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마을과절벽

밤바다 |2013.11.18 00:03
조회 902 |추천 6
왜인지는모르겠지만사칭하지마세요~ ㅎ...ㅎ;; 기억의필름이후로쓴거 저 아닙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절벽에서 떨어져 죽었다오."

섬뜩, 나는 온몸에 돋는 소름을 진정시키기 위해 양손으로 어깨를 부볐다. 줄담배를 피워대던 할아버지는 이제 알았으면 꺼지라는듯 손을 흔들었다. 내가 이 섬으로 들어온지 일주일, 분명히 좋은 화제였지만 이쯤에서 물러나야한다는 느낌이 강하게 밀려들어왔다. 일년에 한번은 자살사건이 난다는, 그리고 외부에 알려지지 않는-그 기이한 섬마을에..나는 그래도 미련을 가지고 있었다. 물러날상황이아니다.
일주일..내가 가진 시간의 절반이 지났지만, 얻은 소식이라고는 십년전에 죽은 소진이라는 여자 한 명 뿐이었다. 나는 그것이라도 파고들어야만 했다.

"외부인들은 잘 몰라. 죽은사람 일을 왜 또 꺼내."

"칠년전쯤에..도시로 이사준비를하던 놈이 죽었어...그후로 이사를 꺼리는분위기야."

이 마을 사람들은 입이 무겁다. 그래도 뭔가, 뭔가 하나씩은 감추고있는것을 내놓는다. 그것이 아주 사소해서 스쳐지나갈 정도라도.
"남은 동생만불쌍하게됐지.."
나는 단추를 매만지는 척, 카메라를 조정한다. 이런식으로 자료를 수집한다음, 숙소로 돌아와 대화를 재생하는것이 하루일과, 하지만 별 소득은없다. 어느새소문이 흘렀는지 나를 피하는 사람도있다.
공통점..모두 하나같이 십년전 죽은 소진의 이야기외에는 하지않는다. 아마도 그것이 시발점이 아닌가 생각해봤다.
"여기 사람들은 이상해. 다들 맨날 지루하다는 표정에.. 그놈의 절벽만 쳐다봐요. 하루가 멀다하고..죽은사람이 뭐가무서워? 살아있는것이 무섭지."
여관 주인은 티비채널을 돌려대며 멍하게 말했다. 절벽이라,나는 그곳으로 가는길에 소진의 동생이 산다는 집으로 향했다. 아담하고 전형적인 시골집이다. 마당에는 개 한마리가 누워있고, 사람이 와도 짖지 않는다.

"누구세요?"
나보다 조금 어려보이는 젊은 여자가 낡은 철문을 열고 나왔다. 그러자 개는 주인을 지키기라도 하는건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짖어댔다.
"아, 그게..."
이런 일을 한두번 해본것은 아니지만, 역시 말을꺼내는 것은 어렵다. 죽은 가족을 들춰낸다니. 딱히 억울함을 먼저 호소해오는것도아니었다. 개짖는소리가 머리를 울린다. 나는 불청객..하지만 어쩔수없다.
"혹시 이소진씨의 자매 되시나요?"
"누구신데요?"
경계심가득한눈초리, 괜히 이름을꺼낸듯.. 그녀의 얼굴이 창백하다. 나는 결국 본론을꺼낼수 없었다.
"아니..아닙니다."
"...밤 열시에,절벽에 가보셔요. 댁같은 사람 여기 많이왔어요."
나는 조심스럽게 고개를끄덕였다.

사진답사 겸으로, 오후 두시. 절벽에 서보았다. 안전바가 설치돼있지만 맘먹고 넘는다면 어려울것은 없어보였다. 그래, 나는뭔가 건질수있을까..

여관으로돌아오자, 여관주인은 보란듯이 동네 중년남자와 시시덕거리고 있었다. 무슨 얘기인지는모르겠지만, 인생 편하기도하지, 나는 방구석에 자리를잡았다. 오늘밤..절벽으로갈 준비를해야겠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일주일째의 불청객. 자살사건에 대해 이리저리 캐고다닌다. 마을 인간들은 기다렸다는 듯 절벽에 대해 떠들어댄다. 그렇게 해서라도, 절벽의악령을 달래고 싶은거겠지. 어쨌든 작년까지는 성공이었다. 호기심강한 여행객 몇명이 자살이라는 명분아래 희생됬다. 절벽에서 괴기한 여인이나타나.. 깨진 머리사이로 피를 흘리며 다가온다고하지. 뒤쪽에서 소리도없이 다가온 그 허연, 흙과 피로 뒤엉킨 손이..그들을 절벽아래로 내민다...모든것은 마을사람들의 모함을견디지 못하고 죽은 소진의원혼이 하는 짓.그렇게 일년에 한번씩 희생자가 생긴다...괜찮은 스토리다.

평소와같이 윗동네 사는 호식이가 내려왔다. 그 순박한 중년 남자는 그저 좋다고 이것저것 말해주곤한다. 그런데, 소진의 집에서 또 누군가를 보았단다. 그집은 이미 비운지오래인데. 누렁이가 하도 짖는 탓에 잠시 그곳에묶어놨는데, 걱정이다. 혹시 그 불청객이 이리저리 들쑤시고 다니는건 아닐까? 그가 자꾸 소진에 대해서 물을때면, 여간 성가신게 아니다.
마침 비장한 표정으로 돌아온 그는, 방으로 들어가 정신없이 뭔가를 뒤졌다. 아마도 등산용 도구겠지. 그가 산을향해 갈때, 마을사람들의 표정이 궁금하다. 그 공포로가득한..절벽을 응시하는 눈동자들..가장 무서운것은 사람인데...
나는 밤이 되어, 그가 밖으로나가는것을 보았다. 아마도 그는 방송작가, 그런직업을가지고 있는듯했다.저렇게 살기위해 필사적인 사람을 죽여야한다니. 마을사람들도 참 잔인하다.. 나는 식칼을 소매춤에 넣고, 자리에서 조심스럽게일어났다.
항상줄담배를 피워대는 말년영감도, 소진이를 구박하던 춘자년도 모두 공포에질린 눈으로 절벽을 바라본다. 사람떨어지는걸 기어코봐야, 안심한 표정을 하고선 잠을 자러가겠지. 잔인해..잔인해...
그런데참 신기하다..어떻게 하나같이 밤 열시에 산을 오르는지...언니가뛰어내린 그 시간에..
추천수6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