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머니는 수줍은 듯 웃으며 말씀하셨다.
매 년 같은 자리에서 고추를 말리신 지 어느덧 20년이나 되었다고.
싱그러운 아침 햇살 아래 가득 널어진 빨간 고추에 눈이 부셨다.
배달 중 오가며 매 해 어김없이 같은 풍경을 바라본다. 벌써 몇 해 째인 걸까..
오랜 친구 같은 반가움. 정겨움. 흐뭇함. 명절이 가까웠음을 알리는 아름다운 풍경.
잠시 발길이 머물고 건조한 도심임을 잊는다..
“고추 말리는 것도 노하우가 필요해요!”
“노하우요? 그냥 널어서 말리면 되는 거 아닌가요?”
“아니에요. 젊은 사람들은 다들 그렇게 생각하는데. 좀 복잡해요. 설명하자면 길고.. 음. 예를 들어 아기도 그냥 자라는 게 아니잖아요? 키우는 노하우가 있죠. 고추도 마찬가지예요. 이런 저런 손도 많이 가고 요령도 필요해요.”
푸근하고 넉넉한 미소를 머금은 아주머니께서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조근조근 들려주셨다.
아주머니께서는 이곳(면목7동)에서 사신지 32년이나 됐다고 한다. 이 동네에선 ‘꽃 아줌마’ 또는 ‘고추 아줌마’로 유명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맞은편 아주머니의 집 담벼락 위에는 화분이 가득했다.
8년째 이 길을 오가면서 나는 왜 여태껏 그것을 알지 못했을까.
가까운 곳에 아름다운 이웃이 있었다는 사실을.
빨간 고추가 아침 햇살보다 더 맑고 싱그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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