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름지기 건강한 나라는 언로가 살아있어야 한다
6일… 박근혜 대통령은 황금마차를 타고 버킹엄 궁에 들어가는 인생 최대의 호사를 하고, 그의 대통령 선거 상대였던 문재인은 검찰의 포토라인에 섰으며. 또 다른 대선 상대였던 이정희는 같은 당 국회의원들의 삭발단식장에서 섰다.
그런데 문재인은 피의자도 아니고 참고인이었다. 그가 참고인으로 조사를 받은 사건의 참고인 중에는 김무성도 있고 권영세도 있다. 권영세는 주중 대사라서 중국에 있으나 김무성은 한국에 버젓이 있다. 하지만 검찰은 김무성은 서면조사로 대체하고 문재인은 검찰의 포토라인에 세웠다. 그도 박근혜가 황금마차를 타는 날…이런 사실들에 대한 보도로 장식된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뉴스편집란은 오전 내내 <서울신문>, 오후는 <연합뉴스>발 기사가 탑이었다.
제목도 섹시했다. <서울신문>은 '檢, 고의삭제 잠정 결론… 이르면 주말 발표'였고 <연합뉴스)는 '회의록 수사 판단만 남았다…檢-참여정부 평행선' 이었다. 즉 검찰 주장만 담은 제목이거나 문재인의 주장도 있기는 하되 기사꼭지에 섞인 개인의 생각 정도로 치부한 보도방식이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기사는 또 굵은 타이틀로 '與, 문재인 겨냥 총공세…"대화록 잘 있다니 궤변"…같은 여당 입장을 전하는 기사였다.
그러나 보자. 지금 우리 사회가 이미 사망하여 이 세상 사람이 아닌 전직 대통령의 발언이나 가지고 싸울 만큼 한가한가?
문재인이나 야당의 주장을 동조해서가 아니라 nll은 멀쩡히 우리 해군의 관할하에 있고, 대화록은 이유야 어떻든 존재하고 있다. 이 대화록이란 기록물이 기록원에 이관되는 과정에서 실무자의 업무 미숙이든 정권적 차원의 폐기기도였든 폐기되지 않고 존재하는 것으로는 확인되었다. 따라서 존재가 확인된 이상 관련자들의 불법사실이 있으면 처벌하면 된다. 마찬가지로 국정원이나 군대나 보훈처나 권력기관이 불법적으로 대통령 선거에 개입했으면 또 찾아서 처벌하면 된다.
그럼에도 박근혜 정권은 노무현이 아니면 국민들에게 점수를 딸 것이 정녕 없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자신들이 감당할 수 없는 대형 사건이 터지면 노무현이 나타난다.
통상적으로 신권력은 구권력 격하를 통해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정치술을 쓴다. 그렇다면 지금 박근혜 정권은 전임 이명박 정권 격하운동을 해야 맞다.
노태우는 전두환을 백담사로 보냈고, 김영삼은 노태우 전두환을 감옥으로 보냈다. 노무현은 김대중 격하작업을 위해 대북송금 특검 카드를 썼고, 이명박은 노무현 격하운동을 하다가 죽음으로 몰았다.그런데 박근혜는 이명박이 타킷이 아니라 노무현이 타킷이다. 죽은 노무현을 끄집어 내서 또 죽여야할만큼 죄가 크고 이명박은 흠없는 대통령이었기에? 아니다. 노무현 학습효과 때문이다.
노무현은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든 김대중 격하운동을 너무 심하게 해서 지지층이 분열되었다. 따라서 원래부터 소수였던 노무현은 아예 보호해 줄 우군들이 더 줄어버렸다. 그에 대한 노무현의 열매가 5년 내내 소수정권이란 설움이었다. 그리고 임기 중 모든 선거의 패배였다. 당시 노무현의 상대가 박근혜다. 박근혜는 이에 대한 학습효과를 적이었음에도 톧톡히 했다. 박근혜가 이명박 격하운동을 하면 박근혜도 노무현마냥 우군으로부터 당하게 된다는 학습효과…이것이다. 그래서 이명박 대신 노무현이다. 이미 6년 전에 죽은 권력을 또 죽여야 그나마 살 수 있다.
그러나 그러나…이명박의 무수한 실정을 다 젖혀두고 여기서 딱 하나만 짚는다. 이명박의 4대강 사업은 자기들이 시인한 22조 원에다 앞으로도 매년 4조5천억 원을 쏟아부어야 하는 예산 무덤이다. 강을 파면서 쏟아부은 22조 원에다 그 후유증 치료에 매년 4조5천억 원이다. 매년 그렇다면 어떤 대통령이라도 임기 5년 동안 매번 강에다 22조 원을 쏟아부어야 한다.
이 무시무시한 죄업을 숨기려고 국가권력이 운용할 수 있는 모든 권력과 돈을 음습한 곳에 쏟아부으며 대통령 선거를 조작했다고 한다면 과한가? 박근혜를 대통령 만들어야 자신의 죄업이 들통나지 않고 격하되지 않을 것이기에 더 큰 죄를 지었는가? 현재 드러나고 있는 권력기관들의 엄청난 죄업들…그래도 박근혜는 지지층의 이탈이 두려워서 이명박의 죄업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이미 이명박에게 죽은 노무현을 또 죽이는가?
그러나 말한다. 모름지기 건강한 나라는 언로가 살아있어야 한다. 절대왕정기에도 신료들은 끊임없이 절대권력자인 왕에게 언로가 살아있어야 함을 진언하고, 언로를 막으려는 왕을 탄핵했다. 우리가 역사를 공부하는 것은 역사에서 배울 것이 있기 때문이다. 2013년의 대한민국, 박근혜에게 '종북'이면 모든 문제가 다 해결되는가?
김관진 장관은 오늘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특별회의에서 "미국이나 외국군의 참전 없이 단독으로 전쟁을 해도 북한을 이긴다"고 했다. "우리와 전쟁을 하면 북한은 필히 멸망할 것"이라면서 그리 말한 것이다. 국방장관이 이리 당당한 군사력을 보유한 국가가 대한민국이다. 또 며칠 전 국회 국방위 국정감사에서 국방정보본부장은 "한미동맹에 기초해 남측이 월등 앞선다"고도 증언했다. 물론 당일 그는 "(한미동맹에 기초해서 우리가)월등 앞서지만 한미동맹을 배제하면 우리가 진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이게 지금 나라의 국방을 책임지고 있는 책임자들의 인식이다. 병력도 무기도 동맹도 현실도 변함없는데 때에 따라서…자리에 따라서…질문자에 따라서…우리의 국방력이 북한을 능가하기도 하고 우수하기도 하고 매우 취약하기도 하다. 반대로 북한은 지구상 최대의 강국이기도 하고 우리에게 게임이 안 되는 상대이기도 하다. 우리는 이런 자들에게 국방을 맡기고 있다. 21세기 신성모론이기도 하고 21세기 이후락론이기도 하다.
자기들의 필요에 의해 북한이 두렵다는 공포감을 조성할 때는 종북을 무기로 하고 자기들에게 필요할 때, 자기들이 잘했다고 자랑하고 싶을 때는 우리의 국방력이 훨씬 우수해서 북한 같은 적은 잽도 안 된다. 북한은 이처럼 괴물이다. 엄청나게 무서운 존재였다가 아무것도 아닌 종이호랑이다. 하지만 자명한 것은 누가 어떤 궤변으로 이 땅의 사람들 이성을 마비시키려 해도 진실은 언제나 하나다. 결론은 그 진실이 이긴다는 것이다.
이명박은 자신의 죄업을 덮으려고 모든 국가 권력기관을 이용하여 불법선거를 자행했다. 박근혜는 대통령 직에 오르기 위해 이명박 권력의 이 불법적 대선개입을 알고도 모른체 했다. 아니 박근혜 측 핵심들은 이명박측 핵심들과 공개적으로 교류하며 함께했다. 이건 이제 변할 수 없는 팩트다. 균열된 4대강 댐에서 물이 새듯이 권력기관 곳곳의 무리했던 대선개입이 하나둘 새어 나와버린 것이다.
급조한 4대강 댐들은 새는 물을 막으려고 임시방편으로 계속 콘크리트를 쏟아붓지만 댐의 균열은 쉽게 막아지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권력기관의 불법적 행위들을 여러 임시방편으로 막아보려 하나 막아지지 않고 있다. 쇄굴된 댐의 밑바닥에 한정없이 집어 넣는 자갈주머니…그래도 쇄굴은 피할 수 없다. 그것이 물의 흐름…물의 힘…자연의 법칙이다. 이명박 권력과 박근혜 대선캠프의 합작에 의한 불법이 드러나는 것을 막기 위해 노무현, 종북, 빨갱이를 넣고 막아보려 하지만 막아지지 않는다. 그것이 여론의 흐름…민심의 힘…세월의 법칙이다.
북한과 노무현은 언제든 들어 쓰면 통하는 전가의 보도 같지만 효용가치는 한계가 있다. 이솝 우화에 나오는 양치기 소년의 일화를 지금 유치원생들도 배운다. 지금 당장이야 돈과 권력 명예와 배부름에 취해 부회뇌동하는 언론들이 있고 이런 언론들이 싸지른 똥을 담아서 똥이 아니고 기사라고 선전하는 포털도 있다. 그래서 그들이 이기는 것 같다. 하지만 잠시 즐겁던 소년은 자신이 지키는 양과 함께 늑대에게 희생되었다. 나는 그것을 믿는다. 그리고 당신들도 믿어야 한다.
☞ 임두만《네이션코리아》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