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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그 마을, 피 바람이 분다. (上)

나요 |2013.11.10 13:58
조회 6,536 |추천 16

[출처] 웃대 - 못된야옹 님

 

여러부우운~안녕?

나요에요..

늦잠자버리는 바람에

오전에 글을 못올려 이제서야 올리네요..

오늘 하루도 화이팅해요파안

 

 


횡 한 거리가 무색할 만큼 띄엄띄엄 우뚝 솟아 있는 가로등 불빛이 미약하기 그지없다.
그나마 그런 가로등마저 없었다면 칠흑 같은 어둠만이 존재해 마치 커다란 블랙홀의 한 가운데 서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 정도다. 처음 이 마을에 이사 왔을 때만 해도 과연 여기서 내가 살아갈 수 있을까 라는 의구심이 앞섰던 나였지만 역시 사람 일은 한치 앞도 알 수 없듯 점차 시간이 흐르자 오히려 서울에 살 때 보다 훨씬 만족스러웠다. 적어도 그 녀석을 만나기 전까지는… 그랬다.

유난히 노을이 아름답던 그날 밤. 난 약간 아니, 많이 모자라 보이는 그 녀석 진수를 처음 알게 되었다.

“여보세요? 큰일 났어요! 불이 났다고요. 불이!!”

수업을 끝마치고 집으로 향하는 도중 난 저만치 공중전화 부스에서 다급한 목소리로 소리치는 한 아이를 우연히 보게 되었다. 무슨 일인 가 괜히 궁금증이 일었던 나는 조심스럽게 공중전화 부스로 걸음을 재촉했다. 딱히 집에 가봐야 할 것도 없었던 지라 어쩌면 뭔가 재밌는 일을 경험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감 역시 빼놓을 수 없었다. 이런저런 생각을 뒤로하고 어느덧 부스 앞에 도착한 나는 내가 온 줄도 모르고 등을 보인 채 수화기에 대고 뭐라뭐라 중얼거리는 녀석의 뒷모습을 꽤 자세히 관찰할 수 있었다.

“그렇다니까요. 여기가 못된 면 야옹 리….”

허름한 청 남방에 빛이 바랜 청바지를 입고 있던 녀석은 뒤통수가 훤히 들여다 보일만큼 머리숱이 별로 없었다. 덕분에 내가 가장 처음 든 생각은 어디가 아픈 것이 아닐까? 하는 안타까움이었다.

“네, 네네. 빨리 와주세요. 빨리요!”

녀석은 수화기를 내려놓으며 자연스럽게 고개를 돌렸고, 적나라하게 드러난 녀석의 얼굴은 입고 있는 청바지만큼이나 안쓰러워 보였다. 살집하나 없이 핼쑥하게 들어간 얇은 살가죽을 뚫고 나올 듯이 돌출된 광대뼈와 그 광대뼈 위에 얹혀 놓은 것 같이 쑥 들어간 게슴츠레한 눈. 심하게 말라붙어 입 꼬리를 올리면 금방이라도 찢어져 핏물이 새어나올 것만 같은 건조한 입술까지. 그런 녀석의 첫 인상은 어떤 의미로 내게 강렬하게 다가왔다.

“뭐, 뭐야 넌? 설마 엿듣고 있던 건 아니겠지?”

정확히 3초정도의 당혹스러운 표정을 뒤로하고 언제 그랬냐는 듯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던 녀석은 내게 물었다. 엿들었다는 건 뭘 말하는 걸까? 좀 전의 불이 났다는 허위 신고? 난 태연하게 입을 열었다.

“뭐, 네가 장난 전화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는 거?”
“자, 장난 전화 아니거든!? 저, 정말이야. 정말 불이 났다고!”
“…….”
“정말이라니깐? 왜 그런 표정으로 보는 거야! 진짜 불이 났다고!”

3초 만에 사라졌던 당혹스러움이 3초 만에 다시 녀석의 얼굴에 드리워졌다. 녀석은 말을 더듬거리면서도 기필코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려는 듯 침까지 튀기며 열변을 토했다. 그래봐야 전혀 신빙성이 없다는 건 변하지 않았지만.

“에잇! 비켜!! 불 끄러 가야해!!”

도둑이 제발 지린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말일까? 녀석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나를 사납게 밀치며 도망치듯 자리를 벗어났다. 생각보다 많이 쪽팔렸던 건가? 장난전화면 뭐 어떤가. 어릴 적 장난전화 한 두 번 쯤 누구나 해봤을 터인데 그게 뭐 대수라고 저리 호들갑을 떠는 건지. 난 씁쓸한 얼굴로 멀어져가는 녀석의 뒷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오늘 역시 결국 하릴없이 집에서 시간을 죽여야 하는 운명인 것 같았다.







*****







그날 이후 난 녀석에 대해서 엄마에게 들을 수 있었다. 이름은 김진수고 나이는 나랑 동갑인 15살이란다.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어 학교는 다니지 않는다고 하셨다. 그제 서야 난 학교에서 녀석을 보지 못했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안 그래도 이 조그만 마을에서 그것도 정원이 20명도 채 안 되는 작은 학교에서 녀석의 얼굴을 보지 못했단 것이 제법 신경이 쓰이던 참이었다. 마을 이장님의 손자였던 녀석은 부모님이 돌아가신 충격에 정신이 이상해진 것이라는데 매번 마을사람들은 그런 녀석을 손가락질 하고 놀려댈 뿐이었다고 한다. 그쯤 되자 할아버지였던 이장님조차도 그런 녀석이 창피했는지 마을에서 제법 떨어진 숲속에 거처를 따로 마련해 주고 하루 세끼 밥만 가져다준다고 했다.
무슨 짐승새끼도 아니고 어쩌면 사람들이 하나같이 그리 매정할 수 있냐며 그 아이 죽은 부모가 눈도 못 감을 것이라고 혹여 라도 그 아이를 보게 되면 너는 절대 놀리거나 하면 안 된다는 말까지 덧붙이시던 엄마의 눈빛에선 안쓰러움이 묻어나오셨다.
새삼 잘못한 것도 없는데 괜히 녀석에게 미안해지는 순간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얼마 안 되는 짧은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귀가하던 중 난 저만치 마을 어귀에서 두어 명의 어린 아이들이 쪼그리고 앉아있는 녀석에게 손가락질을 해대며 코웃음치고 있는 광경을 목격할 수 있었다. 멀리서도 확연히 눈에 들어오는 듬성듬성 난 머리칼에 난 녀석이 김진수라는 걸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일전에 일도 그렇고 엄마에게 들은 말도 있었기에 난 상황을 수습할 생각에 서둘러 발걸음을 옮긴다.

‘스슥’

순간 들려온 옷깃이 나뭇잎을 스치는 소리에 난 자연스럽게 발걸음을 옮기다 말고 고개를 돌렸다. 그곳엔 애잔한 눈으로 녀석을 바라보고 있는 이장님이 서 계셨다. 내 시선이 느껴진 탓일까? 얼마 지나지 않아 자연스럽게 이장님과 눈이 마주쳤다. 약간은 의외라는 듯 일말의 당혹감이 이장님의 얼굴에 드리워진다.

“당장 이 마을에서 꺼져!”
“이 사회 악 같은 새끼! 물러가라! 물러가라!!”

아이들의 고함소리에 난 녀석에게로 고개를 돌린다. 어느 샌가 아이들은 땅바닥에 굴러다니는 돌멩이까지 집어 던지며 녀석을 놀려대고 있었다.

‘스슥!’

또다시 들려온 나뭇잎 소리. 그리고 좀 전까지 서계셨던 이장님의 모습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내가 잘못 본건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난 일단은 녀석의 상황부터 수습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우리 엄마가 너 같은 게 커서 사회악이 된다고 했다고!”
“야! 우리 말 안 들려!? 당장 마을 밖으로 나가라고!”
“맞아! 당장 나가!! 이 가족한테도 버림 받은 새끼야!!”

‘탁!!’

아이들 중 하나가 던진 돌이 녀석의 머리를 강타했다. 큰 돌은 아니었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큰일이 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녀석은 머리에 돌을 맞고서도 꿈쩍도 하지 않은 채 흙장난만을 하고 있을 뿐이다. 난 황급히 녀석 앞을 막아서며 한껏 목소리를 낮게 깔았다.

“뭐하는 짓들이야!”

내 등장에 아이들의 표정이 각양각색으로 변했다. 겁을 먹기는커녕 쪽수로 밀어 붙이겠다는 심산인지 의기양양한 표정이 티껍기 그지없었다. 서울이든 시골이든 요새 어린 것들이란…

“형은 또 뭐야? 우리랑 한번 해보겠다는 거야?”
“저 정신병자랑 같은 편 아냐?”

그래도 새끼라고 안하고 형이라고 불러주긴 했으니 고맙다고 해야 하나? 난 최대한 태연한척 마음을 다스리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니들이 아직 어려서 뭘 모르나본데, 니들 같은 것들이야말로 크면 사회악이 되거든? 그러니까 개지랄 그만 떨고 집에 가서 발 닦고 잠이나 퍼 자라.”
“뭐, 뭐야.”
“그, 그러, 그런다고 누가 겁, 겁, 겁먹어? 먹을 거야?”

한눈에 봐도 심히 겁을 집어 삼킨 녀석들은 횡설수설하며 주춤 주춤 뒷걸음을 치더니 내가 손가락 뼈마디를 이용한 쌈박한 멜로디를 들려주자 혼비백산한 채 쏜살같이 달아나 버렸다.

“짜식 들이 말이야, 죽을라고.”

난 한껏 어깨를 으쓱하며 팔짱을 끼고 멀어져 가는 꼬맹이들을 향해 한껏 입 꼬리를 치켜 올렸다. 순간 왠지 아까 녀석들의 의기양양한 표정과 같은 얼굴을 하고 있을 나를 떠올리자니 약간은 창피하단 생각이 뇌리를 스쳐지나갔다.

‘핏덩이 같은 꼬맹이들한테 이겨서 그렇게 좋냐?’

애써 공연히 꿍하는 마음을 무시한 채 난 뒤를 돌아보며 약간은 격양된 목소리로 물었다.

“괜찮냐?”

녀석은 멍한 동태눈으로 나를 힐끗 올려다보더니 고개를 살짝 끄덕거리곤 아무런 말없이 다시금 흙장난을 할 뿐이었다. 난 살짝 허탈한 감정을 느끼며 녀석의 손을 주시했다. 녀석은 바닥에 뭐라고 적고 있는 것 같았다.

“어…머니…”

‘슥슥’

“조금…만… 기…라…려? 기다려?”

녀석은 이내 손을 탈탈 털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바닥에는 또박또박 순박한 글씨체로 ‘어머니 조금만 기다려’ 라고 적혀 있었다. 대체 무슨 뜻일까? 돌아가신 부모님이 보고 싶기라도 한 걸까? 난 바닥에서 시선을 거두곤 녀석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녀석 역시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다.

“헤헤.”

일전에 공중전화 부스에서 봤던 것과는 확연히 다른 녀석의 표정. 그날 난 녀석의 한없이 순박한 얼굴에서 왠지 모르게 알 수 없는 묘한 이질감을 느꼈다.







*****







그 뒤로 이상하게도 난 녀석과 마주칠 수 없었다. 적어도 일주일에 서너 번 정도는 마을 어귀에서나 혹은 외곽에 있는 공중전화 부스에서라도 모습을 드러내던 녀석이었는데 웬일인지 녀석은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한번은 너무 궁금한 나머지 엄마에게 들었던 마을과 동떨어져 있는 숲속, 녀석의 거처를 찾아가 볼까 생각도 했지만 그건 아무리 생각해도 녀석과 친한 것도 아닌데 괜한 오지랖인 것 같아 결국 포기하기로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궁금증이 해소되진 않았다.

괜스레 시무룩해진 마음을 황금빛 노을을 보는 것으로 달래며 이제는 제법 익숙해진 울퉁불퉁한 길을 걷고 있을 때였다. 마을 입구엔 웬 순찰차 한 대가 들어서 있었는데, 그 앞에서 제복을 입은 경찰관 아저씨 한명과 마을 이장님이 무슨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 주위로 마을사람들 대 여섯 명이 수군거리고 있었는데 난 무슨 일이라도 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빠르게 걸음을 재촉했다.

“아 정말 이게 몇 번 쨉니까? 우리가 그렇게 한가한 사람들인 줄 아십니까?”
“아이고 죄송합니다.”
“올해 들어 벌써 이 마을 신고접수만 100건이 넘어요! 그중 80건이 이상이 다 그 잘난 손주분의 허위신고라고요! 도대체가 뭐하자는 겁니까? 그렇게 주의를 주라고 경고를 해도 정작 신고한 본인은 매번 얼굴조차 보이질 않고!! 그래도 이번엔 이장님이 직접 하셨길래 이렇게 한걸음에 달려왔건만! 나 참. 손자가 누굴 닮아 그런 가 했더니 이장님을 보고 배웠나봅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낮선 경찰관 아저씨는 얼굴이 시뻘게져서는 이장님한테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고 이장님은 연신 굽신 거리며 죄송하단 말만을 되풀이 할 뿐이었다. 대충 들어보니 허위 신고가 원인인 모양이었다. 순간 일전에 공중전화 부스에서 허위신고를 하던 녀석이 떠올랐다. 아무리 그래도 100건 중에 80건이 허위신고라니, 이건 상식적으로 이해가 불가능 할 정도의 수준이었다. 장난전화가 그렇게 중독성이 있는 놀이였었나? 곰곰이 어린 시절의 기억을 끄집어내본다. 그러나 몇 번을 끄집어내보아도 답은 아니다 였다. 이정도면 그건 놀이가 아니라 병적인 집착에 가까웠다.

‘헤헤.’

문득 녀석의 순박한 웃음이 떠오르자 나도 모르게 진저리를 쳤다. 그리고 보니 지금까지 엄마에게 들었던 녀석의 정신병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이래서 마을과 격리 시킬 수밖에 없었던 건가? 격리 시켜도 이정도니 그냥 마을에 놔두었다간 얼마나 더 큰 장난을 칠 런지… 상상만 해도 몸서리가 쳐졌다.

그렇게 얼마동안 마을 입구 한복판에서 실랑이답지 않은 실랑이가 이어졌고 경찰관 아저씨는 그래도 속이 풀리지 않는지 신경질적으로 차 문을 열어 재끼며 중얼거렸다.

“진짜 관할구역만 아니었어도… 내가 경찰을 그만두든가 해야지 원!!”
‘쾅!!’

아저씨의 속을 대변하듯 차문은 요란하게 닫혔고 이내 우렁찬 엔진소리와 함께 순찰차는 마을을 빠져나갔다.

“이거 또 진수 녀석 짓이라며? 그 놈은 허구헛날 왜 그렇게 산데 도대체가!”
“누가 아니래요, 오죽하면 자기 손주인데도 마을 밖으로 쫒아냈을까. 이장님 마음이 이해가 된다니까요?”
“난 그래서 저런 자식 날까봐 두렵다니까? 막말로 부모 잡아먹은 괴물이 따로 없잖아! 난 솔직히 그 자식이 집에 불을 낸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단 말이지. 혹시 알아? 부모가 죽고 정신이 이상해진 게 아니라 원래부터 정신병을 앓아 온 건지 말이야.”
“쉿! 철수아빠 다 들린다고요!”
“내가 틀린 말 했어? 집에 불이 났는데 그 자식만 멀쩡한 게 더 이상하잖아! 괜히 아들 잃은 이장님만 불쌍한 거지. 뭐.”

삼삼오오 모여 수군거리는 마을 사람들을 뒤로한 채 마을 입구에 서서 하염없이 먼 산을 바라보고 있던 이장님은 수군거림을 더 이상 들을 재간이 없었는지 천천히 마을을 빠져 나가셨다. 맥없이 터덜터덜 멀어져가는 이장님의 모습이 황금빛 노을에 점차 물들며 옅어져만 가는 것이 난 왠지 모르게 측은하게만 느껴졌다.







*****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평안했던 마을이 발칵 뒤집어지는 사건이 터져버린 것은.

“뭐? 학교에도 오지 않았다고?!”

얼굴이 하얗게 질려가지고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나를 흘겨보고 있는 건 다름 아닌 철수 아버지였다. 내가 무슨 거짓말을 한 것도 아닌데도 마치 날 범죄자 취급하는 그 리 액션에 혀를 내두를 지경이었다.

“믿기시지 않으시면 선생님한테 전화 넣어보시든가요. 그런데 감기몸살이라던 철수를 왜 저한테 와서 찾으시는 건지 도통 모르겠네요.”
“뭐? 감기몸살? 그게 무슨 소리야!!”

어처구니가 없다 못해 할 말을 잃었다. 그걸 왜 나한테 묻는 단 말인가? 분명 오전에 선생님이 통화하는 것을 들은 것밖에 없는 나한테 말이다.

“그러니까 네 말은 내가 아침에 선생님한테 전화를 드렸다고? 그리고 철수가 감기몸살이라 오늘 하루 쉬어야겠다고 그렇게 말했단 말이지?”

내가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자 아저씨의 얼굴은 더 이상 하얗게 질리다 못해 푸른색을 띄기 시작했다. 가만 놔두면 금방 즉사라도 할 분위기였다.

“저기, 약주라도 하신 것 같은데, 전 이만 가던 길…”
“난 그런 전화 한 적이 없다고!”
“아, 예예.”

평소 주당이라고 마을에 소문나 있는 아저씨였기에 술에 취해 이러는 거라 여겼던 난 대충 얼버무리고 자리를 벗어날 생각이었다. 더 잡혀 있다간 무슨 소리를 듣게 될지 생각도 하기 싫었다. 역시 사람은 안하던 짓을 하면 일이 꼬이는 모양이다. 운동이라곤 숨쉬기 운동이 전부였던 내가 갑자기 저녁 산책을 해보겠다고 나온 게 화근 이였다. 덕분에 이렇듯 일이 꼬이고 있지 않은가. 어찌됐건 이정도면 충분히 반성 할 만큼 했다고 생각했다. 이젠 새로운 시도 따위는 절대 하지 않으리라고 속으로 다짐하며 난 도망치듯 아저씨를 비껴가며 빠르게 걸음을 재촉했다.
그러나 아저씨가 내뱉은 한 마디는 날 꼼짝없이 자리에 얼어붙게 만들었다.

“철수는 분명 아침에 학교 간다고 나갔다고!!”

아무래도 평소 안하던 짓을 한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되는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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