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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시여가수 채연과 프랑스남자 지만이

활화산 |2013.10.21 15:11
조회 36,481 |추천 71

 

1.아버지가 준 쵸콜렛의 충격적 비밀

 

 

 

 

 

어느 날 밤.

 

그날은 여자가 남자에게 쵸콜렛을 준다는

 

발렌타인데이였다.

 

나도 들어서 안 사실이다.

 

발렌타인데이가 여자한테 쵸콜렛 받는 날이라는 거.

 

 

시밤.

 

-_-

쵸콜렛을 받을 일도,

외출할 일도 전혀 없었던 난 

밀려오는 삶의 회의를

 

아주 웃긴 TV예능프로를 쉴새없이 보며 

달래고 또 달래야만 했다. 

 

 

"하하하... 웃기다...하하하...

쵸콜렛 그까짓거 뭐...하하하...

안받으면 어때...하하하..."




그렇게 깊은 밤이 되었다.

한참 깊은 잠에 빠져있었는데...

 

빨리 일어나라며

 

누군가 날 막 격하게 흔들어 깨웠다.



부스스 눈을 떠보니

 

전신에 향수 참이슬NO.5  뿌리신

 

술취한 우리 아버지였다.(울아부지 참이슬만 드심.)

 

아니 도대체 술을 얼마나 드셨길래

 

내가 이미 눈을 떴음에도... 

내가 이미 몸을 일으키고 아버지와 눈을 맞추고 있는데도...

빨리 일어나라며, 왜 이렇게 안 일어나냐며

날 계속 흔드셨다.

 

정말 술이 웬수다.-_-

 

 

"늦었고만 왜 아직까지 안자고 있냐?"

 

"자고 있었는데

아빠가 지금 깨웠잖아요."

 

"일찍 자야 키가 크는 거야. 임마!"

 

"아빠. 저 30대에요.

성장판이 썪어 뭉드라졌어요."

 

"이놈이 이게이게

쬐깐한게 말대꾸는..."

 

 

내 키 182.

 

우리아빠 키 160.

 

 

 


아버지 뒤로 벽시계를 보니 새벽 2시였다. 

너무 심하게 취하셔서

 

한달 전에 한국에 온

 

공단 외국인근로자보다 더 말이 안 통하는 아버지.

-_-

 



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아니, 글쎄...

연세도 많으신 우리 아버지가 젊은이들의 발렌타인데이를 어떻게 아시고는...

정말 예상치도 못한 초콜렛을 

 

잠바주머니에서 꺼내시더니 나에게 건네시는 게 아닌가.


잠결에 영양갱을 잘못 본건가? 하고

 

두눈을 비비고 다시 들여다보았디만,

 

그것은 분명 쵸콜렛이었다.

그것도 젊은 연인들 사이에서나 오고갈만한 

아주 깜찍한 하트모양의 고급 초콜렛이었다.



믿을 수 없었다! 

연세도 많으신 우리 아버지가 

 

어떻게 발렌타인데이를...!!!! 


연세많으시다고 당연히 모른다는 말은 아니고

 

우리 아버지가 워낙에 그런 것에 관심이 없으셔서 그런 것이다.

 

오해 없으시길.

 

 

근데 발렌타인데이를 잘못 아신듯.

 

감동이긴 감동인데

 

좀 오글댔다.

 

여자가 주는 날인데.

 

아버지가...-_-


"아빠. 고맙긴 한데...

쵸콜렛 이거 여자가 남자한테 주는 날인데...하하하...

그래, 뭐...그게 뭐가 중요해. 고마워요.아빠. 아하하하...

아빠가 주니까 여자가 주는 것보다 더 기분이 좋네!"


라고 말하며 쵸콜렛을 만지작거리다

 

촉촉히 젖은 눈빛으로 아버지에게 고개를 돌렸는데...

술취한 아버지는 이미

 

어느새 마루 바닥에 대자로 뻗어서 깊은 잠에 빠져계셨다.

 

"드르렁...드르렁..."

 

"......"


그런데 아버지는 그 취한 와중속에서도 

 

옷을 갈아입고 자려고 했던 것일까? 

바지가 한쪽다리를 채 벗어나지 못한 체,

겨울 나무가지에 걸린 연처럼 

 

을씨년스럽게 걸려있었다...



여자에게 초콜렛을 받지못해 우울했던 내가

더군다나 남자인 아버지께 받는다고 해서, 

솔직히 뭐가 얼마나 행복지겠는가.

왠지 아버지조차 날 불쌍하게 여기는 것 같아... 

솔직히 기분이 더 암울해지는 것도 있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가슴 한편에 뭉클한 감동이 밀려오는 것도 있었다.


요즘 급격히 부자지간에 대화가 줄어들었고, 

아버지는 초콜렛으로 아들과의 대화를 트려고 했던 것 같으셨다.

남자가 주던, 여자가 주던... 

사실 그게 뭐가 그렇게 중요하겠는가.


이 쵸콜렛이 아들을 생각하는 아버지의 마음이라고 생각하니

 

더욱 의미가 있었고, 발상을 전환하니 그때부터 가슴이 찡해져왔다.

난 초콜렛을 바라보며 가슴속에 뜨거운 그 무언가가 올라와 목이 메였다.


난 주무시는 아버지의 얼굴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새삼 아버지가 많이 늙으셨다는 걸 깨달았다.

 

죄송했다.

 

같은 집 살면서 아버지가 이토록 늙어가시는 것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아버지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았던 것이...

저며오는 가슴을 움켜잡고, 

술취해 잠든 아버지께 이불을 덮어드렸다. 



난 내방으로 들어와, 

아들을 향한 아버지의 사랑이 가득 담긴 

그 하트모양의 초콜렛을 입에 넣었다. 

 

그 인사불성의 상태에서도 아들 주겠다고 쵸콜렛을 꺼낸 아버지.

내가 삼킨 것은 쵸콜렛이 아니라

 

아버지의 사랑이었으리라...


아버지......



난 그렇게 뜨거운 감동을 가슴에 안은 체

발렌타인데이밤을 달콤하게 잠들 수 있었다...










그러나... 

평생 갈 줄 알았던 아버지를 향한 그 감동의 여운은

다음 날 유리창처럼 산산조각나버렸다.


그 감동은 

 

사막의 신기루였다.

 

 

살면서 받아본 감동 중

 

가장 짧은 인스턴트감동이었다.





다음 날 오후.

 

전날 발렌타인데이였던 14일 밤에 아버지랑 같이 술을 마셨던

아버지 친목계 후배아저씨가 우리집에 놀러오셨다.

 

전날 아버지 술 너무 많이 드셔서 걱정됐다며

 

근처에 왔다가 겸사겸사 놀러오신 것이었다.


점심때서야 간신히 일어나신 아버지는 

 

그 후배아저씨와 TV를 보며 전날밤에 있었던 일에 대해 대화를 나누셨다. 

두사람 모두 목소리가 크셔서

 

내 방에서도 짱짱하게 들려와서 본의 아니게 엿듣게 되었는데...


그...그런데 이럴 수가!

 

대화를 엿듣던 난

 

경악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새벽에 아버지께서 주신 

그 감동의 하트초콜렛의 실체를 듣게 되었는데...


그 감동의 하트초콜렛은 바로... 

단골술집에서 주인아줌마가 발렌타인데이라고 

서비스로 나눠준 초콜렛이었던 것이었다...

 

 

부자간의 사랑을 이어주는 감동의 쵸콜렛이 아니라

 

영업용비지니스 쵸콜렛이었다.


그때 후배아저씨가 잠바 주머니에서 

아버지가 나에게 준 그 감동의 초콜렛과 

한치의 오차도 없이 똑같은 것을 꺼내셨다.


후배아저씨는 겁나게 맛있다며 아버지께 한개 나눠드렸고, 

그 초콜렛을 건네받은 아버지는 

 

정말 먹방의 한 장면처럼 맛깔나게 드셨다.

아버지는 초콜렛을 우물거리시며, 

후배아저씨한테 진지하게 물으셨다. 


"어제 카운터에서 다 나눠줬다고? 
근데 난 왜 없어? 난 못받은 거 같은데..."

"에이~ 뭘! 형님이 좋다고~ 
1등으로 젤 먼저 받으시더만! 

잠바주머니 잘 찾아보쇼."


후배아저씨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아버지는 나에게 준 걸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는... 

잠바 속과 방 안을

 

혼신을 다해 샅샅히 뒤지고 계셨다.

무슨 드라마 수사반장인줄 알았다.



 

아무리 찾아도 쵸콜렛이 나오지 않자,

 

짜증까지 내셨다.

 

아버지가 진지하니까

 

더 슬펐다.

 



어젯밤.

이젠 많이 늙으셨구나 하며

내 가슴을 사정없이 아리게 만들었던 

 

아빠의 얼굴이... 


갑자기 

 

확 젊어보였다.

 

-_-

 


아무리 찾아도 초콜렛이 나오지 않자

그의 미간이 확 일그러져 있었고,

아버지는 많이 지치셨는 지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옛말이 있다며

같이 찾자며 날 부르셨다.


어젯밤 감동을 받아 뜨겁게 아려왔던 내 가슴.

 

난 피멍이 들 정도로 가슴을 쥐어뜯어버렸다.

 

 

"아~ 빨리 와서 찾어!"

 

"네......T ㅁ T"



 

 

 


 

 

2.섹시여가수 채연

 

 

 

 

2002년인가, 2003년쯤에 일어난 일이다.

SBS 도전1000곡에 


 

당시 한창 섹시 여가수로 부상중인 채연이 나왔다. 

 

 

 

 



당시 도전1000곡 MC 정재환이 

 

"채연~!!!" 하며 그녀를 소개했다.



그때 주방 구석에서 

 

TV에 관심없이 아침만 우직하게 드시던 아버지.

 

그런데 "채연~!!!" 이 소리를 들으시고는

"또 나왔어?"

 

라고 물으시며 채연을 아시는 게 아닌가.


나이가 많으신(당시 50대후반) 우리 아버지가 

신인여가수 채연을 알다니!

 

뉴스이외에는 연예인한테 별로 관심도 없으신 분이...

나로서는 너무나도 놀라운 일이었다.

 

혹시 섹시해서 아는 건가?


난 아버지가 신세대 가수를 아신다는 것을 믿을 수 없었고,

 

잘못 들으신 거겠지 하고 넘겼다.

그런데 그때 또 한마디 하셨다.


"요즘 자주 나오네..."

 


아...아니! 이럴수가.


맞다. 아버지말씀대로

 

확 뜨고있던 채연은 여기저기 자주 나왔다.



'정말 채연을 알고 계시잖아!
이럴수가... 딴 사람도 아니고

우리 아버지가...'



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리고 한편으론 젊은 감각을 가진 아버지가 달라 보였다. 

당시 막 뜨기 시작했기 때문에 (나나나 하기 전)

 

젊은 세대들도 채연을 다 알지 못하던 시기였다.


그래서 더 놀라울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햐! 아빠가 채연을 어떻게 아세요?

쟤는 지금 젊은 애들도 잘 모르는데...

"그렇지! 젊은 애들이 잘 모르지."


오호.

아버지는 정말 정확히 채연을 알고 계셨다.

난 속으로 너무 놀라

 

혹시 채연이 아버지 친구 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잠시 해보았다.


"이햐~ 참! 아빠가 채연을 아시니까 신기하네요."

 

"뭘 신기해? 나 참."

 

"신기하죠. 나훈아,남진밖에 모르는 분이

채연을 아는데."

"에이~ 아빠 또래는 당연히 잘 알지.

 너 태어나기 전부터 나온 가순데...

니가 아는 게 더 신기하다."

 

"네...?"







그러면 그렇지...

 

아버지와 나 사이에는 아주 큰 오해가 있었던 것이다.


아버지께서 말씀하신 이 가수는 

섹시 여가수 '채연'이 아니라

70년대 '오동잎' 으로 인기 많았던

 

'최헌' 이었다.

 

 

 

 

 

(지금은 고인이심.T - T)








아버지는 아침을 다 드시더니

상을 물리고 TV앞으로 오셨다. 

그리고는 

 

최헌이 왜 안 보이냐며 

 

열심히 찾으셨다.


"야! 아까 최헌 나왔잖아?

최헌 어디갔어? 안 보이네?"

"스케쥴 바빠서 중간에 갔어요."


그때 때마침 채연 순서였고,

난 채연을 보면서도 

 

아버지께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3.프랑스남자 지만이

 

 

 


2002년 한일 월드컵 개막전하는 날이었다.

 

첫경기

 

전대회 우승팀 프랑스VS세네갈 전.

집에서 개막전을 보려고 소파에 부푼 가슴으로 앉아있는데,

막 아버지께서 퇴근하고 부랴부랴 들어오셨다. 



우리나라 경기외에는 축구에 별 관심이 없으신 아버지.

그런데 요즘들어 급격히 아들과의 대화가 줄어든 것이 안타까우셨는 지,

월드컵이겠다,

 

축구로 대화의 물꼬를 트려는 아버지.


 


"야! 오늘 프랑스랑 시네칼 하고 한다며?!"


 

"예? 시...시네칼요?

세네갈이에요. 시네칼... 무슨 칼슘약도 아니구..."

 

"아..."


잠시 침묵이 흘렀다.

 

아버지는 퇴근길 전철에서 스포츠신문을 어설프게 보신 것 같았다.

 

칼슘약드립으로 인한 내상과

 

냉혈인간 아들의 싸이코패스같은 태도에 당황스러우셨는 지

 

재빨리 화제를 전환해 다른 축구질문을 해오셨다.

 

예전처럼 아들과의 대화를 늘리려는 아버지의 강한 의지였다.

 

 

 

그러나...

 

이번에도 2% 부족했다.



"야! 지만이가 그렇게 공을 잘찬다며?

걔가 천재라며? 지만이 몸값이 그렇게 비싸다며?"

"네? 지...지만이요?

걔가 누구에요? 한국 선수에요?"

"아니. 걔 프랑스 애라던데..."
지...지만이......


본인도 뭔가 아님을 느끼셨는 지

 

자신감을 잃고 지만이의 끝어조가 급격히 흐려지셨다.



그렇다.

아버지께서 말씀하신 

 

그 몸값 비싸고 공 잘차는 지만이는 

프랑스 축구선수

 

지단이었다...



아버지는 퇴근길 전철에서

 

스포츠신문 1면을 어설프게 본 것이 확실했다.


외국이름을 그렇게 한국적으로 바꿀 수 있다니...

지...지만이.

 

 

작명계의 센세이셔널이었다.


그 유명한 축구스타 지네딘 지단은 

우리 아버지 앞에서

 

더이상 세계적인 스타 지네디 지단이 아니었다. 

그저 한국의

 

김지만, 이지만, 박지만일 뿐이었으리라......




휘슬소리와 함께 2002년 개막전이 드디어 시작되었다.

시네칼 칼슘약사태와 지단한국인설로 인해

 

많이 의기소침해지셔서 잠시 말씀이 없으셨던 아버지.

 

그래도 아들과의 대화를 포기할 수 없으셨는 지,

 

몇분이 지나고 또 한번 재기를 노리셨다.

 

 

아버지 깜짝 놀라는 척 하시며

 

내 뒤에서 어깨를 치며 말씀하셨다.


"이햐~ 유럽애들은 역시 우리나라 애들이랑 틀려.

나이 많은 사람도 선수로 뛰잖아.

뭔 선수 중에 할아버지도 있어, 그래!"

 

"네? 할아버지요?!"

 

 

 

그때 카메라가 지단의

 

뒷머리를 비추고 있었다.

 

 

 

 

 

 



"아빠."

 

"응?"

 

"저사람이 아빠가 말한

그 지만이에요."

 

"아... 저 사람이 지만이여?"

 

"네..."

 

 

우리 아버지는 지금도

 

홍명보가 현역인 줄 아신다.

 

 


 

 

 

이야기 끝.

 

 

 

글쓰면서 느꼈는데

 

제가 참 무뚝뚝하고 나쁜놈이라는 거.-_-

 

우리가 먼저 부모님께

 

대화를 걸고

 

부모님이 펀하게 말 걸 수있는 싹싹한 자식이 됩시다.

 

 

 

 

글쓴이- 활화산.


부족하고 긴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고요,

저번 글 재밌게 읽어주시고

추천 많이 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짱

추천수71
반대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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