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르륵 눈물만 흘리는 지애와 멀리서 들리듯 아련하게 들리는 지애 아버님의 목소리..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 내리기 시작했다..
그랬다..
정훈이가 준 부적은 영매(정훈이는 내게 있는 이런 기이한 힘을 영매들이 흔히 가지고 있는 힘이라고 했다. 영매는 영과 산 사람을 이어주는 매개체라고 했다) 를 통해 혼령을 볼 수 있게 해 주는 부적이었다..지애는 나의 눈을 통해 아버지를 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지애와 아버지는 내 마음을 통해 서로에게 말을 할 수 있었다. 아니 그렇게 말이 아닌 마음을 서로에게 전달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지애의 마음과 아버님의 마음이 하나도 걸러지지 않은채 내게도 전달이 되었고, 그 알 수 없는 무서움과, 신비함, 그리고 원망이 섞인듯한 서러움마져도 고스란히 느낄 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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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기다렸다...지애가 병실문을 열고 들어 오기를...그리고 들렸다...의사가 자신의 옆에 있는 지애의 어머니에게 하던 말....그 무섭도록 두려운 그 말이 들렸다..
"아무래도 오늘을 넘기기가 힘들듯 합니다,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겠습니다"
"안돼요 할 일도 많은 사람이고, 착하게만 산 사람인데 살려주세요...어떻게든 살려만 주세요..!"
아버님이 생각하던 그 마지막 모습은 흩어진 안개 속에 뿌연 빛을 발하는 등불처럼 흐릿하게 전달이 되었다..그리고 잠시 후 자신의 모습과 그 옆에서 울고 있는 아내가 보였다..아무리 불러 보아도 대답없는 아내가 밉기까지 했었다...그리고 잠시 어디론가 빨려올라가듯 어지럼증을 느끼며 정신을 잃었다.
그러다 정신을 차려보니 자신이 누워있는 병실이었다...꿈이었구나 싶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순간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그리도 아프던 몸이 지금은 하나도 안아픈것이었다. 그래서 그 사실을 가족들에게 알리려 했지만, 곁에는 아무도 없었다..그래서 병실 밖으로 나가려 했지만 문이 열리지 않았다...빨리 가족들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 하는데 문이 열리지 않으니 계속 문만 두들겨 될 뿐이었다..
한참을 그렇게 문을 두들기고 있자니...밖에서 누가 문을 열어주었다 그래서 복도로 나왔다 누군가 환급히 엘리베이트쪽으로 뛰어가는것이 보였고, 그 사람을 따라 엘리베이트로 향했다...
엘리베이트 앞에는 아까 본 그 사람은 보이질 않았다, 곧 엘리베이트가 도착을 해서 아래로 내려왔다 1층에 도착하고 문이 열리자, 저쪽 한쪽 모퉁이를 돌아가는 그 사람이 보였다 그 사람을 따라 다시 갔다, 그곳은 영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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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애는 동생에게 연락을 받자마자 아르바이트를 하는 가게를 빠져나와 미친듯이 병원을 향해서 뛰기 시작했다, 숨이 턱까지 차 올랐지만, 전화 저편에서 들리던 동생의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서 맴돌아 아무것도 신경 쓰이지가 않았다. 마구 뛰면서 여러사람과 부디치고, 넘어질뻔 한게 몇번인지 몰랐다 하지만, 그 아무것도 눈에 들어 오지 않았다...
눈 앞을 가린 눈물에, 사람도, 가로등도, 차들도 건물도 모두 파도에 휩쓸려 흘러내리듯 그렇게 출렁이고 있었다....'아빠..안돼...아빠...안돼..' 오로지 머리와 마음 그리고 입에서는 이 외마디 외에는 아무것도 생각 할수 없었고, 말 할수가 없었다...
병실로 들어선 지애는 하얀천으로 덮여있는 아빠를 보았다. 엄마와 동생들이 그 옆에서 울고 있는 모습, 하얀천을 들추어 냈을때...너무나도 낯선 사람인듯 누워있는 아빠가 미웠다...
"아빠 안돼..아빠.....아빠...일어나봐..아빠...아빠...."
아무리 불러보아도, 흔들어 잠을 깨워보려 애 써보았지만, 아빠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그렇게 까만밤이 깊어 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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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엔가 곂으로 다가온 지애 어머니가 나의 한손을 잡으셨다, 그리고 그대로 옆으로 쓸어져버리셨다...주위의 사람들이 웅성거렸고, 쓸어진 어머님을 부축해서 뉘였다..
하지만, 나도, 지애도 그리고 아버님도 그 사실을 알아챌 만큼 지금 여유롭지가 못했다..흘러내리는 눈물도 주체 할 수 없었고, 그 간의 일들이 너무 빠르게 마음으로 전달이 되어서 그거 하나 정리 하기도 힘들었다...그 보다 더 한 감정의 소용돌이가 그 어떤 외부의 힘도 허락치를 않았다...
"그 아이가 알려주었다..내가 죽었다는것을...그리고 내가 이제 이렇게 있으면 안된다고, 떠나가야 하는거라고 이렇게 있으면 가족들에게 화가 될 수도 있다고......"
그 아이는 바로 접신을 통해 아버님을 영안실까지 모시고 온 정훈을 말하는것을 나중에야 알았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아마도 순간이었을지 모른다....
지애의 마음이 전해져왔다..
"아빠 사랑해...아빠 정말 미안해...아빠 마지막 모습도 못보고, 우리 아빠 나 얼마나 보고 싶었을까?! 아빠 미안해......"
"지애야 아니야..아니야...아빠는 우리 지애 너무 사랑해...이렇게 볼 수 있잖아..아빠는 늘 지애 곁에 있을꺼야..언제나....우리 큰딸..지애에게 엄마도, 동생들도 모두 맡기고 가서 너무 미안하다..지애야 사랑한다...."
"아빠....."
"지애야....."
그렇게 아버님과 지애는 울고 있었다...
내 몸은 천근만근 무거워진것 같았다...움직일 수도 없고, 말을 할 수도 없었다...알수 없는 무거운 느낌에 가슴이 먹먹해지는것 같았다...
그때였다...주머니에 넣어둔 휴대폰이 진동을 했다...그 진동을 느끼는 순간 안개가 그치듯 묵직한 느낌은 사라졌고, 지애는 깜짝놀라 "아빠...아빠" 하고 외치며 아빠를 찾았다..
나중에서야 안 사실이지만 영매를 하는 사람은 영의 접촉이 있을때 본인의 양기를 뺏안긴다고 한다..그래서 위험할 수도 있기때문에 영의 접촉이 일어난 순간 정훈이는 시간을 재고 있었던 것이다...
지애가 부적을 들고, 날 잡던 순간 부적에 새겨진 모양이 붉은 빛을 발하는것을 얼핏 본듯했다...그렇게 정훈이는 부적에서 온 신호를 가지고 시간을 체크 했고, 더 위험에 빠질지 모를 날 위해 접촉을 방해 했던것이다....
그렇게 시간이 지났고, 드디어 아버님의 발일 관이 영구차에 실려 벽제 화장터로 옮겨갔다...지애와 가족들 그리고 지인들...모두 눈물만 가득했다...화장터에서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지애와 가족들은 근방이라도 쓸어질듯해 보였다...
그 순간 아버님의 모습이 내 눈에 들어왔고, 나도 모르게 아님 의식을 해서였는지 모르겠지만, 아직도 부적을 손에 들고 있는 지애의 어깨를 움켜잡았다...
순간 파도가 밀어닥치듯 두 부녀의 마음이 날 통해 서로 전해지기 시작했다....
순간에 밀려드는 힘을 주체 할 수 없어 쓸어질듯 했지만, 안간힘을 다해 참았다..그리고 마지막 울음 속에서 지애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빠 이제 아프지마, 너무 아팠잖아...우리아빠 너무 아파서 늘 보기 싫었는데..이제 더 이상 아프지마, 아빠 사랑해..그리고 아빠 너무 걱정하지마...아빠 딸 열심히 살게...엄마도, 동생들도 내가 다 잘 지킬께...."
그렇게 지애와 아버님은 마지막 인사를 나누었다..
화장을 하고, 아버님의 유골을 모신 후 돌아오는 길에 지애는 한없이 눈물을 흘렸다...
저멀리 화장터 앞에서 아버님은 돌아가는 가족들의 모습을 보고 계셨다...하늘에서는 겨울비가 내리기 시작했다....내리는 비에 그림이 지워지듯 아버님의 모습은 서서히 사라져갔고, 비 만큼이나 눈물을 흘리고 있는 지애의 얼굴로...가슴 쓸어내리는 서글픔이 내리고 있었다.....
아직도 지애의 마지막 말이 귀에 맴돈다..
"아빠 사랑해...더 이상 아프지마....
그리고 더 이상 걱정하지마......"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