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와 남자친구는 20대중반 동갑내기이고 1년정도 만났구요, 학교다니면서 같이 공부하고 있습니다.
둘다 연애를 6개월 이상 해본적이 없어서 이렇게 오래 만난건 둘다 처음이에요.
남자친구랑 저는 보통때는 서로 부딪히는 일이 있으면 대화로 좋게 풀어보자는 성격이고 싸움도 싫어합니다.
아니, 그런 줄 알았죠..
그러다보니 저는 예전에는 커플들이 싸운다고 하면 도저히 상상이 안되는거에요.
아예 감이 안잡힌다고 해야하나요?
그리고 그렇게까지 싸울 일은 뭐가있을까? 바람을 피면 싸우겠구나..
이런생각을 하고 살았거든요~
남자친구랑 한 6개월까지만 해도 섭섭한 일이 있으면 풀어주고 사과하고 달래주고 오해가 생기면 대화하고 그러면서 잘 넘어갔는데
6개월이 지나니 슬슬 다툴일이 생기기 시작하고
이제 일 년쯤 되니 정말..으르렁거리면서 싸웁니다ㅜㅜ
숨겨왔던 각자의 자아가 잠에서 꿈틀꿈틀 깨어나는듯하네요...ㅠㅠ
남들하고는 싸울일 만들지도않았고 싸울일 있어도 크게화를내거나 분노를 극렬하게 표출한 적이 없어서
소리지르고 째려보고 엉엉 울면서 속상해하는 제가 너무너무 어색해요.
그리고 자기는 웬만해서는 화가 잘 안난다고 말하던 남자친구도 평생에 낼 화를 요즘 다내는것 같다고 말해요.
가장 황당한 건 지나고 보면 아무 일도 아닌걸로 크게 싸우게 된다는거죠;ㅠㅠ
적당한 분노의 표출은 정신건강에 이롭기도 하지만
예전같았으면 다투다가 끝났을 일이 이젠 전쟁으로 치닫으니까 너무 씁쓸하고 속상하고
도대체 어디서부터 언제부터 이렇게 된건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런데 그 원인이 저한테 있는 것 같은거에요.
연인사이에 싸움이 있을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싸우더라도 서로 상처안받도록, 싸움이 더 커지지 않도록 지혜롭게 잘 싸우는 게 필요한데
늘 먼저 져주고 사과하고 숙여주던 남자친구와 달리 저는 싸움에서 제가 이겨야만 했고 화가 다 풀릴때까지 남자친구에게 상처주고 억지부리고..
주로 남자친구의 행동으로 인해 싸움이 시작되긴 하지만
제가 질 줄 모르고 따져대니 남자친구도 사람이기에 참다참다 같이 화내기시작한 것 같아요.
남자친구가 무척 세심한 편인데 그래도 여자사람인 저와 뇌 구조가 다른 남자사람이다보니
이해안가는 말이나 행동을 할 때도 있고 어이없을만큼 뜬금없이 무신경할때도 있어요.
남자친구는 우리는 다를 수 있으니까 하나씩 맞춰가면 된다,
나도 많이 부족하니까 우리 서로 상처주지말고 조금씩 이해해보도록 하자
이렇게 좋게 말해주는데 또 부딪힐 일이 생기면 저도모르게 화가 나서 이성의 끈을 놓아버리고 상처주는 말을 하기도 하고
그러면서 스스로 자괴감을 느끼기도 하고 후회하고 그러네요..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지.. 저도 제자신이 너무 못나보이고 남자친구에게 정말많이 미안해서 오랫동안 생각해봤는데요..
권위적이고 억압적인 부모님 밑에서 올바르게 감정을 표현하는 법을 알지 못하고 자라서 그런가 싶습니다.
부모님께서 혼내실 때 저는 억울하고 화가나서 이야기하려 해도 부모님은 듣기싫다고 입다물라며 제이야길 들어주지 않으셨고
그때마다 억눌러진 분노들이 하나씩 제 속에 응어리져있어서 그런지 싸우게 되었을 때
제 감정을 모두 쏟아놓고 이해받지 않으면 어릴 때 처럼 내 감정이 무시당하고 억눌러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더라구요..
분노를 제대로 표출하지 못하고 자라왔다보니
이렇게 분노를 표출할 상황이 오니 제자신도 주체가 되지 않는다고나 해야할까요ㅠ
친구들과 부딪히는 일이 생기면 무시해버리거나 피하거나
그래도 정 안맞으면 보는횟수를 줄여가거나 아예안보면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살아왔다보니 크게 싸울 일은 없었는데
남자친구랑은 마음에 꽁하니 담아둘 수도 없고, 보기싫다고 안볼수도 없으니 결국은 표현하다가 좋게 풀줄을 모르고 제가 마구 화를내게 되고 요즘은 남자친구도 함께 화를 내니 서로 분노해서 싸우게됩니다ㅠ
그래도 그 상황만 지나면 제가 심했다는 걸 깨닫고 금방 사과하고 서로 차분하게 대화로 풀고 언제그랬냐는 듯이 깨소금 폴폴 날리지만
앞으로도 싸움이 잦아지면 서로 지치지는 않을지,
저는 남자친구에게 정말 늘 고맙고 많이 사랑하는데 늘 싸움을 크게 만드는 이런 저에게 질려서 남자친구가 떠나가지는 않을지 두렵습니다.
혹시 극단적으로 상황이 흘러가게 되어 헤어지게 되더라도
제대로 지혜롭게 남자친구를 대할 줄 모르는 제 상태로라면
앞으로 그 누구를 만나더라도 똑같은 이유로 헤어지게 될 것만 같아서
결국은 제 자신이 바뀌어야할 것 같은데 어떡하면 현명한 여자친구가 될 수 있을까요?
싸우지 않을 때는 서로 정말 배려많이해주고 많이맞춰주는데 싸우게 되면 제가 무슨 분노조절장치가 고장난 사람마냥 욱해버리니ㅜ
제가 조금씩 바꿔보려 노력하는 걸 보고 기다려줄테니 불안해하지말고 덜 싸우도록 노력하자고 토닥여주는 남자친구에게 늘 너무너무 미안하고 고마워서라도 정말 많이 노력해서 꼭 바뀌고 싶은데
많은 싸움의 순간들을 잘 이겨내신 분들,
사랑하는 사람과 잘 맞춰가게 되신 분들,
조언 부탁드립니다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