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잉.. 지이잉.."
휴대폰을 무음모드로 바꾸어 버린채 침대로 던져버렸다. 여자친구는 내가 의도적으로 전화를 받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차렸는지 전화를 받을때까지 걸 작정이였다. 하.. 신발년.. 이제는 나도 지쳐버렸다. 그리고 그제서야 아버지가 입에 달고 살았던 말이 생각났다. 한순간의 실수가 인생을 바꾼다.. 지금 딱 내 상황인게 틀림 없었다.
두 달전 나는 여자친구와 관계를 맺었다. 콘돔도 준비하고 여자친구의 생리날짜도 피해서 관계를 맺었는데.. 그녀의 몸엔 새로운 생명이 자라나고 있었다. 이제 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나로써는 감당하지 못할 가혹한 현실이였다. 처음 그 사실을 접했을때 솔직히 머리속이 하얘져 아무런 생각이 나질 않았다. 그저 현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고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었다. 여자친구에게 아이를 지우자고 말했지만 이 아이를 왜 지우냐고 자신의 목에 칼이 들어와도 아이는 지울수 없다고 말했다. 여자친구의 고집을 꺾어보려고 했지만 그녀의 뜻은 일편단심 아이를 낳겠다는 것이였다.
어떻게 할 방법이 없던 나는 무작정 그녀의 연락을 피하기 시작했고 어느덧 3일째 연락을 하지 않고 있었다.
"띠리 띵! .."
문자가왔다. 안봐도 여자친구가 보낸 것이 틀림 없었다. 어떤 내용인지 문자를 확인해보았다.
- 너 일부러 전화 안 받는데 나 이러면 진짜 너희 아버지한테 말할 수도 있다? -
아버지가 이 사실을 알면 나는 집에서 쫓겨남은 물론이고 호적에서 나를 아예 파버리고도 남을 아버지의 성격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여자친구였다.
신발년.. 나의 인생을 송두리째 뽑아갈 생각이였다. 저 아이를 낳으면 지금부터 공장에 출근해 평생 여자친구와 아이의 뒷바라지만 하면서 평생을 보내야할 생각에 울컥 화가 치솟았다.
순간 복잡한 나의 머리속을 한번에 정리해줄 달콤한 단어가 떠올랐다. 그것은 바로 살인이였다. 이년을 죽이기만 하면 아이도 함께 없어지는 것이였기에.. 이 고통스러운 현실속에서 더 이상 몸부림 치지 않아도 될 아주 좋은 방법이였다. 하지만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어떻게 죽일 것인가..
"벌컥.. 벌컥.."
냉수를 벌컥벌컥 들이키자 정신이 좀 맑아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순간 아주 좋은 방법이 떠올랐고 입꼬리가 안올라갈래야 안올라갈수가 없었다.
- 우리집 앞 공원에서 만나자 지금 당장.. -
공원에 앉아 3분정도 기다렸을까? 저 멀리서 걸어오는 여자친구가 보였다. 신발년.. 내 인생에 태클을 건 댓가가 무엇인지 뼈저리게 느끼게 해줄 생각에 또다시 입꼬리가 절로 올라갔다.
"왜? 난 절때 무슨 일이 있어도 아이 안 지울 꺼야 그렇게 알아"
" 아이 낳아.. 내가 잘못된 생각이였어.. 우리 아이 낳고 행복하게 살자.."
갑자기 돌변한 나의 태도에 많이 당황한 모양이다. 멍하니 나를 바라보고 있다가 말문을 열었다.
" 저..정말이야?.. 고맙고 미안해.."
"뭘.. 내가 잘못된 생각이라는 것을 깨달았어 자기야 우리 이번 여름에 놀러 못갔는데 놀러갈까?"
슬슬 나의 목적을 진행시켰다. 그녀는 진심으로 좋아하고 있었다. 갑자기 바뀐 나의 태도를.. 큭큭..
"응! 니가 가자는데 당연히 가야지!!"
진심으로 즐거워 하는 여자친구의 얼굴을 보자 가래침을 뱉고 싶을 정도로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하지만 여자친구는 시커먼 나의 계획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그저 나의 얼굴을 빤히 쳐다본 채 즐거워 하고 있었다. 평소엔 이마 한 가운데난 반달모양의 점이 사랑스러웠지만 오늘따라 칼로 난도질 하고 싶을 정도로 역겨웠다.
계획의 당일이 찾아왔다. 살인을 한다는 생각을 하니 심장이 미친듯이 요동쳤고 단번에 끝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나를 옭아맸다. 장소는 깊은 산골짜기 인적이 드문 계곡이였다. 할아버지의 묘 자리와 아주 가까웠기에 쉽게 찾아올수 있었다.
"와.. 이런곳도 있었어? 자기 최고~!"
좋아해라 마음껏 좋아해라.. 너로써는 마지막 휴양지니까 큭큭..
" 뭐 이리 많이 챙겨왔어 구명조끼, 튜브, 수경, 산소통?.. 이건 또 왜 들고 온 거야?"
묘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봤다.
젠장.. 혹시나 이년이 눈치챌까 또다시 심장이 미친듯이 뛰기 시작했다. 혹여나 이년이 눈치채기라도 한다면 계획에 차질이 생길것이고 계획이 실패라도 한다면 내 인생은 끝도 없는 나락으로 추락하고 만다. 어떻게 해서라도 이년이 알아차리지 못하게 해야만 했다.
"아..응.. 그거 혹시나 해서 들고온거야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서.."
멍청하긴.. 모르고 말을 심하게 떨어버렸다. 이년은 무언가를 눈치 챘는지 묘한 눈빛을 거두지 않았고 나에게 성큼성큼 다가왔다. 이년이 나의 낌새를 알아차린다면 바로 계획을 수정해야만 했기에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쪼옥~! 자기 이렇게나 나를 생각해주는거야? 사랑해"
휴.. 떨리는 가슴을 겨우 진정시킬수 있었고 아무런 의심하지 않은 채 이년은 물 안으로 들어갔다. 평소에 수영을 즐겨하던 이년을 물 안에서 죽이기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 계곡의 수심은 매우 깊었기에 계획대로 실행만 하면 이년 하나 죽이기는 쉬웠다.
그리고 지금 계획을 실행하기로 맘 먹었다.
" 어푸!!.. 어푸!!"
자연스레 다리에 쥐가 난척 물 밑으로 가라앉는 척했다.
"자기야 왜 그래?! 괜찮아?!"
"커억..!! 푸!! 쥐.. 쥐났어.."
이년은 나에게 자연스럽게 다가와 나의 팔을 잡고 물 밖으로 나가려 했다. 그리고 그때 이년의 머리를 잡고 물밑으로 강제로 집어 넣었고, 물 밖으로 나오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지금 실패하면 나의 인생은 끝난다는 생각이 났고 온 힘을 다해 이년을 물 안으로 처 넣을수 있었다.
"자.. 자기야!! 푸...!!"
숨이 금방이라도 넘어가기 일보직전이였다. 저항하는 힘이 점차 약해지기 시작했고 얼마나 지났을까? 손에 힘을 주지 않아도 죽은 물고기 마냥 물위로 떠올랐다. 그렇다. 죽은것이 틀림 없었다.
계획대로 산소통과 수경을 쓰고 이년의 머리채를 잡은 채 물 밑으로 들어갔다. 수심은 생각보다 훨씬 깊었고 물 밑으로 내려 갈수록 바위들이 빼곡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사람을 넣을수 있을것 같은 바위를 찾아 이년의 몸을 바위 사이에 단단히 고정시켰다.
정말 완벽한 계획이였다. 더 이상 고통스러운 현실에 몸부림 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오늘난 2명을 죽였다. 여자친구와 여자친구 뱃속에 있는 내 아이.. 하지만 사람을 죽였다는 죄책감 따위는 일체 느껴지지 않았다. 난 내 인생을 위해 희생되야할 것을 죽였기 때문일까?
그 일이 있고 난후 5년이 흘렀다. 그년은 이제 나의 기억속에서 한줌의 흔적처럼 사라져만 갔다.
대학을 졸업한 후 운 좋게 대기업에서 사무직으로 일하게 되었다.
"자자!! 날씨도 더운데 우리 부서끼리 계곡으로 놀러갈 생각 없나? "
부장의 의견에 모두 찬성한다는듯 고개를 끄덕였고 나 역시 무더운 여름에 한번정도의 힐링은 필요하다고 생각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아무도 빠지지 않는거다? 내가 사람도 없고 아주 물좋은 계곡을 알아 거기로 갑세"
사람없고 물좋은 계곡?.. 순간 5년 전의 일이 머리속을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부장에게 물었다.
"혹시 OO계곡 말씀하시는 거에요?"
내 물음에 부장은 눈이 휘동그레 커지더니 말했다.
"어?! 자네가 그 계곡을 어떻게 알지? 아는 사람이 별로 없을텐데 허허.. 신기하군"
하필 그곳이라니.. 우연도 이런 더러운 우연도 없었다. 솔직히 그 계곡물에는 다시는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별 다른 핑계 꺼리가 없었던 난 그 계곡을 다시 갈수밖에 없었다.
"와.. 부장님 물 좋은데요? 이런 곳을 알고 계셨다면 진작에 말 좀 해주시지!"
"아~ 시원하다!! 이 대리 자네도 얼른 들어오게!"
"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요.. 좀 있다가 들어갈께요"
어느 미친놈이 시체가 있는 물에 들어가고 싶을까? 다들 물 밑에 5년 전 죽은 시체가 썩어 있다는 것을 꿈에도 모른채 물 놀이에 정신이 없었다. 왠지 여기에 있으면 안될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자꾸 나를 거슬리게 했다.
그리고 그 예감은 적중했다.
"어..? 뭐가 내 다리를 치고 갔는데? 부장님이에요?"
엄청난 속도로 물 안을 움직이는 정체모를 물체가 나타났다. 사람들 주변을 미친듯이 휘어저으면서 분주하게 움직였고, 홀연히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리고 그때였다.
"으아아악!!"
차장의 신음소리와 함께 계곡물은 순간 핏빛으로 물들었다. 하얗게 질린 차장은 순식간에 무언가에 의해 짤려버린 자신의 다리를 들고는 반쯤 혼이 나가 있었다.
" 뭐야!! 다들 물 밖으로 나와!! 얼른!!"
정말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였다. 그것은 핏빛으로 물든 계곡을 사이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 모습은 내 눈을 의심할수밖에 없는 모습이였다. 키는 100cm가 안됬지만 사람과 똑같이 두 다리 두 팔이 있었고 손과 발 사이에 촘촘히 물갈퀴가 있었다. 더욱더 놀라운 것은 그것은 사람과 거이 똑같은 모습이였다. 다만 사람과 다른점이 있다면 촘촘히 나 있는 물갈퀴와 몸이 온통 비늘로 덥혀 있었다는 것이였다. 인어가 존재한다면 분명 저 모습일 것이다.
상어의 이빨처럼 날카롭고 커더란 이빨을 드러내며 우릴 매섭게 노려보더니 우리쪽으로 성큼성큼 다가왔다.
심장이 터질듯 요동쳤다. 입술이 바짝바짝 말랐고 몸은 어서 피하라고 신호를 보냈지만 몸이 마비라도 된듯 움직일수 없었다.
"터벅.. 터벅.."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나를 향해 걸어왔다. 점점 가까워질수록 그것은 나를 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내 앞에서 멈춰서더니 나를 향해 얼굴을 들이댔고 내 앞에서 요상한 소리를 내며 씨익 웃었다.
"끼을.."
마치 나에게 보란듯이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고 있었다.
난 보고야 말았다.
그것의 이마에 난 반달모양의 점을..
-출처 웃긴대학 성큰위에티파니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