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결혼한이 이제 겨우 반년이 넘어간 새댁입니다.
제목에 쓴 그대로 시부모님께서 조금 남다르시지 않은가 싶습니다.
지독하고 악랄해서 ? 전혀 아니구요
그렇다면 노벨평화상을 받을법한 위인상이셔서 ? 글쎄요..
그저 충분한 인격과 지혜를 겸비하신 평범한 어른들…이라고 치부하기에도 어디엔가 독특한 곳이 있으십니다. 제가 생각할때는 세상 어디에서 저희 시부모님과 똑같을 분들은 어디에도 없을것 같은데,
보고 판단해주시길
결혼했지만 아직 아이는 없으므로 음슴체
간섭 0%, 관심 100%
신혼집 한번도 안오심. 내가 남편 끼니를 잘 챙기는지 신경 안쓰심. 전화 한번 드린적 없음. 용돈 한번 드린적 없음. 손주 빨리 보라는 재촉 ?제촉 ? 없으심.
두분에게 무엇보다 중요한것이 ‘사생활의 존중’임. 그래서인지 다른이들의 삶도 존중해주심.
신혼집, 이사날 도와주시려고 들르신 이후 단한번도 찾아오신적 없음, 대신 밖에서 자주 뵘. 괜찮은 바, 레스토랑, 카페, 행사 등 발견할때마다 우리 커플 데려가심.
옛날시장도 좋아하셔서 가끔 광장시장 갑판 아무곳이나 앉아 전과 막걸리를 먹기도 함.
종종 앞에 계신 할머니들이 보기 좋다며 더 시켜주시기도 하심.
안타깝게도 남편의 손이 엄지손가락으로 이루어져있는 마냥 요리하는데 어설프기 그지 없어 내가 챙김.
내가 바빠서 거를지언정 아무런 타박 받지 않음. 자주 시아버님께서 부엌에서 요리하심. 아주버님도 요리 곧잘 함. 이 가족들은 남녀 성역할이 딱히 구분되어 있지 않음.
전화 대신 재미있는 동영상을 공유하거나,
괜찮은 음악,
영화 찾을 때마다 시부모님이든 나든 누가 먼저 할것 없이 이메일 보냄.
자주 전화드리는것도 이분들에게는 불편한 공경임.
워낙에 두분이서 자주 여행 다니시고 영화, 콘서트, 연극 보러 찾아다니시는 활동적인 분들이심. 재밌게 사시는 분들이셔서 딱히 자녀들 연락애 목매거나 하지 않으심.
우리 둘은 딱히 지금 당장 아이를 가지고 싶은 생각은 없음. 30대 중 후반 쯤이면 몰라도, 젊은 우리 자신들에게 시간을 더 할애하기 위해 2세 계획은 미룰수 있는데로 미룰 생각임.
시부모님도 같은 생각이심. 아직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고 싶지 않다시지만 그냥 하시는 말씀이시고 그것보단 우리 둘이 후회없는 시간을 보내길 바라심.
시아버님은 작년에 은퇴하셨지만 어머님은 아직도 자택에서 근무하심. 아직도 창창히 일하시기때문에 용돈같은거 바라지 않으심.
반대로 아직도 우리에게 용돈을 주시려고 하심. 우리도 받지 않으려고 어떻게든 거절한다지만,
이럴 때의 어머님들은 참 고집이 강하심. 이겨낼 재간이 없게 하심.
관대함 혹은 경계X
글쓴이는 사실 지독히도 가난하게 자랐음.
대학도 못나왔음.
인생에 크고 작은 일들도 많았음.
다 풀어놓으면 사람 여럿 울릴만한 삶을 살았음.
반대로 남편은 사람 여럿 코골게할만한 평탄하다못해 지루할만할 삶을 살았음. 아마 그래서 나름 택한 모험이 다 집어치우고 여행하는것이었나봄.
우린 그 때 만났고 남편은 정말 거렁뱅이 차림이었음.
여차저차 연인관계로 발전하고서 남편 집에 초대를 받아서 갔던 곳은 집이 아니고 궁궐이었음.
이 거렁뱅이가 부자였음. 아니 부모님이 부자였음. 많이 놀랐지만 부자인게 그렇게 대단한건 아니지 않음 ? 내 남편이 잘 사는거, 내가 가난한거 개의치 않고 우리는
3여년 동연 연애 잘 하고 결혼 하게 됐음.
결혼할 때 보니까 부자인게 대단한거였음.
아니, 돈을 떠나서 부자인 시댁 어른들께서 가난뱅이 나를 아량으로 받아들여준다는것 자체가 대단한거였음. 우리 둘의 요구를 모두 받아주셨음. 그래서 결혼식도 가족들만 모여서 웨딩드레스, 턱시도, 부케, 예물, 예단 모두 생략하고 올렸음. 신혼여행도 안갔음.
왜냐면 내 부모님이 경제적으로 아무것도 도와주실수 없어서 시댁에도 요구하지 않았음. 우리 둘이 겨우 가지고 있는 돈으로 월세방에 중고제품으로 혼수 얻은것임. 시부모님은 남편에게는 도울 의사를 비치셨지만,
내 자존심도 존중하고싶으셨나봄. 물질적인 도움은 받지 않았지만 그게 내게는 무엇보다 큰 도움이었음. 나는 신세지는것을 끔찍히도 싫어함.
그런데 신세진 적이 있었음. 남편과 연애 한지
1년도 채 ?체 ? 안됐을때 크리스마스날 초대를 받았음. 아들과 1년도 안된 만남을 가지고 있는 ‘남’같은 아이에게,
아버님, 어머님, 할머님, 할아버님, 아주버님 모두 나를 위해 한분 한분 따로 선물을 마련한 것임. 선물의 가치가 크고 작고를 떠나서 크리스마스날 이렇게 많이 남앞에서 울어본적이 없음. 친정 가족과는 선물을 나눠본적이 없음(사이는 무척 좋음).
그런데 ‘남’같은 분들에게 이렇게 큰 관심을 받고있다는것이 견딜수 없는 감격이었던것임.
하루밤 댁에서 지내고 그 다음날 새벽에 몰래 나왔음.
조그만 선물 남기고서. 사실 나도 선물을 준비했었지만 너무 초라해서 도저히 꺼내 보여드릴 수가 없었음.
그래서 몰래 남기고 나옴.
트리에 달아 놓을 장신구 두 알에 남편 가족들의 얼굴을 그려 넣었음
(나는 손재주가 좋음)
그 날 핸드폰에 메세지가 옴 – « 내년 크리스마스 트리에는 XX의 선물이 걸리겠네 ? 정말 고마워요^^ «
후에 시댁에 갔을때 보았음. 시어머님의 장식장에 (어머님의)아버님의 유품과,
남편과 아주버님이 아기때 신던 신발들과,
여럿 골동품들이 놓여져 있는 한가운데에 내 선물이 있었음.
포장박스, 리본테잎 모두 고스란히.
그래서 그 다음해는 내가 많이 별렀음. 더 좋은 선물을 해드리리라 ! 아마 두달 전부터 만들기 시작했을거임. 한지를 계속 덧발라서 두껍게 만든다음에 압정으로 여기저기 구멍을 송송 뚤어서 램프를 만들었음. 게다가 오뚜기처럼 계속 일어남. 지금 시부모님 침실에 있음.
작년에는 시아버님 환갑이셨음. 이번에는 음식 레시피 북을 만들었음.
아버님께서 특히 좋아하시는 내음식들 비법 책임. 그리고 아버님이 책을 많이 읽으셔서 책갈피를 만들어드림. 아버님 얼굴만 따서 거기에 마이클잭슨, 007제임스본드, 조선시대 노비,
80년대 미국 힙합스타일, 요정 옷을 입혔음.
아버님 까무러치심.
너무 좋아서 오신 친구들한테 다 보여주시면서 쉬지 않고 웃으심. 시어머님도 완전 좋아하셨음. 가족들이 거의 토할때까지 웃었을것임. 환갑생신 이후로 남편한테 몰래 전화하셔서 내 크리스마스 선물로 뭐가 좋을지 물어보심. 7월달에.
두분을 뵈면서 느낀건 ‘참, 관대하시구나’라는 느낌보다는 그 어느것에도 경계선을 두지 않으신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었음. 부자는 부자끼리만 결혼해야한다는 경계선, 두분은 어른이니까 어른으로써의 존경을 받아야 마땅하다는 선, 선물은 값비싸야 한다는 선 등을 굳이 그어놓지 않으셨던것 같음.
나이는 60이나 취향은 20대 못지 않은 ?
Black sabbath, pink floyd, the who, kraftwerk, genesis, korn, lil
wayne, muse, masive attack, gotye, the xx, matronomy, sebatian
tellier, sigur ros, the do, chairlift …
몇몇 분들에게는 낯익은 이름도 있을테고, 아예 생소한 이름들일수도 있음. (생소하더라도 찾아서 들어보실것을 추천함. 좋은 음악들 많음)
시부모님께서 좋아하시고 즐거 들으시는 음악인데 이것마저도 다가 아님.
장르도 클래식부터,
재즈, 블루스, 힙합, 하드코어 ㅋㅋㅋㅋ
7,80년대 명반부터 마니악한 유럽 인디음악까지..
이렇게 편식없이 음악을 들으시지만 또 매우 까다로우심. 국내 음악중에서는 ‘오빠는 풍각쟁이야’ 와 마로니에의 ‘칵테일 사랑’을 이상하리만치 매우 좋아하심.
한 때, 음악평론가를 꿈꿨던 나로서는 시어머님의 음악적 취향은 그야말로 센세이션임
제일 좋아하시는 영화는 ‘록키호러 픽쳐 쇼’. 컬트영화의 대명사로 불리는 이 영화를
20대 때 보시고 완전히 사로잡히셔서 그 후로 50번도 넘게 보심.
아직도 이 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을 찾을때마다 꼭 티켓 구매하시고 큰 스크린으로 보심.
어린 아들둘(내 남편
8살때, 아주버님10살때)에게 무슨 교육용 비디오마냥 보여주셨음. 그 이후로 가족들 모두 대사, 노래, 동작 모두 꾀 ?꽤고 있다는
가끔 시부모님댁에 가면 갑자기 어머님이 영화 대사중에 한부분을 읊으시기 시작함. 가족들 모두 동참함.
종교인 줄 알았음.
본인의 성격은 다른 이쁨받는 며느리들에 비하면 그다지 살갑지 않음. 장난끼는 많고 재밌고, 혹시 천진난만하다고 할수는 있겠지만,
일부러 사랑스러운 행동을 해서 사랑받는건 잘 못함. 대신 솔직하고 가식적이지는 않음. 이런 성격때문에 손해도 본다지만 다행히도 나를 받아주신 어른들이 내게 ‘며느리로써의 역할’을 강하게 요구하신다기 보다는, 수직적인 관계보다는 수평으로 대해주심. 그래서 ‘이쁨’을 받지는 않음. 그러나 서로 존중을 한다고 생각함.
감히 어린 나와도 인생에 대한 고찰과 그 어떤 철학적인 주제로 대화를 나누시곤 함. 아버님이랑은 주먹쥐고 싸우는 흉내도 내고 어머님은 당신의 인생의 겨우 반을 산 내가 살아온 이야기를 들어오시면서 감동하시고 대견해 하심.
내가 잘못하는 일이 있어도 며느리를 교육시키듯이 혼내시기보다는, 그저 그것이 잘못된 행동이기에 잠깐 일러주시고 금방 넘어가주심.
그래서 시부모과 나는 ‘사람’대 ‘사람’으로 잘 맞는것 같음.
시집 백번 잘왔음
더 할얘기들이 있었는데 금세 잊어버렸음.
알찬 한 주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