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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달하고 애절했던 학창시절의 추억

원래 이런 얘기 안쓰는데 술 한잔 하고 와서 여기다 씁니다

 

이런 얘기는 음슴체가 제맛이니까 음슴체로 갈게요

때는 바야흐로 2011년, 내가 고2 올라갈 때였음

나는 그때 당시 불의의 사고로 오른손에 깁스를 하고 있던 상태였음

1학기 회장선거를 했고 나는 여차저차해서 학급 회장에 당선됨

 

근데 그때 선도부를 하던 여자애가 있었음 (저보다 1살 연상이지만 그때는 연상인줄 몰랐음)

첫인상은 되게 순수하고 때묻지 않고 그런 이미지였음

 

근데 어느 순간 저한테 다가오는게 느껴짐

 

그때 1박2일로 임원수련회를 갔어야 했는데 깁스 때문에 못가니까 막 괜찮냐고 문자도 해주고 (그때만 해도 2G폰이라 카톡이 없었음)

 

아 그리고 심지어 둘이 폰이 같은 기종이었음 (쿠키폰)

 

그리고 걔가 수학문제 맨날 나한테 질문함

 

그래서 쉬는 시간마다 옆자리에 앉아서 과외선생처럼 설명해주고 그랬음

 

나중에 나보다 나이 한 살 많은거 알았지만 그냥 이름부르고 야야거리고 반말했음

나이가 한살 많은건 몸이 안좋아서 학교를 1년 쉬었다고 함

 

우리는 서로 장난도 많이 쳐서 서로 막 별명같은거 지어서 부르면서 놀리고 그랬음 ㅋㅋ

우리끼리 막 가까이 잘 노니까 주위에서도 엮으려는 애들이 있었음 ㅋㅋ

어느날 그녀가 나한테 깁스에 매직으로 뭐 써준다고 하길래 낙서하는 줄 알고 하지 말라고 했다가

 

걔가 깁스에

 

얼른 나아서 깁스 풀어~ 앞으로는 몸조심하고 아프지말고

 

이렇게 써줌 하....그때 순간 설렘 ㅎㅎ

 

또 언젠가 한번은 맨날 헐렁한 생활복만 입고 오던 애가 하얀색 하복을 입고옴

 

아 진짜 그때.....눈부셨음 진짜 너무 아름다운 거임 ㅎㅎ

근데 그날 내가 몸이 안좋아서 인상 구기고 있으니까 내 옆으로 와서 막 왜 이렇게 표정이 안좋냐고 또 어디 아프냐고 물어봐주고......

 

아 그리고 언제 한번 애들이 새끼손톱에 화이트로 칠해줄 때가 있었음 ㅋㅋ 애들이 그때부터 슬슬 눈치까고 나랑 걔 새끼손톱에 화이트 발라주고 막 커플매니큐어라고 놀리고 ㅋㅋㅋㅋ 그때 겉으로는 짜증냈지만 속으로는 좋아죽는줄 ㅋㅋㅋ

 

그때 이후로 본격적으로 다른 애들이 놀리기 시작함 ㅎㅎ 막 칠판에 나랑 걔 이름 자음 이니셜 적어놓고 하트씌워놓고 ㅋㅋ

 

아 그리고 이때가 크리티컬 ㅋㅋ

 

1학기 방과후학교로 나는 걔랑 인문논술 수업을 같이 듣게 됨

 

근데 걔가 원래 끝나고 맨날 같이가던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가 야자를 하게 되면서 그녀는 같이 갈 사람이 없어진 거임

 

그래서 인문논술 수업이 있던 날 아침에 교실에서 나한테

 

"나랑 오늘 수업 끝나고 같이 가자"

그때 심장이 너무 뛰어서 대답도 제대로 못하고 어버버하고 알겠다고 했음....

 

그날 이후로 우리는 일주일에 한번마다 집에 같이가게 됨 논술수업이 끝나는 시간이 저녁때라 애들도 별로 없고 그래서 우리는 한산한 학교와 운동장, 그리고 거리를 함께 걷곤 했음

 

장난기는 여전해서 수업 끝나고 나보다 앞서서 와다다 내려가서 교무실에서 머리 내리고 귀신흉내 내면서 나 놀래켜주고 그랬음 ㅋㅋㅋ 언제 한번은 학교 건물밖으로 나가는 유리문이 잠겨 있었을 때가 있었음 그래서 문 맨 위쪽 구석에 있는 잠금장치를 돌려야 하는데 걔가 키가 안닿아서 내가 열어주고 막 그랬음 ㅋㅋㅋ 그때 나 없었으면 갇혔을 뻔했네

 

아 그리고 이때가 설렘 터지는 순간인데

여느 때처럼 인문논술 끝나고 집에 가는데 모처럼 떡볶이집에서 꼬치를 사서 먹고 있었음 ㅋㅋ 근데 소스가 내 손에 묻은 거임 근데 걔가 막 편의점으로 가서 점원한테 휴지좀 달라고.... 휴지 받아서 나한테 닦으라고 줬음 근데 내가 손에 꼬치를 들고 있으니까 걔한테 들고 있으라고 하고 내 손에 묻은 거 닦는데 소스가 걔 손에도 묻은거임 ㅋㅋ 근데 걔가 손에 꼬치 들고 어쩔 줄 몰라하니까 나도 모르게.......

한 손으로 소스 묻은 손잡고 나머지 한 손에 든 휴지로 걔 손 내가 닦아줌

(그땐 무슨 생각으로 그랬는지 모르겠음. 그냥 손이 본능적으로 움직였음 ㅋㅋ)

 

그때 순간 서로 당황해서 벙쪄서 어색한 채로 가만히 있다가 다시 설리설리하게 집 같이 걸어감 ㅋㅋ

 

그때 고백했어야 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너무 후회됨. 그땐 왜 그렇게 자신감이 없었을까ㅠㅠ

 

결국엔 좀 질질 끌다가 1학기 기말고사가 끝난 날이 되어서야 결심을 하고 걔한테 문자를 날림 할 말 있다고 잠깐만 나와 줄 수 있냐고

 

그래서 걔네 집에서 가까운 역 벤치에서 만나기로 함 근데 그때가 밤 10시였는데 그때까지 아무 것도 못 먹었대서 분식집 데리고 가서 라면 사먹임.

 

분식집 가는 동안 단지 안에 있는 길을 같이 걸으면서도, 너무 두근거려서 말이 잘 나오지 않았음 ㅋㅋㅋ 분식집 가서 나는 김밥 시키고 걔는 라면 먹는데

 

마주 앉아서 걔가 라면 호호 불어가면서 먹는 모습이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없음 진짜 ㅋㅋ 진짜 보기만 해도 배부르다는 게 뭔지 실감이 났음

 

그리고 한 11시 가까이 됐으려나 걔가 사는 아파트 단지에 있는 놀이터 옆 벤치로 데리고 가서 고백했음

 

오랜 시간 너 봐오면서 너가 좋아졌다고, 많이 좋아한다고, 정식으로 사귀자고

 

그때 그녀의 대답은 NO였음. 미안하다고 나한테 너는 참 좋은 오빠같기도 하고 동생같기도 하고......그리고 무엇보다 좋은 친구라고 우리 그냥 지금처럼 이대로만 지냈으면 좋겠다고...

그래 전부 내 잘못이었음 타이밍을 놓친 내 잘못....

 

그녀가 나에게 다가올 때 나는 그녀에게 그만큼 관심이 없었고, 내가 그녀에게 다가가려고 할 때 그녀는 이미 나에 대한 마음이 식어있었던 것임

 

그날 밤에는 눈물이 나오지 않았음 그냥 집으로 미친 듯이 뛰어감

 

그 이후로 며칠을 아무 생각 없이 살다가 어느 날 대낮에 학원 가는데 순간 울컥하는거임

 

갑자기 생각이 나서, 달달했던 그 순간들이 미친 듯이 그리워서, 이제는 두 번 다시 그 때로 돌아갈 수 없다는 현실이 너무나 서러워서

 

그냥 울어버림 소리내서 울지는 않았지만 그냥 사람들 지나다니는데 길거리 한복판에 서서 눈물 훔치고 그랬음

 

얼마 후 교실에서 우연히 걔랑 걔 친구들이 하는 얘기를 의도치 않게 듣게 됐는데

 

만나는 남자가 있는 것 같았음 애들이 나 눈치보면서 얘기하길래 나는 교실 책상에 엎드려서 자는 척함 근데 진짜 눈물이 하염없이 나오는거임 그래서 눈물 닦느라고 죽는 줄 알았음

 

시간은 흐르고 흘러서 2012년이 되고 우리는 고3이 됨 그 이후로도 우리는 정말 ‘친구’처럼 지냈음 나 논술학원 끝나고 지친 몸으로 집으로 올 때 걔랑 문자하는 게 내가 유일하게 힐링될 수 있는 통로였음

시간을 벌써 9월이 되었고 공부에 너무 지친 나는 걔한테 힘들다고 징징대는 문자를 보냈음

근데 걔가 그러면 내일 저녁에 같이 산책이나 하면서 얘기나 같이 하자는거임 그래서 나는 고마워하면서 오케이를 했음

그리고 2012년 9월 26일 수요일 저녁 7시

우리는 참으로 오랜만에 그때 꼬치를 사먹던 떡볶이집 앞에서 만나서 데이트를 했음. 나는 그 때 편의점에서 미리 커피 두 개를 사놓고 기다리고 있었음. 걔는 야자 중간에 나와서 나랑 만남

그때 우리가 다니던 고등학교 바로 앞에 하천이 하나 흐르고 있었음 우리는 거기로 가서 산책도 하고 커피도 마시고 벤치에 같이 앉아서 서로 고민도 들어주고 그랬음 길도 적당히 어두워서 분위기는 정말 좋았음 가끔씩 자전거 타는 사람 뒤에 지나가면 내가 옆으로 당겨주고 그랬음 산책이 끝나고 나는 걔 야자실 들어가는 곳까지 바래다주고 아쉬운 발걸음을 돌려야 했음

그렇게 우리의 마지막 데이트는 끝이 났음

두 시간 동안 정말 우리는 세상 그 누구보다 풋풋하고 순수하고, 또 슬픈 데이트를 했음

그렇게 수험생활이 끝난 지금도 우리는 간간히 페북 카톡으로 연락함

그녀는 지금 다른 남자 만나서 300일이 넘도록 행복하게 잘 사귀고 있음

그 사람은 알까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좋아한다는걸

내가 장난으로 소개팅시켜달라고 하는 것도 너랑 얘기 한마디 더 하려고 이런다는거

미련 버려야 한다는 거 아는데 진짜 나 왜 이러는걸까....

그녀가 그 남자와 행복할 수 있도록 빌어줘야되는데....

얼마전 업데이트된 너의 프사는 어쩜 그리 아름다울까

사진을 볼때마다 가슴이 아려온다

이러면 안되는거 알지만

미치도록 보고싶다

추천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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