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출근하고 회사에서 보니 톡이 되었네요. 긴 글 읽어주시고 응원해주시고, 따뜻한 말씀 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댓글 하나하나 다 읽어보았어요. 아직 세상에 이렇게 따뜻하신 분들이 많다는 것을 또 새삼 느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아마 엄마에게 연락 할 일은 없을 것 같아요. 너무 보고싶고 그립지만 그냥 행복하시길 기도하고 건강하시길 바라면서 새로운 가정에서 좋은 엄마와 아내로 잘 사시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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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톡커님들.
그제 눈이 내리더니 이제 날씨가 제법 쌀쌀한게 완전 겨울날씨네요.
출퇴근길에, 회사에서, 집에서 늘 심심하면 판을 눈팅하던 21살 여자입니다. 요즘 판에 훈훈한 글이 많이 올라와서 저도 제 얘길 해볼까해서 글씁니다.
안좋은시선으로 봐주실 분들은 뒤로가기 부탁드릴게요^^
글이 길어요~
저에게는 세 명의 엄마가 있습니다.
제가 아주 어릴 때 아버지가 친어머니와 이혼을 하고, 초등학교를 입학하던 해에 두번째 엄마와 함께 살았어요. 그러다가 초등학교 5학년 때, 아버지의 바람으로 두번째 가정도 깨졌습니다. 상대는 제 또래의 두 딸이 있는 이혼한 여자. 그 분이 제 세번째 엄마십니다.
오늘 제 친엄마보다도 더 지극한 사랑으로 저를 키워주신 두번째 엄마에 대한 얘기를 쓰려고 합니다.
보통 새엄마라고 하면 동화나 드라마속에서 자주 나오는 못된 계모를 생각하는데 저희 엄마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천사가 따로 없다고 생각 될 정도고, 우리 아버지같은 남자를 만나서 첫 결혼생활을 망쳐버린게 너무 미안할 따름이죠.
친어머니와 아버지가 이혼하신 후 저는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 외할머니 댁에서 자랐습니다. 친엄마는 저를 할머니께 맡겨둔 채 일본으로 떠나셔서 친엄마에 대한 기억이 없어요. 그러다가 아버지가 새엄마를 만나고, 결혼을 하면서 저를 데리고 가신거죠.
미혼의 여성이 이혼한, 게다가 애까지 있는 남자에게 인생을 맡긴다는 것... 쉽지 않은 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버지를 너무 사랑했던 엄마의 선택이었겠죠.
전 그때 어렸기 때문에 새엄마에게 마음을 열기까지 꽤 오랜시간이 걸렸습니다. 그 시간까지 엄마가 가장 힘드셨을거에요. 밥을 먹지 않겠다고 떼를 쓰는 건 기본이었고, 동네에서 사귄 친구들에게 우리 엄마는 새엄마다 라고 떠들고 다녔거든요.
그냥 이유없이 미워했던 것 같습니다. 그때는 아무것도 몰랐고, 그냥 우리 아빠를 뺏어간 나쁜 사람이라고만 생각했으니까요.
제가 철없이 했던 행동에 엄마는 동네에서 손가락질을 꽤 받았습니다. 우연히 안방에서 울고 있는 엄마 모습을 봤는데 내가 큰 잘못을 했다고 그제서야 느꼈어요. 그 날 처음으로 엄마라고 불렀습니다. 눈물을 흘리다가 제게 미소를 지어줬어요. 행복해보였습니다.
그뒤로 저희는 평범한 가족이 되었습니다. 엄마는 집에서 집안일을 하시고, 아빠는 돈을 벌어오고, 저는 학교를 다니구요.
한번도 아침밥을 거르게 한 적도 없고, 몸이 안좋은 날에도 문 앞까지 배웅해주면서 잘다녀오라고 뽀뽀도 늘 해주셨습니다. 그게 그렇게 큰 행복인지 몰랐어요.
저는 엄마와 손잡고 마트에서 장보는게 행복하고, 맛있는 반찬이 나오면 마냥 기분이 좋고, 잘못을 해서 혼나면 뾰루퉁한 표정으로 삐치는 그런 초등학생 아이였습니다.근데 늦게서야 알았어요. 엄마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행복이란 것을.
제가 초등학교 3학년 쯤 아버지가 하던 장사가 잘 안되서 집안이 어려워졌습니다.
엄마는 식당에서 일용직으로 일을 다니기 시작하셨어요. 아버지는 밤에 물장사를 하셨는데 낮에 음료배달일을 구해서 밤낮없이 일을 하셨죠. 저보다 더 일찍 집을 나가야 하는 날이면 엄마는 늘 밤에 음식을 하셨습니다. 다음 날 아침에 혼자 차려먹을 수 있도록 준비해놓으시려구요. 그리고 자기전에 냉장고 앞에서 "내일은 이거이거 꺼내서 혼자 먹고 가" 라고 얘기하며 미안해하셨습니다.
어느 날은 학교에 갔다 왔는데 엄마의 손에 밴드가 붙여져 있더라구요. 뭐냐고 물었더니 식당에서 조금 다쳤다고 했습니다. 그냥 그런 줄 알았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밤에 반찬을 만들다가 손을 베었는데 심하게 베여서 살점이 다 뜯겨 나갔더군요. 근데 제가 깰까봐, 그냥 자고 있던 딸이 깰까봐 소리도 못지르고 밴드만 급하게 붙인거였어요. 멈추지 않는 피를 대충 지혈하고, 제 반찬을 마저 만들고 다음 날 식당일도 하신거죠. 너무 속상했습니다. 가슴이 미어진다는 기분을 저는 그 날 처음 느꼈습니다.
저는 그걸 엄마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오신 다음 날 알았어요. 참 못난 딸이었죠.
한 번은 같은 반 남자아이의 부모님이 저희 집으로 전화를 한적이 있었습니다.
왜 학교에서 그런 적 있잖아요. 깝죽거리는 남자애를 쫓아가서 때리는 그런 애들 장난. 근데 제가 그 남자애를 너무 세게 때렸나봐요. 그 자리에서 얘길했으면 사과를 했을텐데 그냥 히죽히죽 웃기만 하다가 집에서 자기엄마한테 얘길 한 모양입니다. 학교에서 때리는 여자애가 있는데 무서워서 학교를 못가겠다고 했다더군요.
그 날 엄마는 무릎꿇고 전화를 받은 채로 죄송하다고만 얘기하셨어요. 그 남자아이의 엄마가 뭐라고 얘길했는지 눈물까지 흘리면서 사과를 하시더라구요.
전화를 끊고 혼을 내는 엄마에게 잘못했다고 했습니다. 난 잘못한거 없다고 생각했지만 그냥 그래야 될 것 같았어요. 엄마가 그 남자아이의 엄마에게 미안해한것처럼 저도 엄마에게 미안했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 어느날.
엄마와 저는 집에 있었고, 초인종이 울렸습니다. 처음보는 여자였죠.
엄마가 누구냐고 물어보니 아빠 이름을 얘기하며 이 집 주인 아니냐고 묻습니다. 지금 없다고 누구시냐고 물으니 당신은 누구냐고 되묻더군요.
아버지가 낮에 음료배달을 하던 거래처의 사장과 눈이 맞아 바람이 났는데 그 여자가 집까지 찾아왔습니다. 어떻게 알고 찾아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저희 아빠가 가정이 있는 남자인 걸 몰랐던 모양이에요. 그냥 아빠 혼자 사는 집이라고 생각했겠죠.
엄마는 제가 집에 있으니 그 여자를 데리고 나갔습니다. 비상계단에서 얘길했는지 집까지 목소리가 다들리더군요. 아무말 안하는 엄마와 소리만 지르는 여자.
그렇게 엄마가 집에 들어왔고, 아무말없이 방에 들어가 나오질 않으셨어요.
그날 밤 엄마와 아빠는 크게 싸우셨고, 그렇게 이혼까지 갔습니다.
아빠가 집에 없고 엄마와 둘이 있던 날 엄마가 물어보더라구요.
엄마랑 살래, 아빠랑 살래?
엄마와 살겠다고 했습니다. 엄마는 말없이 절 안고 울었어요. 그냥 울었습니다.
저는 같이 살 수 있다고 믿었는데, 그게 안된다는 걸 엄마는 알고 있었던거죠.
예상대로 아빠는 절대 반대하셨고, 결국 저는 또 친척에게 맡겨졌습니다.
일주일동안 밥도 안먹고 엄마만 찾았어요. 엄마가 없다는 게 그렇게 가슴이 아픈일인줄 몰랐습니다.그냥 늘 옆에 계셔서 항상 옆에 계실 줄만 알았으니까요.
그 때 제가 동방신기를 그렇게 좋아했는데, 하루는 친척집으로 소포가 하나 왔습니다.
엄마가 동방신기의 앨범CD를 보내셨어요. 그게 그렇게 소중해서 늘 품고 다녔습니다. 포장지도 뜯지 않은 CD를 품고만 다녔어요.
그걸 본 아빠가 CD를 버렸는데 그 뒤로 아버지가 너무 싫었습니다. 그냥 밉고 원망스러웠어요.
제가 불쌍했는지 고모가 엄마와 자주 통화할 수 있게 해주셨어요.
엄마는 내가 고등학생이 되면 꼭 같이 살자고 하셨습니다. 절대 다른 남자와 결혼하지 않고, 하더라도 내 허락을 맡겠다고. 누가 뭐래도 너는 내 딸이라고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21살이 된 지금.저는 엄마와 살지 않아요. 아버지와 살지도 않습니다.
엄마와 이혼한 후 그 여사장과 재혼해서 그 여자의 딸 둘과 함께 살던 아버지는 더이상 저를 맡길 곳이 없어졌어요. 친척들이 다 거절한거죠. 그래서 근처에 원룸을 잡아주셨는데, 스트레스가 크셨는지 폭력을 행사하셨어요. 16살 때 아버지의 폭력에 못이겨 가출해서 친엄마쪽의 외할머니의 도움을 받아 살다가 지금은 독립했습니다.
가출하기 전엔 쭉 엄마랑 연락을 하다가(제가 너무 고집을 피워서 아버지가 결국 허락하셨습니다) 한동안 연락을 못했습니다. 그러다 독립하고서 엄마의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는데, 결혼 할 남자가 생기셨대요. 엄마의 과거를 다 안아줄수 있는 남자라고 하시더라구요. 정말 기뻤습니다. 너무 다행이었어요. 엄마의 인생자체를 아빠가 망쳐버렸다고 생각했는데 엄마도 행복하게 살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뒤로 엄마에게 연락하지 않았어요. 마지막 연락을 19살때 했었는데 지금쯤이면 엄마를 닮은 예쁜 아이도 있을거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면서 사실텐데 제가 계속 연락을 하면 엄마의 상처를 들춰내는 것 같아서요. 그냥 이렇게 멀리서 늘 생각하고 그리워하고 있어요.
너무 보고싶고, 한번만 더 불러보고 싶네요.