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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부갈등/전처아들/임신

우울 |2013.08.30 23:54
조회 967 |추천 10

폰 작성입니다. 쓰고보니 굉장히 깁니다. 죄송해요.

결혼 5년차, 재혼남편과 초혼인 저, 전처아들 9살 세식구 살고 있어요.

시어머니가 한동네에 사시는데 결혼전까진 아들을 키워주셨거든요.
그래서 손주애정이 남다르세요.

애정이 많은건 좋은데 좀 심할때가 많아요.
예를 들면 아직도 볼일보고 애 엉덩일 닦아준다던가
생선살이나 고기 하나하나 밥에 얹어 먹여주고
애가 같은아파트 누구랑 놀고싶다~ 하면 밤 8시에도 그 친구집에 놀자고 데리러 가요...
레스토랑에서 키즈세트 시켜야 주는 선물을 달라고 막 우겨서 받아내질 않나
색종이 베란다에서 뿌려보고 싶다면 안된다고 청소하는 아줌마가 힘들다고 하는게 정상인데 옆에서 색색별로 종이 막 잘라서 뿌릴 수 있게 챙겨주세요.
정말 애가 원하는건 뭐든 다 해주는 할머니예요. (75살)

저는 그런걸 못봐줘서 오냐오냐가 아니라 뭐든 스스로 하고 가정교육 못받았다는 소리 듣게 하기 싫어 엄격한 편이고
제가 욕심이 많아서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라 교육도 시켜요.
학원 안다니고 몸이 많이 약해서 제가 붙잡고 많이 가르쳐요.
외국어랑 피아노 바이올린은 제가 가르치고 요즘 초등수학 엄청 어렵던데 제가 밤에 따로 공부하면서 가르치고 그래요.
감성 좋아지라고 주말마다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문화활동 데리고 다니구요 같이 목욕 하면서 놀면서 목욕탕에 그림그리며 미술놀이하고 영어공부하고 막 그래요.
몸은 약해도 반에서 늘 리더격이고 시킨만큼 공부도 잘해요.
머리검은 짐승 거둬봤자 뭐 그런 이야기도 많이들 듣지만 제가 하는데 대해서 후회 없었고 아들도 엄마는 무섭지만 나를 위해서 그러는거 안다고 엄청 어른스럽게 말하는거 보고 놀라기도 하고 해요.


여기까지는 대강 설명이고요.
고민의 시작은 애가 성장함과 동시에 시어머니가 늙어가니 외로워서 아들을 자꾸 곁에 두려 하시고, 제 교육에 터치가 심하다는 것.
학교숙제안하고 노는거 잔소리 한번 하면 거기다 대고 내가 책임지는데 왜 애를 잡냐고 큰소리치고
애가 병을 앓아서 무리하면 안되어서 음식이랑 운동제한이 있거든요. 저는 정말 컴터처럼 애 관리 해요.
그나이에 놀고 싶은거 알지만 너무 뛰어놀다보면 재발을 하기 때문에 시간 재서 타임되면 전화해서 꼭 집에 돌아오게 하고. 그래서 방학때면 일단 밖에서 놀다가 시간되면 불렀다가
휴식취하는 셈 저하고 공부 좀 하다가 간식 먹이고 또 내보내고 이런 식이에요. 중간중간 휴식 취하지 않으면 안되거든요.
말이 쉽지 1시간 반 놀리고 불러서 밥먹이고 공부하고 또 놀리고 불러서 간식먹고 공부하고 또 놀리고... 하루에 이걸 몇번 반복해보면 솔직히 제 생활이 없어요. 애 위주로 돌아가니까.
먹을거 귀찮아도 못먹는 조미료 음식도 있기땜에 여러가지 영양소 공부하면서 식단 짜서 먹이고...
입맛 잃을까봐 반찬 매끼마다 조금씩 다섯개씩 만들고 해요.
땀 조절이 안되는 특징이 있어서 물 많이 먹어야 하는데 먹으라 말 않으면 물도 안먹는 애라서 친구집에 갈 때도 물통 매어주고 전화해서 물챙겨먹으라 하는 엄마예요.
솔직히 이러면 제가 제일 힘들잖아요.
하지만 힘들지만 애가 재발의 위험이 있고 내 아들이라 생각하니까 저도 힘내서 노력해요.

근데 어머니는 애 놀고 싶어 하니까 하루종일 뛰어놀게하고 짜고 기름진거 다 먹이고 늦게 재우고 숙제도 안시키고 물통없이 찜통더위에 놀이터에서 놀게하고
할머니랑 있기만 하면 그 담날 소변검사에서 단백뇨 나오고 막 그래요.
그러면서 저보곤 왜 그렇게 애를 잡고 공부시키냐고 .. 세상에 요즘 애들 학원 세네개씩 다니는데 집에서 하루 쪼끔쪼끔 공부하는게 잡는건지요.
이런 말 하면 남편은 그날 당신이 애엄마 대신할꺼냐고 저한테 고마운지 알라고 막 시어머니께 화내주지만 그날 지나면 또 잊고 되풀이되요.
노인성 치매 아닌가 싶을 정도로.. 실제로 아침에 뭘 드셨는지 외출해놓고 어디갔다왔는지 잘 까먹는 분인데 손주 관련한건 어쩜 저리 민감하신지...

솔직하게 진짜 할말 많은데 어느집이나 고부갈등 조금씩 있잖아요.
저한테 할짓 못할짓 많이 했고 폭언도 하셨지만 지난날이라 생각하고 참는데 요즘은 진짜 폭발하기 일보 직전인게 자기가 외로우니까 애를 데려다 키우고 싶어하세요.
애아빠한테도 자꾸 없는말 지어내서 내가 괴롭히는계모처럼 말하고
애아빤 물론 안믿어요. 안믿을 수 밖에 없는게 애 아빠 직업이 프리해서 갑자기 집에 오는 시간도 많아서 제가 애를 다루는 것을 다 알게 되요.
애정이 없으면 못한다는것도 눈에 보이니 알게 되잖아요.

방학땐 자꾸 애한테 전화해서 놀러오라 하고 놀러가면 그날 집에 안보내주고 재워 보낸다고 끼고 있고 담날도 안보내주려해서 아예 놀러가지 못하게 했어요.
그랬더니 시누이 애를 불러다가 그걸 미끼로 얼굴보러 오라고 자꾸 불러내고 보내면
또 안돌려보내주고 해요.
시누이도 지금 그것땜에 짜증내요. 자기 애가 보고싶고 이뻐서 부르는게 아니라 우리 애 불러내려고 일부러 시누 애를 부르니깐요.

이야기가 굉장히 길어졌는데 하여튼 그런 시어머니하고 이런 무언의 싸움을 한지 오래 됬고요.

내가 못먹일거 먹여서 아들 병생겼다고 말하는 분이고
계모한테 구박받는다 하시는 분이고
아들 버릇도 나쁘게 들이는 분이에요.

아들은 시어머니 엄청 좋아해요. 가면 자기 맘대로 해주니까요.
그래서 할머니집에 매일 가고 싶어하고 해요.
제 눈치만 봐요.
그리고 아빠랑 할머니랑 저땜에 싸우면 뚱해서 아빠랑 말도 안해요.
저보단 할머니를 더 좋아하는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요즘은 제가 소외감 느끼고 좀 그랬어요. 정말 가슴으로 사랑해서 위해도 애들은 모르잖아요. 정말 당연한거지만 슬프더라고요.
내가 잘못된건가 난 뭘하고 있었나 차라리 얘를 오냐오냐 했어야 하나 싶기도 하고 ... 사춘기가 오면 반항할텐데 그땐 어쩌나 무섭고
거기다가 시어머니 가끔씩 난리떨때면 다 때려치고 당신이 다 키우고 하세요 당신이 나처럼 할 수 있을거 같아요? 하고 애고 뭐고 다 포기하고 싶어요.
애한테도 그래 너 할머니랑 살아봐라 너 어찌될지 하는 생각도 맘속에 꾹꾹 눌러담아져요.
근데 애 미래를 생각하면 그게 안되잖아요. 병이나거나 되먹지 못하거나 머리가 텅텅빈 아이가 되거나 셋중 하나가 될텐데.

그게 요즘 고민이였어요.

근데 진짜 고민은 이번주부터 시작되었어요.
임신했거든요.
저 병원에서 임신 힘들다고 했어요.
근데 임신이 딱 되어버렸네요.
믿을 수도 없을 정도로... 기쁘단 느낌보다
솔직히 머릿속이 너무 복잡해요.
지금 아들 하나만 잘 키우고 싶은 생각이 많은데
불임인줄 알았던 내게 생명이 찾아온것도 포기하기 싫고 이 애는 낳아야겠다는 생각도 너무 들어요.

그래도 애 낳게 되면 갓난쟁이 뒤치닥거리에 지금아들한테 지금까지 해주던거 할 수 있나 솔직히 자신없으니 고민도 되고
그러면서 시어머니 언행과 소외감에 지쳐 울던 내모습도 떠오르고
제가 딸을 너무너무넘 갖고 싶어했는데 딸손잡고 다니던 엄마들을 부러워하며 불임에 대한 여성으로서의 자괴감 자격지심을 느끼던 제모습도 떠오르고
물론 딸이라는 보장 없지만 한편으로 아들은 키울 체력적 자신도 없다는 생각도 들고
게다가 전 서른 후반이라 노산이 되는건데 ...
지금 낳으면 애가 대학갈 때 나는 60을 바라보는 나이인데 애한테 못할짓인가 싶기도 하구요.
임신했으니 어머니는 남편한테 또 어떤 모략을 할지 애를 가지고 또 얼마나 속썩일지 걱정되고
세가족의 미래도 걱정되고

여러가지 상황이 겹친 지금
어찌 해야하나요

남편과는 아직 상의 안했어요.
아니 임신사실조차 알리지 못했어요.

제 머릿속 먼저 정리하고 싶어서...
제가 뭘 원하는지 조차 모르겠어요.

지금 아이에게 어떻게 해 줘야 하는지 해 줄수 있는지 뱃속의 아이는 어떻게 해줄수 있을런지
가장 행복해지는 길은 어떤 길인지.....

님들같으면 어떻게 하시겠나요?


보통이면 축복받아야 할 일인데 왜 이런 고민을 해야 하는건지 정말 우울합니다. 밤에 괜시리 눈물나오고 잠도 안오네요.
우울증인가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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