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과는 조금 다른, 그 누구도 경험하기 힘든
앞으로의 너와 내 인생에서 다시는 반복될 수 없는
특별하게 시작된, 특별했던 너와의 사랑.
특별했던 시작과는 다르게, 남남이 된 우리가
서로의 안부조차 묻지 못하게 된 시간, 벌써 9개월..
널 만나기 이전에도 난 다른 사람을 사랑했던 경험이 있어.
그리고 다른 사람과의 헤어짐 역시 경험했지.
남자친구의 의견이든, 나의 의견이든..
헤어지면 울고불고, 며칠을 밥도 넘기지 못하고
시체처럼 지내다가 서서히 일상생활로 돌아왔었지.
근데, 왜일까? 왜 넌 다른 사람과 달랐을까.
오랜 내 친구들의 “사람이 갑자기 변하면 죽는다더라”라는 핀잔을 듣고,
서툴기만했던 애정표현도 부끄럽지 않게 할 정도로 널 많이 좋아했는데,
너와의 이별이 있었던 그 날, 그리고 그 다음날, 그 다다음날..
... 9개월이나 지난 지금까지도
너와의 헤어짐으로 눈물 한 방울 흘린적이 없어.
눈물도 한 방울 안나오고, 밥도 잘 넘어가,
너랑 사랑을 나눌 때와 마찬가지로 밝은 모습으로 잘 지내.
그래서 난, 내가 괜찮은 줄 알았지..
아니, 괜찮을 줄 알았지.
흠, 바보같이 9개월쯤 지난 지금에야
내가 줄곧 괜찮지 않았구나하는 걸 느껴.
그 지난날의 사랑은 죽을 것 같이 힘이 들긴 했어도
며칠 싹 앓고 나면 금방 회복이 됐었거든.
근데 넌, 내 스스로가 무서워질 만큼 멀쩡히 잘도 지냈는데
그 속을 들여다보니 온 가슴에 다 멍이든 것 같은,
그 멍이 너무 천천히 지워져서, 계속해서 그 아픔을 느끼는 것 같은,
그런 기분이야.
누군가한테 칼로 찔려서, 막 피흘리며 아파하고 죽을 것 같고 그런 게 아니라
작은 아이의 주먹으로 온 가슴을 계속 맞아서, 평소엔 아픈 것도 모르다가
어쩌다 닿는 옷깃에, 어쩌다 닿는 손길에 ‘윽’하는 신음소리가 작게 세어나올 정도로
그냥 잔잔하게, 먹먹하게 아픈 그런 통증같아.
어쩌다가 친구를 통해, 끊었던 너의 페이스북에 들어갔고,
크리스마스 때, 니가 만들어서 불러줬던 노랠 듣게 되었어.
너무나 예쁜 우리이야기의 피아노소리가 귀에 닿자마자
가슴이 얼마나 철렁했는지, 또 얼마나 아팠는지
아마 넌 죽을 때 까지 모르겠지.
다시 봐도 예쁘기만 한,
우리이야기를 노래하는 너의 모습이
우리이야기를 노래하는 너의 목소리가
노래보다 더 예뻐.
잊고 있던 건지, 잊고 싶었던 건지 모르겠지만,
나 여전히, 니가 좋은가봐.
완전히 잊어버렸다고 생각한 너의 전화번호가 불현듯 기억났어.
그리고 번호가 생각남과 동시에, 자기 번호를 안외웠다면서 토라졌던
그 장난꾸러기 같은 내가 좋아하던 너의 모습도 떠올랐어.
어디다 적어둔 것도 아니고, 일부러 외운 것도 아닌데
니가 불러준 우리이야기의 가사말도 하나하나 다 생각나.
노래를 부르는 화면속의 너를 보면서,
어느새 나도 따라 부르고 있더라.
딱 9개월 만에 듣는 멜론에도 안나오는 노래인데 말이야.
내가 제일 소중하게 여기던, 우리 인식표.
그거 강에다 버렸어,
편지고 뭐고 다른건 진작에 다 버리고,
마지막으로 가지고 있던 게 인식표였거든.
그거 버릴 때 이제 너랑 날 기억하는 건 없다고,
혼자서 굳센 마음으로 집어던졌는데
내가 착각을 했어.
아직도 여기, 널 기억하는 내가 있었어.
여전히 널 기억하고 있는 내가 여기 있어..
인연이라면 언젠간 꼭 만나겠지.
인연이 아니라면, 가슴의 멍이 가시듯
아주 천천히 널 잊어버리겠지.
지금 심정이야 전자가 됐으면 좋겠지만
사람마음이 사랑이 내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니까.
뭐, 후자가 된다고 해도 괜찮을 것 같긴 해.
나중에 꼬부랑 할머니가 되어서 내 잘생긴 손자한테
할아버지랑 만나기 전에 이렇게 멋진 사람도 만났었다며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렇게 멋진 사람이 되라는
훈훈한 잔소리를 해줄 수 있을 것 같으니 말이야.
이 글이 너에게 닿을 순 없겠지만
행복하자, 우리.
우리가 아닌 너와 나일지라도,
그래도 행복하자 우리.
- 박유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