 들어하신다기에 그건 제가 어찌할 수 없는 일이니 우리는 인연이 아닌가보다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글을 쓴 이유는 객관적인 남들의 의견이나 취향에 대해 한 번 생각해봐야 하는건가 싶어서
님들께 글을 올렸던 것이였습니다.
저는 나이가 들면 사람이 자신의 얼굴과 분위기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거든요.
관상이라던가 풍기는 이미지를 무시할 수는 없다고 생각을 해서..
그래서 저희 어머님이 아주 마음씨 좋아보이는 푸근한 인상은 아니기에 상대방에서 그런 걸 느낀건가 하고
바보같이 저는 거기까지만 생각을 했었는데...
그리고 은행원이라는 직업을 안 좋게 느끼시는 분들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그런데 베플님들도 그렇고, 여러분들이 써주신 글들을 읽으며
물론 함부로 속단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그런 부분(친정이나 며느리를 함부로 대하려고 하신다)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 무릎을 쳤습니다.
(푸근~~한 인상이 아니라는 거지 사납게 생기시진 않으셨습니다ㅋ 객관적으로 정말 저희 엄마는 정말 미인형이세요ㅎ)
다시 한번 정말 감사드려요.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듣는 게 정말 좋은 것 같아요.
음 그리고 .. 상황이 조금 재미있게 돌아가서 조언해주셨던 님들께 꼭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제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반응이 나와서요. 주말동안 벌어진 일입니다.
필력이 좋지 않아 조금 글이 길텐데 죄송합니다.
토요일에 교육이 끝나고 남자분과 함께 회사 근처에서 저녁을 먹었고,
일요일에는 전부터 잡혀있던 커플 모임의 선약이 있어서 주말 내내 남자분을 만나게 되었어요.
토요일에 저는 쉬지도 못하고 출근해서 하루 종일 교육을 듣느라 다소 지쳐있었어요.
제가 좀 보수적인 면이 있고, 저희 집에 아들이 없는 관계로 부모님께 다소 엄하게 가르침을 받아
함부로 남자친구네 집에 놀러간다거나 남자친구네 가족을 만난다거나 해본 적이 이 나이될때까지 없었어요.
또한 괜히 쓸데없는 말 하고싶지 않아 제 친척이나 돌아가신 조부모님이나 그런 분들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았고, 만약 대화를 나누던 도중에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그 부분에 대해서만 언질을 하고 구구절절 설명을 하지는 않았거든요.
물론 저에 대한 이야기는 다 하는 편이구요 ㅎ
따라서 제가 남자분과 대화를 나눌 때는 조금 신경을 써서 조심을 하는 편인데
그 날은 저도 이틀째 교육을 받느라 피곤하기도 하고 이미 헤어질 사이라고 생각을 했으니
구태여 신경을 쓰고 싶지 않기도 했고 해서 조금 말이 많이 나왔어요.
저희 집과 전혀 관계가 없는 경기도 지역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제가 그 지역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으니까 '거기 가본적 있어?' 하길래 무심코 '아파트 살때 가봤지' 라고 튀어나왔습니다.
제 돈으로 아파트를 살 경제적인 여유는 없구요 (흑흑)
부모님께서 본인들 노후대비 + 재테크 + 저에게 물려줄 유산 등 다양한 의미로 제 명의로 아파트를 사두신 게 있으세요(화성 동탄 그쪽은 아니예요^^ 지하철로 서울과 가까움..).
집 구경, 계약서 작성 및 신고 등등을 위해 몇 번 방문을 했었거든요.
제 명의로 된 아파트가 있다는 걸 처음 알게된 남자분이 이것저것 저에게 물어보게 되었고,
저는 이미 만기가 된 청약부금이 따로 있으며, 만기가 되었지만 계속 가지고 있어도 자격은 유지가 되는 것이니 상관없다는 얘기를 하게 되었어요.
그런걸 다 어떻게 알았냐고 묻길래(평소 제가 어려운 경제용어나 금융용어는 잘 모르거든요ㅋ),
취업하고 첫 월급 받을 때 엄마가 알아봐주셔서 그때 가입했었다는 얘기를 했어요.
청약부금에 얼마, 개인연금보험에 얼마, 목돈 모으는 용으로는 MMF 통장 등을 가입했고
청약부금은 이미 한참 전에 만기가 다 끝났는데 현재는 내 명의로 이미 아파트가 있으니 그냥 계속 가지고 있는 거고,
개인연금보험 역시 첫 월급 받자마자 얼마씩 계속 붓고있고(엄마가 하라고 했다고 했죠),
종신보험하고 의료실비보험도 어디에 얼마씩 들어가고 있다고.
대화의 물꼬가 터져버려서 말을 중간에 끊기도 뭣하고, 뭐 어때 하는 심정으로 그냥 편하게 친구한테 말하듯 그냥 다 말했네요.
목돈 모았던 거는 중간에 대학원 다니고, 동생과 여행가고 하느라 목돈 나갈 일들이 있었어서 생각만큼 많이 모으진 못했고 대신 엄마아빠한테 대학원 학비나 생활비 등등에 대해서는 손 안 벌리고 내가 알아서 살고 있는 거라고.
그리고 일요일, 미리부터 잡혀있던 약속자리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참석을 했어요.
(그 모임의 어떤 성격도 있고, 남자분이나 제 입장이 있었기 때문에 불참할 수는 없었어요.)
워낙 편하고 재미있는 모임이였어서 스스럼없이 웃고 떠들다가 대화 주제가 '노후대책'이 되었어요.
나이들어서 더 대접받고 멋지게 늙으려면 꼭 자신들의 대책을 해놓아야 된다 뭐 그런 수다를 떨다가
연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하면서 저희 할아버지가 연금을 받으셨던 실례를 들게 되었어요.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할아버지께서 육군 소령까지 지내셨고, 후에 2급인가 3급 공무원인가 하고 퇴직하셔서 연금이 많이 나오셨었거든요.
고시를 붙으면 5급 공무원이라는 건 알고 있지만 제 기억속에 항상 할아버지는 퇴직하신 후였고,
할아버지 댁에 갈 때마다 뵙는 할아버지가 뭔가 능력자라는 사실을 당시엔 전혀 모르고 살았거든요ㅋ
그래서 나는 우리 할아버지 돌아가시고 나서 유품 정리하다가 20년쯤 전에 대통령한테 훈장같은거 받으신 게 있길래 깜짝 놀랐었다는 말도 웃으면서 했구요.
그 날 대화 주제가 이상하게 제가 연결된 고리가 많았었고, 간만에 수다의 신이 강림하셨는지
신나게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제 친가 외가 가까운 친척들 중에 의사분도 있고, 증권회사에 다니는 분도 있고, 건축 설계하시는 분도 있고, 대학에서 강의를 하는 분도 있다는 이야기 등등이 나오게 되었어요.
그동안 얘기하지 않았던 부분이라 남자분이 은연 중에 놀라는 게 느껴지더라구요.
그냥 뭐 이모가 잠실에 사셔. 라거나 고모부가 어느 쪽에서 근무하셔서 라고만 그동안 표현했었거든요.
조금 미안하기도 했어요. 그동안 말을 안 해서 기분나쁘게 느낄 수도 있겠다 하고..
어쨌든 점심 약속자리를 잘 마치고, 남자분과 함께 있다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고,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오면서 결혼에 관한 집안 이야기가 당연히 나오게 되었구요.
그때 제가 담담하게 말을 했습니다.
솔직히 그동안 우리가 나이가 있고, 어느정도 만났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결혼까지 갈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그게 내 일이 되니까 남들처럼 그렇게 쉽지도 않은 것 같다,
내 부모님을 뵙지도 않고 조금 선입견을 가지신 것 같은데 그런 부분을 내가 어디까지 이해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당신의 부모님에 대해 나쁘게 판단하지는 않지만 내 입장에서는 내가 뭐 죄지은 것도 없는데 굳이 숙이면서 들어가고 싶지는 않다,
우리 부모님 역시 마음편하게 사는 게 제일이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신데, 최근 1,2주 사이의 일들을 겪으며 내가 좀 생각이 많아졌다,
어차피 당신도 당신 부모님 생각을 따르는 것 같으니 일단 우리 결혼 이야기는 없던 걸로 하는 게 좋겠다,
사람 일이라는 게 어떻게 될지 모르고 각자의 생각이 있으니 당신이나 당신 부모님에 대해 나쁘게 생각하지 않고, 언젠가는 우리가 결혼을 하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불편한 마음을 가지고 있고 싶지 않으니 서로 편하게 여러 사람 만나보는 게 좋겠다.
뭐라고 강하게 말을 하거나 확실하게 입장을 표시하지는 않더라구요.
제가 담담하지만 그래도 분명하게 표현을 하니 좀 놀란 눈치였던 것 같고, 당황해서 어찌할 바를 모르는..?
커피 다 마시고 그냥 평소처럼 헤어지긴 했지만 앞으로는 그동안과는 다른 관계라는 게 암시되는 헤어짐을 했지요.
그리고 나서 밤에 되니 전화가 오더라구요.
당신 어머님께서 말씀하신 걸 자기가 전하는 데 좀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고,
어머님 직업때문에 결혼이 싫다고 한게 아니라 그냥 어머님이 직업 때문에 조금 성격이 예민하신 분일 것 같다고 얘기한 거라고,
그걸 자기가 오해를 하고 전했다고 말하더라구요.
자기 실수때문에 제가 자기와 자기 어머니를 다 오해하게 만든 것 같다고, 미안하다고,
지금 자기 어머님한테 자기도 많이 혼났고, 빨리 싹싹 빌라고 해서 비는 거라고 애교섞인 말까지 날리면서
기분이 상했을 것 같다, 그런데 정말 자기 엄마가 그렇게 말한 게 아닌데 자기가 오해하고 말을 잘못 전했다, 이미 엄마한테 많이 혼났다,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 이 사람 저 사람 만나봤지만 우리가 참 잘 맞는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당연히 우리 집에서도 너를 며느리로 생각하고 있는데 자기가 바보같이 행동해서 너를 아프게 했다, 오해 풀고 다시 잘 해보자...
처음에는 웃으면서 이야기 들어주면서도 제 입장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했는데
자꾸 반복하게 되면서 전화를 끊지 않으니까 조금 짜증도 나더라구요.
한편으로 갑자기 남자가 조금 찌질해보이기도 하구요..
오해하고 싶지는 않지만, 저와 제 부모님만 가지고 저에 대해 판단하시는 게 아니라
제 친척들의 값어치까지 따지시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더라구요.
오늘도 낮에 카톡이 오는데 교육 마친 뒤라 이번 주 회사가 바쁘다고 얘기했고,
내일 야근해야 하기 때문에 오늘 일찍 잘거라고 이번 주 만나기 힘들거라고 하면서
굳이 전처럼 자주 볼 이유는 없지 않겠냐고, 나중에 바쁜 거 끝나고 한가해지면 커피나 한 잔 하자고 했는데 11시쯤에 전화가 또 오더라구요.
전화는 이제 굳이 받을 이유는 없을 것 같습니다ㅎ
좋게 웃으면서 담백하게 정리하고 싶은데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어요.
아무튼 제 생각이 틀리지 않은 것 같고, 제가 몰랐던 부분까지 알려주신 분들께 정말 감사드려요.
주말의 일이 지나고 나니 더 확실해지는 것 같네요.
모르고 계속 만나다가 결혼까지 하게 됐다면 저 몇 년 후에 참 슬프게 살고 있었을 것 같습니다.
글이 너무 길고 지루하겠지만, 그래도 꼭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다들 좋은 밤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