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년 여행 후 블로그에 올린 글이라 음슴체 아님. 오그라들어도 양해 바람.
나눠 올린 글을 합쳐서 스압 대박. 양해바람2
덕풍계곡은 1박 2일에 나오면서 유명해졌는데, 유명해지기 전에 간 것임.
그 이후에 반짝 방문객이 늘고 펜션도 늘기는 했지만
여전히 오지라 관광지화는 되지 않음.
아, 두타연도 얼마 전 나와서 유명해진 것 같은데 역시 그 전에 간 거.
지금은 그 때보다 트래킹 코스가 연장된 것 같아서 내년 봄 쯤 추위 가시면 가려고 함.
숙박했던 펜션들은 당시 폭풍 검색질로(비수기 주중이라 더 저렴)
민박하고 크게 차이 없는 저렴한 곳들 찾아 간 거임. 된장녀 아님.
시간이 흐른만큼 지금은 그때보다 올랐을 듯.
사진에 블로그 주소 찍혀있는데 찾아오지 말길. 방치된 지 오래.
방치된 블로그에서 퍼 와서 올리는 건, 바빠서 여행 못 가서 병나기 일보직전이라
걍 뻘짓이라도 하면서 마음 달래려는 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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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삼척 덕풍계곡, 용소골
여행 첫날. 인천에서 태백으로 가는 버스에 올랐습니다.
아침 7:30에 출발해 오후 12시가 조금 넘은 시간 태백에 도착했습니다.
영월을 경유해 정선을 지나 태백까지 가는 버스 덕에 앉아서 절경을 구경했네요.
목적지인 풍곡으로 가는 버스는 오후 1시에 있어서 간단하게 우동으로 점심을 떼웁니다.
풍곡행 버스를 타고 구비구비 깊숙한 곳으로 들어갑니다.
1박 2일에 나왔던 신리 너와마을도 지나치더군요.
덕풍계곡은 행정구역상 삼척이지만 태백에서 더 가까운 곳입니다.
하루에 네 번 뿐이기는 하지만 갈아타지 않고 한 번에 갈 수 있는 버스를 탈 수 있는 곳도
태백이고요.
드디어 덕풍계곡마을 주차장에 도착해 펜션 주인 아주머니가 오시기를 기다립니다.
주차장에는 이곳이 산양서식지이며 산천어 방류지역임을 알리는 현수막이 있습니다.
곧 도착한 주인 아주머니의 트럭을 타고 산속으로 6km를 들어갑니다.
(원래 픽업이 안 되지만 출타했다 귀가 중이시던 차를 얻어탄 거였습니다)
그야말로 오지 중의 오지이지요.
덕풍마을 끝으로 올라가는 길 오른쪽은 감탄이 절로 나오는 계곡이 이어집니다.
용소골과 괭이곡의 물이 한데 합쳐져서 흐르는 물이라 그런지 계곡이 꽤 넓은 편입니다.
아쉽게도 비포장 도로를 덜컹거리며 달리는 트럭 안이라 사진을 찍지 못했네요.
덕풍마을의 거의 끝집.
주인 아주머니는 혼자 온 제게 곤드레 나물이며 참나물, 김치... 이것저것 살뜰하게
챙겨주십니다. 도착한 날은 가볍게 주변 산책만 하고 주인 아주머니와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며 편안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대신 다음날 일찍 일어나 제 2용소골까지 다녀오기로 마음 먹었지요.
다행히 새벽 5시에 일어나 5:30에 용소골로 향했습니다.
숙소에서 이런 오솔길을 따라 조금 걸어 가다보면
용소골 초입에 들어섭니다.
곳곳에 작은 야생화들이 피어 있고
이제 막 올챙이를 벗어난 듯한 엄지손톱만한 개구리들도 자주 보입니다.
처음엔 계곡이 생각보다 조금 폭이 좁아 보여서 아쉬웠는데
이 지점부터 제법 폭도 넓어지고 경치도 좋아집니다.
길이 따로 없는데다 좀 험한 곳도 있어서 저런 넓고 평평한 바위가 나타나면
발걸음이 가벼워집니다.
나뭇잎 아래로 보이는 절벽과 용소골 계곡이 잘 어울립니다.
깊은 산속에 이런 계곡이 숨어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굽이치는 계곡을 따라 걷다보니 저 멀리 철제 다리가 보이네요. 힘을 내서 걸어봅니다.
하지만 철제 다리로 가기 위해서는 꽤 가파른 길을 기다시피 올라가야 한다는 거 -_-;;
한동안 바위 위로 편하게 올라가며 다닐만 하다는 생각을 할 즈음
이런 길이 나타납니다. 아하하, 로프를 부여잡고 조심조심 전진했는데 누가 보았더라면
상당히 꼴사나웠을 것 같네요.
아쉬운 건 간단한 표지판이라도 있어서 지금 여기가 어디쯤인지 알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점이었습니다. 아직 체력적으로 더 갈 수 있었지만 시간관계상 되돌아 옵니다.
아우, 저 길을 다시 가야 합니다. 올라올 때는 어떻게든 기어서 왔지만
내려갈 때엔 좀 난감해집니다.
그래도 무사히 되돌아오면
어느새 용소골 계곡에도 해가 들어오고 있네요.
약 두 시간 반의 가벼운 새벽 트레킹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밭일하는 동네 아주머니를 만나 여쭤보니 1용소와 2용소 사이까지 다녀온 듯하네요.
부근에서 다른 민박집을 운영하시는 아주머니께서는 가을에는 우리집에서 묵으라며
영업을 하십니다.
숙소로 돌아오니 주인 아주머니께서 아침식사를 차려주셨네요.
아침식사를 마치고 후딱 샤워를 한 뒤에 동해시로 출발합니다.
* 덕풍계곡마을 홈페이지 http://valley.invil.org/
* 꽃밭거랑 펜션 http://www.deokpungflower.kr/
2. 동해시 북평 5일장, 무릉계곡
원래 계획은 아침 식사후 용소골 산행을 하고 오후 2시 반 쯤 버스를 타고 태백으로...
태백에서 기차를 타고 묵호항으로 가는 것이었습니다. 저녁 때나 되어서 묵호에 도착해
바다구경 좀 하고 저녁 먹고, 찜질방에서 자려고 했었지요.
그런데 아침을 먹고 바로 출발할 수 있게 되는 바람에 일정이 확 앞당겨졌습니다.
전날 밤에 지인께서 숙소로 찾아오셨거든요.
마침 3~40분 거리에 있는 리조트에 볼 일이 있어서 내려오신다기에 급히 접선을 했지요.
늦은 밤 가로등하나 없는 오지 산골 마을로 차를 몰고 들어오시느라
고생하셨다고 합니다.
별이 쏟아질 듯한 밤에 야외 테이블에서 캔맥주를 마시며 수다를 떨고 옆방에서 주무신 그분께서
삼척에 내려주시고 떠나셨습니다. 어찌나 죄송하고, 또 감사하던지...
삼척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동해시로 가는데 차 안이 곱게 차려입은 할머니들로 붐빕니다.
오늘이 바로 북평 5일장이라는 겁니다. 할머니들을 따라 북평 5일장이 열리는 곳에서 내립니다.
소문대로 역시 큰 장이네요.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시골 장터 ^^
왁자지껄하고 활기 넘치는 장터에 있으니 괜히 저까지 기운이 솟는 것 같더군요.
장터 구석구석까지 구경하니 1~2 km는 걷게 됩니다.
곱게 차려입고 구경 나오신 어르신들과 직접 재배한 마늘이며 이런저런 야채, 곡식등을 팔러 오신
분들도 보였습니다. 나물, 더덕 같은 것을 사 가면 어머니와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좋아하시겠지만
짐이 많아 포기합니다. 그리고 여러 간이음식점 중 한 곳에 자리잡고 앉아
2500원짜리 묵밥을 주문해 먹었습니다.
그냥, 심심하고 무난한 맛. 처음에 받아볼 때엔 부실해 보였는데 먹다보니 그래도 양이 꽤 됩니다.
배도 채웠겠다 북평 우체국 앞에서 무릉계곡으로 향하는 버스에 오릅니다.
96년도에 마지막으로 왔던 무릉계곡을 다시 찾으니 반갑고 설렙니다.
그때는 초겨울이었는데 같이 갔던 친구가 춥다고 관리사무소에서 난로를 쬐는 바람에
저 혼자 용추폭포까지 올라갔다 왔던 기억이 나네요.
아마 그 때부터 혼자 가는 여행이 더 즐겁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던 것 같습니다.
버스에서 내리니 수목드라마 시티홀 촬영을 환영한다는 현수막이 걸려있네요.
저는 그바보의 구동백에 빠져서 시티홀에는 관심이 없었던지라 그냥 무덤덤하게 지나쳤습니다.
드디어 무릉계곡 초입에 들어섭니다. 언뜻 보기에도 물이 예전에 찾아왔을 때보다
훨씬 줄었습니다. 국민관광지로 선정되고 유명세도 타서 그런지 시설은 좋아졌지만
경관은 예전보다 못한 것 같은 아쉬움도 드네요.
북평 5일장과 겹쳐서인지 날씨가 더워서인지 등산객도 상당히 많았습니다.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는 무릉반석...
예전에는 무릉반석 위에 물이 더 많았는데 말입니다.
그래도 역시 무릉계곡하면 무릉반석.
삼화사도 예전에 비해서 어딘지 화려해진 느낌입니다.
전통찻집도 생기고, 탬플스테이를 하는 숙소도 생기고요.
병풍바위가 보입니다.
무릉도원 부럽지 않은 무릉계곡... 물이 참 맑습니다.
예전에 무릉계곡이 세계 희귀종 개구리 서식지여서 외국 연구팀이 무릉계곡을 탐사하는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는데 너무 유명한 관광지가 되어서 그 개구리들이 예전처럼
무릉계곡에서 잘 살 수 있을지 걱정되기도 합니다.
계곡은 언제나 옳아요. 봄, 여름, 가을, 겨울... 언제가도 좋은 계곡.
용추계곡으로 가는 길은 그리 험하지 않은 편인데 중간중간 이런 계단식 깔딱고개가
있습니다. 4박 5일치 짐이 든 가방을 매고 오르려니 점점 발이 아파옵니다.
걸음을 디딜때마다 뾰족한 것에 찔리는 듯한 통증이...
쌍폭포에 도착해 잠시 휴식을 취하며 사진을 박습니다.
물을 가져온 것 같은데 없네요. 얼른 내려가 게토레이라도 하나
사 마시고 싶은 생각이 간절합니다.
용추폭포는 그냥 바라보기만 하고 사진도 안 찍은채 허겁지겁 내려왔네요.
내려오는 동안 다른 생각없이 머리속으로 '게토레이, 게토레이...' 를 절규하듯 외쳤습니다.
삼화사 앞 벤치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하는데 컨디션이 안 좋더군요. 팔이 가려워서 보니
아침에 용소골에 오르다 풀잎에 살짝 스쳤는데 팔에 울긋불긋하게 풀독이 오르고
손이 퉁퉁 부었네요.
왜 더운 날에도 등산하시는 분들이 긴 소매 옷을 입거나 토시를 하시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 와중에 롱스커트를 입은 아주머니 네 분이 다가오시더니 팜플릿을 주시며 전도하시더군요.
제발 자제 좀요. 전 종교가 없지만 산에서... 그것도 절 바로 앞에 서서 등산객들에게 전도하는 건 아무리봐도 눈살 찌푸려지는 행동입니다.
주차장으로 내려와 원대로 게토레이를 사서 원샷을 하니 조금 살만해졌습니다.
버스를 타고 천곡동 이마트에 가서 뭐라도 사 먹으려 했는데
동해시 이마트에는 푸드코트에 식당이 딱 두개 뿐이더군요 -_-;;
밖으로 나와 만만한 김밥천국에 들어가 쫄면으로 요기를 합니다.
곧 가려던 찜질방을 발견하고 안으로 들어가 휴식을 취했습니다.
생각해보니 10km이상을 걸었네요. 개운하게 씻고 식혜도 한통 사서 마시니
그래도 피로가 풀립니다.
선덕여왕은 보고 자려고 했는데 몸이 너무 노곤해서 여자 수면실로 들어가 잠을 청했습니다.
그런데 한 두어시간 지났나? 한 아주머니께서 너무 심하게 코를 고는 통에 깨버렸습니다.
정말 저희 아버지보다도 우렁찬 소리에 다시 잠들 수가 없는데 수면실 외의 다른 곳은 너무 더워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습니다. 다른 분들은 아무 문제없이 잘 주무시는데 저 혼자 뭐라고
하는 것도 이상할 것 같고 참을 수밖에 없었지요.
그러다 결국 한 할머니께서 나서시는 바람에 그 아주머니가 다른 곳으로 옮겨가셨고
다시 고요 속에서 잠이 들 수 있었습니다. 그땐 너무 힘들어서 고맙다는 말씀도 못 드렸네요.
용기있는 할머니, 감사합니다.
3. 속초 설악산, 비선대 구간
동해시에서 아침 9시 버스를 타고 강릉으로 가, 강릉에서 속초행 버스에 오릅니다.
창밖으로 보이는 파란 바다를 찍어보았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드라마 <부활>을 떠올리게 하는 하얀 등대와 빨간 등대...
속초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해 아침 겸 점심을 먹으려 하는데 근처에
마땅한 식당이 보이지 않습니다.
조금 걸어가니 삼계탕집이 보입니다. 이번 여행에서 사 먹는 음식은 절대 5천원을 넘기지
않겠다고 마음 먹었는데 전날 묵과 쫄면으로 끼니를 떼운 채 10km를 걸어서 그런지 어질어질해
안되겠다 싶어 그냥 들어갔습니다. 한방삼계탕이라고 했으나 별로 한방 느낌은 안 났고
지금까지 먹어본 삼계탕과 달리 가슴살이 국물에 아무리 오래 담가 놓아도
퍽퍽하고 맛이 없습니다.
꾸역꾸역 열심히 먹었지만 많이 남기고 말았습니다. 만원을 건네는데 참... 아깝더군요.
만원에 대한 미련을 떨치고 설악산 소공원행 버스에 오릅니다.
전날 무릉계곡에서 무거운 가방 때문에 산행이 더 힘들었던 것이 떠올라 이번에는
거금 천원을 주고 가방을 보관함에 맡기고 올라가기로 했습니다.
설악산의 매력. 기암괴석...
어디로 갈까 고민합니다. 비룡폭포로 가는 길은 그늘이 별로 없었던 기억이 납니다.
울산바위, 흔들바위 쪽은 안 가봤는데 계곡이 거의 없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서 꺼려지네요.
역시 전, 계곡 마니아라...
결국 비선대 코스를 정합니다. 체력적으로 가능하면 금강굴까지 가고 안 그러면 무리하지 말고
비선대까지만 갔다 오기로 합니다.
초반에는 이런 편안한 숲길이 이어집니다.
더운 날씨지만 나무 사이로 부는 바람이 시원합니다.
오대산 숲길, 설악산 비선대 길 초입... 둘 다 참 좋습니다.
사진은 못 찍었지만 까마귀 한 마리가 사람을 겁내지 않고 주변을 왔다갔다 하기도 했습니다.
중간중간 나무 사이로 보이는 전망도 참 좋습니다.
그러나 역시 계곡이 최고입니다. 와선대 즈음에 이르자 절경이 이어집니다.
출입금지된 곳은 가까이 가지 않고, 계곡에 접근 가능하더라도 다가가서 사진만
찍습니다. 더우면 중간중간 쉼터에서 음료수를 담가놓은 통에서 흐르는 물에
손을 적시는 정도로 만족합니다. 국립공원은 소중하니까요 ㅋㅋ
드디어 비선대에 도착했습니다. 비선대의 절경을 카메라에 한번에 담아낼 수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습니다.
한동안 넋을 잃고 풍경을 바라봅니다. 고등학교 때 수학여행으로 왔을 때에는 너무 힘들어서
경치고 뭐고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는데 그래서인지 처음보는 광경처럼 놀랍고
벅차기만 합니다.
금강굴까지 갈까 고민하다가 다시 욱신거리는 발바닥 때문에 여기서 만족하기로 했습니다.
쉼터 근처에 앉아서 발바닥도 두드리고 잠시 쉬고 있는데 다람쥐 한 마리가 나타납니다.
설악산 다람쥐들은 쉼터나 산장 근처에 서식하며 등산객들에게 음식을 얻어먹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 녀석도 제게 뭔가 달라는 눈치였습니다. 얼마나 맹랑한지...
이런 식으로 일보 전진을 하며 점점 제 가까이 다가옵니다.
바보녀석... 짐을 보관함에 두고 왔기 때문에 너에게 줄 게 아무것도 없단다.
한동안 저렇게 눈치를 보며 알짱대더니 사라져버리더군요.
겨우 비선대까지 다녀오고 설악산에 갔다왔다고 하기는 창피하지만...
그래도 어쨌든 설악산에게 이별을 고하고 찜질방이 있는 조양동 우체국 근처로 향합니다.
우체국 앞에 내리니 영화관이 보여서 푸드코트로 갔습니다.
저렴한 기계식 초밥을 먹고 다시 밖으로 나와 판타지아 찜질방을 찾아가는데 약도를 보고 가도
어디가 어딘지 잘 모르겠습니다. 근처 어디인 것 같기는 한데...
맴돌다가 전화를 했더니 오늘은 청소하는 날이라 쉰다는 겁니다. 두둥...
이마트 근처에 있는 해수피아 찜질방에 갔더니 그곳은 또 내부수리 중입니다.
아아, 왜 이러니 -_-;;;
너무 황당하고 어이없어서 웃음만 나옵니다.
그때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집어온 속초 관광 안내도가 생각나 꺼내보니
설악산 유스호스텔이 있네요.
그러나 그러려면 다시 설악산 쪽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다음날 아침 9시에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양구행 버스를 타야하는데 설악산과 시외버스터미널을
오가는 유일한 7번 버스는 그리 자주 다니지 않습니다.
그러다 버스 시간을 놓치면 오후 2시 반에야 양구행 버스를 탈 수 있습니다.
고민 끝에 그냥 시외버스터미널로 가서 근처에 있는 가장 깨끗해 보이는 여관에 들어갔습니다.
-_-;;
아아, 3만원이 순식간에 나가버립니다. 찜질방만 가능했어도... ㅠ_ㅠ
방은 그래도 깨끗한 편이었는데 낡은 창문형 에어컨을 켜니 머리가 아프더군요.
그래서 창문을 열어놓고 있었는데 밤 9시쯤 부터 맹렬한 바람이 속초 시내에 불어닥치는 겁니다.
바로 앞에 있는 주유소에 매달아 놓은 철 간판이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바람에 흔들리고
나무는 뽑힐 듯이 옆으로 휘어집니다. 마치 태풍이라도 부는 듯한데 창문을 닫으면
너무 덥고 답답하고...
그러고 있는데 속이 안 좋아지더군요. 아마도 저녁 때 초밥을 먹고 길을 헤매다가
체한 것 같았습니다.
변기 부여잡고 토하다가 결국 지쳐서 잠이 들었는데 모기가 귀 옆에서 자꾸 앵앵 거리는 겁니다.
천정에 앉아 있는 놈을 잡으려는데 번번이 놓칩니다.
결국 속초 관광안내도로 놈을 죽인 다음에야 겨우 잠이 들 수 있었습니다.
4. 양구 오미리 수입천, 민통선 안 두타연
아침 9시, 속초시외버스 터미널에서 마지막 여행지 양구로 향합니다.
원래 속초와 양구는 한 시간 조금 넘는 가까운 거리이지만 그렇게 가면 타는 사람이 없어
고성에서 진부령을 거쳐 황태마을인 용대리, 백담사, 원통을 지나 광치령을 넘어
양구로 갑니다. 좀 돌아가느라 두시간이 넘게 걸리지만 그래도 가는 내내 창밖으로
절경을 보며 갈 수 있어서 전 더 좋았습니다.
11시가 조금 넘어 양구에 도착했습니다.
터미널에서 나와 건너편으로 보이는 길로 들어갔더니 이런 번화가가 나옵니다.
깔끔하게 잘 꾸며진 이 길을 따라가다보면 양구 중앙시장이 나오더군요.
마침 장날이어서 물건을 팔러나오신 분들이 많았습니다.
마지막 여행지이기도 하고, 양구는 곰취가 유명하기도 해서 사 가려고 했더니
4,5월에는 맛있지만 6월에는 쓰고 억세져서 잘 안 먹는다고 하네요.
그렇게 좀 돌아다니다 점심식사 할 곳을 찾아보았습니다.
시장 부근에 따로국밥집이 보이더군요. 꽤 오래된 곳 같기도 하고, 현지 주민들을
상대로 장사하는 곳처럼 보여서 들어가 국밥을 한 그릇 주문했습니다.
곱창과 각종 돼지부속이 넉넉하게 들어있는 맛있는 국밥입니다.
서울 경기에서는 따로국밥이라고 하면 보통 쇠고기하고 우거지 등이 들어간 국밥이 많은데
이 따로국밥은 순대국에서 순대만 빠진 돼지부속 국밥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국물도 구수하면서 잡냄새 없이 깔끔합니다. 여행다니며 가장 맛있게 먹은 밥이었네요.
그렇게 양구읍내 여기저기를 구경하다가 1시 10분 쯤 방산면 오미리로 가는 버스를 탑니다.
버스 안에는 저와 아저씨 한 분을 제외하고 할머니 할아버지들 뿐입니다.
장날인데다가 6.25라서 많이들 읍내에 나오셨나 봅니다.
할아버지들은 저마다 재향군인회에서 나눠준 6.25 기념품을 하나씩 들고 계십니다.
할머니 한 분이 오랜만에 본 젊은 사람이 반가우신지 옆에 앉으라고 하십니다.
그리고는 양구가 교통도 발전하고 살기 좋아졌다며 자랑이 늘어지셨습니다.
할머니 말씀을 들어드리다가 간식거리로 산 부드러운 빵 하나를 드렸습니다.
다들 내리시고 종점에 가니 펜션에서 온 차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펜션 차를 타고 더 깊숙히 들어갑니다.
르씨엘 펜션 (http://www.leciel670.com/). 독채 건물이어서 더 편하게 쉴 수 있었습니다.
평화의 댐과 멀지 않은 곳입니다. 아마 산 하나 쯤 넘어가면 평화의 댐일 것 같네요.
역시 휴대전화가 터지지 않습니다. 짐을 내려놓고 산책을 나갔습니다.
바로 옆에 보이는 황토로 지은 다른 펜션입니다.
저 뒤에 보이는 산을 보면 얼마나 깊은 곳인지 알 수 있습니다.
이 일대엔 예전에 여우가 많이 살았다고 하네요.
펜션에서 수입천으로 내려오는 길.
일부만 찍었는데 그냥 펜션에서 하는 텃밭이라고 보기에는 밭이 꽤 넓습니다.
농사도 같이 지으시는 것 같더군요.
이런 길을 따라 물가로 한 3~5분 정도 천천히 내려갑니다.
개구리가 얼마나 많은지 바닥에 깔려죽은 녀석들이 판화처럼 찍혀 있습니다.
그리고 표본으로나 본 적이 있었던 손바닥만한 나비 몇 마리가 바로 앞에서
날아다닙니다. 흰색 바탕에 검은색 얼룩무늬가 있는 나비인데 이름이 궁금하더군요.
수입천입니다. 플라잉 낚시를 하는 분들이 꽤 많이 보이더라고요.
나중에 주인 아주머니께 여쭤보니 꺽지가 많이 잡히고 쏘가리도 잡힌다고 합니다.
저 다리 밑에는 수영하면서 놀 수 있도록 자갈로 물을 얕게 만들어 놓은 곳이 있네요.
수입천은 금강산에서 발원해 민통선 안에 있는 두타연에서 흘러오는 물입니다.
이 물은 파로호로 흘러들어간다고 하네요.
한 시간 정도 가볍게 산책을 하고 다시 숙소로 돌아갑니다.
수입천에서 여우탐방로 쪽으로 올라가는 길에 작은 계곡이 길게 이어져 있는데
어린아이들이 물놀이 하기 좋겠더라고요. 저는 얼른 씻고 쉬고 싶은 생각에 그냥 지나쳤습니다.
이날은 여행하고 처음으로 원없이 쉬었네요.
다음날 아침, 미리 양구군청에 신고해 둔 두타연 트레킹을 하러 갑니다.
주인아저씨가 근방 초소앞으로 픽업해주셔서 거기서 양구군청에서 출발한
다른 팀과 문화관광해설사 분과 합류했지요.
백석산 전투 기념비가 있는 이 초소를 지나서 조금만 올라가면 민통선입니다.
두타연 트레킹에 앞서서 보는 폭발물 위험 경고.
이 근방 역시 삼척 덕풍계곡처럼 산양서식지라고 하는데 산양들도 조심하길...
생태탐방로 옆쪽에 쳐진 철조망 너머는 지뢰밭입니다.
호기심에 넘어갔다가나는 저 녀석을 밟을 수 있으니 정해진 길로만 다녀야 합니다.
두타연의 모습입니다. 금강산에서 내려오던 물이 커다란 연못을 이루는데
6.25 이전에 이 근처에 있었던 걸로 추정되는 절의 이름을 따서 두타연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오른쪽에 보이는 구멍은 자연동굴로 약 15평 정도의 넓이라고 하네요. 이 두타연 옆쪽으로는
비포장 도로가 있는데 금강산까지 이어지는 길이라고 합니다.
약 20km이고, 금강산까지 직선코스로는 10km밖에 안된다고 하네요.
길이 잘 조성되어 있습니다.
이 물길을 따라 올라가면 바로 금강산입니다.
지금은 민통선 내에 있지만 6.25 이전에는 이곳 건솔리에 마을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때 살았던 분들의 말씀에 의하면 금강산으로 소풍을 가곤 했었다네요.
저 거품이 많은 소는 어쩐지 한반도와 유사한 모양으로 보입니다.
탐방로가 잘 조성되어 있고 징검다리도 두 군데 인공적으로 만들어져서 건너볼 수도 있습니다.
한쪽 징검다리는 너무 낮게 만들어져서 발이 물에 잠깁니다.
신발을 벗고 맨발로 건너야 하는데 물이 너무 차서 발이 시립니다.
꽤 빠른 물살에 숏다리로 건너다보니 스릴이 넘쳤습니다.
탐방로가 생각보다 짧아서 시간이 얼마 안 걸리더군요.
아직 다 개방이 된 것이 아니라 조금씩 공사를 해 나가고 있는 중이라고 합니다.
좀더 개방이 되면 다시 찾아가고픈 곳이었습니다.
양구에는 펀치볼, 광치계곡과 휴양림, 소양호, 파로호, 천미계곡 등 가 볼 곳이 참 많습니다.
차가 있다면 다른 곳도 둘러보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이 두타연만 보고 인천으로 돌아옵니다.
양구에서는 인천으로 바로 오는 버스가 없어서 홍천을 경유해 돌아온 걸로 여행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